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26화 (26/200)

26화 네가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도수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쉬지 않고 수련을 계속했다.

팽중호는 도수가 재능이 충분하다고 하였지만, 도수는 스스로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팽중호의 기대에 충족하려면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계속된 도수의 노력은 결코 거짓되지 않았고, 지금 폭렬권과의 싸움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가가가가각-

도수의 도와 폭렬권의 주먹이 부딪치자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형이 뒤로 쭈욱 밀려났다.

뚝- 뚝-

도수의 도를 잡은 손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조금 전의 충돌이 엄청났다는 반증이었다.

그리고 그런 도수를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폭렬권.

추욱-

지금 폭렬권의 두 팔은 축 처져 있었는데, 방금 충돌로 양팔이 모두 박살이 나 버린 탓이었다.

권법을 사용하는 무인이 양팔이 모두 부서졌다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는 것.

“쿠왁!”

게다가 피까지 왈칵 토해 내는 폭렬권.

깊은 내상까지 입어 버렸으니,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후욱…… 후욱…….”

도수는 거친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실 지금 도수는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의 몸 상태였다.

다만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것이었다.

뒤쪽에서 다른 하북팽가 무인들이 보고 있었으니까.

“도, 도망쳐!”

“으아악!”

잔랑도와 폭렬권이 처참하게 패배하자, 그들을 따라왔던 다른 무인들이 우르르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표홀하게 나타나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 갈 수 없지.”

주변을 지그시 누르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하북팽가의 가주 호협도 팽자성이었다.

한 세가를 이끄는 가주로서 뒤에서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젊은 무인들이 저렇게까지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말이다.

“모두 잡아라.”

“우와아아!”

팽자성이 도망치려는 이들에게 쇄도하자, 하북팽가의 무인들도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들은 어쩌면 지금이 팽중호에게 당한 고통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허허…… 이런, 이런.”

이 상황을 지켜보던 대장로 팽조운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가주가 데리고 있던 이들 때문에 너무나도 일이 쉽게 풀렸다.

“그래…… 이것이 하북팽가였지.”

많은 이들이 떠남으로 규모도 작아지고, 고수들도 많이 사라진 하북팽가였지만, 지금의 하북팽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어 보였다.

가주는 가주다워졌고, 하북팽가의 무인들은 하북팽가의 무인들다워졌으니 말이다.

“역시. 소가주를 선택한 건 옳은 결정이었군.”

팽조운은 그날 팽중호에게 하북팽가를 맡기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움직여야겠군 그래.”

그렇게 팽조운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싸움이 일어나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 * *

금문종에게 들려온 피리 소리는 하북팽가의 점거 실패라는 신호였다.

혹시나 싶어서 절정 무인 둘을 포함시켰는데 실패라니?

하북팽가에 그런 저력이 숨어 있었단 말인가?

“이제 어쩔 거냐?”

금문종은 여전히 떨리는 눈으로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준비해 놓았던 수가 모두 실패를 했다.

구도문의 무인들은 모조리 썰려 나갔고, 절혼삼검도 모두 죽어 버렸다.

거기에 더해서 하북팽가를 점거하는 것도 실패해 버렸고 말이다.

“원하는 게 있나?”

금문종은 지금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당장 팽중호를 막을 수 없다.

구웅악과 그의 문도들이 아직 남았다지만, 그들로는 분명 팽중호를 막아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잃더라도 거래를 하는 것이 맞았다.

“원하는 거? 있지.”

“말해 봐. 다 들어주지.”

금문종은 팽중호가 원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 순간 다시금 평정을 되찾았다.

상대방이 거래를 한다고 하면 지금의 상황은 얼마든지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고, 훗날을 다시금 노려볼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금호상단 전부.”

“……? 뭐라?”

“네가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미쳤군!”

금문종의 두 눈이 분노로 인하여 다시금 떨리기 시작했다.

가진 걸 다 내놓으라니?

이건 그저 자신을 기만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 소리였다.

“싫어? 그럼 잠깐만 기다려. 안 싫게 해 줄게.”

팟-

본래 먼저 움직이지 않던 팽중호가 먼저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타난 곳은 구웅악과 3공자였던 팽도경의 앞.

“이, 이……!”

“사, 살려……!”

서걱--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팽중호를 보고 저마다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단 일수에 두 사람의 목이 그대로 베어졌으니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천천히 금문종에게 걸어가는 팽중호.

주변의 모든 것이 침묵하는 와중에 팽중호의 발걸음 소리가 마치 벼락이 떨어지는 것처럼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처억-

그리고 금문종의 바로 면전 앞까지 당도한 팽중호.

금문종은 그런 팽중호를 보고 눈은 물론 몸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북팽가의 소가주한테 자객을 보냈으면 뒤질 각오는 한 거잖아? 그렇지?”

“…….”

금문종은 여기서 자신들이 자객을 보낸 것이 아니란 발뺌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궁리하기 시작했다.

“금호상단이 가진 것의 오 할…… 오 할을 주지.”

그렇게 금문종의 머릿속에서 나온 해답은 금호상단이 가진 것의 오 할을 준다는 것이었다.

하북성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금호상단의 오 할이라면 분명 어마어마한 것.

금문종은 이 정도라면 팽중호가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말귀를 못 알아먹나? 전부라니까?”

“나를 죽여도 전부는 못 준다!”

“그래?”

서걱- 투우욱-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금문종의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금문종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고통에 주변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고, 그 모습은 남아 있던 구도문의 무인들과 금호상단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었다.

“다시 말할게. 전부 내놔.”

“끄으윽…… 끄윽…… 이, 이! 정도의 길을 걷는 하북팽가가 이래도 되는 것이냐!!!”

거의 발악을 하듯 소리를 지르는 금문종.

그런 금문종에게 팽중호는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도의 길? 풉. 힘 있는 놈이 가는 길이 정도의 길인 거야.”

무림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도의 길을 걷는 세력 중 가장 이름난 세력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들이 정말로 의와 협을 가지고 바른길을 가고 있을까?

아니다.

그들은 가진 힘을 바탕으로 세를 늘리고 이익을 취득하면서, 정도의 길을 걷는다 말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실상 까놓고 보면 그들이나 사도문파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정말 의와 협을 논했다면, 하북팽가가 이 모양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무림이 이런 약육강식의 세계도 아니었을 터다.

어찌 되었건 정도의 길이란 것은 힘이 있는 자들이나 갈 수 있는 길이고, 지금 힘이 있는 자는 하북팽가였다.

즉, 지금은 하북팽가가 가는 길이 정도의 길인 것이었다.

“자. 마지막으로 물을게. 뒤질래? 아니면 내놓을래?”

“…….”

길어지는 금문종의 고민.

여기서 전부 내놓지 않겠다고 하면 팽중호는 정말로 자신의 목을 칠 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궈 놓은 것을 모두 빼앗긴다면, 죽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 아닌가?

“춘오야.”

“예.”

“와서 네가 잘 좀 어떻게 해 봐라. 네 말도 안 들으면, 그냥 베어 버리려니까.”

팽중호의 말에 장춘오가 금문종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조곤조곤 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거래처랑 이런저런 장부만 싹 내놓으십쇼. 그럼 제가 알아서 싹 정리하고, 우리 상단주님 평생 먹고살 만큼 돈은 드릴 테니까.”

“나보고 돈을 줄 테니 먹고 떨어지란 것이냐?”

“먹고 떨어지란 게 아니라. 그거라도 받으시고 사시라는 겁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 않습니까.”

“…….”

금문종은 아주 잠깐 도대체 이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했다.

분명 탄탄대로를 달리던 금호상단이 하루아침에 단 한 명에 의해서 몰락해 버렸다.

자신들이 전면전에 응했으니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는 상황.

무림맹에 요청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들이 자신을 위해 움직여 주지 않을 것임을 잘 알았기에 포기했다.

“오늘부로 금호상단의 문을 닫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결국 금문종은 금호상단의 모든 것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금문종의 포기 선언과 함께 장춘오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모든 장부들을 파악하고, 그것이 맞는지 확인하였다.

사람 혼자서 가능한 분량이 아니었지만, 장춘오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춘오야. 너 정도면 저기 제갈 놈들한테도 밀리지 않겠다.”

“제갈세가 사람들 말입니까? 뭐,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무림에서 머리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 바로 제갈세가다.

팽중호는 지금 장춘오가 그 제갈세가 사람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지금 장춘오가 보여 주는 모습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자. 그럼 얼추 끝났고, 남은 건 태도상단이랑 더 봐야겠습니다.”

“그래. 좋아.”

“으드득. 그래…… 네놈들이 어떻게 힘이 생겼나 했더니, 태도상단이 도와주었군.”

한쪽에서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던 금문종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자신들이 당한 것이 하북팽가의 힘이 아니라, 태도상단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 망해 가는 하북팽가가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 수는 없으니 말이다.

“뭐? 태도상단이 우릴 도운 게 아니라, 우리가 태도상단을 도와주는 거지. 정확히 말하면.”

물론 지금은 서로 큰 관계가 없지만, 오늘이 지나면 분명 태도상단은 하북팽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올 것이다.

아니, 아마 절을 할지도 몰랐다.

금호상단이 가진 거래처들을 그들에게 주면 단숨에 하북제일상단으로 올라설지도 모르니 말이다.

툭-

“자, 이거. 네 금고에서 넉넉히 챙긴 거니까, 가지고 갈 길 가라.”

팽중호는 금문종에게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던졌는데, 그 안에는 금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이 평생을 놀고먹어도 될 만큼의 금화였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 놓은 금문종의 재산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네놈들은…… 분명 오늘을 후회할 것이다.”

“꼭 팔 한 짝씩 잘리면 저 소리를 하더라. 네가 어디 가서 힘을 키워서 다시 와도 문제없으니까, 빨리 여기서 꺼져라. 더 지껄이면 약속이고 뭐고 목을 날려 버릴 테니까.”

스윽-

금문종은 남은 한쪽 팔로 금화 주머니를 챙기고,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렇게 복수하고 싶으면 저기 서문세가로 가 봐라. 거기면 너 받아 줄지도 모르니까.”

금문종의 등에 대고 한마디를 더 내뱉는 팽중호.

금문종의 등이 일순간 분노로 떨려 왔지만, 이내 분을 삼키고 다시금 걸음을 재촉해 사라졌다.

“괜히 자극하시는 거 아닙니까? 분명 어떤 수로도 칼을 들이밀러 올 텐데.”

“그러라고 자극하는 거야. 그때는 그냥 바로 목을 베어 버리게.”

팽중호는 은원(恩怨)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은혜는 받은 만큼, 원한은 백배로 돌려주는 것이 이치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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