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천마고 뭐고 내가 목 딴다.
하북팽가 제일의 고수이자, 제일의 망나니 광도제(狂刀帝) 팽사혁.
그는 하북팽가의 자랑이자, 하북팽가의 수치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아…… 사혁아.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하느냐?”
팽사혁의 아버지이자 하북팽가의 가주인 맹호도 팽주천은, 한 손에 술병을 들고 건들거리며 가주전에 들어온 팽사혁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였다.
팽사혁이 가주전을 찾아왔다는 것은 사고를 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아주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이렇게 꼭 가주전에 나타났다.
“거, 아버지 제가 무슨 사고만치는 놈입니까?”
“됐고, 뭣 때문에 왔느냐? 또 남궁세가에 가서 한판 뜨려고?”
“거긴 이제 질렸습니다.”
“그럼?”
“마교로 가서 천마 목을 따려고 합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어차피 그놈들이 지금 이리로 오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이구…… 골치야…….”
팽사혁의 말처럼 지금 신강에 있던 마교가 무림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무림맹도 비상시국에 돌입했는데, 무림맹을 중심으로 고수들을 한데 모으는 중이었다.
하북팽가도 고수들을 무림맹에 파견하기 위해 선발을 하는 중이었는데, 팽사혁이 갑자기 가주전에 들어와서는 홀로 마교의 교주인 천마와 싸우겠다고 하니, 팽주천은 골치가 아파 올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하북팽가 최고의 전력이자, 무림맹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력인 팽사혁이 빠지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것도 그냥 빠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혼자 개죽음을 당하러 가겠다는데 말이다.
“내가 말리면 안 갈 거냐?”
“그럴 리 있겠습니까?”
“살아서 돌아올 수 있겠느냐?”
“하하! 그건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 다만, 천마 목은 꼭 따겠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 있지만, 두 눈 만큼은 아주 반짝이고 있었다.
한 번 마음먹으면 그것은 세상이 두 쪽 나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팽사혁이었다.
팽주천이 말려 봐야 밤에 몰래 혼자라도 갈 놈이었다.
“너는 세가의 미래이고, 지금이다. 세가는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저 하나 없다고 세가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만 나가 보거라.”
팽사혁은 곧바로 가주전을 벗어나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팽주천.
팽주천의 두 눈은 어쩐지 조금 슬퍼 보였다.
“너가 없다면, 우리 세가는 어떻게 하란 말이더냐…….”
* * *
마교의 진영.
무림을 향해 진격해 오던 그들의 진영으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주변을 지키고 있던 마교의 무인들을 거침없이 베어 넘기고 나타난 무인.
“천마를 데려와.”
“완전히 미친놈이군!”
“내가 원하는 건 천마 말고는 없으니까. 천마나 데려와.”
마교의 무인들은 그를 완전히 미친사람 취급을 하였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가지는 못했는데, 그건 그의 실력 때문이었다.
힘이라면 밀리지 않을 마교의 무인들인데, 그에게는 압도적으로 밀려났으니 말이다.
“나를 찾아왔다고?”
그때 마교의 인파가 갈라지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무인들.
“당신이 천마인가?”
“그래. 내가 천마 척종호다.”
마교 교주 천마 척종호.
십만마도의 정점에 선 무인이자, 천하제일인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무인.
“너는 누구인가?”
“팽사혁.”
“아. 광도제. 안 그래도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기는 했는데, 잘되었군.”
천마는 이미 팽사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가 이번에 무림행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무림에 있는 고수들을 모조리 꺾기 위함이었다.
꺾어야 할 명단에 당연히 광도제 팽사혁은 존재했다.
“모두 비켜라. 나와 일 대 일로 싸울 것이다.”
“존명!”
천마의 명령에 팽사혁을 둘러싸고 있던 무인들이 모두 멀찍이 물러났다.
순식간에 넓은 공터가 마련이 된 것이다.
“좋아. 내가 오늘 네 목을 따고 금의환향한다.”
“하하!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스릉-
스릉-
서로의 무기를 꺼내 드는 천마와 팽사혁.
그 순간 둘에게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기세가 사방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숨쉬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기운.
과연 천하에서 손꼽을 만한 고수들의 싸움다웠다.
“광도제의 실력 좀 볼까?”
“크크. 저승에서 실컷 관람하라고.”
탓-
먼저 움직인 쪽은 팽사혁.
팽사혁도 느끼고 있었다.
천마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팔뢰파천(八雷破天).
팽사혁의 도에 맺힌 어마어마한 도기.
그리고 그 도기가 여덟으로 늘어나며 엄청난 기세로 천마를 향해 쇄도했다.
콰과과광-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의 위력.
하지만 그 공격의 중심에 있던 천마는 뒤로 두세 걸음 밀려난 것 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였다.
“호오? 역시 하북팽가의 혼원벽력도가 위력이 대단하다더니, 허언은 아니었군 그래.”
천마는 자신이 두세 걸음이나 물러난 것이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마교도들이 이 모습에 다들 전부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팽사혁은 전혀 기쁘거나 놀랍지도 않았다.
‘꽤 힘을 썼는데도 겨우 두세 걸음…… 쯧.’
“자자. 더 힘을 보여 주게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슈와아아아아악-
파지지지직-
팽사혁에 도에 모여드는 엄청난 양의 기운.
주변 돌이 떠오르고, 나무들이 요동칠 정도로 대단한 기운이었다.
“좋군.”
천마도 팽사혁의 기세에 검에 내공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륵-
천마의 검에 피어오르는 검은 불꽃.
천마신공의 천마검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진심으로 팽사혁을 상대하겠다는 뜻.
“자! 간다!”
“얼마든지.”
- 혼원벽력도. 천뢰멸혼(天雷滅魂).
-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단천세(天魔斷天勢).
순식간에 두 명의 신형이 교차했다.
촤아아악-
그리고 팽사혁의 가슴팍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아주 깊은 검상.
살아남기는 힘든 상처였다.
“팽사혁이라…… 내가 분명히 기억하지.”
그리고 천마의 목에 난 아주 얇은 상처.
그곳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마는 그 상처를 손으로 한 번 만지고는 도를 든 자세 그대로 서 있는 팽사혁을 바라보았다.
“큭. 씨부럴. 영광이라 해야 하나…….”
털썩-
끝까지 도를 들고 서 있던 팽사혁은 결국 차가운 바닥에 몸을 뉘였고, 이내 완전히 숨을 거두었다.
‘그래…… 이것으로 된 것이다. 내가 팽가에 없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