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전인-460화 (460/500)

第九十二章 휴식주처(休息住處) (5)

파팟! 팟!

혈기투사가 이루어졌다.

점검을 받는 사람이 점심때까지는 여섯 명이었는데, 저녁에는 열 명으로 늘었다.

오직 귀검만 혈기투사를 받지 않는다.

“전 기분 나쁜 징조를 얻었습니다. 위기를 느끼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판수가 말했다.

“그래도 나보다는 낫지. 난 머리가 띵! 하고 울린다니까. 두통이 극심해져서…… 하!”

여괴가 한숨을 쉬었다.

귀무살은 혈기를 느낀 후, 서로 짝을 맞춰서 비무를 치렀다.

귀무살 비무는 실전에 버금간다. 비무 중에 죽는 일도 흔하다.

모두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간단히 비무를 하자는 말에도 긴장한다.

이번 비무가 바로 그런 실전 비무였다.

서로 생기를 사용하느니 만치 검을 주고받을 때마다 한풍이 홱홱 몰아쳤다.

귀무살은 자신들의 혈기를 확실히 알았다.

길성은 눈이 멀어버리는 증상이 일어났다.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면서 병기만 보인다. 병기의 움직임이 매우 뚜렷하게 각인된다.

착심은 냄새를 맡는다.

병기 냄새가 아니라 사람 냄새다. 아주 진한 인내가 코를 간질인다.

이십 장 밖에 숨어 있는 자까지 알아낸다. 냄새의 강도로 무공의 정도까지 가늠한다.

“네 사람 모두 감각이네.”

등여산이 중얼거렸다.

“……?”

모두 등여산을 쳐다봤다.

판수는 통각, 여괴도 종류가 다른 통각, 길성은 시각, 착심은 후각…… 그렇다. 모두 감각으로 징조를 느낀다. 혈기가 감각을 통해서 바깥세상과 소통한다.

등여산은 감정이었다. 홀리는 발이 땅에 달라붙는 지면력이고, 해자수는 길성과 비슷하다.

병기가 보이는 대신 철벽이 세워진다는 것이 다를 뿐.

당홍의 경우에는 훨씬 비약적이다. 그녀는 나비가 되어 버린다. 훨훨 날아오른다.

귀무살이 느낀 징조는 훨씬 현실적이고 자극적이다.

혈기를 빨리 느낄 수 있게끔 직접 자극을 가한다.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혈기격타로 직접 때려서 반응도 감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닐까?

“감각으로 느끼면 좋지 않은 겁니까?”

여괴가 물었다.

“호호! 혈기에 관한 한 이게 좋다, 저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뭐 아는 게 있어야 말하죠.”

등여산이 쓴웃음을 흘렸다.

“됐어.”

도천패와 당홍을 점검했다.

“변화가 있긴 해?”

당홍이 물었다.

“약간. 형수님은 혈기가 단단해지고, 보위는…… 겉은 평온한데, 속은 끓어요.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봐야죠.”

호발귀는 이령에 자리를 잡은 후, 훨씬 편안해졌다.

급하게 서둘 일이 없으니 안심이 된다. 급하게 혈마를 수습할 필요가 없으니 두 발 뻗고 쉴 수 있다.

“오늘 하루종일 귀무살의 움직임만 쫓으시던데, 옛날이 그리워지셨나 보네.”

호발귀가 해자수를 보며 말했다.

“내가 그랬나?”

해자수가 웃으면서 호발귀를 쳐다봤다.

파파팟! 파팟!

호발귀는 혈기를 투사했다. 순간,

“킥! 킥킥!”

해자수가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해자수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혈기에 반응을 보인 사람은 해자수가 처음이다.

“응? 뭐야? 나 때가 된 거야?”

해자수가 급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아니, 아직은. 조금 더 익혀 보죠. 내일부터 해자수님은 점심에 한 번 더 점검받으세요.”

“킥킥킥! 이것도 기다리니 찾아오네. 영 안 올 줄 알았는데. 아! 속 시원하다.”

해자수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해자수의 혈기가 끓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무살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해자수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귀무살을 죽여 없애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만약 해자수가 움직였다면 그 움직임은 분명히 살겁일 것이다. 귀무살을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해자수님 혈기가 농익은 거야?”

당홍이 물었다.

“아직은. 하지만 혈기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곧 될 거라고 봐요.”

“킥킥! 이거 언제나 되나 했더니…… 혈마가 되어서 저놈들 손에 잡히지만 않는다면야 뭔들 못해. 킥킥!”

해자수는 상당히 기쁜 듯 웃었다.

혈기가 농익었다는 것은 곧 혈마가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호발귀에게 수련을 받는다는 뜻도 된다.

혈마가 되어도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암약혼기 같은 공부에 당하지 않는 절대 혈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호발귀는 다음 단계까지 노리고 있다.

혈마가 되어도 의식을 잃지 않는…… 호발귀와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그게 언제 되나.

꿈만 같은 일은 기대하지도 않고…… 저들에게 잡히지만 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당신도 빨리 발현해야 하는데.”

당홍이 도천패를 보며 물었다.

“나야 건강하니까.”

도천패가 우람한 팔뚝을 들어 보였다.

“건강해서 좋긴 해. 하지만 당신도 빨리 혈기가 농익어서 수련을 받았으면 좋겠어.”

당홍이 해자수를 부러운 듯 쳐다보며 말했다.

“키키키! 어찌 듣자 하니 이거 늙은이 골병든 게 부럽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럼 못 써! 젊은것들이…… 지들은 깨를 서 말이나 볶아대고 있으면서.”

“호호! 그랬어요? 호호호!”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혈기가 농익어서 혈마가 된다는 게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호발귀가 지켜준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해자수는 삼 일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점검을 받았다.

그때까지 해자수의 혈기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했을 것이다.

다만 호발귀가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점검만 하고는 ‘조금 더 지켜보자’라는 말만 했다.

모두 해자수의 혈기를 주시했다.

여섯 명, 아니 이제는 열 명이나 점검을 받지만, 오직 해자수만 점심에 한 번 더 혈기 점검을 받는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하루 세 번 점검하다가 혈기가 진해지면 다음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바로 수련에 들어갈까?

모든 것이 처음이다. 다음 결과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해자수가 처음으로 말해준다.

나흘째 되는 날, 호발귀가 말했다.

“오늘부터는 한 시진마다 점검하죠.”

“한 시진. 어휴! 되게 긴장되네. 이게 뭐라고 긴장되나?”

“미쳐서 날뛸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거 아뇨. 그러니 긴장되지. 문주, 이 양반 미쳐서 날뛰면 확 내다 버릴까? 미쳐서 모를 거 아니야?”

도천패가 농을 건넸다.

“킥킥! 내가 미쳐도 네놈만은 반드시 기억해 둘란다.”

“나? 아씨가 아니고?”

“켁! 이놈이 아씨를 끌어들여!”

“하하하!”

한바탕 웃었다.

도천패가 해자수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농을 건넸다. 모두 다 안다.

점검 간격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혈마가 되는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싸우다가 혈마가 되는 상태가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혈마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광란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호발귀도 제어하지 못할 수 있다.

“한 시진 간격으로 점검하다가 반 시진으로 줄이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시작합시다. 등매는 진형 다시 한번 점검해줘. 입구 쪽은 물론이고 위까지.”

“걱정하지마. 진법은 매일 점검하고 있어.”

“혈마 두 명이 뚫고 나가지 못해야 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대비는 해야지.”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간 사람은 나오지 못해. 완전히 막아버릴 거야.”

호발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팟! 팟! 파파팟!

해자수는 한 시진에 한 번씩 혈기 투사를 받았다.

모두 하던 일에서 손을 놓고 해자수만 쳐다봤다. 호발귀가 있는 흙집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해자수를 수련시키는 일은 동굴에서 등여산이나 홀리를 수련시킬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단지 암약혼기 같은 음수를 피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호발귀처럼 혈마가 된 후에도 이성을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으! 내가 떨리네.”

당홍이 말했다.

“당매는 괜찮아? 혈기가 들끓는다거나 그러지 않아?”

“난 꽤 깊이 눌러놓은 것 같아. 아무렇지도 않아. 당신은? 안에서 혈기가 들끓고 있다잖아.”

“들끓는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직은 멀쩡해.”

도천패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에서 한 시진마다 점검을 받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한 시진마다 점검받기 시작한 후부터 절곡 수련에 들어갈 때까지는 며칠이나 걸릴까?

물론 이것은 표준이 아니다. 해자수만의 특별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거의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기준은 될 수 있다.

파팟! 팟!

호발귀가 혈기를 투사했다.

“키키킥! 키키킥! 카아악!”

해자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괴소를 토해냈다.

짐승의 울부짖음과 흡사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때가 거의 다 됐다.

호발귀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혈기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해자수에게 무슨 일인가 곧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다.

지금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아! 난 안 되겠어.”

도천패가 뒤로 물러섰다.

해자수가 괴소를 내지를 때마다 도천패의 혈기도 꿈틀거린다.

호발귀는 지금 해자수에게 집중하고 있는데, 도천패까지 혈기가 움직이면 큰일이다.

혼자서는 혈마 두 명을 상대하기 버겁다.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수련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더 힘들다.

결국, 등여산과 홀리를 수련시킬 때처럼 한 사람은 혼절 상태로 만들어 놓고 시작해야 한다.

“움직여?”

당홍이 재빨리 물었다.

“그런 것 같아.”

“그럼 멀리 떨어져 있어. 지금 움직이면 안 돼.”

“그 정도는 나도 알지.”

도천패가 재빨리 흙집에서 벗어났다.

도천패의 혈기가 갑자기 움직인 것은 확실히 예상 밖이다.

하지만 도천패의 혈기는 자연발화가 아니다. 해자수에게 영향을 받아서 일어난 것이다.

호발귀도 그런 사실을 아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다른 사람들이 해자수에게 영향을 받아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겨 버렸다.

“보위님, 내버려 둬도 돼?”

보다 못해서 홀리가 물었다.

“풍취추료수면(風吹皺了水面). 바람이 불면 물결도 거칠게 솟구치는 법이야. 그렇다고 물색이 변하지는 않아. 혈기가 혈기에 반응해서 물살이 거칠어진 거야. 난 물색이 변하기를 바래. 하얀 물색이 짙푸른 물색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데…… 물살이 흔들리는 것에 동요하면 안 되지?”

호발귀가 해자수의 혈기를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물색이 변한다고?”

홀리가 되물었다.

혈기가 농익는다는 말과 물색이 변한다는 말은 모두 한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하얀 물색이 짙푸른 색으로 변할까? 물그릇, 소(沼)가 깊어지면 된다. 소가 깊어지려면 밑바닥에 있는 흙을 계속 퍼내야 한다.

혈기가 농익는 과정이다.

혈기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을 계속 변질시킨다고 해석하면 맞는 말일까?

혈기를 담은 그릇이 깊어지는 것은 시간만이 해결해준다. 인위적으로 파낼 수가 없다.

물그릇에 담긴 물이 아무리 출렁거려도 물그릇은 변하지 않는다.

몸! 몸이 변해야 한다!

혈기를 담은 그릇은 몸이다. 혈기가 몸에 어떤 영향을 줄 때까지 기다린다!

해자수는 혈기투사의 영향을 받아서 혈기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호발귀는 물색만 지켜봤다.

해자수 스스로 변해왔다. 혈기를 담을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켁켁켁! 큭큭! 킥킥킥!”

해자수의 괴수가 점점 심해졌다.

이제는 누가 봐도 인간의 음성이 아니다.

“해자수, 가죠.”

호발귀가 몸을 일으켰다.

“키키키키키!”

해자수는 괴소를 터트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호발귀의 말을 쫓는다. 이성이 몸을 지배하고 있다. 혈마가 되기 직전이지만 혈마는 되지 않았다.

“등매.”

“진은 걱정하지 마. 안에서나 잘해. 밖은 우리가 철저하게 막아줄게.”

“만약 우리가 뛰쳐나오면……”

“걱정하지마. 우리도 혈마야. 여기 혈마가 여덟 명이나 있어. 설마 두 명을 못 이길까.”

등여산이 환하게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