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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73화 (473/500)

第九十五章 풍구습격(瘋狗襲擊) (3)

해자수는 촌장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촌장이 마차를 벗어나도 여전히 놓치지 않았다.

스스스슷!

촌장과 이자가 신형을 날렸다.

“살며시 빠져나가? 나보고 마차를 쫓으라고? 지금 뭐 장난하자는 건가?”

해자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실소를 흘렸다.

무인들은 무공으로 사람을 쫓는다. 세심한 관찰력과 추격술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혈마는 그런 게 없다. 오직 생기만 쫓아간다.

혈마가 생기를 놓칠 리 있나. 생기라면 즉각 반응하는 짐승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성으로 본능을 억누르고 있어도 생기에 즉각 반응하는 것만은 멈추지 못하겠는데.

음문촌장의 생기를 쫓아가기는 매우 쉽다.

그 생기가 마차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이건 또 무슨 어처구니없는 행동인가. 들판에 핀 잡초처럼 거칠게 살아온 해자수 앞에서 하류 잡배나 쓸만한 수법으로 빠져나가겠다는 심산인가?

은밀히 이동해야 할 자들이 마차를 구할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사실, 이 방법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일리가 있다.

해자수는 촌장이 마차에서 빠져나온 것을 알면서도 이끌리듯 마차를 따라갔다.

촌장을 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계속 마차를 쫓아갔을 것이다.

초귀화의 냄새는 매우 강렬하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고, 맡을 수 없는 꽃향기이기 때문에 단번에 이끌린다.

“날 옛날의 해자수로 보고 있네. 천살단주와도 싸운 사람인데. 혈마를 우습게 보면 안 되지.”

해자수는 히죽 웃으면서 촌장을 따라가려고 했다. 한데,

‘응?’

해자수는 움직이지 못했다.

등 뒤에서 살기가 감지된다. 한 발짝만 움직여도 당장 피보라를 일으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 제길! 언제 따라들 왔대?”

해자수가 웃으면서 뒤돌아섰다.

해자수 주위로 십여 명이 늘어섰다.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전혀 기척을 흘리지 않은 강자들이다.

‘위험!’이라는 느낌을 가지면 이미 늦었다. 포위된 후다.

호발귀와 이령 혈마들!

“사람이 빠져나가려면 좀 말을 하고 빠져나가던가.”

도천패가 말했다.

“그러게. 살며시 빠져나가면 모를 줄 알았나?”

당홍이 맞장구쳤다.

“혼자서 혈천방을 모두 상대할 겁니까? 이제는 혈기가 충천하는 것도 두렵지 않으신가.”

길성이 말했다.

그러자 해자수가 호발귀를 보며 말했다.

“나 혼자 가도 된다니까. 내가 아씨를 오래 보아와서 아는데, 지금처럼 당황해서 쫓은 적이 없거든. 뭔지는 몰라도 음문촌장이 내민 미끼가 상당하다는 거지. 이봐, 이번 일은 내게 맡겨주면 안 될까? 저깟 놈들이 잔재주를 부려봤자 난 못 속이거든.”

“훗! 입술을 핥네.”

호발귀가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마음이 다급하다는 소리. 몰랐소? 마음이 급할 때마다 혀를 쑥 내밀어서 입술을 핥는 것.”

도천패가 히죽 웃으면서 알려주었다.

음문촌장이 홀리에게 어떤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홀리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미끼를 물었다.

호발귀에게도 말하지 않고 이령을 벗어났다.

홀리는 자신이 공격받을 것을 안다. 알면서도 중원 땅을 홀로 밟았다.

도대체 음문촌장이 내민 것이 무엇이기에.

모두 같은 생각을 한다. 그것이 홀리에게 매우 특별하고 절실한 것이라는 사실만 짐작한다.

혈천방 사마에게 공격당하면 아무리 암습에 대처하는 수련을 했다고 해도 결국은 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해서, 이 모든 위험을 무릅썼다.

등여산이 말했다.

“해자수님. 해자수님께 맡겨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혈천방이 공격해 올 거예요. 사마가. 우리 모두 나서지 않으면 상당히 곤란해질 거예요.”

“끙!”

해자수가 이 앓는 소리를 냈다.

“오늘 추적은 해자수님이 관건이에요. 해자수님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혈천방도 공격 방향을 정할 거에요. 우린 홀리가 촌장을 따라가서 뭐든 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또 저들의 공격도 막아야 하고요.”

“음! 책사 말이라면 무조건 듣지. 내가 언제 책사 말을 안 들은 적이 있었나? 그래,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자수님은 마차를 쫓아가세요.”

“마차를? 저건 빈 마차인데?”

“그러니까 쫓아가세요. 그래도 혈천방이 공격해 올 거예요. 싸움은 반드시 일어나니까 조심하시고요.”

“그럼 저쪽은?”

해자수가 음문촌장이 사라진 쪽을 쳐다봤다.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모르시는 편이 나아요. 알면 행동에 티가 나거든요. 자, 어서 가세요.”

“그래도 조금만이라도 알려주면…… 그냥 가자니 불안해서……”

“거참. 책사가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말 아니오. 알려줄 것 같았으면 진작 알려줬지. 책사보다 똑똑하지도 못한 양반이 왜 이것저것 머리 굴리고 그래. 빨리 가라니까!”

도천패가 해자수의 등을 떠밀었다.

“이런 제길! 내가 살다 살다 너 같은 곰한테 이런 소릴 다 듣고. 간다! 가!”

해자수는 남은 사람들을 쓱 훑어보고는 즉시 신형을 뽑아냈다.

쒜에에에엑!

해자수가 일으킨 바람 소리가 매섭게 울렸다.

“홀리를 쫓아가. 싸움이 벌어지면 앞에 나서지 말고…… 알아서 도와줘. 홀리와 음문촌장 사이에 끼지 마.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끝내게 지켜만 봐. 할 수 있지?”

등여산은 호발귀에게 말했다.

“사마가 공격해도 모른 척하라고?”

“누가 모른 척하래? 암중에서 도와주라니까. 도와줄 수 없으면 차라리 지켜봐. 홀리가 혈마로 변하더라도. 그만큼 이번 일이 홀리에게는 중요할 거야.”

홀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홀리와 가장 오래 지냈던 해자수가 모른다면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호발귀에게 일언반구 말도 하지 않고 떠날 정도로 급한 일이었다.

직감 상 이런 일은 음문촌장이 있어야만 해결된다.

향후, 홀리가 또 언제 음문촌장을 만날 것인가. 부녀지간이지만 남남보다도 못한 관계고.

불길이 댕겨졌을 때 밥을 지어야 한다.

음문촌장이 일을 벌였을 때,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다시 이런 식으로 음모에 휘말려서 허겁지겁 달려가는 일이 없어진다.

“홀리한테는 나 혼자 가나?”

“응. 혼자 가. 왜? 겁나?”

등여산이 호발귀를 보며 활짝 웃었다.

“내가?”

호발귀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쪽은 걱정하지 마. 혈마가 되기 전에 모두 빼낼 거야. 사마가 공격해 오리라는 것도 아는데…… 나만 믿어. 모두 무사히 빼낼 테니까.”

책사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어떤 그림이 그려진 모양이다.

“믿어. 그럼 먼저 간다.”

쉬이잇!

호발귀가 신형을 쏘아냈다.

음문촌장과 혈천방이 어떤 계획을 세우든 책사의 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책사를 믿는다

* * *

“유인에 성공했습니다.”

찬도가 보고했다.

“그게 통해?”

혈천방주가 이상하다는 듯 되물었다.

“네. 지금 혈마 전원이 마차를 쫓고 있습니다.”

“하!”

혈천방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떠올리며 의자에 몸을 깊이 묻었다.

혈마 중에는 중원 제일의 천재 소리를 듣던 책사 등여산이 있다.

그녀가 이런 간단한 잔재주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혈마가 되면 머리도 나빠지나?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어.”

혈천방주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혈마가 쫓고 있는 것은 마차가 아니다.

해자수다. 궁극적으로 홀리를 쫓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밀한 미행이라면 홀리까지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마차 뒤에 홀리가 있고, 홀리 뒤에 해자수가 있다.

원래는 이런 관계다. 그러니 홀리까지 다가서지는 못하고 해자수 뒤만 쫓는다. 지금은 홀리가 빠졌다.

마차 뒤에 해자수가 있다. 그래도 혈마들은 홀리가 있는 줄 모르고 해자수만 쫓는다.

“혈마가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군. 좋아! 이렇게 되면…… 찬도, 네게 사마 여덟을 주겠다. 가서 홀리를 잡아. 사마 셋이면 혈마를 잡을 수 있다. 넷만 투입해도 충분해. 여덟을 준다는 것은 혹여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서다. 반드시 홀리를 잡아.”

“알겠습니다.”

“귀무살을 모두 데리고 가. 먼저 귀무살부터 써. 혈기를 충분히 상승시켜 놓고. 전면전은 피해라. 치고 빠지는 방법을 취해. 다시 말하지만, 전면전은 꿈도 꾸지 마.”

“네. 알겠습니다. 혈마가 어떤지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찬도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찬도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냉정하게 사태를 보고 사마를 투입할 것이다.

“사마가 이거밖에 없어. 이게 없어지면 우린 혈마와 관계된 모든 일에서 손을 떼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혈천방주는 계속 주의시켰다.

“충분히 주의해서 잘 쓰겠습니다.”

“가라!”

혈천방주가 명령했다.

“혈마가 너무 많아.”

혈천방주가 중얼거렸다.

애초에 사마를 말도 안 될 만큼 많이 만들었다.

시작은 천 구였다.

사마는 인간으로 치지 않는다. 그래서 ‘명’이라는 단위 대신에 ‘구’라는 단어를 쓴다.

사마 천 구!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제련 과정에서 구백삼십구가 죽었다. 살아남은 사마는 겨우 일흔 구다.

그래도 충분했다. 애초에 천 구로 사람 제련을 시작할 때는 나타날 혈마가 한 명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명도 생각하지 못했다. 혈마가 나타난다면 한 명일 것이다.

이백 년 전에도 그랬다. 혈마는 한 명이었다. 혈마후나 혈의검, 악불사왕 등은 모두 혈마가 아니었다.

그런데 호발귀는 주위로 모여든 모든 사람을 혈마로 만들어 버린다.

지금은 귀무살까지 혈마로 만들어서 숫자가 십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건 상상 이상으로 많다.

사마를 충분히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하게 느껴진다.

냉정하게 보면 아직 한 번 싸울 수 있을 만큼은 남았다.

사마 세 명이면 혈마를 이긴다. 사만 네 명이면 확실하게 잡는다. 아직 사대 일의 싸움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싸움에서 사마를 많이 잃으면 더는 재기하지 못한다.

“사마…… 이거 참 계륵이란 말이야.”

혈천방주가 웃었다.

사마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혈마는 상대할 수 있지만, 천살단주 같은 고절한 고수를 만나면 속절없이 무너진다.

사마는 혈마의 특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사령천공이나 암약혼기, 무령환살공 같은 생기를 감추는 무공에는 사마 역시 취약하다.

사마가 천하무적일 것 같지만 절정 고수 한두 명만 만나도 몰살당할 수 있다.

제련은 어렵고 당하기는 쉽다.

사마는 오직 혈마에게만 유용하다.

그런데 혈마후나 혈군에게 조종되는 혈마는 다르다.

만약 혈마후와 혈마가 함께 나타난다면 생기를 숨기는 무공에도 재빨리 대처할 수가 있다.

혈마후가 지시를 내려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혈마후는 단순히 혈기를 억제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혈마에게 지시하고 싸움을 유도하고 공격 방향을 정해줄 수가 있다. 실질적으로 혈마후가 머리 역할을 한다.

혈마후가 지배하는 혈마는 무적이다.

혈마를 통해서 굳이 생기, 우주의 기운을 엿볼 수 없다고 해도 좋다.

천살단주는 생기 자체에 흥미가 있는 모양이지만…… 생로병사의 비밀을 엿보지 못한다고 해도……

혈마 자체만으로도 이미 무적인 것이다.

그래서 음문촌의 귀색혼령대법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자가 홀리를 취해서 혈군이 된다면 그 둘은 천하무적일까? 아니다. 여기에는 방법이 있다.

지난 이백 년 동안 혈천방이 이쪽 부분에 관한 연구도 해왔다.

혈마후에게 조정되는 혈마를 가로채는 방법이 있다.

홀리를 길들이기만 하면 이자를 없애고 홀리를 가르칠 방도가 있다.

“이제 나도 가봐야겠군. 모두 마차를 쫓아간다 이거지? 후후! 귀무살이 보고한 것이니 틀림없을 것이고……”

혈천방주가 중얼거리면서 일어섰다.

자신이 가보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싸움은 저들에게 틈이 생겼을 때만 벌인다. 지금 당장 사마를 투입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확실한 승기를 잡지 않는 한 싸우지 않는다.

지금은 몸을 사리면서 싸울 때다.

“아무래도 혈마가 너무 많아. 혈마가 이렇게 많아질 줄이야. 이러다가 온 세상이 혈마 천지가 되겠군. 그런데도 아직 세상에 피로 물들이지 않다니 희한해. 이것들이 혈기를 조종하는 방법이라도 배웠나? 그렇다면 천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 거고.”

혈천방주가 중얼거렸다.

사마를 총동원한 싸움이다.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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