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너랑 같이 지낼 친구 한 명 데리고 올 거다.
고오오오오-
팽중호의 단전에서 뻗어 나온 내공들이 거대한 소리를 내면서 온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마치 장강의 물줄기처럼 강하지는…… 못한 시냇물보다는 조금 나은 내공의 흐름.
이 몸으로 환생하고 겨우 석 달 남짓.
아무리 팽중호가 전생에 대단한 무인이었어도 석 달 가지고 모을 수 있는 내공의 절대적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혼원벽력신공으로 모은 내공이니 가능하겠지.’
평범한 내공 심법으로 모은 내공이라면, 당연히 팽중호도 이 정도 양으로 임독양맥을 뚫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혼훤벽력신공이라면 달랐다.
패도 넘치는 이 내공이라면, 이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다만, 안정성에서는 크게 떨어질 테지만 말이다.
‘이미 한 번 갔던 길이니, 내가 잘 움직이면 될 터.’
처음 가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법.
팽중호는 자신이 잘 움직인다면 안정성도 보장되리라 생각했다.
사아아아아-
내공들이 온몸을 계속해서 휘돌며 점점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내공의 흐름이 일정 속도 이상으로 빨라지자, 팽중호의 몸 주변에서 뇌기가 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파지지지직-
뇌기가 팽중호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고, 지금 팽중호의 모습은 마치 뇌인(雷人) 그 자체였다.
그렇게 뇌기가 점점 더 거세졌고, 뇌기가 사방으로 비산하려던 그 순간!
쾅-!
팽중호만이 들을 수 있는 거대한 폭발음이 머리에 울려 왔고, 그와 동시에 아찔한 고통이 뒤따랐다.
‘씁. 이건 도저히 적응이 안 되네.’
조금 전 팽중호는 임독양맥을 타통해 내었다.
무림에 있는 수많은 무인들이 원하고 원하는 임독양맥 타통이건만, 팽중호는 굉장히 손쉽게(?) 이루어낸 것이다.
어쩌면 허망할 정도로 쉽게 말이다.
물론 이미 해 본 일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타통을 한다는 것은 팽중호의 몸이 상당한 무재라는 것을 의미했다.
뚱뚱한 몸과 회석 독에 중독되어 가려져 있었지만, 팽중호는 팽가의 직계답게 아주 뛰어난 무재를 가지고 있었다.
우드득- 우득- 우득-
임독양맥이 뚫리자 팽중호의 온몸의 근육과 뼈들이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뒤틀리고 움직였는데, 이것이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시작이었다.
무공을 펼치기에 최적의 몸으로 다시금 몸이 재탄생 되는 것.
그렇게 한참을 뼈와 근육을 시작으로 온몸이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후우…….”
번쩍-
깊은숨을 내쉼과 함께 감겨 있던 눈을 뜨는 팽중호.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빛처럼 터져 나왔다.
“몸 좀 다시 움직여 볼까.”
팽중호는 곧바로 다시금 도를 손에 쥐었다.
임독양맥을 타통하기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몸으로 느껴 보기 위함이었다.
파지지지직-!!!
가볍게 내공을 운용했는데, 강렬한 뇌기가 도에서 뿜어져 나왔다.
전과 크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뇌기가 뿜는 기세의 차원이 달라져 있었다.
내공의 효율과 정순함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휙- 콰콰쾅-!!!
가볍게 도를 휘둘렀는데, 연공실의 바닥이 벽력탄이라도 터진 듯이 터져 나갔다.
“일단은 이만하면 되겠어.”
아직 전생의 힘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지만, 겨우 석 달 만에 이룬 성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하북성에서 이름 좀 날리는 후기지수를 상대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아니 과분할 정도의 힘이었다.
“무당이나, 소림, 아니면 남궁 정도가 아니면 딱히 지금 나 정도 되는 놈은 없을 거니까.”
팽중호가 전생에 활동하던 때에도 무당파, 소림사, 남궁세가 이 셋을 무림 최고의 세력으로 쳤다.
그리고 팽중호가 듣기로 지금도 이것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 아마 저 세 곳이 아니면 지금 또래에 자신보다 강한 자는 없을 터였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었고, 저 세 곳 중에서도 자신보다 강한 또래는 없을 수도 있었다.
“아직 시간 조금 있을 테니까, 사람이나 하나 낚으러 가 볼까.”
* * *
도수는 팽중호가 연공실에서 수련을 하는 동안에 항상 연무장에 노호진산도를 수련했다.
자신은 재능이 없는 놈이라 생각했기에, 도를 휘두르고 또 휘둘러서 팔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수련을 계속했다.
그렇게 매일을 수련하니, 도수의 실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루기 시작했고, 지금은 팽중호를 만나기 전 마구간을 지키던 때와는 천지 차이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실력 많이 늘었다?”
도수가 한창 수련을 하고 있을 때, 팽중호가 어느새 옆에 다가와 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팽중호가 보기에 도수의 실력은 확실히 일류 이상.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되는 실력이었다.
“역시 맞으면서 배우면 빨라. 그렇지?”
“어…… 예! 맞습니다!”
팽중호는 최근 도수를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수없이 때리고 때렸다.
물론 화를 풀거나 심심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도수의 문제점을 가장 확실하게 알게 해 주기 위해서 행한 사랑의(?) 매와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뼈가 울리는 매를 맞으면서 배우니 어찌 더디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터 너랑 같이 지낼 친구(?) 한 명 데리고 올 거다.”
“아! 제가 말한 그 친구입니까?”
“그래.”
팽중호는 도수에게 혹시 아는 사람 중에 머리가 똘똘한 놈이 없냐고 물었었다.
도수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이내 한 명을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팽중호는 오늘 그 추천자를 직접 만나 보고, 자신에게로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
“명종아. 가자.”
“예.”
팽중호는 명종을 대동하고는 처소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북팽가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팽중호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며 직진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팽중호가 걸어서 도착한 곳.
그곳은 바로 하북팽가에 들어오는 물품들을 관리하는 호품각(護品閣)이었다.
호품각은 지금 하북지회로 인하여 그 어느 때보다 아주 바쁜 상황이었는데, 팽중호가 나타나자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이럴 때 팽중호가 패악질이라도 부린다면 아주 골치가 아파질 테니 말이다.
“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호품각을 관리하는 각주 팽소섭이 다급한 표정으로 팽중호에게 다가왔다.
최대한 팽중호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사람 하나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예? 사람이요?”
사람을 하나 데려가겠다는 팽중호의 말에 팽소섭의 얼굴이 대번에 질려 버렸다.
이렇게 바쁠 때 사람을 데려간다니?
팽소섭은 이제 팽중호가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 패악질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장춘오를 제가 좀 데려가겠습니다.”
“……에? 춘오를 말씀입니까?”
장춘오라는 자를 데려가겠다는 팽중호의 말에 다시금 팽소섭의 안색이 바뀌었다.
장춘오는 호품각에서 일하는 자였는데, 팽소섭에게는 사실 아주 계륵과도 같은 자였다.
머리가 아주 비상해서, 호품각이 체계적이고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모든 품목을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셈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인재.
하지만 문제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었다.
성미에 맞지 않으면 때려죽여도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 데다가, 어떨 때는 아예 나오지조차 않았다.
이런 장춘오를 가만히 놔두자니 다른 호품각 인원들의 불만이 커졌고, 그렇다고 내치자니 그 능력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춘오는 저희 호품각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재라…….”
팽소섭은 일단은 안 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무리 팽중호가 직계라지만, 팽가 내에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호품각의 사람을 빼 오는 것은 마구간을 관리하던 도수를 빼 오는 것과는 분명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럼 저기 저 물건들을 부숴 버릴까요?”
“예에?! 저, 절대로 안 됩니다! 저건 이번에 하북지회에 필요한 물건들이라…….”
“그럼 장춘오를 주면 됩니다. 그러면 그냥 가겠습니다.”
“하, 하지만…….”
“그럼 이렇게 하죠. 장춘오를 제가 만나서 제게 올 건지 물어보고, 온다 하면 제가 데려가고, 싫다 하면 저도 깔끔하게 포기하는 걸로.”
“하아…… 알겠습니다.”
팽소섭은 그냥 이쯤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팽중호가 말처럼 날뛴다면, 이번 하북지회에서 보는 손해가 너무 컸으니 말이다.
그리고 팽소섭은 어차피 장춘오가 팽중호에게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귀찮은 걸 싫어하는 놈이 움직일 리 없지.’
그렇게 팽소섭은 팽중호와 함께 장춘오를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호품각 가장 구석.
그곳에서 누워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는 한 명의 청년 앞에서 팽소섭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춘오야. 4공자님이다. 인사드리거라.”
“하암…… 안녕하십니까…….”
팽중호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누워서 대충 인사를 하는 장춘오.
하북팽가의 4공자인 팽중호를 안중에도 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크게 경을 칠 수도 있는 상황이건만, 장춘오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계속해서 누워 있었다.
“제, 제가 사죄드리겠습니다.”
장춘오의 태도에 오히려 사과를 하는 팽소섭.
지금 괜히 개망나니 팽중호의 심기를 건드리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팽중호는 그런 팽소섭에게 괜찮다고 손을 들어 주고는 아직까지 누워 있는 장춘오에게 다가갔다.
장춘오의 바로 옆까지 당도한 팽중호.
팽소섭은 혹시나 팽중호가 장춘호에게 패악을 부릴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런 팽소섭의 예상과는 다르게 팽중호는 가만히 장춘오를 내려다보더니 엄청난 발언을 쏟아 내었다.
“야. 너 나랑 하북팽가부터 접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