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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4화 (4/200)

4화 드럽게도 많이 쌓여 있네.

우드득- 콰득- 콰드득-

팽중호의 몸 안에서 들리는 살벌한 소리들.

모두 굳어 버린 단전과 기혈을 바로잡을 때 나는 소리였다.

상당한 고통이 전해지는 과정이지만, 팽중호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혼원벽력신공 정도 되는 심법이 아니면 불가능했겠는데?’

평범한 내공심법으로는 회석 독에 의해 완전히 굳어 버린 단전과 뒤틀린 기혈을 바로 잡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나마 혼원벽련신공쯤 되니까 가능한 일.

팽중호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단전과 기혈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시작했다.

쿠득- 쿠드드드득- 쿵-

솨아아아아-

그리고 드디어 굳어 버린 단전이 풀려나면서 내공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한 내공의 흐름이지만, 이것이면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투둑- 투둑- 툭- 툭-

팽중호는 이 내공의 흐름으로 조심스럽게 기혈들을 바로잡기 시작했고, 이 작업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어디 한두 군데가 아니라 온몸을 전부 다 바로잡아야 했으니 말이다.

“퉤엣-!”

그리고 한참을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있던 팽중호가 별안간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 냈다.

침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거무튀튀한 액체.

“썅. 진짜 드럽게 많이도 쌓여 있었네.”

지금 팽중호가 뱉어 낸 것은 바로 단전에 있던 회석 독이었다.

단전을 굳게 만들던 기생충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그 찌꺼기들과 독 기운을 한 번에 뱉어진 것이다.

이것을 뱉어 내자 확실히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끼는 팽중호였다.

“킁킁. 아 탁기도 전부 빼 버렸더니 아주 냄새가 진동하네. 씻고 나서 다시 와야겠다.”

기혈을 바로잡으면서 곳곳에 쌓여 있던 탁기들까지 모조리 배출해 낸 상태.

그래서 온몸에서 빠져나온 탁기로 인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주 지독하고 역한 냄새.

이런 상태에서 계속 수련을 할 수 없는 노릇.

팽중호는 몸을 씻기 위해 곧바로 연공실을 빠져나왔다.

“어이구. 공자님. 이제야 나오십니까?”

팽중호가 밖으로 나오자, 마침 문 앞에 있던 명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명종은 팽중호가 연공실에 틀어박혀서 3일 동안이나 나오지도 않고, 음식을 가져가지도 않아서 혹시나 팽중호가 어떻게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까지 팽중호가 아무런 기별도 없으면, 연공실 내부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딱 때마침 팽중호가 나타난 것이었다.

“내가 며칠이나 있었냐?”

“3일이나 계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넌 일단 가서 목욕물 좀 받아 놔라.”

“킁킁. 예, 알겠습니다.”

목욕물을 받아 놓으라는 팽중호의 말에 그제야 팽중호의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것을 알아차린 명종.

명종은 얼른 욕탕으로 몸을 옮겨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팽중호에게 다가와 욕탕물이 준비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팽중호는 곧바로 욕탕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너희는 뭐냐?”

팽중호가 욕탕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시비 두 명이었다.

두 눈에는 공포라는 감정이 확연하게 드러난 채로, 몸까지 가늘게 떨고 있는 두 명의 시비.

“저, 저희는 공자님의 목욕 시중을…….”

“필요 없으니까 나가.”

“예?”

“목욕 시중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이만 나가라고.”

“하지만…….”

“어허. 나가라니까?”

“예, 예.”

팽중호의 몇 차례나 나가라고 하자, 그제야 욕탕 밖으로 나가는 두 시비.

“키야. 개망나니 짓은 다 하고, 누리기도 아주 잘 누리고 살았었네.”

예전의 팽중호는 씻을 때도 당연히 혼자 씻지 않고, 꼭 시비 두 명을 데리고 들어가서 씻었다.

물론 여기까지라면 그저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이 편하게 씻으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팽중호는 시비에게 손을 대는 것은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리기까지 하였다.

확실히 정파 중의 정파라 불리던 하북팽가의 도련님이 할 짓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망나니였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팽중호는 역시 모든 일에는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촤르르륵- 촤륵- 촤르륵-

그렇게 시비를 내보내고 혼자 몸을 씻는 팽중호.

팽중호는 비대한 몸을 씻으면서 이리저리 몸을 확인했는데, 확실히 3일 전보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피부도 좋아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탁기를 빼내면서 아무래도 살도 같이 좀 빠졌을 터였다.

스으윽- 슥-

목욕까지 완전히 마치고, 새 무복을 걸치고 욕탕 밖으로 나온 팽중호.

확실히 몸이 아주 개운한 것이 좋았다.

“공자님. 시비들은 왜 내보내셨습니까? 혹시나 마음에…….”

“다음부터는 시비 부르지 마라.”

“예?”

“꼭 두 번씩 말해야 하냐?”

“아, 아닙니다.”

그렇게 명종에게 다음부터는 시비를 부르지 말라고 말해 두고, 팽중호는 식사할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왕 연공실을 벗어난 김에 아예 밥을 먹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식사는 제가 받아 오면 되는데…….”

“됐다. 직접 가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는 법이거든.”

밥은 막 만들었을 때가 제일 맛있는 법.

“4, 4공자님 여기엔 무슨 일로…….”

팽중호가 팽가 무인들이 식사하는 곳에 들어서자, 주방에서 숙수가 튀어나왔다.

숙수의 얼굴에 가득한 공포.

팽중호가 직접 이곳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그가 행한 수많은 패악질을 들었기에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팽중호는 이제는 이런 반응들이 익숙했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에 빈자리에 자리를 딱 잡았다.

“밥 좀 주십쇼.”

“예에?”

팽중호가 무슨 말만 하면 다들 놀라서 반문하기 바쁘다.

그래서 이것도 이제는 익숙한 팽중호였다.

“따끈한 식사를 내어 달라는 겁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속셈일까 머리를 굴리던 숙수는 팽중호의 미간이 살짝 떨리자, 일단 생각을 멈추고 부리나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렇게 숙수가 주방으로 사라지고, 일순 정적이 찾아온 주변.

식사하고 있던 다른 팽가 무인들은 팽중호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그의 주변에서 멀어져 가거나, 아예 식사를 놔두고 밖으로 나가는 이들까지 있었다.

팽중호와 엮여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여, 여기 식사 나왔습니다!”

그때 엄청난 속도로 나온 수많은 음식.

숙수가 팽중호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냄새가 끝내주는 음식들에 팽중호뿐 아니라, 주변의 무인들까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쩝쩝-

곧바로 음식을 입에 집어넣는 팽중호.

그러더니 눈이 조금 커졌다.

“오. 맛있네.”

“후우…….”

팽중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숙수.

확실히 신경을 써서 그런지 맛이 꽤 괜찮았다.

이 정도 음식이면, 돈을 받고 팔아도 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듯싶었다.

꿀꺽-

그렇게 팽중호가 식사를 시작하자, 주변에서 식사하던 무인들이 식사를 멈추고 팽중호가 먹고 있는 음식을 뚫어지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금 먹고 있는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음식들에 당연히 침이 고일 수밖에 없었다.

저런 음식들은 어디 가서 먹으려면 주머니를 탈탈 털어야 가능한 것들이니 말이다.

“내가 다 먹기는 너무 많네. 자, 다들 와서 같이 먹자고.”

“……?”

“……?”

팽중호의 말에 주변 무인들이 이게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했다.

같이 먹자니?

팽중호가 같이 먹자고 하다니, 이건 분명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무인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팽중호가 그냥 음식을 같이 먹자고 했을 리가 없으니까.

“그냥 같이 먹자니까? 그럼 이거 그냥 버릴까?”

“…….”

팽중호가 재차 묻자 조금씩 흔들리는 무인들.

확실히 지금 저 음식들을 너무 먹고는 싶었는데, 팽중호라는 존재가 문제였다.

그들도 평소 팽중호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아주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제가 같이 식사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무인들 사이에서 한 명이 큰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났다.

각진 얼굴에 사내다운 인상의 젊은 청년.

살짝 그을린 피부와 단단한 체격은 그가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좋아. 자, 맘껏 먹으라고.”

“감사합니다!”

우걱- 우걱-

팽중호의 맞은편에 털썩 앉더니 그대로 음식들을 입에 쑤셔 넣는 청년.

그를 시작으로 몇몇 무인들이 슬쩍 다가와 팽중호에게 인사를 건네고 식사를 시작했다.

“너 이름이 뭐냐?”

팽중호는 가장 처음 다가온 청년에게 이름을 물었다.

“성은 없고, 이름은 도수입니다!”

“도수. 좋아. 너 어디서 일하냐?”

“지금 마구간을 지킵니다!”

하북팽가에서 마구간을 지키는 무인이라면, 말단 중에서도 말단이란 소리.

하지만 팽중호는 도수가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나선 용기와 굳게 반짝이는 두 눈.

거기에 더해서 튼튼한 기골까지.

딱 봐도 아주 크게 될 놈이었다.

“너 내 밑에서 일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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