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개망나니가 뭔지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공자님 어쩌시려고 그러셨습니까?”
곽무조와의 싸움을 끝내고 처소로 돌아오자 명종이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하였다.
지금 팽중호 때문에 적검문과 척을 질지도 모르는 상황.
이 일은 분명 세가 회의에서 중대하게 다루어질 것이고, 그럼 팽중호에게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이런 걸로 걱정을 하냐? 앞으로는 어쩌려고?”
“예에?!”
“됐다. 걱정하지 말고 있어라, 적검문이 당장 어떻게 나오지는 않을 거니까.”
팽중호는 적검문이 당장 어떻게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북지회에서 망신을 당한 데다가 몸도 성치 않으니, 괜히 지금 움직여야 그들에게 실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터다.
팽중호가 본 곽무조는 결코 멍청한 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명종이 너는 일단 도수 옆방을 싹 치워 놔라.”
“누가 새로 옵니까?”
“너도 봤잖냐. 장춘오라고.”
“아직 결승전이 남지 않았습니까?”
“쓰읍. 너 내가 질까 봐 그러냐?”
“그, 그것이 아니라…….”
“너는 일단 청소나 해 놔. 내일 무조건 내가 이기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명종이 청소를 위해 떠나고 팽중호는 이번에 도수를 불렀다.
“도수야.”
“예! 주군!”
“하북지회가 끝나면 바빠질 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라.”
“물론입니다!”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다. 근데 아마 네 생각 이상으로 바빠질 거다.”
팽중호는 이번 하북지회를 기점으로 하북팽가를 싹 다 뜯어고칠 생각이었다.
나름 석 달 동안 이것저것 알아본 것들이 많았는데, 팽중호의 판단으로는 지금의 하북팽가는 아예 뿌리째 싹 다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가망이 없었다.
그렇게 싹 다 뜯어고치고 난 후에는 하북을 시작을 다시금 무림에 하북팽가의 이름을 알릴 생각이었다.
“조금 힘들 수도 있는데, 분명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 될 거다.”
팽중호는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도수의 어깨를 툭툭 쳐 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드디어 비무회의 마지막 결승전이 시작되는 날.
사람들은 이 결승전을 보기 위해 개미 떼처럼 모여들었고, 지금 하북팽가는 사람으로 미어터지기 직전이 되었다.
하북의 유력 문파들의 수뇌들은 물론, 하북팽가의 거의 모든 인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결승전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반증.
하북팽가의 개망나니 돈치공자 팽중호가 괴사검은 물론 적사검객까지 이겼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구설인 데다가, 하북팽가 공자들끼리의 내전이란 것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에 한몫하였다.
“팽중호가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궁금하군 그래.”
“나도 그게 아주 궁금하네.”
사람들은 어차피 팽중호가 이 비무회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떠들어 대었다.
그들에게 팽중호의 상대인 5공자 소호검 팽주철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럼 마지막 결승을 시작하겠소!”
시작하겠다는 목소리에 순간 장내가 고용해졌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대미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팽중호가 어떻게 팽주철을 이길까를 생각하며 비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캬. 많이도 왔네.”
먼저 비무대 위로 등장한 자는 팽중호였다.
팽중호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찬 사람들을 보며 작게 감탄을 했다.
도대체 이 허접한 대회에 뭐 이리 관심이 많을까 싶어서 말이다.
“하하하. 형님을 결승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휘이익- 타탓-
그때 아주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반대편에서 팽주철이 나타났다.
팽중호의 무위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전혀 기죽은 모습이 아닌, 오히려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한 팽주철.
지켜보던 사람들은 팽주철이 무언가 숨겨 둔 한 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렇게 당당하고 여유 있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나는 네가 올 줄 알았다.”
팽중호는 팽주철이 결승에 올라올 것이라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하북지회에 참가한 후기지수들 중에서 팽주철은 분명 최상위 실력자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형님과 하북지회라는 큰 무대에서 겨룰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나도 너를 대놓고 족칠 수 있을 생각에 기쁘다.”
“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너를 족치면, 다른 놈팽이들이 개수작을 안 하겠지.”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몰라도 돼. 곧 알게 될 거니까.”
팽중호의 말에 팽주철의 눈이 일순 날카롭게 빛났다.
입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비무를 시작하시오!”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움직이는 이는 팽주철이었다.
팽주철은 팽중호가 무슨 수를 부리기 전에 빠르게 이 비무를 끝낼 생각이었다.
팟-
“잘 보십시오. 이게 진정한 하북팽가의 혼원벽력도입니다!”
파짓- 파지짓- 파팟-
팽주철은 아주 자신만만한 소리와 함께 도를 움직였는데, 팽주철의 도에도 팽중호처럼 뇌기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오오!”
“허어!”
하북팽가의 사람들은 물론 지켜보던 이들도 지금 팽주철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숨겨 둔 것이 있을 것 같더니, 그것인 혼원벽력도와 혼원벽력신공이라니.
이렇게 되면 이 비무는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다.
“뇌룡승천(雷龍昇天)!”
지켜보던 하북팽가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팽중호가 곽무조와의 싸움에서 보여 주었던 낙뢰단봉의 초식은 아직 하북팽가에 남아 있는 초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팽주철의 손에서 펼쳐지는 뇌룡승천은 소실된 부분의 초식이었다.
당연히 깜짝 놀랄 수밖에.
파지짓- 파팟- 파짓-
팽주철의 뇌기가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처럼 팽중호에게 쇄도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팽중호의 사방을 점한 뇌룡,
피할 곳은 없어 보였다.
“이게 뇌룡승천이라고? 토룡승천이라고 해도 되겠다.”
콰직- 콰창-
한심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도를 휘둘러 그대로 팽주철의 공격을 파훼해 버리는 팽중호.
팽중철은 자신의 뇌룡승천이 이렇게 허망하게 파훼되어 버릴 줄은 몰랐기에, 일순간 멍하니 서 있었다.
“혼원벽력신공도 이거저거 섞은 가짜에다가, 혼원벽력도의 성취도 딸려…… 할 줄 아는 건 암계밖에 없는 놈이구나?”
“뭐, 뭐라?!”
“자. 내가 뇌룡승천이 뭔지 제대로 보여 줄게.”
파지지지지지직-
- 혼원벽력도. 뇌룡승천(雷龍昇天).
팽중호의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기는 팽주철의 뇌기와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그대로 팽주철을 향해 나아가는 팽중호의 뇌기.
거대한 뇌룡이 팽주철을 감싸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크아아악!”
뇌룡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팽주철의 가슴팍에 새겨진 깊은 상흔.
뇌기에 의해 타 버려 피는 새어 나오지 않았지만, 일견 보아도 얕은 상처는 아니었다.
“이게 뇌룡승천이다 임마.”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고통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팽주철에게 천천히 걸어가는 팽중호.
5공자 측의 사람들은 지금 비무를 멈춰야 하나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네가 준 회석 독은 아주 잘 먹었다. 덕분에 애 좀 먹을 뻔했다.”
“크으으윽…….”
“그래서 내가 받은 걸 조금 갚아 주려고 말이야. 밑지고는 못살아서.”
파지지지직- 퍼억-
뇌기를 머금은 팽중호의 발이 그대로 팽주철의 단전 어림을 걷어찼다.
“우욱! 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검은 피를 왈칵 뱉어 내더니, 고통에 찬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일격으로 단전이 부서진 것이었다.
“손속이 너무 과하지 않은가!!”
그때 하북팽가의 5장로가 다급한 표정으로 비무대 위로 뛰어 들어왔다.
팽주철의 단전이 박살 났다는 것을 깨닫고 난입한 것이었다.
“과하다니요?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너그럽게 용서해 준 거 아닙니까?”
“그랬다는 증좌가 있느냐!”
“증좌?! 없겠지요. 그쪽에서 싹 지웠을 테니까. 그런데 어차피 무림에서 증좌는 힘 아닙니까? 힘이 약하면 없던 증좌도 생기고, 있던 증좌도 사라지니 말입니다.”
약육강식의 세계인 무림.
팽중호의 말대로 무림의 법도는 곧 힘이었다.
“그럼 내가 여기서 너를 베어도 문제없다는 것이겠지?”
“할 수 있으시다면.”
팟-
5장로가 허공을 격하며 팽중호에게로 달려들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커다란 도가 들려 있었는데, 꽤 거대한 도기까지 둘려 있었다.
정말로 팽중호를 베겠다는 의지.
“당신들은 적검문인지 뭐시긴지들이랑은 죄질이 틀려서, 곱게는 안 넘어갑니다.”
적검문이야 그저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죄목이었다면, 5공자 측은 자신을 해하려고 했다는 것은 물론, 이 하북팽가를 좀먹게 하고 있다는 죄목이었다.
이 하북팽가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여기서 본보기를 제대로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서걱- 촤아아악-
“어어……?”
“어?”
사람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이게 무슨 일인가를 인지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 흉흉한 기세로 달려들던 5장로였는데,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오른팔이 잘려 나가 있었다.
“크아아악! 크합! 크으으윽…….”
떨어져 나간 오른팔을 붙잡고 주저앉은 5장로와 그를 바라보고 있는 팽중호.
팽중호의 손에는 어느새 도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팽중호의 입가에는 아주 진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는데, 그 미소를 머금은 그대로 고개를 들어 하북팽가 측의 사람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개망나니가 뭔지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북팽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모였으니,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최적의 조건.
팽중호는 지금 이들 모두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
지금 잘못 돌아가도 한참은 잘못 돌아가고 있는 하북팽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경고를 말이다.
5공자와 5장로는 본보기였고 말이다.
“시간은 많이 못 드리니까, 이 하북지횐지 뭔지가 끝나고 딱 3일 내로 어떻게 처신할 건지 생각들 하십쇼. 나한테 하북팽가를 맡길 건지, 아니면 나한테 뒤질 건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