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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83화 (483/500)

第九十七章 개시반공(開始反攻) (3)

“우리만 늦게 갈 이유가 있나? 우리도 바로 가서 합류하고, 문주는 나중에 합류하라고 하면 되잖아.”

도천패가 말했다.

모두 사마가 운집한 산동(山東) 속촌(粟村)으로 갔다.

귀검과 귀무살 다섯 명, 그리고 해자수까지. 일곱 명이나 속촌에서 대기하고 있다.

뒤에 남은 사람은 등여산과 도천패, 당홍뿐이다.

호발귀와 홀리가 합류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지만, 반나절 정도는 더 걸린다.

반나절을 기다릴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

따로따로 흩어져 있느니 한자리에 모두 모여 있으면 호발귀도 찾아오기 쉬울 것이다.

누가 생각해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등여산은 굳이 호발귀와 합류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책사가 생각 없이 움직이는 거 봤어?”

당홍이 말했다.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아.”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몰라. 머리에 쥐 안 나나? 이 생각 저 생각 너무 많이 하다 보면 머리에 쥐 날 것 같은데.”

“그렇지? 역시 우리처럼 단순하게 살아야 해.”

“또 그렇다고 뭐 딱히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틀린 말이 아니니까. 우린 뭐 생각이 아예 없는 거 같아.”

“당매.”

“호호! 그래도 머리가 비었다는 말은 듣기 싫은가 봐?”

“나야 뭐 머리가 비었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우리 자식 나오면 어떡하려고 그래? 당매처럼 독만 만지던가, 나처럼 힘만 우직하면 그놈을 어디다 써?”

“그러네. 우리 자식은 똑똑해야 하는데.”

“건강하긴 할 거야. 나 닮아서. 흐흐!”

“호호호! 그건 맞아.”

도천패와 당홍이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무인은 망중한(忙中閑)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언제 어느 때 싸움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한순간 여유가 생겼다면 바로 즐겨야 한다.

마음을 풀어놓고 편히 지낼 수 있어야 한다.

잠깐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두 사람은 지극히 짧은 여유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만드는 중이다.

“나 닮은 딸이 나오면 어떡하지?”

“흠! 그건 해결할 수 있어. 책사나 홀리가 아들을 낳으면 돼. 호발귀가 설마 우리를 모른 척하겠어. 그쪽으로 떠넘기면 돼. 튼튼한 딸이라고.”

“뭐? 하하하!”

“호호호! 그러니까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마. 하! 정말 고민이다. 자식은 틀림없이 당신 닮을 텐데…… 죽을힘을 다해서 아들 낳아야겠네. 딸이면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하하하!”

두 사람은 진실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했다.

등여산은 들꽃이 피어 있는 들판을 걸었다.

이런 게 여유를 즐기면서 호발귀와 만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다.

호발귀가 너무 그리워서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마를 없애는 일이다. 그 소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자신이 속촌에 가면 즉시 사마를 공격하게 될 것 같아서다

사마가 마흔두 명까지 불어났다.

‘이상해. 이건 정상이 아니야.’

등여산은 바로 이 점을 고민했다.

사마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열두 명에서 열여덟 명으로 여섯 명이 늘었다. 그다음은 스물두 명이다.

네 명이 늘었다. 어제는 스물일곱 명, 다섯 명이 늘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마흔네 명이 되었다. 열일곱 명이 늘었다.

네 명에서 다섯 명 정도가 늘다가 갑자기 확 늘었다.

작은 강이 모여서 큰 강을 이루는 것처럼 사마도 조금씩 흘러들어서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큰 강과 큰 강이 만났다.

여러 가지가 이상하다.

원래 이 사마들은 혈마를 치기 위해서 운집되었다. 큰 덩어리 하나가 한 군데 뭉쳐 있었다.

바로 자신들 주위에, 마차를 쫓는 혈마 주위에 포진했던 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지?’

등여산은 혈천방주의 생각을 간파하지 못했다.

사마는 이지가 없다. 관리하기가 불편하다 그 많은 사마를 뿔뿔이 흩트렸다가 다시 모이게 하려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사마가 물건 같으면 쉽게 나를 수 있다.

하지만 사마는 마물(魔物)이다. 이 세상에 탄생해서는 안 되는 변종이다.

그런 자들을 중원 각지로 흩어 보냈다가 다시 모은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등여산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뒤에 남았다.

혈천방주가 왜 이런 수를 썼을까? 사마는 같이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사마는 이지만 없을 뿐, 움직임은 초절정 고수를 능가한다.

통솔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움직일 수가 있다.

‘도대체 뭐하는 거지? 뭘 노리는 거야?’

고민을 거듭해 보지만 도저히 혈천방의 속셈이 읽히지 않는다.

그냥 세상에 드러난 사마만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안돼. 이번 기회에 근거지를 무너뜨려야 해. 사마만 죽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혈천방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사마를 죽이는 것이 더 급하다.

사마를 죽이는 것보다 사마의 탄생지, 근거지를 없애는 쪽이 훨씬 선급하다.

근거지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사마는 계속 탄생할 것이다.

사마가 무림에 나도는 것은 염려하지 않는다. 천살단은 사마를 상대할 수 있다.

등여산이 염려하는 것은 혈마다.

사마는 혈마의 천적이다. 앞으로 평생 혈기를 안고 살아가야 할 혈마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앞으로 또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사마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

그러면 사마를 피하는 방법은 없나?

있다. 혈마는 지금, 이 상태만 유지해도 바랄 게 없다.

어디 한적한 곳에 숨어서 무공을 쓰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다. 혈마끼리 자극을 받는다면 떨어져서 살면 되고, 호발귀가 매번 혈기를 씻어줄 수도 있다.

그렇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도천패와 당홍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어떨까? 그 아이는 혈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호발귀와 자신 혹은 홀리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혈마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지 않고 목숨을 끊는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생각이라면 사마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늘 가슴 한편이 서늘해야 한다.

혈마 나름대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런 숙제를 풀지 못하는 한 세상 속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 정도는 안다.

사마와 부딪히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혈마를 잡기 위해서 사마를 만들어낸다면……

몇 번을 고쳐서 생각해도 사마와는 도저히 공존할 수 없다.

“혈천방주……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등여산은 중얼거리면서 들판을 걸었다. 그러다가 얼른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앗!”

등여산은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토해냈다.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면!

현재 호발귀와 홀리가 사마를 죽였다. 사마 여덟 명을 죽였다고 한다.

홀리를 잡기 위해서 투입했던 사마가 모두 죽었다는 사실은 혈천방주도 안다.

혈마가 미끼에 걸려들지 않은 사실을 안다.

그러면 혈마가 양쪽 모두를 노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는 미끼를 쫓는다.

혈천방주는 해자수와 일자, 육자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자가 마차를 타고 도주하는 모습도 봤다.

혈마가 사마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사방으로 흩어났다가 다시 모인다. 그러면서 혈마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어떻게? 어떻게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지? 혈마의 촉각은 무인들의 촉각보다 훨씬 깊고 넓은데. 혈마는 무인들의 동정을 파악해도, 무인을 혈마를 찾을 수 없는데.

등여산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들이 죽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밭에서 일하던 노인, 길 가던 과객,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만삭인 몸으로 뒤뚱거리면서 걷던 아낙……

그들 중 혈천방주의 눈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건 함정이야!”

등여산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함정이라면 당장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그냥 물러나기만 한다면 능사일까? 이 기회를 이용할 수는 없나?”

등여산의 머리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혈천방주는 일부러 사마를 분산시켰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사마를 미끼 삼아서 혈마를 유인하고 있다.

사방에 사마를 흩뿌려서, 한데 뭉친 혈마를 흩트려놓겠다는 의도다.

만약 생각한 대로 혈마가 흩어지면 좋고, 흩어지지 않으면 그냥 철수하면 된다.

혈마 중 누군가가 사마를 찾는다. 그리고 쫓아간다. 혈마 모두가 쫓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때는 노출된 사마를 버린다. 하지만 혈마가 흩어진다면…… 그때는 사마를 재빨리 거둬들인다.

사마가 모이면 바로 공격한다.

확실하다. 공격! 공격이 시작된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함정에 대처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혈천방주가 함정을 이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마를 선제공격하는 것이다.

현재 드러난 사마 마흔네 명을 완전히 박살 내면, 혈천방주는 다시 숨는다.

그 뒤를 쫓아야 한다.

‘우리 뒤를 노린다면 우리는 다시 뒤로 돌아가서 뒤통수를 쳐다보면 돼. 결국은 우리가 이겨.’

등여산은 바로 뒤돌아섰다.

빨리 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시기를 놓치면 휴지나 다름없다. 더욱이 지금 속촌 혈마들에게 위험이 닥치고 있다. 그들이 공격당할 것이다.

“보위님, 언니.”

“왜?”

“우리 뒤에 혈천방에 있어요. 지금까지 우릴 지켜보고 있었어요.”

“응? 그게 가능해?”

“어떻게 우리를 감시할 수 있지? 우리가 그놈들을 찾으면 찾았지 그놈들이 어떻게 우리를 찾아?”

도천패와 당홍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인이라면 당연히 혈마 앞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저들은 무인을 이용하지 않는다.

“긴 설명은 나중에 하고요. 두 분 책임지시고 혈천방을 찾으세요.”

“책임까지 지라고?”

“네. 책임지시고 사마를 찾으셔야 해요. 속촌에 아직 합류하지 못한 사마가 있어요. 그들이 어딘가에 있는데, 어떻게든 그자들을 찾아야 해요. 여기 우리 미래가 달렸어요.”

도천패와 당홍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강가에 떨어진 바늘을 찾아내려는 것보다 더 심한 주문이다.

느닷없이 아직 속촌에 합류하지 않은 사마를 찾아내라니. 그놈들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지금 즉시 움직여서 속촌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세요. 속촌에서 찾지 못하면 취운산까지 범위를 넓히세요. 아직 합류하지 못한 사마가 분명히 있어요.”

“찾기는 하겠지만……”

당홍이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또 하나, 가는 도중에 누구도 만나시면 안 돼요.”

“누구도?”

“네. 아무도 모르게. 호발귀가 썼던 방법 있죠? 그걸 쓰세요.”

“그건 혈기가 심하게 일어나지 않나? 호발귀니까 가능했지, 우리는 힘들 텐데.”

“쓰세요.”

등여산이 단호하게 말했다.

“호발귀가 오면 바로 보내드릴 테니까 안심하고 쓰세요. 생기를 탐지하면서 이동하는 거예요. 생기가 느껴지면 무조건 피하고. 혈기는 꾹 누르시고.”

“그러지 뭐.”

도천패와 당홍이 고개를 끄덕였다.

등여산의 표정이 매우 심각하다.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겠다.

“우린 속촌에 모인 사마를 공격할 거예요. 그들이 완전히 죽이고 나면 아직 합류하지 않은 사마가 도주할 텐데, 그들을 쫓는 거예요. 쫓을 때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유의하면서.”

등여산의 계획을 알겠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열흘도 못 되어서 혈마가 되고 말아. 그 안에 와줘야 해.”

“그 안에 호발귀를 보낼게요. 같이 가던가. 충분해요.”

호발귀는 반나절이면 도착한다. 바로 움직이면…… 어쩌면 도천패와 함께 추격할지도 모른다.

“보아 하니까 동생도 호발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 같은데?”

“사마를 공격하는 게 급해요. 사마가 모두 모이면 속촌을 공격할 거예요. 현재 속촌에 있는 혈마는 모두 여섯. 귀검까지 일곱. 사마는 마흔넷. 귀검을 빼면 칠 대 일. 어제까지는 사 대 일이었지만 오늘은 칠 대 일이에요. 틀림없이 공격해요. 한시가 급해요. 그 전에 우리가 먼저 급습해야 해요. 호발귀를 기다릴 틈이 없어요.”

“알았어. 그 전에 우린 사마 찾으면 된다 이거지?”

“네.”

“그래. 나중에 봐. 가요.”

쒜에엑! 쒜엑!

도천패와 당홍이 재빨리 신형을 날려 사라졌다.

등여산도 급히 지필묵을 꺼내서 호발귀에게 남기는 서신을 적었다. 그리고 그녀도 즉시 속촌을 향해 신형을 쏘아냈다.

혈천방주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사마 대 혈마의 비율이 칠 대 일이다. 혈마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사마 중 스무 명은 혈기를 일으키는 데 쓰고, 혈마가 된 후에는 나머지를 투입한다.

‘어쩌면 늦었을지도 몰라.’

속촌으로 달려가는 등여산의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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