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24화 (24/200)

24화 지랄하고 자빠졌네.

금호상단의 정문에 도착한 팽중호와 장춘오.

금호상단을 지키는 문지기들이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막아섰다.

“멈추시오!”

“무슨 용무로 오셨소!”

오랜 문지기 경험에 의해 뭔가 저 팽중호와 장춘오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문지기들은 바로 만반의 준비를 하며 물었다.

“여기에 있는 너네 윗대가리들 좀 만나러 왔는데.”

“지금은 만나실 수 없소.”

“내가 들어가야겠다면?”

챙- 챙-

곧바로 문지기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팽중호도 도를 꺼내어 들었다.

“역시 말로 하면 안 들을 줄 알았지. 자, 미리 경고는 해 둘게. 지금부터 내 앞을 막으면 모조리 베어 버린다.”

“제압해!”

“잡아!”

문지기들이 일제히 팽중호에게 달려들었다.

“춘오야. 너는 그냥 내 조금 뒤에서 잘 따라오기만 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크크. 그래.”

파지지지지직-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달려오던 문지기들이 그대로 모두 달려오던 중에 베어졌다.

팽중호에게 닿지도 못하고 말이다.

“문을 닫아!!!”

팽중호의 압도적인 실력을 보고는 급하게 정문을 닫는 남아 있는 문지기들.

쿠구구구궁-

팽중호가 느긋하게 움직였기에 결국 정문의 문이 완전히 닫히고 말았다.

두껍기 그지없는 금호상단의 정문.

문지기들은 이 틈에 내부에 이 상황을 알려 고수들을 불러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콰앙-!!!

콰드드드득-

두꺼운 정문이 굉음과 함께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그 정문을 힘으로 부순 것은 바로 팽중호.

팽중호는 부서진 문을 헤치고 금호상단 안으로 들어섰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빠르지 않은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들어오는 팽중호와 장춘오.

조금 전 팽중호의 강함을 본 문지기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고, 그저 주시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냐!”

그때 정문 쪽에서의 굉음을 듣고, 안쪽에서 무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 구도문의 숙련된 무인들.

문지기들은 이들이라면 안으로 들이닥치는 팽중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웬 놈이기에 감히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느냐!”

“하북팽가의 소가주다 임마.”

“……!! 팽중호!”

구도문 무인들은 팽중호를 보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하북팽가와 전면전을 시작한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하북팽가의 소가주이자 가장 요주의 인물이 지금, 꼴랑 한 명 데리고 적진 한가운데에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가서 빨리 윗대가리들 좀 나오라고 해. 괜히 엄한 사람들 죽게 하지 말고.”

“이 앞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거다!”

“하아…… 참 사람 말을 드럽게 안 들어 처먹어. 그럼 죽어야지 뭐. 날 원망하진 마라.”

파지지지지직-

팽중호의 도에서 뇌기가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아주 진득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피부가 저리고 숨이 막힐 정도의 살기.

“주, 죽여!”

“으아아아!”

구도문 무인들은 이 살기에 저항하기 위해 소리를 내지르며 팽중호에게로 달려들었다.

분명 아주 위협적으로 달려드는 그들이었는데, 왜인지 불길에 스스로 뛰어드는 불나방같이 위태해 보였다.

서거걱- 서걱-

팽중호가 도를 휘두를 때마다 한 번에 두세 명씩 그대로 목이 떨어져 나갔다.

본래라면 피바다가 되어야 했지만, 팽중호의 뇌기 때문에 베인 부분이 타 버려 피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살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조금 날 뿐.

“괜히 목숨 갔다 버리지 말고, 윗대가리들 데리고 오면 된다니까?”

“어서, 그분들에게 상황을 알려라!”

“예!”

한 무인이 부리나케 뒤로 돌아 달렸다.

팽중호는 그 모습을 아주 흡족하게 바라보며, 계속 천천히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무인들도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주춤 물러나며 대치를 하고 있었다.

그때 팽중호의 앞에 또 다른 문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외원과 내원을 구분하는 문이었다.

“저 문도 부서야 되겠네.”

팽중호가 막 내원의 문을 부수려 할 때였다.

2명의 인영이 문을 뛰어넘어서 팽중호의 앞으로 나타났다.

“쯧쯧. 이놈들아 비켜라. 우리가 저놈을 막겠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두 명의 중년 무인.

그들은 구도문의 좌우호법이자, 문주 참도객과 함께 하북삼도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패도객(敗刀客)과 쾌도객(快刀客)이었다.

그들은 팽중호가 일으킨 소란에 대해 전해 듣고 이렇게 직접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춘오야.”

“예.”

“저놈들은 윗대가리 아니지?”

“꽤 높은 거 같은데, 어차피 상단주랑 문주급 아니면 쓸모없습니다.”

“그럼 베어 버린다?”

“예. 그러십쇼.”

팽중호는 패도객과 쾌도객이 나름 때깔이 좋아 보였기에 혹시나 싶어서 장춘오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하하. 이것 참 우리가 아주 병신으로 보이나 보군.”

“어린놈이니 모를 수도 있지만, 그걸 모르는 대가는 확실히 알려 줘야겠어.”

패도객과 쾌도객은 자신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팽중호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은 이 하북성에서 이름이 드높은 하북삼도객이었다.

감히 이제 막 약관을 넘긴 팽중호가 어찌해 볼 자가 아니란 것이다.

팽중호가 하북팽가에서 장로들의 팔을 베어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하북팽가의 장로들은 자신들보다 몇 수 아래의 무인들.

그 정도는 자신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면전 중이니, 소가주라고 해도 죽여도 되겠지.”

“자네가 먼저 나서겠나?”

“그러지.”

패도객이 먼저 팽중호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거대한 도를 들고 있었는데, 그만큼 힘 넘치는 도법이 그의 특징이었다.

“한 번에 덤비는 게 편한데…….”

“아직도 주둥이를 놀리는구나.”

“나 정도면 주둥이 좀 놀려도 되거든.”

“하하하. 그 주둥이부터 아주 박살을 내 주마.”

파앗-

패도객이 순식간에 팽중호와의 거리를 좁히며 날아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휘둘러지는 거대한 도.

거대한 도기까지 둘러져 있었는데, 느껴지는 위력이 확실히 범상치 않아 보였다.

“이게 바로 하북팽가를 뛰어넘은 나의 패도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파지지지지직-

팽중호의 도에 서린 뇌기가 더욱 강하게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대로 패도객의 도와 맞부딪쳐 나갔다.

하북팽가를 뛰어넘은 패도라고 떠들어 대는 패도객에게 진짜 하북팽가의 패도를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콰가가각-! 콰창-! 서걱-

팽중호의 도와 패도객의 도가 맞부딪치자 아주 잠깐 힘 싸움을 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패도객의 도가 그대로 박살이 나며 패도객의 목까지 베어 버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이게 하북팽가의 패도다. 어딜 같잖은 게. 쯧.”

“이, 이게…… 무슨…….”

뒤에서 상황을 관망하던 쾌도객은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잠시간 인지하지 못했다.

겨우 단 일합 만에 패도객의 도가 부서지고, 머리가 베이다니?

이게 지금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너도 저 꼴 나기 싫으면 비켜.”

“이, 이 노오오옴!!!”

쾌도객은 패도객의 복수를 위해서 팽중호에게 달려들었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면 도망을 치는 것이 맞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쾌도를 익힌 것 같은데, 평정심이 무너지면 안 되지.”

서걱-

“억……?”

쾌도객은 막 도를 도집에서 꺼내려고 했는데, 무언가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이 거꾸로 보이고, 자신의 다리 사이를 지금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이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툭- 데구르르르-

그렇게 쾌도객이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쾌도객의 머리가 따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하북삼도객 중 두 명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팽중호에게 당한 것이다.

“계속 가다 보면 나오겠지?”

“여기만 넘으면 아마 곧 나올 겁니다.”

콰쾅-!

내원의 문까지 부숴 버린 팽중호와 뒤를 따르는 장춘오는 그렇게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 * *

구도문 문주 참도객 구웅악은 작금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아끼던 아우들은 이미 명을 달리한 뒤였고, 수많은 문도들도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단 한 명에 의한 것이란 것이 더욱 믿기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저저저, 아, 악귀 같은 놈.”

지금 구웅악의 옆에는 하북팽가의 3공자였던 팽도경이 있었는데, 지금 팽도경은 두려움에 말은 물론 몸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팽도경은 이번에 구도문과 금호상단의 힘으로 하북팽가를 정리하면 새롭게 가주가 되기 위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인데, 지금 구도문의 무인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들이 모두 죽으면 그다음은 필시 자신 차례일 테니 말이다.

“너무 걱정들 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손을 써 보겠습니다.”

그때 금문종이 꽤 차분하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는 지금 구도문 무인들이 속절없이 팽중호에게 당한 것을 보고도 조금도 불안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가서 식객들을 불러오고,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거라.”

“예. 상단주님.”

금문종은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고, 부하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금호상단의 한쪽에서 세 명의 인영이 새로이 나타났다.

현재 금호상단에 식객으로 머무는 자들이었다.

“아니?! 저들이……?!”

세 사람의 식객을 보고 구웅악은 깜짝 놀랐다.

지금 나타난 저들은 절대로 식객이나 하고 있을 자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구 문주님.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금문종.

지금 데려온 식객들은 사실 하북팽가를 위해 섭외한 자들은 아니었다.

그 이상을 위해 준비해 둔 자들인데, 상황이 상황이니 지금 쓸 수밖에 없었다.

‘미리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고 좋겠지.’

소문은 분명 대단한 자들이지만, 실제 실력을 본 적은 없는 자들.

금문종은 지금이 그 실제 실력을 보기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금 상단주. 우리까지 나서야 할 문제요?”

“하하하, 정말 죄송하지만 한번 힘을 좀 써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알았소. 안 그래도 조금 심심하던 차였는데, 잘 되었소.”

“절혼삼검분들만 믿겠습니다.”

절혼삼검(絶魂三劍).

그들은 하북성만이 아니라, 산서성, 산동성에서도 꽤 이름을 날리는 무인들이었다.

하북성에서만 이름을 날리는 구도문이나 하북삼도객과는 비할 수 없이 강한 자들이었다.

“금 상단주님. 정말 준비가 철저하시구려.”

구웅악은 금문종의 준비성에 감탄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한 것들을 항상 준비해 놓고 있었다.

5공자가 실패하자 바로 자신들과 손을 잡았고, 지금 또 자신들이 실패할 것 같자, 곧바로 절혼삼검이라는 패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눈치를 봐서는 절혼삼검이 실패할 때를 위한 것도 준비해 둔 것 같았다.

금문종은 철저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이었다.

“하하하. 돈이 많이 든다고 해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자자, 천천히 저들의 실력을 구경해 보지요.”

“알겠소이다.”

금문종과 구웅악은 시선을 절혼삼검과 팽중호에게로 옮겼다.

지금 두 사람의 관심은 소문만 들어 왔던 절혼삼검의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이고, 하북삼도객 중 둘을 베어 낸 팽중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였다.

지금 팽중호는 수많은 무인들을 베어 내고, 거기에 더해서 패도객, 쾌도객과 싸웠으니 분명 몸이 성치 않을 터였다.

그런 상태에서 절혼삼검을 상대로 버티는 것은 분명 불가능할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하…… 진짜 별 잡것들이 계속 나오네 진짜.”

조금도 지치지 않고, 조금도 긴장한 기색이 없는 팽중호의 목소리가 주변 모두가 들을 수 있게끔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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