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2화 (2/200)

2화 개망나니로 환생했단 말이지?

팽사혁은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일생을 지켜보는 꿈.

‘나도 망나니였는데, 이놈은 더한 개망나니군 그래.’

자신보다도 더한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는 꿈속의 인물.

그래서 그의 행동이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망나니짓의 방향이 조금 과하기는 했지만.

‘하북팽가? 하북팽가의 적자란 말인가? 이것 참…….’

꿈속의 인물은 하북팽가의 네 번째 공자님.

하북팽가의 사람이었던 자신에게, 왜 갑자기 하북팽가 공자님의 인생이 보이는 것일까?

그것도 팽사혁은 알지도 못하는 하북팽가 공자님의 인생이 말이다.

‘인정받지 못했군.’

꿈속의 인물은 형제들은 물론 가족들과 주변 사람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였다.

능력도 없고, 포부도 없으며,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도 없다.

그래서 엇나가게 된 것이다.

‘자신이 쫓겨나길 바란 것 같군. 어쩌면 나랑 비슷한 인생이구나.’

팽사혁은 이 인물의 인생을 보며, 자신의 인생이 떠올랐다.

자신은 본래 하북팽가의 사람이 아니었다.

팽주천의 손에 의해 거둬져 팽씨의 성을 받게 되고, 그렇게 팽가의 일원이 된 사람.

당연히 주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했고,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인정받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하지만 자신은 결코 팽가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그때부터 일부러 망나니짓을 하고 다녔던 것 같다.

자신은 팽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말이다.

‘이른 나이에 죽었군.’

팽사혁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꿈속 인물의 인생이 끝에 다다랐다.

그의 나이가 이제 막 약관이 되었을 즈음.

분명 너무나 이른 나이에 요절하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 발광을 하다가 기혈이 뒤틀려서 말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 게 보이는 걸까?’

그런데 천마에게 죽임을 당하고 나서, 하늘은 자신에게 왜 이자의 인생을 보여 주는 것일까?

팽사혁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팽중호 공자님!!”

그때 조용하던 공간에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팽중호? 이 인물의 이름인가? 팽씨라면…….’

팽사혁이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찾아온 빛.

그리고 팽사혁은 그 빛이 자신을 덮치는 것을 느끼며, 눈을 번쩍 떴다.

“허억! 하아…… 하아…….”

팽사혁은 아파 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잠시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공자님! 깨어나셨습니까!”

팽사혁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아주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분명 꿈속에서 보았던 얼굴이었다.

“명종……?”

“예. 명종입니다.”

그리고 팽사혁은 순식간에 이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북팽가의 개망나니 막내로 환생했다는 거지? 딱이네, 나도 한 망나니 하니까 말이야.’

자신이 꿈속에서 보았던 것은, 지금 환생한 이 자의 인생인 것이다.

하북팽가의 망나니였던 자신이, 하북팽가의 개망나니 공자님으로 환생한 것이다.

어쩌면 딱 어울리는 환생이지 않은가?

‘팽중호.’

팽사혁은 이 몸의 주인 이름을 생각해 내었다.

하북팽가의 4공자 돈치공자(豚痴公子) 팽중호.

뚱뚱하고 어리석은 공자님이란 별호를 가지고 있는 개망나니.

‘속죄하라는 건가……?’

꿈속에서 모두 보았다.

지금의 하북팽가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까지 말이다.

과거의 정마대전 때 하북팽가는 최고 전력을 잃어 마교를 막을 힘이 전혀 없었고, 그때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 버려 지금은 하북의 그저 그런 세력을 가진 세가에 불과했다.

과거 정마대전의 하북팽가 최고 전력은 바로 자신일 터.

자신이 천마를 홀로 상대하러 사라져 버리면서 하북팽가가 지금처럼 몰락해 버린 것이다.

어쩌면 이것을 속죄하라고 하늘이 자신을 다시금 하북팽가로 보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럼 그에 부응해 줘야지. 물론 내 방식대로.’

팽사혁은 이제 팽중호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이 하북팽가를 다시금 일으켜 세울 것이라 마음을 먹고 말이다.

“괜찮으십니까? 공자님.”

팽중호의 하인인 명종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물론 그의 걱정은 내가 혹여나 잘못되어 자신이 벌을 받을까 싶어서였다.

“괜찮다.”

팽사혁…… 아니, 팽중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꿈에서 봤지만, 그래도 이 몸은 좀 너무하군.’

온갖 기름진 음식과 술로 뒤룩뒤룩 살이 찐 몸뚱이.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비대한 몸뚱이는 정말이지…….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팽중호 마음에 드는 몸뚱이었다.

이런 삶이 꿈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아쉽지만 바꿀 수밖에 없었다.

“주루로 모실까요?”

“엉? 아니, 연공실부터 간다.”

“예?”

“불만 있냐?”

“아, 아닙니다.”

팽중호가 연공실로 간다고 하니, 깜짝 놀라서 되묻는 명종.

명종이 팽중호를 모신 이후로 그가 연공실에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가서 내 도(刀)랑, 무복 챙겨 와.”

“그게…….”

“없어?”

“그것이…… 오래되어서 아마도 다시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맞춰 와.”

“예.”

팽중호는 그렇게 명종을 보내 놓고, 천천히 건물 밖으로 몸을 옮겨 보았다.

명종이 오기 전까지 하북팽가의 달라진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흐음…… 아주 쪼그매졌구만.”

세가의 규모가 그저 쓱 둘러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예전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었는데, 지금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

그만큼 세력이 작아졌다는 뜻일 터다.

“아, 안녕하십니까. 공자님.”

“고, 공자님.”

팽중호가 지나가자 두려움에 벌벌 떨며 인사를 하는 하인들.

평소 팽중호가 그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 그래. 가라.”

“……예?”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고.”

“예, 예.”

팽중호가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그냥 보내 주니 오히려 당황하는 하인들.

하지만 팽중호가 가라고 하니, 얼른 자리를 벗어나 빠르게 사라졌다.

“쯧. 얼마나 때렸으면.”

전생의 팽사혁이 아무리 망나니였어도, 아무나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팽중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패악질을 부렸으니, 세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팽중호를 두려워했다.

“저놈들은 아주 날 싫어하는 거 같고.”

팽중호가 지나갈 때마다 경멸의 눈빛을 무인들이 꽤 많았다.

그들이 보기에 팽중호는 하북팽가에 먹칠을 하는 쓰레기로 보일 테니 당연했다.

뭐, 저들이 어떻게 보든 팽중호에게는 큰 상관은 없었다.

조만간 싹 다 개조시켜 주면 되니 말이다.

주르륵- 주르륵-

몸뚱이가 뚱뚱해서 그런지 조금 걸었을 뿐인데, 몸에서 땀이 비가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좀 불편하군.”

그렇게 팽중호가 불평을 하며 걷고 있을 때였다.

저 앞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앞에 화려한 복장의 젊은 사내를 중심으로 뭉친 무리.

화려한 복장의 사내는 팽중호가 분명 기억에서 봤던 자였다.

‘셋째였나?’

하북팽가에는 총 다섯 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팽중호는 그중 넷째인 4공자였고, 지금 저기 무리를 이끄는 화려한 복장의 사내는 셋째인 3공자였다.

하북팽가 3공자 팽도경.

“이거이거, 돼지 새끼 중호가 아니더냐?”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팽도경.

말투에서부터 팽중호를 업신여김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마 가장 많이 맞았지? 저놈한테?’

팽중호를 가장 많이 괴롭힌 자를 꼽는다면 단연 첫손에 꼽힐 인물이 바로 팽도경이었다.

팽도경은 팽중호를 짓밟으면서 자신이 그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즐겼다.

왜냐하면 이 하북팽가에서 팽도경보다 확실히 밑에 있는 자들이라고는 노비와 팽중호뿐이었으니 말이다.

“멀리서부터 돼지 냄새가 나기에 나는 또 오늘 돼지 요리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네가 밖에 나와서 나는 냄새였나 보구나. 하하하!”

“하하하.”

“크크큭.”

팽도경이 팽중호를 비웃자, 주변에 있던 이들도 함께 비웃기 시작했다.

팽중호는 그 모습을 보고 입가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저는 썩은 내가 나기에 누가 제 방 앞에 쓰레기를 버린 줄 알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나는 냄새였나 봅니다.”

“뭐라?!”

팽중호의 말에 팽도경은 대번에 두 눈에 불을 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팽중호가 자신에게 대든 적이 없었다.

언제나 비굴하게 빌면서 처맞는 것이 팽중호의 역할.

그런데 오늘 머리가 맛이 갔는지, 주제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개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더니, 이제는 완전히 미쳤나 보구나. 내가 오늘 네놈을 완전히 뜯어고쳐 주마!”

씩씩거리면서 팽중호에게 다가오는 팽도경.

팽도경은 오늘은 적당히 봐주지 않고, 완전히 걷지도 못할 만큼 박살 내 놓을 작정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으니 말이다.

“개망나니는 맞는데, 미치진 않았습니다만?”

“놈!”

휘익-

팽도경의 주먹이 벼락같이 팽중호를 향해 날아왔다.

돼지같이 뚱뚱한 데다 제대로 무공도 익히지 못한 팽중호가 절대 피할 수 없는 일격.

팽도경은 이 일격을 시작으로 어떻게 팽중호를 잡아 팰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은 금방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느려 터져서 굼벵이나 잡을 수 있겠습니까?”

팽도경의 예상과는 다르게 팽중호가 너무나도 쉽게 주먹을 피해 버린 것이다.

‘몸이 좀 무겁지만, 큰 문제는 아니지.’

팽중호가 뚱뚱한 몸에다가 기혈이 뒤틀려서 내공도 개뿔 없지만, 그것은 그리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하룻강아지 같은 팽도경을 상대하기에는 말이다.

슬쩍 발을 움직여 주먹을 피한 뒤, 이번에는 팽중호가 손으로 가볍게 팽도경을 때렸다.

툭-

“컥!”

가볍게 친 것 치고는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팽도경.

그럴 만한 것이, 팽중호가 지금 가볍게 때린 곳은 요혈이었다.

조금만 더 세게 치면, 기절하거나 절명할 수도 있는 혈.

팽도경이 버틸 수 있을 통증이 아니었다.

“이 노오오오옴!!!”

챙-

극대노를 하며 거칠게 도를 뽑아 드는 팽도경.

지금 눈앞에 있는 팽중호의 팔 하나는 잘라 버릴 기세였다.

“조금 수작질을 배운 것으로 나를 기만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염병. 주둥이는 적당히 나불대고 오기나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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