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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22화 (22/200)

22화 힘으로 다 때려 부수면 되는걸.

벽력공은 팽중호가 하북팽가에 남은 2장로와 각주들을 위해 만든 내공 심법이었다.

혼원벽력신공을 일부 변경해, 더 익히기 쉽게 만든 것.

물론 그렇다고 위력이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나름 혼원벽력신공과 비슷한 수준의 위력은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낼 수 있는 내공 심법이었다.

“오늘부터 이걸 익혀.”

“가, 감사해요.”

곽채령은 아직까지 몸이 욱신거렸지만, 얼른 팽중호가 전해 주는 벽력공을 받아들었다.

새로운 무공을 향한 그녀의 열망을 이까짓 아픔이 멈출 수는 없었다.

“자자. 대련 구경은 이쯤으로 하고, 다들 다시 수련 시작합시다.”

“예!”

다들 이 짧은 대련에 무언가 자극을 받은 것일까?

한층 더 목소리가 우렁차져들 있었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수련은 계속되었고, 팽중호는 모든 수련을 끝까지 직접 지도하다가 늦은 밤에 자신의 처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달조차 구름에 가려 희미한 빛을 내뿜어 아주 지독한 어둠이 깔린 밤.

“흐흐흠~ 이 야밤에 손님들이 많이도 오셨네.”

텅 빈 자신의 처소를 바라보며 손님이 많다고 말하는 팽중호.

귀신이라도 보는 것일까?

하지만 팽중호의 말과 동시에 팽중호의 처소에 짙은 살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는데……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나 보네.”

사사삭-

그리고 또다시 팽중호의 입이 열렸을 때, 아주 미약한 움직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슉- 슉- 슈슉- 슈슈슈슈슉-

갑자기 팽중호의 사방에서 날아오는 수십 개의 암기.

팽중호는 그 암기들을 빤히 바라보다가, 비릿한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도를 꺼내 들었다.

파지지지지직-

카가가가가가강-

팽중호의 도에 뇌기가 번쩍이자, 팽중호를 향해 날아오던 암기들이 모조리 바닥에 떨어져 나갔다.

“이런 장난감들로 놀 생각 말고, 앞으로 나와라.”

스슥- 탓- 스슥- 탓-

순식간에 팽중호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여덟 개의 검은 그림자.

모두 하나같이 검은 복면으로 두 눈 빼고는 모두 가리고 있었고, 보통의 검보다 조금 짧은 검을 들고 있었는데, 이들의 정체는 바로 하북성에서 가장 유명한 살수들인 하북팔은랑(河北八隱狼)이었다.

지금까지 하북성에서 단 한 번의 살행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는 특급 살수들.

그런 하북팔은랑이 지금 팽중호를 죽이기 위해 이렇게 하북팽가에 잠입해 든 것이었다.

“뭐, 물어본다고 대답은 안 할 건 알고 있으니까, 그냥 바로 싹 다 죽여 줄게.”

물론 팽중호는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 누가 보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저들을 보냈을 놈은 정해져 있었고, 저들은 어차피 여기서 싹 다 죽을 테니 궁금할 이유가 없었다.

사사삭- 사사삭-

갑자기 팽중호를 중심으로 정신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는 하북팔은랑.

그들은 어느 정도 팽중호의 실력에 대해 전해 들었기에, 일 대 일로 붙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합격진을 이용해서 팽중호를 죽일 생각이었다.

팔랑살호진(八狼殺虎陳).

그들이 자랑하는 합격진으로, 여덟 명이 힘을 합쳐 한 명의 고수를 죽이는 것에 최적화된 합격진이었다.

이 합격진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고수들을 죽여 온 그들이기에, 이번에도 성공할 것임을 십 할 장담했다.

“나름 짜임새는 괜찮아 보이는데, 문제는…… 너네들 실력이 너무 허접한 게 문제네.”

파지지지지직- 서걱-

빠르게 움직이던 하북팔은랑을 향해 팽중호가 가볍게 도를 휘두르자 그대로 한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뇌기에 의해 단면이 타 버려 피조차 새어 나오지 못한 상태로 말이다.

“나름 살수라고 소리는 안 내서 좋네. 내가 오밤중에 시끄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씨익-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팽중호가 미소와 함께 하북팔은랑에 달려들었다.

챙강- 서걱- 카캉- 서걱-

그들은 곧바로 그들의 검을 들어서 팽중호의 도를 막으려 했는데, 오히려 검과 함께 그대로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압도적인 힘.

진정한 패도를 지금 팽중호가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팽가를 만나면, 막으려 하지 말고 피하라는 말도 못 들어 봤냐?”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너무나도 가볍게 하북팔은랑을 베어 내는 팽중호.

이제 남은 이는 겨우 하나.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일곱의 목이 달아난 것이다.

하북성을 주름잡던 살수들의 최후라기에는 너무나도 허망한 최후였다.

“자, 너도 동료 따라가라 이제.”

그때 마지막 남은 살수가 품에서 작은 구체를 하나 꺼내 들었다.

“이야. 화탄도 쓴다고? 이것들 보게. 돈이 많으니까 별 지랄을 다 하네.”

작은 구체의 정체는 바로 화탄이었다.

크지 않은 작은 화탄이지만, 이 주변을 초토화시키기에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을 터다.

팽중호는 살수도 모자라 화탄까지 쓰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화탄은 관에서 관리하는 물품으로 일반적으로는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을 지금 자신을 죽이려고, 살수에게 쥐여서 보낸 것이다.

“그런데 터트릴 거면 바로 터트렸어야지.”

서걱- 툭-.

화탄을 들고 있던 살수의 팔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데구르르르-

그대로 굴러서 팽중호의 앞에 도착한 화탄.

팽중호는 가볍게 발로 툭 차서 화탄을 손으로 들어 올렸다.

“어디 보자…… 관에서 만든 건 아니고, 흑상에서 구한 건가 보네.”

관에서 만든 것과는 다르게, 꽤 조악한 형태의 화탄.

이런 것은 어두운 시장인 흑상(黑商)에서 돈만 내면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가격은 이런 것도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기는 했지만 말이다.

“화탄 선물은 고맙네. 자, 그럼 너도 이만 가라.”

파지지지지직- 서걱-

마지막 남은 하북팔은랑마저 목이 떨어져 나갔다.

마치 식후 산책과 같이 가볍게 상황을 정리해 버린 팽중호.

팽중호는 도를 다시 도집에 넣어 놓고 시신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는데, 그때 누군가가 팽중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으음. 벌써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그래.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팽중호를 찾아온 인영은 바로 장춘오였다.

장춘오는 때마침 방금 막 들어온 정보를 팽중호에게 알리기 위해 오는 길이었다.

아까 팽중호가 지시했던 일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여기 아까 원하신 내용입니다.”

장춘오는 작은 족자 하나를 건네었는데, 그 안에는 장춘오가 조금 전 정보를 정리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것 봐라?”

내용을 읽어 내려감에 따라 팽중호의 입가의 미소가 점점 더 진해졌다.

예상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문세가가 금호상단에게 돈을 받고 하북팽가를 차지하기 위한 대결에서 빠졌다.’

처음 쓰인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바로 서문세가의 하북팽가 포기였다.

금호상단이 많은 재물을 서문세가에 주고, 그들로부터 하북팽가를 포기한다는 약조를 받은 것이다.

서문세가로서는 금호상단이 하북팽가를 접수한다고 해도 하북팽가를 없애 버린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기에, 나쁠 것 없는 제안이니 큰돈을 받고 흔쾌히 포기한 것이다.

어차피 1공자가 대판 당하고 온 시점에서, 하북팽가를 어떻게 하려고 하북까지 무인들을 보내는 것도 사정이 있어 힘든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밑에 쓰여진 또 다른 내용.

‘무림맹은 이미 썩어 버려 제구실을 하지 못하니, 힘없는 문파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무림맹은 정마대전 이후로 제구실을 조금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중소방파가 모두 찢어져서 서로의 이득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무림의 상태를 한마디로 말하면, 힘이 없으면 힘 있는 곳에 잡아먹혀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

작금의 무림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가 된 것이다.

팽중호는 그저 서문세가와 무림맹의 움직임이 어떤가 확인해 보려던 것인데, 생각 이상의 정보를 건졌다.

이러면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듯싶었다.

“이제 지금처럼 금호상단이 대놓고 저희를 공격해도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좋아. 내가 괜히 어렵게 가려고 했네. 힘으로 다 때려 부수면 되는걸.”

팽중호는 그래도 나름 무림맹의 눈치도 보이고, 정도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최대한 자제하면서 일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오히려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힘으로 해결하면 되니까.

“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저희 힘으로는…….”

장춘오는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 하북팽가의 전력으로는 절대로 금호상단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팽중호의 힘이 압도적이지만, 팽중호 개인의 힘만으로는 필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너한테 내가 무공 보여 준 날 기억하지?”

“예. 기억합니다.”

“그게 내 힘의 몇 할 일 거 같냐?”

“……칠 할 이상이라 생각합니다.”

“그거 일 할도 채 보여 주지 않은 거다.”

“예?”

“그때와 지금은 또 달라졌거든.”

팽중호의 실력은 지금 나날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팽중호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말이다.

지금이라면 전생의 반 정도의 힘은 낼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다만 내공이 조금 부족할 뿐이었는데, 그것 또한 해결할 방도가 있었으니 문제는 없었다.

“금호상단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해. 거기에 너랑 도수랑 채령이도 있는데 뭐가 문제겠어? 크크크.”

“하아.”

장춘오가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팽중호는 정말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춘오야. 작전 변경이다. 금호상단한테 전면전 한판 뜨자고 해.”

“하아…… 알겠습니다.”

하북팽가가 먼저 전면전을 신청하면, 금호상단은 옳다구나 하면서 넙죽 받아들일 것이다.

사실 그들이 먼저 전면전을 신청한다면 자칫 상단의 소문이 좋지 않게 퍼질 수가 있기에, 오늘처럼 살수를 보내서 처리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하북팽가가 먼저 싸움을 걸어온다면 금호상단은 그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킨다는 이유로 이 싸움을 받아들이면 평판을 깎아 먹지 않고도 하북팽가를 힘으로 집어삼킬 수 있게 된다.

“그럼 명분은 제가 알아서 만들어 볼까요?”

“그래. 그냥 적당한 걸로 하나 만들어 봐.”

그래도 싸움에 명분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냥 다짜고짜 싸우는 것은 사파들도 하지 않는 짓이었으니 말이다.

“천년삼 한 뿌리는 내가 오늘 먹는다. 남은 두 개는 적당한 의원에 가져가서 단약으로 만들어 달라고 해.”

“예.”

장춘오는 그렇게 다시금 명분을 만들기 위해 걸음을 돌려 사라졌고, 팽중호는 다시금 홀로 남았다.

아직 어두운 밤이었지만, 팽중호의 두 눈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아. 힘으로 일을 해결하는 건 딱 내가 원하는 건데, 이거 너무 좋은걸?”

팽중호는 일을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는데, 전생에는 사실 가문과 무림의 눈치를 보느라 많이 자제하면서 살았다.

그렇게 자제했어도 하북팽가의 망나니라고 불리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마음껏 날뛰어도 되는 판이 마련되었다.

“참…… 이거 후대에 정말 개망나니로 기록되는 건 아닌가 몰라.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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