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20화 (20/200)

20화 농땡이 치다가 걸리면…… 아시죠?

“끄아아악!”

“사, 살려 줘!!”

“죽여 주시옵소서!”

하북팽가에서 밤낮으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소리와 처절한 절규.

덕분에 최근 하북팽가 주변에는 요상한 소문이 돌기까지 하였다.

하북팽가의 새로운 소문주가 남아 있는 하북팽가 무인들을 고문한다는 소문이 말이다.

끼이이익-

그리고 이따금 하북팽가 밖으로 무인들이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들의 몰골은 온갖 고초를 당한 듯 모두 정상이 아니었다.

머리는 산발에 팔과 다리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으며, 눈동자는 퀭하고 입가에는 침까지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고문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들이 그러고도 다시금 하북팽가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자네 괜찮은가? 오늘은 쉬는 게 어떤가?”

“괘, 괘, 괜찮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아!!”

누군가 그들에게 괜찮냐고,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면 몸에 경련이라도 온 것처럼 부들부들 떨며 대답을 했는데, 사람들은 이상해도 그들이 괜찮다고 하니 더 이상 어떻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원…….”

“그래도 몸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네.”

“무슨 약물 실험이나 강시 실험을 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네.”

“예끼! 그래도 명문 정도의 길을 걷는 하북팽가인데, 그런 일을 하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저 모습은…….”

“그건 나도 모르겠네만…….”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하북팽가에서는 밤낮으로 비명 소리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넘어지는 소리 등이 들려오고 있었다.

* * *

“자자, 아직 기초 체력 훈련 단계인데 이렇게 뻗으면 어떻게들 하십니까?”

“커컥…… 허억…… 허억…….”

“주, 죽여…… 하악…… 하악…….”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흥건해서 물인지 땀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에, 입에서는 단내를 풀풀 풍기며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듯 숨을 몰아쉬며 쓰러져 있는 이들은 모두 팽중호에게 가르침을 받는 상급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지금 기초 체력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지옥과도 같은 수련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더 이상 팔다리가 머리의 명령을 따르지 못할 때까지 수련하고 또 수련하였다.

이게 무슨 말도 무식한 수련법이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팽중호의 폭력 앞에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자. 그만 쉬고 일어나십쇼. 안 그러면 제가 일 대 일로 한 분씩 어루만져 드리겠습니다.”

“히익!”

“헉!”

벌떡-

팽중호의 말에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던 이들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일대일로 팽중호에게 어루만져지면 어떤 꼴이 나는지 이미 다들 경험했기에 이러는 것이었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하는 고통을 선사해 주는 팽중호의 일 대 일 어루만짐.

이미 팔다리가 제 말을 듣지 않았지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자자. 빨리 강해지려면 기초부터 할 수밖에 없으니까, 불평들은 하지 마십쇼.”

“예…….”

“대답 소리가 조금 작으신 것 같습니다?”

“옛! 알겠습니다!”

“그래도 상급인데, 하급 무사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팽중호는 말을 하면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도수에게 수련을 받는 하급 무사들을 가리켰다.

하급 무사들을 상황도 상급 무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그들도 모두 엄청난 육체적 압박에 다들 죽어가고 있었다.

다만, 가만히 서서 수련을 시키는 팽중호와는 다르게 도수는 직접 자신도 함께 수련한다는 것이 달랐다.

도수가 직접 나서서 수련을 같이하니 다른 이들이 어찌 불만을 토로하고 쉴 수 있겠는가?

팽중호와는 다른 방법으로 하급 무사들을 조련(?)하는 도수였다.

“소가주님. 잠시 시간 좀.”

한창 상급 무사들을 들볶던 팽중호에게 장춘오가 다가와 시간을 내어 달라 했다.

그런 장춘오를 구원자를 바라보듯 바라보는 상급 무사들.

“그래. 다들 열심히 수련하고 계십쇼. 농땡이 치다가 걸리면…… 아시죠?”

“예!”

팽중호는 협박을 해 놓고는 장춘오를 따라서 장소를 옮겼다.

새롭게 팽중호가 머무르는 곳인 소가주전.

그 안에는 장춘오가 이리저리 정리한 문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무슨 일로 불렀어?”

“돈 때문에 불렀습니다.”

장춘오는 지금 다른 공자들이 모조리 떠난 후에 하북팽가에 남은 자금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장춘오의 생각 이상으로 문제가 꽤 심각했다.

정말로 남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모든 자금줄이 사라졌고, 가지고 있는 것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 지금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데?”

“길어야 한 달입니다.”

앞으로 한 달 뒤까지 돈줄을 못 만들면 저기 개방의 거지들마냥 밖에서 노숙은 물론이고, 동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한 달? 충분하네.”

“예?”

새로운 자금줄을 끌어 와야 하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은 분명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팽중호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한다.

장춘오는 무슨 수가 있느냐는 표정으로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그 5공자랑 3공자랑 손잡고 있는 상단이 어디라고 했지?”

“금호상단이란 뎁니다.”

“그럼 거기랑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곳이 어디인지 알아?”

“그건 태도상단입니다.”

시장바닥에 아무 장사꾼을 붙잡고 하북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상단이 어디 어디냐고 물어보면 열이면 열 금호상단과 태도상단을 이야기할 터였다.

태도상단(太道商團).

금호상단과 마찬가지로 하북성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단으로, 금호상단에 비해 규모 자체는 조금 작을지 몰라도 확실한 신용과 물품으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상단으로 유명했다.

다만 최근 금호상단이 공격적으로 태도상단의 거래처들을 뺏어가려 하고 있었기에 두 상단 사이의 관계는 거의 최악에 다다라 있었다.

“그래? 알았어. 나한테 태도상단 위치만 알려 줘.”

“계획이 있으십니까?”

“응. 가서 상단주 좀 만나고 오려고.”

“흠…… 일단 위치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드르르륵-

그때 안으로 곽채령이 들어왔다.

“제가 태도상단 위치를 알아요.”

잠깐 팽중호를 만나러 왔는데, 이야기 중이라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들어온 것이었다.

태도상단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곽채령은 두어 번 태도상단에 가 보았기에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럼 채령이 너도 나랑 같이 가자.”

“네. 좋아요.”

팽중호는 그렇게 지체 없이 곽채령을 대동한 채로 하북팽가를 벗어나 태도상단으로 향했다.

다행이라면 태도상단이 하북팽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방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거리기에, 서로 나란히 걸어가는 팽중호와 곽채령.

“저 소가주님한테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응? 뭔데?”

“저랑은 언제 대련해 주실 거예요?”

곽채령이 아까 팽중호를 찾아왔던 이유.

그것은 팽중호와의 대련을 위해서였다.

팽중호가 엄청난 실력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곽채령은 꼭 팽중호와 대련을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근래 팽중호가 너무나 바빠 보였기에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가, 오늘 팽중호가 잠시 시간이 냈다기에 대련을 부탁하기 위해 왔다가, 지금 이렇게 갑작스럽게 태도상단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가는 길에라도 물어보는 것이었다.

“오늘 일이 잘되면 해 줄게.”

“와아. 꼭이에요 꼭이요.”

“그래.”

그렇게 대련 약속까지 모두 정하고 나자 태도상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있는 거대한 전각.

그곳의 현판에는 ‘태도상단’이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여기가 태도상단이에요.”

“들어가자.”

팽중호는 지체 없이 태도상단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팽중호와 곽채령이 나타나자 누군가 부리나케 그들에게 다가왔는데, 태도상단의 상인 중 한 명이었다.

“하북팽가의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상인에게 정보는 곧 힘이자 돈이다.

그들에게 팽중호와 바뀌어 버린 하북팽가는 지금 최우선 주목 대상.

팽중호를 한 번에 알아보는 것은 당연했다.

“상단주님을 뵙고 싶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팽중호와 곽채령을 두고 빠르게 위층으로 사라지는 상인.

상인이 사라지고 둘은 잠깐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

그리고 그들 사이사이 무인들도 많이 보였다.

물품이나 돈을 노리는 자들이 꽤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상단과 무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와도 같았다.

많은 상단들이 좋은 문파와 계약을 하거나, 아예 상단 소유의 무력 세력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나쁘지는 않네.’

지금 태도상단을 지키고 있는 무인들의 수준은 썩 나빠 보이지 않았다.

당장 하북팽가에 남은 인원들보다도 실력이 좋아 보였으니 말이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상단주의 허락이 떨어졌는지, 상인이 팽중호를 인도해 올라갔다.

‘아직 하북팽가는 급이 안 된다 이 말이지…….’

예전이라면 하북팽가의 소가주가 행차했으면 상단주가 앞으로 나와서 맞이했을 터다.

그런데 확실히 하북팽가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니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었다.

‘뭐, 지금 아쉬운 건 이쪽이니까.’

팽중호는 지금은 일단은 따라 주기로 했다.

드르륵-

그렇게 최상층에 도착하자 문이 열렸고, 안에는 풍채 좋은 중년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부족하지만 태도상단을 맡고 있는 태철호라 합니다.”

태도상단의 상단주 무상(武商) 태철호.

태철호는 직접 상행의 가장 앞에서 상행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산적이나 도적들을 만났을 때도 가장 앞장서서 그들을 격퇴하는 것으로 유명한 자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무인이자 상인이라는 뜻으로 무상이라는 별호를 붙여 준 것이었다.

‘실력이 뛰어나군.’

지금은 쫓겨난 하북팽가의 장로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실력을 지니고 있는 태철호.

상인이 이 정도 실력이라면,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하북팽가의 소가주가 된 팽중호입니다.”

“자자. 자리에 앉으시지요.”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내어져 나오는 차와 다과.

딱 봐도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차와 다과였다.

“어쩐 일로 저희 상단을 방문하셨는지요?”

차를 마시며 가볍게 물어오는 태철호.

‘다 알면서 묻는군.’

팽중호는 태철호가 이미 자신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들의 정보력이면 이미 하북팽가가 어떤 상황인지쯤은 아주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태철호의 여유로운 두 눈이 그걸 반증해 주었고 말이다.

“바로 말하겠습니다. 태도상단과 거래를 트고 싶어서 왔습니다.”

“하하. 저도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태철호의 대답에 팽중호의 옆에 있던 곽채령은 안절부절못하는 눈치를 보였지만, 정작 팽중호는 조금도 동요치 않고 있었다.

“저희가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입니까?”

“예. 정확하십니다. 지금 하북팽가와 거래를 한다고 저희가 얻을 것이 없으니 말입니다.”

“……금호상단 완전히 없애 버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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