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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5화 (5/200)

5화 그럼 넌 내 밑에서 일해.

“밑에서요? 싫습니다!”

팽중호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고민도 하지 않고 단칼에 거절해 버리는 도수.

“왜?”

“공자님 밑으로 가면 할 일이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럼 돈도 못 받을 것 아닙니까!”

“돈은 내가 지금 받는 것에 세 배를 줄게.”

“저는 그런 돈을 받을 능력이 안 됩니다!”

도수는 지금 자신의 능력을 잘 알았다.

그리고 분수에 넘는 것을 받으면 탈이 난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래서 팽중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이었다.

분명 겨우 마구간이나 지키는 자신에게는 파격적인 제안이지만 말이다.

“내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지?”

“그건 아닙니다!”

도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팽중호를 아주 안 좋게 보지는 않았다.

그는 직접 사람을 보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좋아. 그럼 넌 내 밑에서 일해.”

“하, 하지만!”

“어허. 어떻게 해서든 너를 데리고 올 생각이니까 포기해.”

“……알겠습니다!”

도수는 팽중호의 밑에서 일하기로 했다.

사람을 판단할 때 눈을 보라고 배운 도수였는데, 지금 팽중호의 두 눈은 확고한 신념 같은 것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밑에서 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럼 먹던 거 마저 먹고 가자.”

“예!”

* * *

‘너무 마음에 드는데? 밥 먹으러 가서 아주 괜찮은 놈을 잡았어.’

식사를 끝내고 도수와 함께 처소로 돌아온 팽중호는 자신의 앞에서 멀뚱히 서 있는 도수를 바라보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아주 괜찮은 놈을 하나 잡았다.

예상대로 크기만 하면 후에 큰 힘이 되어 줄 터였다.

“저는 여기서 뭘 하면 됩니까!”

“나랑 같이 무공 수련부터 한다.”

“알겠습니다!”

팽중호의 말에 반문하지 않고, 곧바로 알겠다고 대답하는 도수.

팽중호는 이 모습에 아주 만족했다.

이것이 부하의 참된 모습 아니겠는가?

“너 익히고 있는 무공이 뭐냐?”

“삼호도법이랑 신원공을 익히고 있습니다!”

삼호도법(三虎刀法)은 삼재검법(三才劍法)을 조금 변형한 하북팽가 하급 무사들을 위한 도법이었고, 신원공(身元功) 또한 같은 맥락의 심법이었다.

무림에 굴러다니는 삼류 무공들보다야 낫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무공들.

그래서 팽중호는 첫 부하인 도수에게 괜찮은 무공을 전해 줄 생각이었다.

“일단 너 혼자 체력 훈련하고 있어라.”

“예!”

“명종이 너는 쟤한테 줄 옷이랑 도를 새로 구해 오고.”

“알겠습니다.”

팽중호는 그렇게 각자 할 일을 시켜 놓고, 다시 연공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연공실의 한구석에 있는 빈 서책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련하다가 깨달은 것들을 적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곳이었다.

“자, 어떤 게 좋을까?”

도수에게 전해 줄 무공을 고민하는 팽중호.

혼원벽력신공과 혼원벽력도는 아무에게나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데다가, 가르쳐 줘도 익히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니 안 되었다.

익히는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위력적인 무공이 필요했다.

“노호진산도랑 철혈갑공이 좋겠다.”

노호진산도(怒虎振山刀)는 하북팽가의 방계들에게 전해지는 최고 수준의 도법이었다.

혼원벽력도에 비해도 크게 위력이 떨어지지 않는 데다가, 익히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지금의 도수에게는 정말 딱 맞는 도법이었다.

그리고 철혈갑공(鐵血鉀功)은 아주 뛰어난 심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어느 내공 심법과도 잘 어울리는 심법이었다.

슥- 스슥- 슥- 스슥-

빠르게 빈 서책에 구결을 적어 내려가는 팽중호.

그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뚝딱 완성되는 무공서 두 권.

팽중호는 이 무공서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도수의 모습.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쉬지 않고 체력 단련을 하고 있었다.

“도수야. 이리로 와 봐.”

“예!”

“자. 이거.”

팽중호는 도수에게 무공서 두 권을 전해 주었다.

무공서를 받아들고는 이게 무엇이냐는 표정을 짓는 도수.

“네가 오늘부터 익힐 무공이다.”

“아! 감사합니다!”

도수는 어떤 무공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하였다.

“네가 지금 익힌 것보다는 훨씬 좋은 무공이다. 아마 제대로 익히면 고수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아아……!”

“자. 감탄은 조금 있다가 하고, 일단은 내가 어떤 무공인지 보여 줄 테니까, 잘 봐 둬.”

“예! 주군!”

무공서를 받은 것이 그렇게 기쁠까?

도수의 입에서 절로 주군이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스릉- 처억-

팽중호가 도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시작되는 움직임.

도수가 무공을 이해하기 쉽게 노호진산도를 펼치는 팽중호였다.

강맹하면서도 호쾌한 움직임을 보이는 팽중호의 도.

그야말로 하북팽가에 딱 어울리는 도법의 정석이었다.

“후. 잘 봤지?”

“예! 잘 봤습니다!”

정말 제대로 잘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반짝이며 힘차게 대답하는 도수.

도수의 눈에는 이제 팽중호에 대한 존경심마저 담겨 있었다.

조금 전 보여 준 팽중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무공 고수와도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앞으로 석 달 동안 틈틈이 봐 줄 테니까, 열심히 해 봐.”

“예! 주군!”

그렇게 도수에게 무공서를 전해 주고 나자, 명종이 도수의 도와 옷을 들고 나타났다.

팽중호의 명으로 명종이 가져온 도는 확실히 도수가 지금까지 쓰던 도와는 차원이 다르게 좋은 품질의 도였다.

본래 팽가의 직계들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니 당연히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도수는 팽중호를 바라보며 이것까지 받아도 되냐는 표정을 보냈다.

“혹시나 부서지거나 하면 말해라. 새로운 걸로 줄 테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그렇게 도수를 두고 팽중호는 다시금 개인 연공실로 들어갔다.

이제 자신도 제대로 무공을 익혀야 하니 말이다.

“그…… 공자님. 부탁하신 물건은 내일이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 되는대로 가져다가 요 앞에다 둬.”

“예.”

명종에게 미리 준비해 두라고 말해 둔 물건들이 있었다.

모두 무공을 익힐 때 쓸 것들.

내일 되는 것이면, 생각보다 빠르게 되는 것이니 만족스러웠다.

쿵-

그렇게 연공실의 문을 굳게 닫은 팽중호는 도를 들고 연공실의 중앙에 딱 섰다.

이제는 혼원벽력도를 제대로 한 번 펼쳐 볼 차례였다.

하북팽가의 직계들에게만 전해지는 도법이자, 천하에서도 손꼽히는 절세의 도법.

그 위력은 하늘이 놀라고, 땅을 가를 정도라고 일컬어지는 혼원벽력도는 강(强)을 뛰어넘은 극강(極强)을 추구하는 도법이었다.

파직- 팟-

아주 미약하게 팽중호의 도에서 뇌기가 튀었다.

혼원벽력신공을 운용할 때 생기는 뇌기.

혼원벽력신공과 혼원벽력도가 만나 함께 운용해야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쯧. 내공이 없어도 너무 없긴 하네.”

지금 도에서 튀는 뇌기는 전생에 비하자면, 사실 뇌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저 혼원벽력도를 펼쳐 보는 것이기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스윽-

도를 들고 자세를 잡는 팽중호.

그의 몸에서 묵직한 기세가 피어 나와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저 자세를 잡은 것뿐인데 말이다.

“자, 이 몸으로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보자.”

훙- 후우웅- 후웅- 훙-

팽중호의 도가 움직일 때마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저 소리만으로도 위력을 짐작게 하는 혼원벽력도.

한참을 도를 움직이던 팽중호의 몸이 갑자기 딱 멈추었다.

“여기까지인가?”

덜덜덜덜덜-

도를 들고 있는 팔과 가만히 서 있는 다리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몸의 한계까지 움직인 탓에 온 근육의 비명이었다.

“쓰읍.”

거기에 더해서 입가에 느껴지는 비릿한 피 맛.

이건 내공을 무리하게 쓴 탓에 입은 내상 때문.

지금의 몸으로 혼원벽력도를 움직이는 것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진짜 너무 턱없네.”

내공도 체력도 모두 너무나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희망적이라면 이 몸이 팽가의 핏줄이라 그런지 근골 자체는 타고났다는 점이었다.

원래 이 정도로 몸을 혹사했으면 팔다리가 떨리는 것이나 아니라,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야 하는 것이 맞았다.

그나마 근골이 타고났기에 이렇게라도 버티고 서 있는 것이었다.

“운기하고 다시 움직여 보자.”

팽중호는 운기를 해서 내상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몸을 움직이기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 * *

다음 날.

팽중호가 말했던 물건들이 도착했다.

“끄으응…… 어이구 무거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흣차!”

수레로 짐을 싣고 끌고 오는데도 끙끙거리는 명종.

그 소리를 듣고 도수가 나타나 도와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라면 여기까지 끌고 오지도 못했을 터였다.

쿠웅-

수레에서 물건이 든 상자를 내려놓았는데, 무슨 돌덩이들을 내려놓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대체 뭐가 들었기에 이런 소리가 난단 말인가?

“왔구나.”

팽중호는 연공실에서 이 묵직한 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상자를 개봉했다.

끼이이익-

상자가 열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의 정체가 보였다.

거무튀튀한 것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는데, 생김새를 봐서는 무슨 족쇄 같아 보였다.

“이, 이게 뭡니까?”

“묵중철로 만든 족쇄.”

족쇄 같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족쇄였다.

모래주머니 대용(?)으로 쓰기 위해 직접 주문한 것이었다.

물론 모래주머니 대용으로 묵중철(墨重鐵)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보통의 철보다 수 배 이상 무거운 묵중철.

사실 이렇게 족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쓰이지도 않는 무겁기만 드럽게 무거운 철이었다.

“생각보다 잘 만들었네. 자 수고했고, 이제 가서 하던 일 해.”

팽중호는 아무렇지 않게 번쩍 상자를 들고 연공실 안으로 사라졌다.

명종이 수레로 끌고도 힘들어하던 것을 말이다.

“허, 참…… 언제 저리 바뀌셨지?”

“역시 주군이야!”

명종은 갑자기 너무 바뀌어 버린 팽중호가 아직까지 적응이 되지 않았고, 도수는 비범한 팽중호의 모습에 더욱 존경심이 상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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