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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29화 (29/200)

29화 저쪽에 벽 좀 부서져도 큰 상관없죠?

광혈마도는 자신의 오른팔을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완전히 잘리는 것은 피했지만, 거의 반쯤 잘려 나간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

광혈마도는 도를 왼손으로 옮겨 잡았다.

뚝- 뚝- 뚝-……

고요함 속에 광혈마도의 팔에서 떨어지는 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 상처를 치료한다고 해도 다시는 도를 쥐지는 못할 만큼 깊은 상처였다.

“이, 내가…… 초절정에 근접한 내가…… 이건 말도 안 된다……!”

광혈마도는 솔직히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다.

자신의 마혈선살도 성취라면 초절정에 근접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초절정에 거의 근접한 것도 맞았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팽중호에게 일도를 허용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초절정에 근접한 자신을 베다니?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애송이는 초절정을 넘었단 이야기란 말인가?

“야. 초절정에 근접한 거랑 초절정인 거랑은 천지 차이야. 왠 줄 알아?”

“모른다! 반드시 모든 걸 걸고 널 쳐죽이겠다!”

팽중호가 말을 하는 와중에 소리를 지르며, 엄청나게 기세를 끌어 올리는 광혈마도.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숨 막히는 마기로 뒤덮였다.

확실히 모든 것을 건 듯한 광혈마도의 모습에, 팽중호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장석팔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쪽에 벽, 좀 부서져도 큰 상관없죠?”

“음? 상관없네.”

장석팔은 이 상황에 벽이 부서져도 상관없냐는 팽중호의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무언가를 보이려 한다는 것은 느꼈고, 벽이야 얼마든지 다시 세우면 되는 것이니 괜찮다고 하였다.

“그럼. 저놈한테, 천지 차이를 제대로 보여 주겠습니다.”

스윽-

팽중호는 도를 앞으로 뻗어 들었다.

그러자 도에서 요동치던 뇌기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짓- 파직- 파지지직-

마치 전보다 약해진 듯한 뇌기.

하지만 지금 팽중호의 도를 바라보고 있는 모두가 절대로 뇌기가 약해진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뇌기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뇌기가 응축되면서 밖으로 튀어 나가는 뇌기가 적어졌을 뿐인 것이었다.

직전의 뇌기보다 훨씬 더 밝은 빛을 내는 뇌기는 그 자체로 신성해 보일 정도.

“죽어라아아아!!!”

광혈마도가 엄청난 외침과 함께 팽중호에게로 달려들었다.

지금 팽중호에게 시간을 더 주어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건 이미 너무 늦은 판단이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낙뢰단봉(落雷斷峰).

서걱- 콰가가가가가각-!!

팽중호의 도에서 쏘아져 나간 도강(刀罡)이 그대로 달려오던 광혈마도를 반으로 쪼개 버렸다.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말이다.

그리고 팽중호의 도강은 광혈마도를 쪼개고도 힘이 여전히 남아서 그대로 뒤에 있던 벽까지 완전히 갈라 버렸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위력.

“이 강기 때문에 초절정과 초절정에 근접한 거랑 천지 차이가 나는 거다.”

이미 저승으로 가 버려 듣지도 못하는 광혈마도에게 한마디를 하는 팽중호.

무인이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으면 도기나 검기를 뛰어넘어, 강기(罡氣)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기운을 압축한 것일 뿐일지 모르지만, 그 위력은 지금 보는 것처럼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무공의 위력이 수배는 강해지니 말이다.

“후우. 역시 강기는 아직 조금 힘드네.”

팽중호는 약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아직까지 강기를 날리는 것은 조금 힘에 부친다고 생각했다.

강기는 위력만큼이나 어마어마한 내공을 잡아먹는다.

천년삼으로 최대한 내공을 확보했지만, 사실 그것으로도 아직 부족하기는 한참 부족했다.

‘정말로 대환단이라도 하나 먹어야겠어 이거.’

앞을 생각하면, 정말로 대환단을 먹어야만 할 듯싶었다.

어찌 되었건 광혈마도를 죽인 팽중호는 가만히 서 있는 장석팔을 바라보았다.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자네는 확실히 자격이 넘치는군. 좋네. 흑운철을 주게.”

팽중호는 장석팔에게 흑운철을 건넨 후에 그에게 만들어야 할 무기의 형태들을 알려 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장석팔은 금방 만들어 주겠다고 약조를 한 뒤, 모두 완성되면 하북팽가로 직접 가져다주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아, 그리고 하북팽가에서 쓸 도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싶은데…….”

“염조야방의 모든 화로를 동원해서라도 같은 시일에 가져다주겠네.”

“하하. 감사합니다.”

팽중호는 하북팽가의 하급, 상급 무인들이 쓸 무기까지 싹 다 구매한 뒤에 염조야방을 빠져나왔다.

이제는 완전히 해가 져서 달이 휘영청 하늘을 밝히고 있을 때.

팽중호는 달빛을 바라보며 함께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조금은 느긋한 걸음으로 하북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팽중호가 염조야방에서 돌아오고 조금 시일이 지났을 때.

도수와 장춘오 그리고 곽채령 모두 깨달음을 얻어 실력이 향상되어 나타났는데, 지금 이래저래 일이 바쁜 장춘오를 제외하고, 도수와 곽채령은 팽가의 무인들과 함께 팽중호에게 지옥의 수련을 받고 있었다.

“후우욱. 후우욱.”

그래도 다들 팽중호의 수련에 적응하였는지, 전처럼 죽어 가는 곡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거친 숨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자자, 체력이 뒷받침돼야 내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거야. 힘들어도 참고 해.”

어쩌면 아주 얄밉게 들리는 팽중호의 목소리.

체력 수련만큼은 상급과 하급 무인들이 모두 함께 받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팽중호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보내었다.

마치 ‘네가 직접 해 봐라!’라는 눈초리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체력이 중요하다면서, 팽중호가 체력 수련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그걸 직접 입 밖으로 꺼내었다가는 어떻게 될지 잘 알았기에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소가주님은 체력 단련 안 하세요?”

그때 곽채령이 불쑥 팽중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팽가의 무인들은 곧바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는 표정과 함께, 과연 곽채령이 무사할까? 라는 걱정스러운 표정도 지었다.

“나? 나도 매일 하는데?”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그렇구나. 우리 채령이가 본 적이 없겠구나…….”

팽중호가 갑자기 옷을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팽가의 무인들은 팽중호가 이제 곽채령을 때릴 것이라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는데, 예상한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쿠웅- 철컥- 쿠웅- 철컥- 쿠웅-…….

무언가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릴 정도로 묵직한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눈을 감았던 팽가의 무인들은 눈을 살짝 떠서 무슨 소리인가 바라보았는데, 정체를 알고서는 입을 떠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팽중호가 몸에서 계속해서 풀어내고 있는 것은 묵중철로 만들어진 통짜 족쇄들.

하나의 무게만 해도 엄청난 것을 팔다리는 물론 옷처럼 안에 입고 있기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팽중호는 몸에 저런 걸 차고서 다녔단 말인가?

‘사람이 아니다!’

팽중호를 제외한 모두가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팽중호는 분명 사람이 아님이 분명했다.

“좀 전에 표정들을 보니까, 내가 하는 이 수련도 따라 하고 싶은 듯하시던데, 어떻게 한 번씩들 하시렵니까?”

“아닙니다!!”

“살려 주십시오!!”

팽중호의 말에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말하는 팽가의 무인들.

자신들은 평범한 인간이다.

저런 걸 몸에 차고 돌아다니면 분명 쓰러져 죽을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체력 수련에 불만 없는 걸로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채령이는 용기 있게 나에게 질문을 했으니, 특별히 이걸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크크크.”

“저, 저…… 죄송해요!! 소가주님!! 제발!!”

“크크크…… 내가 쓰고 남은 게 어디 있더라…….”

곽채령의 외침에도 음침하게 웃으며 듣는 척을 하지도 않는 팽중호.

하북팽가 무인들은 곽채령을 향해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입을 닫고 계속해서 체력 수련에 임하였다.

혹여나 입을 열었다가 같이 희생양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소가주님. 염조야방에서 왔습니다.”

그때 장춘오가 염조야방이 왔다는 소식을 알려 왔고, 팽중호는 일단 모두들 잠깐 쉬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염조야방을 맞이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염조야방의 마차와 사람들이 보였는데, 가장 앞에는 장석팔이 위치하고 있었다.

“안녕하셨는가.”

“예. 아주 잘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팽중호와 장석팔.

그리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장석팔은 마차에서 커다란 상자 하나를 꺼내었는데, 꽤 무거워 보였음에도 번쩍 들어서는 팽중호 앞으로 가져왔다.

“이 안에 자네가 말한 것들이 들어 있네.”

딸칵-

그렇게 상자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네 개의 물건이 보였다.

모두 팽중호가 장석팔에 미리 부탁했던 것들이었다.

“이건 자네가 원하던 세 자루 중에 두 자루일세.”

먼저 꺼낸 것은 두 자루의 도.

둘 다 생김새가 조금 달랐는데, 하나는 마치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문양이 양각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형태의 도였고, 하나는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가 양각되어 있는 조금 커다란 도였다.

“이게 벽력도(霹靂刀)이고, 이건 맹호도(猛虎刀)라고 일단 이름 지어 뒀네.”

벼락이 양각되어 있는 벽력도는 가주인 팽자성이 쓸 도였고, 맹호도는 도수에게 줄 도였다.

스릉-

가볍게 도갑에서 도를 빼 보았는데, 흑색 도신이 아주 멋들어진 도가 뽑혀 나왔다.

그리고 느껴지는 아주 날카로운 예기.

그저 근처에만 다가가도 베일 것만 같은 예기를 내뿜고 있었다.

찰칵-

도를 다시 도집에 집어넣었고, 이번에는 다른 두 가지 물건을 꺼내었다.

“이건 흑호조(黑虎爪)이고, 이 수갑은 비뢰수갑(飛雷手鉀)이라 하네.”

흑호조는 장춘오가 쓸 철조였고, 수갑은 역시나 곽채령의 것이었다.

지금 여기 있는 네 가지 물건 모두 흑운철이 포함된 물건들로, 하나같이 무림에 나가면 신병이라 불릴 정도의 물건들이었다.

팽중호는 하북팽가의 전력 상승을 위해 흑운철을 나누어 다른 이들 것까지 장석팔에게 부탁하여 만든 것이다.

“어떤가? 자네가 말했던 것과 일치하는가?”

“물론입니다. 아니, 더 훌륭합니다.”

확실히 장석팔의 실력은 대단했다.

팽중호가 생각했던 이상의 품질을 가진 물건들이 왔으니 말이다.

이 정도 물건이면 그래도 한두 단계는 실력을 더 먹고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자네가 말한 우리 염조야방에서 만든 도들도 가져왔네.”

마차에 가득 실려 있는 도.

저것들은 지금 하북팽가의 무인들에게 나누어 줄 도였다.

흑운철을 넣은 것은 아니라지만, 하북성 제일이라 불리는 염조야방에 있는 야장들이 만들어 낸 도였다.

보통의 도들과는 확연히 다른 품질을 가지고 있었다.

“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네의 도일세.”

장석팔은 마차에서 또 다른 상자 하나를 꺼내 왔는데, 상자부터 지금까지 나왔던 것들과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보통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자네가 열어 보게.”

“하하. 예.”

팽중호는 상자를 받아들고는 천천히 상자를 열어 보았다.

딸칵- 스으윽-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도 한 자루.

“내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공을 들여서 만든 것이라 자신하는 물건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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