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뒤통수에 공격을 갈겨?
서걱- 촤아악-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팽성운의 어깨에서 피가 왈칵 터져 나왔다.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인 팽성운의 어깨.
마지막에 간신히 어깨를 틀어서 다행이지, 아니라면 그대로 팔이 통째로 잘려 나갈 뻔하였다.
물론 지금의 상처만으로도 충분히 위중했지만 말이다.
“크읍. 어떻게 이렇게 강해졌지?”
최대한 팔의 피를 지혈하며 묻는 팽성운.
이 상황에서도 도대체 어떻게 도수가 이렇게 빠르게 강해졌는지가 궁금했다.
“주군에게 수련받으면 누구나 이렇게 됩니다!”
도수는 최근 며칠 팽중호에게 받은 수련을 떠올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것은 수련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일방적인 구타.
도수와 곽채령은 팽중호의 손에 의해 저승을 몇 번이나 오가는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살기 위해 죽어라 발버둥을 쳐야 했고, 그 결과는 비약적인 실력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목숨을 걸고 하는 수련만큼 좋은 건 없지. 크크크.’
팽중호가 도수와 곽채령을 몰아넣으며 해 준 말.
그 말 그대로 확실히 확실히 정말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임을 당하며 수련하자 그 성취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물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말이다.
“이제 끝을 내겠습니다!”
“좋아. 생사결이니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다.”
이제 두 사람은 마지막 일격을 서로 준비했다.
솔직히 이미 승부는 도수의 승리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생사결이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 아니겠는가?
탓-
탓-
서로를 향해 뛰어드는 두 사람.
순식간에 두 사람의 신형이 교차되었다.
촤아아아악-
털석-
팽성운의 가슴팍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올랐고, 그대로 그의 신형이 무너져 내렸다.
“아주 좋은 무공이었다.”
“감사하오!”
팽성운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승자인 도수는 가만히 서서 팽성운에게 묵례를 한 뒤, 팽중호의 옆으로 돌아왔다.
“잘했다.”
“모두 주군 덕분입니다!”
승리하고 돌아온 도수.
하지만 도수도 완전히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도수의 목 부분은 도에 베인 상처로 이미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도를 들고 있는 손은 찢어져 손잡이가 이미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덜덜덜덜덜-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도수는 하북팽가의 명운이 달린 생사결이란 부담감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수의 팔다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툭툭-
“잘했으니까, 마음 좀 진정시키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팽중호가 도수를 조금 진정시키고 있을 때였다.
곧바로 다음 생사결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팽성운을 잃은 비룡문 측의 표정이 조금 비장해지며, 다음 상대가 앞으로 나섰다.
도수보다 큰 덩치에 그만큼 거대한 창을 들고 있는 거한.
비룡문의 문주인 막주환의 동생이자, 비룡문의 세 번째 강자인 거룡창(巨龍槍) 막종우였다.
팽성운이 하북팽가의 무인에게 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두 번째에 곧바로 필승의 강자를 내보낸 것이었다.
“내 상대가 누구냐!!”
앞으로 나서서 덩치만큼이나 큰 목소리로 외치는 막종우.
그 목소리에 곽채령이 앞으로 나섰다.
분명 곽채령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막종우 앞에 서자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아주 가녀려 보였다.
과연 상대가 될까 싶은 체격 차이.
“하하!! 하북팽가에 어지간히도 무인이 없나 보군!! 이런 여인에게 생사결을 나가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하하하하!!”
곽채령을 보며 비웃음을 흘리는 막종우.
그는 하북팽가가 무인이 없어 그저 인원을 채우기 위해 곽채령을 내보냈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곽채령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으니 당연했다.
“덩치 좀 크다고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에요.”
자신을 앞에 두고 대놓고 무시하는 막종우에게 한마디를 하는 곽채령.
곽채령은 막종우를 앞에 두고도 조금도 위축되거나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하!! 생사결에서 죽이기에는 얼굴도 반반하니, 아주 아깝군 그래!! 크하하하!!”
“제가 예쁜 건 잘 아는 사실이고, 그쪽 얼굴은 반쯤 갈린 것 같아서 생사결에서 죽이기 하나도 안 아깝네요. 호호홋.”
되로 받고 말로 전해 주는 곽채령.
단 한마디도 막종우에게 지지 않는 그녀였다.
“하북팽가에서는 주둥이 놀리는 법도 배우나 보군!!”
“아뇨. 저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요?”
쿠구구구구구-
막종우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대화했다가는 자신이 말려 버릴 것 같았기에, 곧바로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었다.
“나를 원망 말거라!!”
“꼭. 말로 안 되면 원망하지 말라고들 하시더라.”
슈우욱-
덩치와는 다르게 아주 쾌속하게 곽채령을 찔러 오는 막종우의 창.
그리고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거대한 힘도 담겨 있었다.
파앙-!
곽채령을 찔러 오던 창이 그대로 허공을 때렸다.
이미 곽채령이 몸을 살짝 움직여 피해 낸 것이다.
“몸은 재빠르구나!!”
막종우는 곽채령이 그저 몸놀림이 조금 빠른 정도라고 판단했다.
“그럼 이것도 피해 봐라!!”
슈슈슈슈슈슈슉-
거대한 창을 엄청난 속도로 연속해 찔러 들어오는 막종우.
보는 이의 오금이 저릴 정도의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곽채령이라는 것이었다.
팽중호가 인정한 천재.
슥- 스슥- 타탓-
곽채령은 막종우의 모든 공격을 눈으로 보고 피해 내고 있었다.
곽채령의 머리카락 한 올 스치지 못하는 막종우의 파상 공격.
그리고 막종우의 공격에 틈이 생겼을 때, 이제는 곽채령의 차례였다.
파앙-!
공세를 뚫고 들어가 그대로 막종우의 허리에 일장을 성공시키는 곽채령.
“흡!”
막종우는 생각 이상의 통증이 허리에 전해짐에 따라 숨을 참으며 눈을 부릅떴다.
사실 외공에도 상당한 자신이 있었기에, 일부러 맞은 것이었는데, 그것이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제대로 상대해 주마!!”
“진작에 그러셨어야죠.”
막종우의 창에 창기(槍氣)가 서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창기가 뿜어져 나오는 막종우의 창은 확실히 아주 위협적으로 보였다.
막종우의 창기를 보고 마주 기운을 끌어 올리는 곽채령.
파짓- 파지직- 파직-
양손에서 뇌기가 튀어 오르고 있었는데, 이는 팽중호가 전해 준 벽력공의 성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었다.
쿵-
탓-
막종우는 덩치만큼 묵직한 진각을 밟으며 쇄도했고, 곽채령은 깃털처럼 가볍게 쇄도했다.
텅- 쾅-! 터엉- 콰쾅-!
단 한 번만 스쳐도 그대로 저세상을 갈 듯한 공방이 시작되었다.
곽채령은 장법으로 공격을 흘려 내거나, 보법을 밟아 공격을 피해 내었다.
“으득. 쥐새끼 같기는!!”
이 모습에 막종우가 약이 올랐는지, 이를 갈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피하지 못하게 모조리 날려 주마!! 비룡강림(飛龍降臨)!!”
엄청난 양의 창기가 곽채령의 사방을 덮치기 시작했다.
그 어느 곳으로도 피할 곳은 도저히 없어 보였다.
콰콰콰콰콰콰쾅-!!
막종우의 비룡강림의 초식에 사방의 흙이 터져 올랐다.
곽채령의 시신조차 온전하지 못할 것만 같은 위력의 공격에, 이를 지켜보던 하북팽가 무인들이 아연실색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과 다르게, 팽중호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곧바로 드러났다.
퍼어어어엉-!
갑자기 막종우가 있는 곳에서, 사방을 울리는 거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곳을 바라보니 곽채령의 손바닥을 창대로 막고 있는 막종우가 보였다.
“쿠왁!”
갑자기 피를 입으로 왈칵 쏟아 내는 막종우.
일견 보기에도 적은 양이 아니었다.
“무슨…… 힘이…….”
막종우는 자신이 비룡강림의 초식을 쓰고 난 후 아주 잠깐 방심한 사이, 그 사이를 파고들어 오는 곽채령의 기운을 느끼고 급하게 창대를 들어 공격을 막아 내었다.
그런데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막은 곽채령의 장법은 막종우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크게 내상을 입고 말아 온몸의 기혈이 뒤틀려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덩치로 판단하지 말라니까요.”
반면 곽채령은 아직 여유로웠다.
비룡문의 삼인자인 막종우를 상대로 완벽한 우위를 점하는 곽채령.
주변에서 이 생사결을 지켜보던 모든 이가 놀라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캬. 채령이 저 괴물 좀 봐라. 이거 좀만 지나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 * *
팽중호가 오늘을 위해 도수와 곽채령을 개조시킬 때 솔직히 곽채령 때문에 속으로 몇 번을 놀랐는지 몰랐다.
도수도 분명 충분히 뛰어난 무재를 가진 기재라고 할 수 있었지만, 곽채령은 그런 것을 아득히 뛰어넘어 있었다.
곽채령이 천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팽중호였지만, 그런데도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벌써 절정의 완숙이라니.’
절정의 완숙에 다다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서는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기를 운용하는 것에서 아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무공의 효율과 위력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막종우도 이미 절정의 초입은 예전에 벗어났지만, 아직 완숙의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한 상태.
아무리 타고난 체격과 외공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완숙의 경지에 도달한 곽채령에게는 그것을 상회할만한 힘이 있는 것이었다.
“이 싸움도 끝이군. 뭐, 나는 나갈 필요도 없었나?”
확실히 싸움의 추는 곽채령에게로 기울었다.
내상을 크게 입은 막종우가 멀쩡한 상태의 곽채령에게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생사결은 2승으로 하북팽가의 승리.
마지막 순서까지는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끝이에욧!”
예상대로 곽채령이 이제 막종우를 끝내기 직전이었다.
슈와아아아아악-
곽채령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곽채령을 향해 날아오는 기운.
제아무리 곽채령이라지만, 이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기에, 도저히 피해 낼 시간이 없었다.
그대로 곽채령에게 이 기운이 적중되려던 순간.
캉-…… 쾅-
“야 이거 야비한 거 봐라. 생사결을 해 놓고 질 거 같으니까, 뒤통수에 공격을 갈겨?”
곽채령의 앞에 팽중호의 신형이 뚝 하고 나타났다.
나타남과 동시에 곽채령을 향하던 공격을 손으로 쳐 내어 멀찍이 날려 버린 팽중호.
그런 팽중호의 시선은 비룡문의 정중앙에 있는 인물에게 향해 있었다.
“비룡신창이란 별호는 이렇게 야비하게 뒤통수를 쳐서 땄나 봐?”
“어디 확인해 볼 테냐?”
곽채령에게 기운을 쏘아 보낸 이는 바로 비룡신창 막주환이었다.
그는 동생인 막종우가 패배할 것이란 판단이 서자마자, 그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수를 쓴 것이었다.
이대로 두면 패배하는 것은 물론, 막종우마저 잃게 될 테니 말이다.
막주환은 솔직히 팽중호가 이 공격을 막을 것이란 생각은 못 했지만, 그래도 팽중호를 끌어내는 것에는 성공했기에, 속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적당히 도발하여 내 차례까지 오게 만들면 된다.’
막주환은 팽중호를 도발하여 지금의 생사결을 모두 무효로 하고, 자신의 손으로 다시금 이 생사결의 승패를 결정지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믿고 있었기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분명 초절정이란 경지는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 뭐. 뒤지고 싶다고 안달하는데, 소원대로 해 드려야지.”
“내가 이긴다면 이 생사결은…….”
“알았어. 네 놈이 이기면, 이 생사결에서 이긴 거로 해 줄 게 됐지?”
“그 오만함이 오늘 하북팽가를 망하게 할 것이다.”
스릉-
팽중호가 허리춤의 무적도를 꺼내어 들었다.
동시에 팽중호의 몸에서 퍼지는 항거할 수 없는 날카롭고 거대한 기운.
조금 전까지 자신감에 차 있던 막주환마저 두려움에 마른침을 삼키게 할 만큼의 기운이었다.
그리고 무적도를 들고 정확히 막주환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나는 뒤통수치는 새끼들이 제일 싫더라. 네놈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