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5화 (15/200)

15화 세가에 있는 건물들 박살 날까 봐.

“뭐라?”

“허허…… 말세구나.”

“미친 것인가?”

팽중호의 말에 하북팽가 측에서 아주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대체로 아주 부정적인 반응.

하긴 당연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 머저리 병신이었던 팽중호가 조금(?) 실력을 쌓았다고, 자신들에게 팽가를 내놓든지 뒤지든지 중에 고르라고 하니 말이다.

하북지회에서 우승을 한 것은 분명 놀랍고 대견한 일일지 몰라도, 지금의 발언은 분명 선을 넘은 것이었다.

“4공자의 발언과 5공자와 5장로에게 행한 작금의 행동은 추후에 회의를 통해 의논할 터이니, 일단은 돌아가시오.”

하북팽가의 1장로가 나서서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려 하였다

지금 이곳에는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일단은 하북지회를 끝낸 후에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맞았다.

“좋습니다. 대신! 말씀드렸습니다. 3일입니다. 3일.”

휘익-

팽중호는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이곳을 빠져나갔다.

지금 이곳의 모든 시선이 팽중호에게 집중되었지만, 팽중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팽중호가 떠나고 잠시간 고요해진 주변.

이 침묵을 깬 것은 바로 하북팽가의 가주인 팽자성이었다.

“조금 이르지만, 이것으로 하북지회는 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팽자성은 조금 어수선하지만, 이대로 하북지회의 막을 선언했다.

본래라면 우승자에게 상품도 내리고 식도 거쳐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할 때가 아니란 것을 여기에 있는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다른 문파들도 팽자성의 말에 동의하였고, 역대 모든 하북지회 중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온 하북지회가 막을 내렸다.

떠난 문파들은 하북팽가를 주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망을 남겨 두고 떠났고, 구경꾼들은 주루나 객잔에 모여서 하북팽가의 앞날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북팽가의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 * *

“고, 고, 고, 공자님! 어, 어쩌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명종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말까지 더듬으며 팽중호에게 왜 그랬냐고 소리쳤다.

지금 팽중호가 한 일은 하북팽가의 모두와 척을 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절대로 가볍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5공자 측과는 이제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고 말이다.

“뭐가? 나는 할 말을 했을 뿐인데.”

“죽이겠다니요! 세가의 어른들에게 그런 망발을 하셨다가는…….”

“내가 언제 다 죽인데? 나한테 팽가를 맡기면 안 죽인다니까?”

“아이고…… 이를 어찌한담…… 이, 이러지 마시고 어서 가서 잘못했다고 비는 건 어떠십니까?”

명종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팽중호에게 간언을 하였는데, 팽중호는 그런 명종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너는 네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어. 쓸데없는 걱정은 말고.”

“하, 하지만 공자님.”

“야. 괜찮으니까, 두 번씩 말하게 하지 마라.”

“하아…… 예…….”

명종이 팽중호를 이길 수는 없는 법.

결국 명종은 체념하고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

갑자기 너무나도 바뀌어 버린 주인 때문에 전과는 다른 의미로 심장이 자주 덜컥 내려앉는 명종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때 팽중호가 머무는 처소로 한 인영이 다가왔다.

세상 늘어지는 말투로 인사를 하는 인영은 바로 장춘오였다.

팽중호가 팽주철을 이기자마자 호품각을 나와 이리로 온 것이었다.

“오 왔군. 빠르네?”

“예상했으니까요.”

“크크크. 역시 아주 훌륭한 인재야.”

팽중호는 흡족한 웃음과 함께, 일단 명종을 시켜 장춘오가 짐을 풀 방을 안내해 주었다.

사실상 몸뚱이랑 옷가지 몇 개가 짐의 전부인 장춘오이기에 짐 정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금방 정리가 끝났다.

“오! 춘오! 왔구나!”

“그래…….”

장춘오가 온 것을 본 도수가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는데, 장춘오는 역시나 세상 귀찮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 팽중호, 도수, 장춘오.

단 셋밖에 없는 아주 초라한 세력이었지만, 팽중호는 이 정도면 하북팽가를 먹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춘오 너도 오늘 내가 한 말 들었지?”

“예.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미친놈이라 생각합니다.”

“크크. 정확히 봤네. 하지만 미친놈 아니면 지금 하북팽가 못 바꿔.”

“뭐,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 지금 하북팽가는 하북팽가가 아니니까요.”

“진짜 하북팽가 사람은 얼마나 있다고 보냐?”

“많아야 일 할입니다.”

일 할이라면, 나머지 구 할은 하북팽가 사람이 아니란 소리.

지금 하북팽가는 직계 공자들의 외척이 모조리 틀어쥐고 흔드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순수하게 하북팽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일 할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마 공자님이 이번에 하북지회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 주었다고 해도, 그자들이 공자님에게 하북팽가를 맡길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알고 있어.”

“……정말 전부 다 싹 엎어 버릴 생각이십니까?”

팽중호가 하북지회에서 말도 안 되는 무위를 보여 주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절대로 팽중호에게 하북팽가를 맡길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싹 다 엎어 버려야 한다는 소리.

아무리 팽중호의 무위가 대단해도, 가진 세력이 아무것도 없으니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한 손으로 열 손을 막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해?”

“음…… 절대로 할 수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는 합니다. 뭐 공자님의 실력에 따라 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건 바로 확인시켜 줘야지. 도수 너도 실력 좀 발휘해 보자.”

“예! 주군!”

팽중호는 지체할 것 없이 밖으로 향했다.

무림에서 실력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니 말이다.

그렇게 셋은 오랜만에 하북팽가를 벗어나서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공터로 나왔다.

주변에 인가가 하나도 없이, 풀과 나무 그리고 돌덩이만 박혀 있는 널찍한 공터.

“세가에 보는 눈이 있을까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엉? 아니. 세가에 있는 건물들 박살 날까 봐.”

“……?”

무공 실력 좀 보이는데 건물들이 박살 나다니?

아니 뭐 화탄이라도 터트릴 생각이란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드는 장춘오였지만, 일단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자자. 일단 가볍게 도수 너부터 춘오한테 실력 좀 보여 줘 봐.”

“네! 주군!”

팽중호의 말에 도수가 공터 중앙으로 나섰다.

스릉-

도를 꺼내 들고 자세를 잡자 도수의 몸에서 날카롭고 패도적인 기운이 물씬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몸에서 기운을 내뿜는다는 것.

그것은 일류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반증이었다.

그리고 도수의 경지가 일류를 넘었다는 또 다른 반증.

지금 도수의 도에 둘린 묵색 도기였다.

전에는 희미한 색이었는데, 이제는 아주 짙은 묵색을 띄우고 있었다.

휘이익- 카칵-! 휙- 퍼퍽-! 휘이이익- 펑-!

도수의 도가 휘둘러져 도기가 뻗어 나갈 때마다 돌이 갈라지고, 땅거죽이 터져 나갔다.

꽤 대단한 위력.

장춘오는 도수의 실력을 보고 꽤 놀라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장춘오가 알고 있는 도수는 분명 삼류 수준의 무인이었다.

그것도 타고난 기골 덕분에 삼류 소리를 듣는 것이지, 다른 건 삼류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그런데 팽중호를 만나고 이제 고작 석 달이 지났는데, 벌써 일류 완숙의 경지라니?

이건 분명 장춘오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

“좋아. 이제 그만하면 됐다.”

“예!”

도를 거두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도수.

그리고 이제는 팽중호가 앞으로 나섰다.

“자아. 도수 네가 춘오 좀 잘 지켜 주고.”

“예! 주군!”

지키다니?

무슨 적이라도 쳐들어온단 말인가?

계속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팽중호를 바라보던 장춘오는 팽중호의 도가 뽑혀 나옴과 동시에 팽중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파지지지지지직-

주변을 장악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기운.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것은 물론이고, 장춘오는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서 팽중호의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기는 이미 인간이 뿜어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을 만큼의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다.

과연 저 모습이 지금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

“자. 제대로 봐 둬라.”

스윽- 콰콰콰쾅-!!

가볍게 도를 휘둘렀는데, 나무와 땅거죽이 화탄이 터진 듯 터져 나갔다.

보고 못 믿을 위력.

사방으로 비산하는 돌과 흙, 그리고 팽중호의 도기.

그것으로부터 도수가 장춘오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

“허…… 이건 도대체…….”

그렇게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시키던 팽중호의 도가 이번에는 한쪽에 있던 거대한 바위로 향했다.

집채보다도 거대해 보이는 바위.

“천뢰멸혼.”

혼원벽력도의 마지막 초식인 천뢰멸혼.

사실상 팽중호도 환생 이후 처음으로 펼쳐 보는 초식이었다.

퍽- 퍼서서서서석- 사아아아아-

거대한 바위가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반으로 가른 것도, 조각낸 것도 아니라 정말로 가루가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위력.

“어때? 감상은?”

“하북팽가를 먹는 걸로 끝내실 생각이 아니시죠?”

“당연하지. 가능하면 무림제일 세가로 만들 생각이거든.”

“바빠지겠습니다. 그런 건 썩 별로인데…….”

“크크크. 자. 돌아가서 술이나 한잔하자.”

그렇게 다시 팽가로 돌아온 셋.

어느새 해가 반쯤 산에 걸쳐 버린 저녁 시간.

팽중호가 말했던 3일 중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 * *

쾅-!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하북팽가에 있는 5공자의 처소.

그곳에는 일단의 무리가 찾아왔는데,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었다.

지금 5공자의 처소를 찾은 이들은 팽주철의 외척인 ‘금호상단(金虎商團)’의 사람들이었는데, 이번 하북지회의 사태 때문에 급하게 온 것이었다.

“주철이의 단전이 부서졌다니?!”

“비무 중이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쾅-!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지껄이는 것이오! 당신들에게 들인 돈이 얼마인 줄은 아시오?”

“그, 그것이…….”

“주철이가 없다면 무슨 수로 이 하북팽가를 먹는단 말이오!”

금호상단은 현재 하북성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거대 상단이었다.

그들은 하북성을 넘어 천하를 상대로 발을 넓힐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그를 위해서 하북팽가를 꿀꺽 삼키려고 하였다.

장사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이권 다툼에 휘말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무인의 존재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였다.

낭인을 고용하거나, 다른 무림세력과 거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상단이 그만한 힘을 보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팽주철을 하북팽가의 가주로 앉히고, 그를 교두보 삼아서 천하로 진출할 계획이었는데, 그것이 이번 하북지회에서 완전히 어그러지고 만 것이었다.

당연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

“면목 없습니다.”

“게다가 5장로 그자도 팔 병신이 되었다던데, 하나같이 쓸모없어서는…….”

“…….”

금호상단에 고개를 숙인 팽가의 무인은 조용히 이를 앙다물 뿐, 아무런 소리도 할 수 없었다.

금호상단에 많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당신들은 이제부터 3공자에게 붙으시오.”

“예?”

“3공자 측을 우리가 돈으로 매수를 할 테니 말이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가 회의에서 4공자를 완전히 몰아서 내쫓는 쪽으로 몰고 가시오. 아시겠소?”

“물론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때는 돈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가진 것도 토해 내야 될 것이오.”

“며, 명심하겠습니다.”

금호상단의 사람들은 그렇게 5공자 측의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상당한 양의 현물을 뇌물로 주고 떠났다.

현물을 챙긴 5공자 측의 사람들은 재빠르게 움직여 3공자 측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북팽가의 밤은 어지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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