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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40화 (40/200)

40화 하북팽가가 왜 서문세가의 힘을 등에 업어야 하지?

팽중호는 상자에 암기가 있을 것이란 건 진즉에 눈치를 채었다.

음식에 독을 탄 놈들이 상자에 금화를 넣어 놨겠는가?

“어떻게?”

흑수련 쪽에서 어떻게란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 팽중호는 분명 군자산이 뿌려진 음식을 먹었다.

그런데 조금 전 도를 휘둘렀을 때 그의 도에 분명 도기가 일렁이는 것이 보인 것이다.

군자산에 중독되었다면, 도기는커녕 내공을 끌어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텐데 말이다.

“피독주를 챙겨 왔으니까 안 먹히지.”

“!!”

팽중호가 품에서 작은 구슬 같은 것을 하나 꺼내었다.

영롱한 녹색을 내뿜는 작은 구슬.

이것이 바로 독을 막아 주는 구슬인 피독주였다.

“군자산을 피독주로 막는다?”

군자산은 보통의 피독주로는 해독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군자산은 구하기 힘든 독이었고, 이 점 때문에 흑수련이 특별히 받아 온 것이었다.

팽중호와 위지철이 피독주를 챙겨 올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군자산을 피독주로 막았다니?

그렇다면 저 피독주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이거 당가에서 만든 것 중에 최상품이거든.”

“!!”

사천당가는 독과 함께 그것을 막는 피독주도 제조하였는데, 당연히 사천당가에서 만든 피독주의 성능은 매우 우수했다.

특히 그중 최상품의 피독주는 그야말로 만독불침에 가까울 정도의 성능을 보여 줄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그 피독주는 역으로 당가의 독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기에, 절대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그것을 팽중호가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걸 빌려 오길 참 잘했단 말이야.”

* * *

팽중호는 흑수련에 오기 전에 피독주를 구하기 위해 태도상단에 물었는데, 태도상단에도 중급 정도의 피독주만 있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중급 피독주라도 받아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저 피독주 좋은 거 있어요!”

“응?”

곽채령이 좋은 피독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 품에서 구슬을 하나 꺼내었는데, 바로 최상급 피독주였다.

팽중호도 전생에 몇 번 본 적이 없을 만큼 귀한 것인데, 어떻게 곽채령이 가지고 있단 말인가?

“저희 어머니가 당가의 방계시거든요. 외할아버님이 피독주를 만드는 장인이시고요.”

“아!”

적검문의 문주 곽무조의 부인이 바로 사천당가의 방계 혈족이었다.

특히나 그녀의 아버지, 즉 곽채령의 외할아버지는 사천당가에서 피독주를 만드는 곳의 장인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최상급의 피독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거 빌려드릴게요.”

“고맙다.”

그렇게 곽채령에게 피독주를 빌린 팽중호.

이제 문제는 위지철이었는데, 위지철은 무당파의 애제자답게 이미 최상급의 피독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팽중호는 독에 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준비하고 흑수련에 온 것이었다.

사도 문파에 쳐들어가는데, 독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멍청한 짓이었으니 말이다.

* * *

무창성은 군자산과 준비했던 상자 암수가 통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직 준비해 놓은 것들이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죽여.”

슈슈슈슈슈슈슉-

사사사사사사삭-

무창성의 명령에 갑자기 사방에서 암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목표는 팽중호와 위지철.

군자산에 중독되었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었겠지만, 온전한 상태인 두 사람을 위험에 몰아넣기에는 턱없는 공격이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슈와아아아아악-

팽중호의 도에 뇌기가 터져 나오고, 위지철의 검에 검기가 피어올랐다.

카카카캉-

그리고 두 사람은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암기들을 완벽하게 쳐 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속절없이 뒹구는 암기들.

슈우욱- 슈우욱- 슈우욱- 슈우욱-

그때 갑자기 음식이 차려져 있던 상에서 검들이 튀어나와 두 사람의 뒤를 찔러 들어갔다.

수없이 쏟아지는 암기에 이를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이는 두 사람!

그렇게 속절없이 검에 등이 꿰뚫리는 듯싶었다.

“이런 것도 매복이라고 하냐?”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뇌륜참철(雷輪斬鐵).

서거어어억-

뇌륜이 암기를 모조리 날려 버림과 동시에 등 뒤에서 달려들던 자들까지 한 번에 베어 버렸다.

팽중호가 슬쩍 옆으로 보니, 위지철은 검막으로 암기는 막아 내고 뒤에서 찔러 오는 검은 가볍게 보법을 밟아 피해 내었다.

서걱-

그리고 그대로 자비 없이 습격자를 베는 위지철의 검.

‘흠. 확실히 그냥 보통 후기지수는 아니야.’

젊은 정도의 후기지수들은 보통 저렇게 깔끔하게 적을 베지 못한다.

그들은 손속에 사정을 두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곤란한 경우를 겪는 이들을 숱하게 봤었던 팽중호였다.

그런데 위지철은 무당파라는 정도 중의 정도를 걷는 문파의 제자임에도, 적이라 판단한 자를 벨 때는 망설임이 없었다.

확실히 보통의 후기지수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전부 달려들어.”

“이야아아아!!”

“뒈제어어어!!”

무창성의 명령에 이번에는 흑수련의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저마다 다양한 무기를 쥐고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은 제법 위협적으로 보였다.

촤르르르르륵-

후우우우웅-

쇄겸(鎖鎌)과 거월(巨鉞) 등 정말 다양한 무기들.

그것들이 동시에 팽중호에게 쇄도했는데, 한 손으로 그것들을 모두 막기는 꽤 힘들어 보였다.

암기처럼 그저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나름 무공 좀 배운 이들이 있는 힘을 다해 휘두르는 공격이었으니 말이다.

“속전속결(速戰速決)로 끝내야겠어.”

파지직- 파짓- 파팍-

팽중호의 무적도의 뇌기가 변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강기로 말이다.

팽중호는 지금 흑수련에서의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뇌류번세(雷流飜世).

콰아아아아아-

“크아아악!”

“컥!”

팽중호의 도가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강기가 마치 물결처럼 퍼져나가, 한 번에 수 명씩을 날려 버렸다.

그렇게 팽중호가 도를 몇 번 휘둘렀을 뿐인데, 순식간에 팽중호를 향해 달려들던 흑수련의 무인들이 모두 명을 달리한 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확실히 초절정을 넘어선 초인들은 그 힘이 이미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리고 옆에 있는 위지철은 달려드는 흑수련 무인들을 현묘한 보법과 그보다 더 현묘한 검법으로 모조리 베어 내고 있었다.

매섭게 위지철에게 달려드는 그들이었지만, 그 누구도 위지철의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하였다.

“커억…….”

그렇게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흑수련의 무인들이 모조리 차디찬 주검으로 변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흑수련주 무창성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다음.”

무창성의 말에 어디선가 또다시 수많은 흑수련 무인들이 나타났다.

가공할 인해전술.

무창성은 독과 암기, 그리고 매복이 통하지 않았을 때까지도 대비하였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것을 계속 유지하지는 못하지.’

팽중호와 위지철이 초절정을 이룬 고수들이라고 해도, 내공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 손으로 열 손을 상대하다 보면, 그 내공은 더욱 빠르게 고갈될 것이고, 그렇게 지친 상대를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흑수련의 하급 무사들은 어차피 소모품에 불과한 자들.

그들을 이용해서 두 사람의 힘을 빼놓을 수만 있다면, 남는 장사라 생각했다.

“죽어라!!”

“하아아아압!”

서걱- 촤아악- 카카캉- 서걱-

팽중호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적들을 보고는 무창성의 생각을 읽었다.

‘인해전술이라…… 이거 생각을 잘못했나?’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강기까지 써 가며 적들을 베어 냈건만, 죽이면 그만큼의 적이 계속 밀려들었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팽중호라도 내공이 부족해질 수밖에는 없었다.

아직 공청석유를 먹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렇게까지 많은 인원을 투입해 자신들의 힘을 갉아먹을 것이란 것까지는, 솔직히 생각지 못한 팽중호였다.

‘저쪽도 슬슬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위지철도 별다르게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은 속일 수 없었다.

아무리 약한 이들이라도 이렇게 많은 이들을 계속해서 상대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교묘하게 중간중간 암기가 날아들고, 일류 정도의 실력자들도 섞여 있었으니 더욱더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겨우 둘이서 찾아온 것을 후회할 것이다. 애송이들.”

무창성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쉬지 않고 검과 도를 휘두르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저 두 사람이 지금 있는 부하들을 모두 베어 낸다고 해도 문제없었다.

그때에는 자신과 서문세가에서 보낸 자가 나서면 되니 말이다.

“가서 그자를 오라고 하라.”

“예.”

무창성은 슬슬 부하들이 모두 쓰러져 나갈 때쯤, 옆에 있던 자에게 서문세가에서 온 이를 데리고 오라 명령하였다.

무창성의 명령에 빠르게 뒤로 몸을 움직이는 부하.

그리고 잠시 뒤 얼굴까지 복면으로 감싼 흑의인 한 명이 부하와 함께 나타났다.

“드디어 내가 나설 수 있는 것이오?”

“그렇소.”

“크크크. 내가 저놈을 상대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미안하지만, 그대가 상대해야 할 자는 정협룡이요.”

“음? 아아. 그렇지. 아쉽군. 아쉬워.”

“대신 저놈의 마지막은 남겨 드리겠소.”

“크크큭. 감사하오.”

서걱-

무창성과 흑의인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가공할 인해전술이 끝이 나고, 마지막 흑수련 무인의 목이 떨어졌다.

“후…….”

“하아…… 하아…….”

팽중호와 위지철 두 사람 모두 몸에는 상처는 하나 없지만, 둘 다 힘이 들었는지 크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인해전술에 내공이 많이 고갈된 것이다.

특히나 마지막 적들은 흑수련의 수뇌급들인지 그 실력들이 만만치 않아서 상당히 애를 먹었기에 더욱더 힘든 상태였다.

“확실히 대단하군.”

스윽- 탁-

멀찍이서 지켜만 보던 무창성이 두 사람의 앞으로 나섰다.

주변이 흑수련의 무인들로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상처 하나 없이 전부 죽일 것이라고는 솔직히 예상치 못했는데 말이야.”

무창성은 솔직히 작더라도 상처는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저 두 사람의 몸에는 상처는커녕, 두 사람의 옷자락조차 베지 못하였다.

확실히 전력으로 싸웠다면, 자신이 필패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너랑 저기 저놈만 죽이면 끝이냐?”

“크하하. 그래. 그렇다면 솔직히 흑수련은 끝이라고 봐도 되지.”

타탓- 탓-

그때 무창성의 뒤에 있던 복면인이 무창성의 옆으로 날아왔다.

그의 가벼운 몸동작만 보더라도, 그가 상당한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나? 난 오늘 널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아아. 그렇지. 내가 복면을 쓰고 있었구나.”

스으윽-

천천히 얼굴의 복면을 벗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하북팽가의 전 일공자인 팽조강.

그가 바로 복면인의 정체였다.

“아. 그때 꽁지 빠지게 도망쳤던 놈이구나. 맞지? 아마 일공자였나?”

“크크크. 그래. 맞다.”

“딱 보니까, 서문세가에서 제대로 대접도 못 받았나 보네. 이런 일에 동원된 걸 보면 말이야.”

“여기서 너를 죽이고, 하북팽가를 없애 버리면 대우가 달라지겠지.”

“이거 어쩌냐? 오늘 넌 여기서 뒈질 건데?”

“크크크. 지금이라도 많이 지껄여 둬라. 정협룡을 죽인 다음에는 내가 네놈을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 줄 테니까.”

“거, 누가 보면 내가 너한테 아주 몹쓸 짓이라도 한 줄 알겠다.”

“하북팽가는 원래 내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네놈 때문에 그것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당연히 몹쓸 짓이 맞지. 네놈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하북팽가는 서문세가의 힘을 등에 업고…….”

사아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팽중호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전해지는 아주 살기 짙은 목소리.

“하북팽가가 왜 서문세가의 힘을 등에 업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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