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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42화 (442/500)

第八十九章 사활수련(死活修鍊) (2)

호발귀가 전개한 삼마돌각수는 지옥유부공에 뒤지지 않는다.

일반 무인을 상대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혈마를 상대할 때도 가공할 위력을 드러낸다.

지옥유부공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절대 약하지 않을 것이다.

삼마돌각수 자체만으로는 지옥유부공을 상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삼마돌각수 속에 태극환원공이 스며들어 있다.

강력한 진기가 뒷받침한다.

이번 훈련도 성과 없이 끝난다.

등여산이 세상에 남겨진 한 줄기 진기를 찾아내야 하는데. 눈으로 볼 필요도 없다.

혈기로 느끼기만 하면 된다. 진기가 느껴지는 순간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그러니 느껴주기만 하면 된다.

이번 싸움에서도 등여산은 남겨진 진기를 보지 못한 듯하다.

‘등매, 잠시 쉬자.’

퍼억!

태극환원공이 담긴 삼마돌각수가 등여산을 후려쳤다.

그런데…… 삼마돌각수에 타격당한 등여산이 즉시 뒤돌아섰다. 그리고 다짜고짜 손을 뻗어왔다.

그녀에게 매우 익숙한 무공, 태산금나로 목을 움켜잡는다.

“훗!”

호발귀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랐다.

물론 신형은 느낌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

등여산이 움직이자마자 바로 따라서 반응했다.

꽈아아앙!

목을 움켜쥐지 못한 태산금나가 석벽을 후려쳤다.

일순, 석벽에서 튀어나온 돌가루가 동굴 전체에 자욱하게 번져나갔다.

‘후후! 아찔하네.’

호발귀는 웃음을 머금었다.

정말로 기쁘다. 너무 기뻐서 펄쩍 뛰고 싶다.

조견을 유지해야 하는 탓에 마음 놓고 웃을 수는 없지만, 하늘을 거머쥔 듯 뿌듯한 기쁨이 몰려온다.

등여산이 드디어 삼마돌각수에 대해서 반격하기 시작했다.

호발귀는 삼마돌각수에 진신 공력을 싣지 않았다. 등여산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단지 제압할 수 있는 정도의 진기만 담았다.

진기가 미약하게 담겼기 때문에 등여산이 격타당하고도 멀쩡할 수 있었다.

‘등매가 검을 쥐고 있었다면…… 히유!’

호발귀는 급히 신형을 움직여서 등여산의 공격을 벗어났다.

지금 등여산이 펼쳐내는 태산금나에는 천근 거력이 담겨 있다.

머리에 맞으면 머리뼈가 부서질 것이고 어깨에 맞으면 어깨뼈가 탈골될 것이다.

아니면 살점이 아예 뜯겨나갈 수도 있다.

태산금나는 언제든 조공(爪功)으로 바뀌어서 살점을 생째로 뜯어낼 수 있다.

꽈앙!

태산금나가 다시 동굴을 후려쳤다.

“이스 트리하 틀하 뎅간 니아만……”

호발귀는 구혼음소를 처음부터 다시 읊기 시작했다.

구혼음소를 읊어주고, 신형을 감추고, 은밀히 공격을 취한다. 등여산의 반격을 끌어낸다.

이것이 능숙해지면 구혼음소를 생략한다.

당장 눈앞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즉시 공격한다.

혈마들은 이런 공격까지도 막아내야 한다. 무림의 공격이 이런 식이니까.

“킥킥킥!”

등여산이 공격을 멈췄다.

지금 호발귀가 읊는 구혼음소는 오직 등여산에게만 특화된 그녀만의 구혼음소다.

그녀를 죽이는 소리가 아니다. 혈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진언이다.

등여산이 잠잠해졌다.

확실히 구혼음소를 읊어줄 때만은 편안해진다.

‘구혼음소를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테리말라흐 에네기 알라늠 세메스타……”

호발귀는 구혼음소를 중얼거리면서 진언의 효과가 조금이라도 오래 지속되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일단 등여산이 반응하는 모습을 주시했다.

등여산은 혈기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기분이 나빠지면 혈마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면 인간 등여산이 된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극단적으로 등여산의 혈기 상태를 분석했을 때,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거다.

당연히 혈기의 변화도 면밀히 살폈다.

구혼음소를 읊어주면 효과가 작아도 반 시진만이라도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등여산이 안정을 취하는 것은 구혼음소를 읊어주는 현시점뿐이다.

구혼음소를 중단하거나 음률이 틀리면 등여산은 당장 포악한 맹수가 되어서 날뛴다.

스읏!

진기 한 가닥을 남기면서 등여산의 등 뒤로 돌아갔다.

등여산은 여전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동굴을 울리는 음률에 귀를 기울였다.

“탄 투 마하 구저처 토파 니르에……”

호발귀는 등여산의 등을 쳐다보면서 구혼음소를 읊었다. 그리고 한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구혼음소를 끊고 침묵을 유지했다.

“칵칵칵! 킥킥!”

등여산이 당장 생기를 찾아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잔잔하게 가라앉았던 혈기가 거센 해일처럼 솟구쳤다.

다시 산 생명에 대한 증오가 온몸을 휘감았다.

“켁켁켁켁!”

등여산이 괴성을 내뱉었다.

등여산의 혈기는 감정을 조율한다. 기분이 좋고 나쁨에 따라서 적아(敵我)를 구분해낸다.

하지만 지금처럼 완전한 혈마 상태가 되면 오직 ‘기분 나쁨’만 존재한다.

화가 무척 많은 인간처럼 아무 곳에서 화풀이한다.

꽈앙!

그녀가 석벽을 주먹으로 쳤다.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혈기를 추스르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 순간,

츠읏!

등여산의 등 뒤로 은밀한 암수(暗手)가 터졌다.

퍼억!

돌덩이처럼 단단해진 삼마돌각수가 등여산의 등을 후려쳤다.

그녀의 등이 한순간에 활처럼 휘어졌다가 퍼졌다. 이번에는 먼저보다 두 배는 충격이 강하다.

치명적인 요혈을 타격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받는 충격은 크다.

“케에에에엑!”

등여산이 화가 난 듯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냅다 뒤돌아서면서 수공(手功)을 펼쳤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설화팔극검이 수도(手刀)로 전개되었다.

호발귀가 전개한 삼마돌각수는 매우 은밀했다. 진기가 일절 가미되지 않은 혈마 무공이었다.

그런데도 등여산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구혼음소를 읊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구혼음소를 중단하면 당장 마음이 불편해진다.

거기에 강력한 타격까지 가해진다.

타격의 강도도 점점 높아진다.

구혼음소가 끊기면 위험하다!

혈마가 되어서 인지 능력이 상실한 혈마가 이런 사실은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무림에 나가면 구혼음소를 읊어줄 사람이 없다.

호발귀가 읊어주면 되나?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녀를 제치고 나서서 자신이 적을 상대할 것이다.

등여산이 혈마가 되어서 싸운다는 뜻은 그 장소에 호발귀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니 실전에서는 지금 펼치는 기분 좋은 구혼음소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지금 하는 훈련이 헛된 것일 수도 있다. 구혼음소가 없다면 혈마도 경각심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중간단계라고 하는 것이다.

일단 등여산을 반응하게 만들고자 한다. 지금은 이것조차도 되지 않고 있으니까.

혈마가 암습에 제대로 반응하기 시작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틀림없이 구혼음소를 읊지 않고도 싸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쒜엑! 스스스슷!

호발귀가 삼마돌각수를 펼치자마자 그녀도 쾌속하게 움직였다.

신형이 왼 다리를 축으로 빙글 휘돈다. 엄지발가락 하나에 체중을 싣고 움직인다.

‘설화팔보!’

등여산은 이지를 상실한 혈마이면서도 무공을 사용한다.

도천패나 당홍, 해자수와는 상당히 다르다. 홀리도 혈마로 변한 후에는 무공을 사용하지 못했다.

호발귀 자신은 어땠을까? 혈마인 상태에서 무공을 사용했을까?

혈마가 무공을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은 없다. 그 누구도 이런 부분은 무심히 지나쳤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혈마는 무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생기를 쫓아가기만 하면 생명이 끊어진다. 실제로 상대가 어떤 식으로 죽는지 알 필요도 없다. 자신이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보였는지 알지도 못한다.

무조건 상대가 죽는다.

혈마가 되기 전의 혈기만 해도 평소 사용하던 무공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하물며 혈마가 된 후에는 훨씬 더 강해지는데 약하디약한 인간 무공을 사용하겠나.

이지를 잃은 상태에서 정교한 초식 변화를 끌어낸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이런 이유에서 모두 혈마가 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이 부분은 호발귀도 같은 생각이다. 혈권 안에 생물체가 들어서면 혈기로 끌어당기기만 하면 된다.

생명체의 생기를 읽어내고 타오르는 촛불을 눌러서 끄기만 하면 끝난다. 쥐 같은 작은 동물부터 우람한 곰까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죽인다.

혈마록에 기재된 무공이 아무리 강해도 혈기를 사용한 무공에는 대적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등여산은 무공을 사용하나?

스으읏! 스읏! 스스스슷!

등여산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막무가내식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신법과 혈기를 동시에 일으켜서 호발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좁혔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호발귀를 구석으로 밀어 넣는다.

혈마가 지능적으로 싸우고 있다.

“음!”

호발귀는 다소 당황했다.

혈마가 혈기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무공까지 사용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혈마에게는 모든 움직임이 똑같다. 단순히 권각을 뻗어내는 것이나 초식을 전개하는 것이나 인간의 움직임이라는 면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

굳이 초식을 펼치지 않아도 혈마의 빠름과 강함은 이미 무적이다.

슈웃!

등여산이 신법으로 호발귀의 퇴로를 차단하면서 다가섰다.

어느새 그녀는 호발귀의 눈앞에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파팡!

양손에서 이력음유지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호발귀의 눈에는 혈마의 움직임이 너무도 느리게 보였다.

아니, 느리다기보다는 움직임의 결이 보였다. 동작을 하나씩 쪼개서 보여주는 것처럼.

‘이력음유지가 이런 형태군.’

호발귀는 이력음유지에 맞서서 투골지를 사용했다.

퍽! 퍽!

등여산의 양 손목을 격타했다.

투골지는 강력하다. 오죽하면 무공 명칭부터가 뼈를 뚫는 지법이라고 하나. 투골지에 격타당하면 근골이 상한다.

뼈가 부러지고, 힘줄이 손상된다.

물론 그 정도로 강력하게 쳐내지는 않았다.

손속에 사정을 담아서 단지 진기가 차단되는 선에서 그치도록 전개했다. 움직임만 멈추면 되지 않나.

사실, 호발귀의 이런 공격은 혈마에게는 무의미하다.

혈마는 진기가 아니라 혈기를 사용한다. 경맥을 통해서 진기를 이어가는 무공이 아니다.

몸 전체에 스며있는 기운을 총체적으로 활용한다.

호발귀를 제외한 다른 혈마는 아직 이런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호발귀도 얼마 전까지는 경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완성 혈마였다.

백회혈을 맞고 나가떨어지는 것, 파신금령술에 제압되는 것이 모두 경맥에서 벗어나지 못한 증거다.

이 단계를 벗어나면 혈도는 무의미해진다. 적어도 혈마가 되었을 때는.

‘혈기를 너무 오래 사용했어.’

이제 등여산도 쉬어야 한다. 혈기 속에 오래 머물러 있어도 좋을 게 전혀 없다.

그녀가 쉬는 동안에 혈마 상태에서도 무공을 사용하는 이유도 생각해야 한다.

슈웃! 퍽!

호발귀는 생기도를 쳐냈다.

될 수 있는 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래서 단숨에 혈기를 차단하는 생기도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등여산이 다른 티격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생기도 외에는 딱히 혈마를 주저앉힐 방도가 없다.

혈기를 걷어내서 혈마 상태를 벗어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면 다시 혈마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암약혼기 같은 공부에 당하지 않게 하려면.

멀쩡한 사람을 혈마로 유도하는 게 심적으로 더 힘들다.

등여산이 다시 인간 등여산으로 돌아갔을 때는 혈마가 되고 난 후에도 암약혼기 따위에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만들고 만다.

푹!

등여산이 무너졌다.

“후우!”

호발귀는 한숨을 내쉬었다.

등여산은 다른 혈마보다도 한 걸음 앞서 나간다. 일단, 생기를 숨기고 전개한 공격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공격을 당한 후에 반격한 것이지만…… 생기 소멸 후에 공격이 이루어진다는 인식은 가진 것 같다.

혈마는 무인들처럼 주위를 살필 필요가 없다. 사람이 나타나면 즉각 기운을 읽는다.

인간이 풍기는 체취를 맡고, 공기의 흐름에서 움직임을 감지한다.

혈마의 감각은 천지자연의 기운과 교합한다.

하지만 등여산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혈기로 읽어낼 수 없는 기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깨우치기 시작했다.

등여산은 동굴에 들어서기 전보다 더 강한 혈마가 되었다.

이런 훈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호발귀도 모른다. 다만 암약혼기나 무령환살공 같은 악공(惡功)에 당할 우려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제 쉬자. 오늘은 이만하면 됐어.”

호발귀는 등여산을 안아서 홀리가 있는 곳에 눕혔다.

이제는 홀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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