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거봐. 문제없지?
“잡것들? 지금 우리를 보고 한 말이더냐?”
“우리가 누구인지는 알고 하는 말인가?”
“감히 절혼삼검인 우리에게…….”
절혼삼검은 팽중호의 ‘잡것들’이란 말에 저마다 한마디씩을 내뱉었다.
그들은 어디 가서 잡것들이라는 소리를 들을 자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절혼삼검? 꼭 약해 빠진 것들이 그렇게 뭉쳐 다니면서, 삼검이니, 삼도객이니 하는 거지.”
“크크큭크크크…….”
팽중호의 발언에 와락 얼굴이 구겨지는 절혼삼검.
그리고 뒤에 있던 장춘오는 이 발언에 웃음을 참지 않고 흘렸다.
생각해 보면 딱히 팽중호의 말이 틀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소위 무림에서 말하는 초고수들은 저렇게 서넛씩 뭉쳐 다니지 않으니 말이다.
“미치겠군. 이런 개망나니 같은 놈을 보다니.”
“내가 오늘 저 두 새끼를 죽이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져 죽을 것 같소 형님.”
“저도 마찬가지요! 당장 쳐죽일 거요!”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발끈하는 절혼삼검.
그리고 그런 그들을 자극하듯이 팽중호가 손가락으로 덤비라는 듯이 까딱거렸다.
“덤벼.”
“놈!”
“노오옴!”
“뒈져!”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달려드는 절혼삼검이었는데, 분노한 와중에도 그들은 완벽한 합으로 움직이며 팽중호를 압박해 왔다.
세 사람이 이루는 완벽한 합격은 웬만한 고수들은 제대로 대처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이 합격에 팽중호가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잡것들이 뭉쳐 봐야 잡것들이지.”
파지지지지직-
카아아앙- 카앙- 깡-!
팽중호가 도를 휘둘러 한 번에 절혼삼검 셋 모두를 쳐 내었다.
분명 한 번에 쳐 낼 수 없도록 완벽하게 일치된 순간에 찔러 들어갔는데 말이다.
촤아아아아악-
절혼삼검은 팽중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쭈욱 밀려났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손아귀를 바라보았는데,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야. 그래도 검은 안 놓쳤네? 잡것들 중에는 좀 나은 잡것들인가 보다?”
“…….”
절혼삼검은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눈앞의 팽중호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전력을 다해도 쉽지 않은 상대.
꽈아아악-
절혼삼검은 찢어진 손아귀의 고통도 참아 내며 검을 다시 꽉 쥐었다.
사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아주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힘을 다해서 이 싸움에 임하기로 한 것이다.
팟- 팟- 팟-
동시에 다시금 팽중호에게 달려드는 절혼삼검.
그 속도와 기세가 좀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학습 능력이 딸리는 건가?”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뇌륜참철(雷輪斬鐵).
뇌기가 바퀴의 형태를 이루었고, 그대로 달려들던 절혼삼검에게로 퍼져 나갔다.
전에 하북팽가의 장로들에게 썼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와 위용의 뇌륜.
팽중호는 절혼삼검을 아예 죽일 생각이기에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것이다.
카가가가각-!
갑자기 자신들의 코앞에 나타난 뇌륜을 급하게 검으로 막는 절혼삼검.
엄청난 격돌에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했는데, 너무나도 평온한 팽중호에 비해 절혼삼검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계속해서 뒤로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막아 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
서걱- 서걱- 서걱-
물론 그런 그들의 노력은 금방 끝이 났다.
그대로 그들의 몸통이 양분되었으니 말이다.
“또 나올 놈들 있으면 빨리 나와라. 이제 슬슬 배고프니까.”
* * *
금문종은 절혼삼검이 죽는 순간, 그대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꽤 비싼 돈을 주고서 들인 절혼삼검이었는데, 너무나도 쉽게 죽어 버렸다.
돈값을 조금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금 상단주님. 아무래도 저도 나서야겠소.”
구웅악은 자신의 도를 굳게 쥐고 앞으로 나설 태세를 갖추었다.
솔직히 팽중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미 팽중호로 인해서 구도문의 전력의 구 할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여기서 자신만 남아 봐야 구도문은 이미 회생 불가였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도라도 휘둘러 보고 그들과 같이 갈 생각이었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구 문주님.”
앞으로 나서려는 구웅악을 말리는 금문종.
금문종은 아직 구웅악이 쓸모가 있는 자라 판단했기에, 그냥 죽으러 가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자신에게는 마지막 패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패는 팽중호가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먹히는 패였다.
“내가 금호상단의 상단주인 금문종이다.”
금문종이 몇 발짝 앞으로 나와 팽중호를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건들거리는 자세로 서 있던 팽중호의 시선이 금문종에게 향했다.
“너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잘 봤다. 하지만…… 과연 네가 없는 하북팽가도 그럴까?”
“응? 뭔 소리냐?”
“지금쯤이면 우리 금호상단에서 보낸 이들이 하북팽가를 점거했을 거다.”
금문종이 절혼삼검을 부르면서 부하에게 같이 내린 명령은 미리 준비해 놓은 이들을 보내어 하북팽가를 점거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미리 하북팽가 주변에 무인들을 숨겨 두었고, 그들에게 특수 신호가 오면 곧바로 하북팽가를 공격해 점거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들의 실력이면 이빨 빠진 하북팽가쯤은 이미 점거를 끝냈을 터였다.
“아까 무슨 피리 소리 같은 게 들리더니 그게 신호였나 봐?”
“그걸 듣다니 대단하군. 맞아, 천리적의 소리가 바로 하북팽가를 점거하라는 신호였다.”
천리적(千里笛).
천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소리를 듣게끔 할 수 있다는 피리.
물론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수한 무공을 익히거나, 뛰어난 기감을 가진 이만이 들을 수 있었다.
팽중호는 오로지 기감만으로 이 천리적의 소리를 들은 것이니 분명 대단한 것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가 이 소리를 들었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거기에 초절정이라도 있냐?”
“절정 무인이 둘이 갔다. 지금 너희 하북팽가에 남은 이들로는 벅찬 상대지.”
금문종이 아는 정보로 지금 하북팽가에 절정 무인으로 칠 수 있는 자는 대장로인 팽조운 뿐.
팽조운 혼자서 지금 하북팽가로 향한 두 명의 절정 무인을 이길 수 없을 터였다.
“그럼 뭐 문제없겠네.”
“하하하! 허세를 부리긴. 잠깐만 기다리면 곧 하북팽가가 점거가 되었다는…….”
삐이이익-
그때 금문종의 귓가에 들리는 피리 소리.
그리고 그와 함께 금문종의 두 눈이 떨려 오기 시작했다.
“거봐. 문제없지?”
“이, 이게 도대체…….”
* * *
하북팽가로 들어서는 수십 명의 무인들.
그들은 금호상단에서 하북팽가의 점거를 위해 보낸 무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두 명의 절정고수.
잔랑도(殘狼刀)와 폭렬권(爆裂拳).
하북에서 활동하는 낭인들로, 손속이 잔악하기로 이름이 높은 이들이었다.
둘은 오랜만에 손에 피를 묻힐 생각에 굉장히 들떠 있는 상태였다.
“키키킥. 망해 버린 곳이라 그런지 뭣도 없어 보이는군.”
“패 죽일 맛이나 있었으면 좋겠군.”
하북팽가의 모든 무인들이 나와서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보기에 지금 하북팽가의 무인들은 죄다 오합지졸처럼 보였다.
“무슨 일로 오셨는가?”
하북팽가의 무인들 중 가장 앞서 나선 이는 대장로 팽조운.
팽조운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하북팽가로 쳐들어온 무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쉽지 않겠구나.’
팽조운은 한눈에 잔랑도와 폭렬권이 범상치 않은 자들임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기운을 숨기지 않고 마구 뿜어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뭐, 알 것 있나? 이제 다들 저승으로 갈 건데. 키킥.”
잔랑도의 명백한 비웃음.
이 웃음에 하북팽가 무인들의 표정이 모두 와락 구겨졌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북팽가 무인들의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
바로 곽채령과 도수였다.
“저승은 당신들이 갈 것 같은데요?”
“주군께서 지키라고 하셨으니, 너희는 더 이상 안으로 못 들어간다!”
여유로운 목소리의 곽채령과 위풍당당하게 외치는 도수.
잔랑도와 폭렬권의 시선이 자연스레 둘에게로 향했다.
아직 젊디젊은 곽채령과 도수를 보고, 젊은 놈들이 으레 실수하는 객기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전해 들은 정보로 하북팽가에서 조심할 사람은 팽조운 딱 한 사람뿐이었다.
젊은 남녀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전혀 없었다.
“객기를 잘못 부리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마!”
말과 동시에 도를 출수하는 잔랑도.
그의 도에 어느새 도기가 둘러져 있었는데, 확실히 빠르기와 위력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파아앙-
하지만 그런 잔랑도의 도가 도중에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도를 튕겨 낸 장본인은 바로 곽채령.
곽채령이 장법으로 가볍게 잔랑도의 도를 쳐 낸 것이었다.
“헛!”
잔랑도는 자신의 도를 타고 전해져 오는 묵직한 떨림에 일순간 도를 놓칠 뻔하였다.
마치 묵직한 쇳덩이를 내려친 듯한 떨림.
잔랑도의 생존 신호가 경고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눈앞의 여자가 아주 위험하다고 말이다.
“어때요? 객기는 아닌 것 같죠?”
“흥. 재주는 있나 보구나.”
잔랑도의 두 눈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했다가는 분명 질 터.
제대로 모든 힘을 뿜어내야만 했다.
“이번에는 제가 가욧!”
타타탓-
길쭉한 다리로 순식간에 잔랑도와의 거리를 좁혀 오는 곽채령.
잔랑도는 곽채령에게 지근거리를 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을 놀렸지만, 결국 곽채령에게 거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틈을 들어오는 곽채령의 장법.
- 혼원벽력장(混元霹靂掌). 낙뢰붕산(落雷崩山).
파직- 파지지직-
곽채령의 손바닥에 뇌기가 모이고, 그 뇌기가 그대로 잔랑도에게 쭈욱 뻗어 나갔다.
잔랑도는 위력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급하게 몸을 틀어서 뇌기를 피했는데, 흘러 지나가야 할 뇌기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다시금 잔랑도를 쫓아왔다.
초식을 펼쳐 내었는데 도중에 방향을 바꾼 것이었다.
보통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게 되면, 내상을 입거나 내공이 흩어져 버린다.
하지만 곽채령은 마치 원래 이런 초식이라는 것처럼, 방향을 손쉽게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팽중호가 누차 말했던, 곽채령의 재능이었다.
퍼억-
그대로 잔랑도의 가슴팍에 꽂힌 곽채령의 일수.
“커억……!”
콰당탕-
잔랑도가 왈칵 피를 내뿜으며 그대로 허공을 날아가 바닥에 처참하게 고꾸라졌다.
그리고 미동도 하지 않는 잔랑도의 몸.
지금 이 일수에 그대로 절명해 버린 것이었다.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는 위력.
“저쪽은 치열하네.”
손쉽게(?) 잔랑도를 처리한 곽채령은 옆에서 싸우고 있는 도수와 폭렬권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어느 한쪽이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백중세.
물론 그럼에도 아주 미세하지만 조금씩 도수가 우위를 점해 나가는 것이 보였다.
“전에는 삼류라고 들었는데…… 대단하시다.”
곽채령이 듣기로 도수는 팽중호를 만나기 전까지 삼류 수준의 무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도수가 절정 고수인 폭렬권을 상대로 백중세를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미세하지만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팽중호의 뛰어난 가르침(?) 덕도 있겠지만, 그만큼 도수가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분명 도수는 대단한 사람이 맞았다.
“어디 이것도 막아 낼 수 있는가 보지.”
콰아아아아아-
폭렬권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터져 나왔고, 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화살처럼 도수에게로 튕겨 나갔다.
곽채령이 보기에 이 공격은 지금의 도수가 막아 내기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아니, 곽채령뿐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폭렬권의 기세가 무시무시했으니 말이다.
“도수 님 위험……!!”
곽채령이 도수에게 위험하다고 알리려던 순간.
도수의 도가 아주 묵직한 묵색(墨色) 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 노호진산도(怒虎振山刀). 노호진천(怒虎振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