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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85화 (485/500)

第九十七章 개시반공(開始反攻) (5)

원래 이 싸움은 혈마가 압도적으로 이겨야 마땅하다.

혈마의 특성이나 생기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사마는 혈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혈마의 생기 무공을 상대할 수 있는 무공은 엄연히 존재한다.

암약혼기 같은 무공이 혈마를 상대로 한 시진 이상 버텨냈다. 하지만 그 외에 무공은 여전히 약하다.

사마는 그런 무공을 수련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괴로운 것은 사마보다는 혈마다. 사마는 가장자리에서 변죽만 올리고 있는데, 혈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혈기가 충천한다.

이런 식으로 오래 버틸 수 없다.

“내 활도 통하지 않는 걸 보면 이놈들…… 우리를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궁충이 말했다.

“사마를 너무 쉽게 보았군.”

귀검이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런대로 버텨낼 수 있는데, 해자수님은 괜찮을까요?”

“음!”

귀검은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마와 혈마의 싸움에는 알지 못할 변수가 무더기로 일어나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혈마가 속수무책으로 죽는다고 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

궁충의 활이 빗나가기 시작했을 때, 이미 변수가 시작된 것이다.

해자수는 사마를 쫓아서 삼십 장을 파고들었다. 그러자 그가 노렸던 사마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저놈들!’

사마는 삼십 장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삼십 장, 좌우로 삼십 장에 사마가 있다.

해자수는 사마 무리 한 복판에 뛰어든 셈이 된다.

‘우릴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나중에 알아내고……’

해자수는 사마가 뒤로 물러서자 더는 쫓지 않았다.

자신은 틀림없이 사마 한복판에 있다. 앞으로, 좌우로…… 어느 쪽으로 달려가도 사마가 있다.

물론 자신이 쫓으면 저들은 즉시 물러설 것이다.

해자수는 숨을 죽였다. 혈기를 풀어내고 죽은 듯이 누웠다.

지금 그는 단순한 인간이다. 진기도 혈기도 잊어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진기는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도 혈기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치이이잇!

혈기가 밀려왔다가 빠져나간다.

사마가 움직일 때마다 혈기가 치민다. 숨이 턱턱 막힌다. 심장이 쪼개지는 듯 아프다.

충격이 너무 커서 이러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혈기를 너무 참으면 병이 되는 거 같다.

“으……!”

해자수는 이를 악물며 참았다.

원래 계획은 사마 틈에 은밀히 잠입해서 놈들이 옆에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마가 혈마를 인지한다면 그의 생각은 이루어질 수 없다.

방법은 오직 하나, 사마보다 더 빠르게 쫓아야 한다.

단숨에 삼십 장 거리를 좁혀야 한다. 사마가 미처 반응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혈마의 생기가 무한의 힘을 부여하지만, 육신이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몸이 건강하고 튼튼한 도천패는 혈기를 극성까지 받아들인다. 반면에 몸이 약한 해자수는 적정선까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 범주를 넘어서면 탈이 생긴다.

슈우우웃!

지척에서 사마가 감지되었다.

“지척이다! 잡았어!”

해자수는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척척척! 척척척척!

사방의 철벽이 세워졌다.

인기척은 확실히 사마다. 세워진 철벽의 강도가 매우 튼실하다.

전력을 다해서 베어야 한다.

가가가가가각!

해자수는 급히 검을 휘둘러서 철벽을 후려쳤다.

한데 철벽이 싹! 사라졌다. 방금까지 존재했던 철벽이 감쪽같이 증발해버렸다.

“어?”

“해자수는 멍청해졌다.”

사마가 생기를 띄지 않는 한,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이들이 인간답게 움직였을 때 티끌만 한 생기를 감지해내는 것이다.

사마가 그런 생기마저 숨기고 몸을 사리면 혈마는 전혀 사마를 감지해내지 못한다.

밤은 죽은 자들, 사마들의 세계다.

사마에게 휘둘리지 않고 단숨에 격파하려면 우선 날이 밝아야 한다.

두 눈으로 사마를 식별할 수 있다면, 그때는 생기 여부와 관계없이 벨 수 있다.

‘괜히 잘난 척하고 나섰나? 저놈들 틈에 묻혀서 조용히 있어도 됐는데. 쩝! 궁충의 활이 빗나가니 뭐라도 하는 수밖에. 하지만 이 방법은 아니야.’

해자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사마 깊숙이 들어와 있다.

칙칙! 칙! 칙!

생기가 느껴진다. 혈기가 건드려진다.

척척척! 척척!

반응은 즉각 일어난다. 혈기가 성질을 부린다. 철벽이 단단하게 세워진다.

이때부터는 해자수도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혈기가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철벽이 세워졌으면? 베라! 해자수는 즉시 철벽을 쳐냈다. 하지만 그 순간 또 사라진다.

같은 일이 수없이 반복된다.

해자수는 자신도 모르게 겁화(劫火)에 휘말렸다.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않는 겁화, 혈기의 순환…… 혈마가 되는 길로 들어섰다.

아! 이런 제길! 이건 생각하지 못했는데.

해자수는 당황했다.

끊임없이 혈기가 일어나고 사라진다. 자신은 그때마다 검을 휘두른다.

사마가 피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검을 쓰지 말아야 하는데, 혈기에 이끌려서 어쩔 수 없이 쓴다.

멈춰야 하는데.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주변에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궁충이나 귀무살을 부르면 어떨까? 그들을 불러서 도움을 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마저 자신처럼 이런 겁화에 휘말리지 말란 법도 없다.

끝없이 생기가 탐지되는데 베어내지는 못한다. 혈기를 가라앉히려고 하면 다시 세워진다.

‘확실히 내가 너무 건방졌어.’

해자수는 탄식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척척척! 척!

철벽이 세워진다. 해자수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휘둘렀다. 거침없이 철벽을 후려쳤다.

하지만 그 순간 철벽은 다시 사라진다. 확실히 사마는 혈마의 생기에 반응한다.

혈마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방법을 깨달은 것 같다.

“아씨는 어떻게 여덟 명을 베었지? 운이 좋았네.”

해자수가 중얼거렸다.

그 당시, 홀리는 밝음 속에 있었다. 숲이라고는 하지만 사마를 볼 수 있었다.

사마가 기척을 숨겨도 어딨는지 형체는 보였다. 그러니 공격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날만 밝으면 사마를 판별할 수가 있다. 식별할 수가 있다.

그때는 거침없이 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혈기의 순환고리를 견뎌낼 수 있을까?

탕탕탕탕! 쒜에에엑! 탕탕탕탕탕!

철벽이 세워지고 사라지기를 수십 차례나 반복했다. 철벽은 더 빨리 세워졌고 더 빨리 사라졌다.

해자수는 자포자기했다. 이제는 방법이 없다. 혈마가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최악이다.

“아! 이런!”

등여산은 속촌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단번에 알아챘다.

등여산의 혈기에도 사마들이 잡힌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녀의 혈기도 일어나고 있다.

당장 달려가서 우울한 기분을 마음껏 풀어내고 싶다.

하지만 등여산은 혈기에 반응하기 전에 한가운데 멈춰서 있는 귀검과 귀무살을 봤다.

저들은 왜 가만히 있을까? 저들도 혈기를 느꼈을 텐데 전혀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사마의 생기가 느껴져도 전혀 쫓아가지 않는다. 아니, 일부러 억제하는 모습이다.

등여산은 특히 궁충을 쳐다봤다.

궁충은 활에 시위조차 걸지 않았다. 빈 활만 들고 있다.

궁충은 분명히 화살을 쏘았을 것이다. 전통에는 아직도 화살이 꽂혀있다. 화살 여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런데도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

추추추! 츠츠츠츳!

사마들이 밀려왔다가 밀려 나갔다.

‘그렇구나! 그러네. 이렇게…… 이런 식으로 혈기를 자극하는 거네. 그러면 사마도…… 혈마를 느낀다는 거지? 무인 대 무인이 싸우는 것처럼.’

등여산은 품에서 우각을 꺼냈다.

혈천방주가 쓰는 것을 본떠서 만들었다. 똑같지는 않지만, 소리는 비슷하다.

애초에 소리가 똑같은 우각은 만들어 낼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꾸우욱! 꾸욱!

등여산은 우각을 불었다. 그러자 사마들이 일시 멈춰 섰다.

등여산의 우각에는 어떠한 신호도 담겨 있지 않다.

등여산이 혈천방주의 통제방법을 흉내 낼 리 만무하다. 그녀는 그저 소리 나는 대로만 불기만 했다.

하지만 그중에 일부는 사마를 통제하는 방법이 들어있을 것이다.

등여산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맨땅에서 혈마록을 해독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지녔다.

호발귀가 아는 혈마록과는 전혀 다른 혈마록이 탄생했지만…… 일 권을 해독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세상의 신호체계에 대해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각 소리는 한두 번만 들어도 소리의 장단을 파악할 수가 있다.

물론 우각에 깃든 소리의 고저도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우각만 불어서는 사마를 통제하지 못한다.

혈천방주의 통제 신호에는 아주 신묘한 깊이가 들어있다.

등여산은 사마를 통제할 생각이 없다. 혈천방주의 신호에 약간의 혼란만 가해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

우각 소리를 들은 사마들의 행동이 어지러워졌다.

‘효과가 있다!’

순간, 사마들이 운집한 한 가운데서 뜨거운 혈기가 치솟았다.

쒜에에엑! 퍼어어억!

혈기는 사마들을 거침없이 베었다.

귀검과 귀무살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 이 검은……?

‘해자수님이 앞으로 나가 있었네.’

등여산은 피식 웃었다.

지금부터는 누가 어떤 식으로 상대하든 상관없다.

사마들의 움직임이 어지러워졌다면, 이제부터는 혈마의 공격이 예전처럼 통한다는 뜻이다.

꾸욱! 삐익! 꾸욱! 삐익!

어디선가 우각 소리가 들려왔다.

등여산은 들려오는 우각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이 우각을 불면 틀림없이 사마를 통제하는 자도 우각을 불 것 이다. 사마에게 새로운 명령을 하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자신의 명령이 곧 누군가에게 복사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불어야 한다.

역시 우각 소리가 들려왔다.

우각은 사마들을 통제하는 구혼음소다.

구혼음소는 혈마 개개인에 따라서 각기 다른 진파를 울려내지만, 우각은 동일하다.

훨씬 복사하기 쉽다.

우각이 들리자 사마들이 일제히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나서 진형을 정비했다.

꾸욱! 삐익! 꾸욱! 삐익!

등여산은 방금 들린 우각을 흉내 내서 불었다.

그러자 사마들이 다시 우왕좌왕한다. 우각을 불기 전에는 생기를 완전히 감췄는데, 등여산이 우각을 불자 다시 미미한 생기가 드러났다.

등여산은 우각 소리는 사마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극히 한 부분이 이해 충돌을 일으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명령이 되어 버린다.

꾸우우우욱! 꾸욱!

우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그러자 사마들이 재빨리 물러서기 시작했다.

‘진영이 와해됐어!’

사마가 물러나기 시작했다.

후퇴하는 군대는 이미 패색이 짙다.

도주하면서 싸울 수는 없다. 앞으로 치달려 나오면서 싸우기도 힘든데, 뒤로 물러서면서 어떻게 싸우나.

뒤로 물러서는 자는 상대방이 추격을 해오든 말든 앞뒤 가리지 않고 도주만 한다.

사마도 그럴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마는 일단 후퇴 명령을 받았다. 그렇다면 다른 명령은 듣지 않는다.

“공격해!”

등여산이 쩌렁 일갈을 내질렀다.

혈기를 사용해서 터트리는 혈마후의 혈봉음(血鳳音)이 세상을 쩌렁 울렸다.

혈봉은 인간을 잡아먹는다. 방금까지 인간을 뜯어먹어서 부리에 핏자국이 낭자한 채로 핏빛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내지르는 괴소.

등여산의 괴소는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단숨에 혈마를 자극한다

쒜에에에엑!

귀무살이 거침없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팍팍팍! 퍽퍽!

사방에서 살육이 벌어졌다.

사마들이 쓰러진다.

지금까지는 달려오고 물러남이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오직 물러남만 있다.

“흩어지지 말고 뭉쳐서!”

등여산은 또 한 번 일갈을 내질렀다.

흩어지면 혈천방주의 꾐에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사마들이 최대한 많이 도주하는 곳으로 달려가서 척살한다.

무리 짓지 않고 홀로 떨어진 사마는 버린다.

‘지금쯤 보위님과 언니가 저들을 쫓고 있을 거야. 오히려 잘 됐는지 몰라. 합류하지 못한 사마를 찾느니 빠져나가는 사마를 찾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어.

등여산은 도천패와 당홍에게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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