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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32화 (32/200)

32화 하북팽가의 개망나니라는 걸 말이야.

팽중호의 개인 연무장에 모인 도수와 곽채령.

둘은 직감적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한 듯 표정들이 꽤 비장했다.

“이번 비룡문과의 생사결에 너희가 나가야 할 것 같다.”

“예! 주군! 맡겨 주십시오!”

“저도 잘할 수 있어요.”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도수와 곽채령.

확실히 최근 팽중호에게 수련받으며 눈에 띄게 자신감이 올라간 두 사람이었다.

매일 매일을 하북팽가 무인들과 함께 지옥 같은 수련을 해 왔으니 말이다.

“그래. 자신감은 좋아. 그래서 내가 너희에게 더욱더 큰 자신감을 넣어 줄게.”

“예……?”

“감사합니다! 주군!”

곽채령은 지금 팽중호의 말에서 무언가 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도수는 못 느꼈는지 아주 큰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스릉-

그때 갑자기 무적도를 꺼내어 드는 팽중호.

갑자기 도를 빼 드는 팽중호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곽채령과 도수.

“뭐 해? 준비 안 하고? 뒈지고 싶어?”

사아아아악-

팽중호의 말과 함께 주변을 가득 채우는 지독한 살기.

곽채령과 도수가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만큼의 지독한 살기.

“죽어라 안 하면, 정말 죽는다.”

“헛!”

“어엇?!”

탓-

팽중호가 벼락같이 움직이며 두 사람에게 쇄도했다.

당황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래저래 팽중호에게 당한 게 많았던 두 사람은 곧바로 대비 태세에 들어섰다.

파지지지지직-

팽중호의 도에 서리는 뇌기.

혼원벽령신공까지 운용할 정도로 진심인 팽중호였다.

“크크크. 자,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압!”

쾅-

팽중호가 먼저 달려든 사람은 도수.

도수의 맹호도와 팽중호의 무적도가 부딪치자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기파가 비산했다.

다른 이가 본다면 정말로 서로를 죽이려 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렇게 도수와 한 번 부딪친 팽중호는 곧바로 몸을 틀어 옆에 멀뚱히 서 있던 곽채령에게 쇄도했다.

“뭐 해? 그렇게 멍때리다가 골로 간다?”

“이잇!”

팡- 파앙-

팽중호는 도를 쥐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곽채령과 장법 대결을 펼쳤는데, 팽중호의 힘에 밀려 곽채령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도수야. 너도 같이 덤벼라.”

“옛!”

그렇게 도수까지 합세해 순식간에 이 대 일의 싸움이 펼쳐졌다.

팽중호는 도를 쥔 오른손으로는 혼원벽력도를, 왼손으로는 혼원벽력장을 펼치며 두 사람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동시에 서로 다른 두 무공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

무당파에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는 양의공(兩意功)을 익힌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혼원벽력도와 혼원벽력장은 결의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있는 무공이기에 가능하였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두 무공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둘이서 나 하나 못 죽이면, 어떻게 하냐? 엉?”

쾅-! 퍼펑-!

“컥!”

“꺄악!”

순식간에 도수와 곽채령을 날려 버린 팽중호.

도수는 내상을 입은 듯 입가에 피가 조금 흘러나오고 있었고, 곽채령은 어깨가 빠진 듯 어깨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있었다.

반면 팽중호는 제자리에 서서 여전히 살기를 내뿜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입가에는 아주 섬뜩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아파할 시간 없다. 빨리 일어나서 다시 덤벼.”

* * *

다시금 하북팽가를 향해 하북성의 모든 이목이 쏠렸다.

이제 하북성 제일의 자리를 가릴 싸움이 시작되려 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북팽가 대 비룡문.

하북팽가의 도전을 비룡문이 받아들여 하북팽가에서 치러지는 삼 대 삼의 생사결.

척- 척- 척- 척-

이 싸움을 위해 비룡문의 무인 대부분이 하북팽가로 향했다.

하북팽가를 둘러쌀 정도로 많은 수의 비룡문의 무인들.

하북팽가 주변에는 지금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 차 있었다.

끼이이익- 쿵-.

하북팽가의 육중한 정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비룡문 일부가 들어섰다.

남은 비룡문 무인들은 하북팽가 밖에서 대기를 하고 말이다.

“어서 와. 하북팽가는 처음이지?”

비룡문 무인들이 하북팽가로 들어서자, 팽중호가 가장 앞으로 나서서 그들을 맞이했다.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아주 가벼운 말투.

그 모습에 비룡문 무인들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예의가 없군.”

“예의? 너네는 서로 죽일 적한테 예의를 갖추고 말하냐?”

“진정한 무인이라면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지.”

“염병, 진정한 무인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이 무림에 진정한 무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팽중호는 아무리 많이 쳐줘도 일 할을 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비룡문도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자들일 뿐, 절대 진정한 무인 같은 것은 아니었다.

“자. 잡설은 집어치우고 빨리 시작하자고.”

“그런데 하북팽가의 가주님은 나오지 않는 건가?”

“뭐어? 겨우 이런 일에 가주님이 왜 나와?”

“겨우……? 허허!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두 세력의 명운이 달린 싸움에 한 세가를 이끄는 가주가 나오지 않는다니?

비룡문은 하북팽가가 완전히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저런 새파랗게 젊은 소가주만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흐음. 꽤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입은 그것보다 더 살았구나.”

그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비룡문의 가장 앞에 서 있던 중년인의 입이 열렸다.

구름을 헤치며 날아오르는 용이 음각된 창이 인상적인 중년인.

그가 바로 비룡문의 문주이자, 하북성 제일고수라 불리는 비룡신창 막주환이었다.

“칭찬 고맙네. 주둥이가 살아 있다는 게 나는 그렇게 듣기 좋더라고.”

“크큭.”

“키키키.”

팽중호의 말에 하북팽가 쪽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칫 지나친 긴장감에 굳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팽중호의 말 덕분에 조금은 긴장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오늘 너를 단죄하고 무림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

“나를 단죄한다고 기강이 세워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 알 필요는 없겠네.”

“한 세가의 소가주가 저런 상태니, 하북팽가가 이 모양 이 꼴인 거겠지.”

“아아. 틀린 말은 아닌데, 이거 하나는 알아 둬라. 오늘 너네를 상대하는 하북팽가의 소가주가 아니라…… 하북팽가의 개망나니라는 걸 말이야. 크크크.”

한바탕 서로 말을 주고받은 두 세력.

결국 비룡문 쪽에서 더 이상의 말싸움은 의미 없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생사결의 시작을 알려 왔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군. 바로 생사결을 시작하지.”

비룡문 쪽에서 먼저 생사결을 할 한 사람이 나왔는데, 꽤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흐음. 나는 중호랑 싸울 줄 알았건만.”

바로 전 하북팽가의 2공자였던 팽성운이었다.

팽성운은 하북팽가를 나와 외가인 비룡문으로 들어가 절치부심 무공을 닦았다.

어차피 하북팽가를 크게 원치도 않던 그였기에 하북팽가에 대해서는 싹 잊은 상태로 수련해 집중하다가, 이렇게 하북팽가와의 싸움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수련을 깨고 나온 것이었다.

물론 팽성운은 자신의 대결 상대로 팽중호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실패한 듯싶었다.

자신의 앞에 나서는 이는 팽중호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도수라고 합니다!”

하북팽가에서 가장 먼저 생사결에 나선 이는 바로 도수였다.

* * *

팽중호는 팽성운이 먼저 나서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도수를 내보냈다.

‘도수가 문제없이 이기겠네.’

물론 지금 팽성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팽성운은 팽중호와 같이 도를 쓰는 도객.

어젯밤 늦게까지 팽중호에게 개조를 받아 온 도수라면, 팽성운에게 절대로 지지 않을 터였다.

팽성운에게 질 수준이었으면, 오늘 이렇게 멀쩡히 생사결을 하러 나타나지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한쪽이 죽거나, 더 이상의 싸움을 할 수 없게 되면 끝이다.”

“알아.”

그렇게 다시 한번 서로 생사결에 대한 규칙을 합의했고, 그것으로 생사결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는 도수와 팽성운.

스릉-

스릉-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동시에 도를 꺼내어 들었다.

흑운철로 만들어져 은은한 묵색을 띠는 도수의 맹호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주 멋들어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좋은 도군. 널 이기면 내가 가져야겠다.”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겁니다!”

팽성운의 눈빛으로 보면 도수의 맹호도가 꽤 탐이 나는 듯한 눈빛이었는데, 하긴 맹호도는 도를 쓰는 무인이라면 솔직히 탐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 물건이었다.

물론 도수는 팽중호가 손수 자신을 위해 준 이 맹호도를 누구에게도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파앗-

팟-

팽성운이 말과 함께 도수를 향해 달려들었는데, 그와 동시에 도수도 팽성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서로에게 달려드는 팽성운의 도에는 진한 푸른빛 도기가 넘실거렸고, 도수의 맹호도에는 도신보다 더욱 진한 묵빛의 도기가 가득 피어올라 있었다.

쾅-! 카캉- 카카캉- 캉-

서로 강렬한 격돌 후에 근접거리에서 주고받는 살벌한 공방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아주 용호상박의 공방이었다.

카캉- 카앙-!

그렇게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던 두 사람이 서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도수는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도를 굳게 쥐고 있는 반면, 팽성운은 조금 흔들리는 눈으로 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팽성운은 도수가 하북팽가의 마구간에 있던 삼류 무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팽중호를 만나서 엄청나게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도 알았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도수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력이 굉장했다.

지금 도를 잡은 두 손이 떨려 오는 것을 보니, 어쩌면 자신보다도 힘에서는 더 우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재미있군.’

콰아아아아아-

팽성운은 몸 안의 모든 내공을 끌어 올렸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하북팽가를 버리고 비룡문으로 돌아가 갈고 닦은 무공을 선보이기에, 도수는 아주 알맞은 상대라 생각했다.

“간다!!”

팽성운의 도에서 마치 파도와 같이 넘실거리는 도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대로 도수를 덮쳐 왔다.

팽성운이 비룡문의 무공과 합쳐서 만들어 낸 무공인 ‘비룡벽력도(飛龍霹靂刀)’였다.

호쾌하면서 힘이 넘치는 무공.

팽성운은 이 비룡벽력도를 만들고 나서 절정의 경지를 넘어섰고, 또래에게서는 적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도수가 자신에게 결국 무릎을 꿇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팽성운의 생각일 뿐이었다.

“저는 지지 않습니다!”

당연히 달려드는 팽성운을 보고 도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도수의 묵색 도기가 더욱 진해지기 시작했고, 도수는 그대로 다시 팽성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도수의 도가 팽성운의 도보다 한 발짝 빠르게 움직였다.

- 노호진산도(怒虎振山刀). 노호도산(怒虎跳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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