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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37화 (437/500)

第八十八章 사기재현(死氣再現) (2)

결국, 당홍의 생기격타는 중단했다.

그녀는 생기를 조절할 수가 없다. 그녀가 쳐내는 생기격타는 아무리 조절한다고 해도 타격이 되어버린다. 진기를 어루만진다고 부드럽게 손을 뻗어내는 데도 살상하는 격타가 되어버린다.

궁충이 몸에 받는 충격이 상당하다. 매번 달려오는 들소에 부딪히는 충격이 전달된다.

궁충은 서너 번 만에 기절해 버렸다.

문제는 또 있다.

당홍은 생기격타를 멈추지 못했다. 처음에는 조절해서 치는 듯하다가 금방 혈마의 격타로 변해버렸다. 도천패가 말리지 않았다면 당홍은 쓰러진 궁충을 계속 두들겨 팼을 것이다.

혈기가 들끓어 오르면 도저히 통제가 안 된다.

당홍은 혈마가 된 것이 아니다. 아직 이성이 멀쩡한 상태다. 그런데도 나비가 되어서 날아오르면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직 점만 보인다.

“이거…… 완전히 피떡을 만들어 놨네.”

“그것도 내가 중간에 말렸기에 이 정도야. 하마터면 죽일 뻔했어.”

도천패가 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이건 나도 실수한 부분이 많아. 형만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어.”

호발귀가 도천패의 어깨를 두들겼다.

“형?”

“뭐 족보 정리하자며?”

“할 거야?”

“생각해 보는 중이야. 할까 말까. 하지 싫은데 말이지. 보위, 찬물 좀 떠다 줘. 일단 피부터 닦아야지.”

“보위? 어휴! 내가 왜 그걸 허락해가지고는!”

도천패가 퉁퉁거리면서 계곡을 달려갔다.

궁충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외상은 피만 닦아주면 된다. 찢어진 상처는 진기접물로 봉합시킨다. 내상은 생기격타를 하면 바로 회복된다.

텅! 텅!

호발귀는 궁충의 단전을 두들겼다.

혈천방으로 가면서 일행에게 펼쳤던 것처럼 생기로 진기를 어루만졌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생기격타를 한 후에 구혼음소를 읊조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호발귀는 생기를 쓴 후에도 정신이 멀쩡했다.

심등이 환히 밝혀져서 혈기를 지켜보고 있다. 자신의 몸속에서 푸른 빛이 일렁거리는 게 보인다.

예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인데.

다른 혈마는 이런 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견을 터득하게 하면 자신의 생기를 볼 줄 알게 되는데, 영 방법이 없다. 조견을 보게 할 어떤 묘수가 없을까?

통! 통! 통!

궁충의 단전에서 울림이 일어났다.

궁충은 곧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단전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부풀어서 당황했을 것이다. 전신에 진기가 넘쳐나서 두려울 거다. 좁은 수로에 강물이 쏟아져 들어올 때처럼, 현재 궁충의 경맥은 단전 진기를 감당할 만큼 넓지 않다.

스으으읏!

호발귀는 단전 진기가 경맥에 무사히 흘러가도록 경맥까지 보살폈다.

일반적으로 이런 진기타통법을 사용하면 시전자는 거의 탈진해 버린다. 공력도 절반 이상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임종을 앞뒀을 때나 펼치는 방식이다.

호발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진기가 아니라 생기다. 소진되면 곧 채워진다.

통통통!

생기격타가 계속 일어났다.

“이령귀화, 역천금령공을 생각하세요. 두 공부의 진결을 쫓아서 움직여야 합니다. 진기를 음양으로 나누고……”

호발귀는 두 공부를 알려주었다.

궁충은 자신의 방식대로 혈마를 만들 생각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그러다 보면 조견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쉽게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직접 명문혈에 손바닥을 대고 진기처럼 생기를 퉁겨냈다.

그러면 타격력이 예전에 사용했던 생기격타보다 열 배 이상 증가한다. 거센 파도가 연신 들이친다.

퉁! 퉁! 퉁!

궁충의 단전에서 연신 북소리가 울려 나왔다

호발귀는 손을 떼고 물러났다.

자신이 할 바는 다 했다. 궁충이 원하는 대로 즉각 생기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증진시켰다. 이제 궁충은 원하지 않아도 생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이령귀화와 역천금령공이 궁충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호발귀는 당홍의 얼굴도 어루만졌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살이 닿지는 않았다. 손바닥과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살짝 스치며 지나갔다.

타타탁! 타타타탁!

당홍의 얼굴에서 기름 튀는 소리가 울렸다.

당홍의 몸에서 일어난 생기와 호발귀가 일으킨 생기가 격렬하게 부딪혔다.

타타타탁! 타탁!

악기가 타들어 갔다.

예전에는 허공 밖으로 밀어냈는데 지금은 양강의 생기로 혈기를 태워버렸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본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것 하나라도 걸려들겠지. 혈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 자신이 흡수하는 것, 지금처럼 태워버리는 것…… 혈기가 소진된다는 측면에서는 똑같다.

혈기가 사라진 만큼 생기는 금방 채워진다.

이런 식으로 태우면 생기가 혈기로 변질하는 부분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해보는 것이다.

“무리였네요.”

“그러게. 실패했네.”

당홍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방법이 또 있을 겁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았잖아요.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낫죠.”

“그래. 찾아보면 방법이 나올 거야.”

“내일부터는 보위 좀 빌려 가야겠어요. 귀검하고 붙여보게.”

“제발 살살 좀 해줘. 그 사람 다치지 않게.‘

”어휴! 형수님도…… 보위 덩치를 보세요. 보위가 다칠 사람으로 보입니까.“

”귀검은 너도 칠 뻔했던 검이야!“

”그러면 해자수를 데려갈까? 아직 상처도 안 나왔는데. 그래도 싸울 수는 있겠지?“

”에휴! 내가 말을 못 해.“

”하하하!“

호발귀가 웃었다.

당홍이 힘없이 말했다.

“형수님, 궁충을 칠 때 혈기 움직임은 봤어요?”

“아니. 전혀 못 봤어. 아무것도 안 느껴지던데?”

“이령귀화와 역천금령공은 어떻습니까?”

호발귀는 일단 세 사람에게 혈마 무공을 전수했다.

자신이 깨달은 방법으로 수태음폐경에 생기를 밀어 넣은 후, 버티는 방법이 있어서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 필요 없어.”

“그래요?”

“궁충에게는 모르겠는데, 우리에게는 그냥 바닷물에 독액 한 방울 떨군 격이야. 이령귀화든 역천금령공이든 일으키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진기를 일으키는데, 생기가 일어난다는 거군요.”

“그래. 네가 특이한 경우야.”

“이건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니까, 쉬세요. 일단 혈마가 된 후에 잡히지 않는 방법이나 연구해봐야죠.”

“귀검과 저 사람, 싸움 잘 봐 줘. 부탁이야.”

당홍의 눈에 근심이 가득했다.

당홍같이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이 곰처럼 우람한 사내를 걱정한다. 어떤 사내도, 아무리 강한 사내라고 여인에게는 근심·걱정의 대상인 모양이다.

“잘 볼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호발귀가 싱긋 웃었다.

호발귀는 지옥유부공을 감지해냈다. 혈마도 감지해낼 수 있을까?

지금 생각으로는 감지하지 못할 것 같다. 지옥유부공을 찾아낸 것은 혈기가 아니라 조견이다. 혈권 안에서도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몸은 혈마, 머리는 정상인이어야 한다.

다섯 사람은 아직 자신의 혈권이 어디까지인지 거리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혈권이나 사권이라는 개념도 없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은 쫓아가서 죽인다.

그러나 자신의 살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모든 것을 시험해 볼 기회다.

도천패가 조견은 일으킬 수 없지만, 지옥유부공을 감지해낼 수만 있다면…… 그러면 혈마가 된 상태에서도 천살단이나 혈천방에 잡히는 일은 없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두 명 이상이 늘 함께 다녀야 한다.

싸움은 한 명만 한다. 한 명이 혈마가 되면, 다른 자가 혈마를 보호한다. 무령환살공 같은 공부를 펼치는 자가 있다면 멀쩡한 사람이 막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이론상일 뿐이다.

혈마는 혈기에 반응한다. 옆에 혈마가 생기면 혈기를 지닌 사람은 즉시 준동한다.

아직은 모든 게 답답하다.

최상의 방책은 궁충까지 모두 여섯 명과 호발귀가 늘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면 무적군단이 이루어진다. 호발귀에게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그러면 혈마가 되어서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혈마 다섯 사람 아니 이제는 궁중까지 여섯 명의 운명이 도천패와 귀검의 싸움에 달렸다.

귀검은 지옥유부공을 떨치고 나면 이틀을 쉬어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싸움은 이틀에 한 번만 볼 수 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지켜봐야 한다.

이번에 당홍은 혈기를 조절하면서 궁충을 격타했다. 그런데도 혈기가 들끓었다. 만약 혈기를 조정하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면, 당홍이 혈마로 변하는 시간은 길어야 두 시진이다.

싸움을 시작한 후, 반나절 만에 혈마가 된다.

예전에는 이토록 빠르게 변화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히 빛처럼 빨라졌다.

두 가지 요인이 첨가된 것으로 추축된다.

하나는 혈마가 되어본 경험이다.

혈마는 자신을 전능한 신으로 느끼게 해준다. 본인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몸은 무한대의 괴력을 펼쳐낸다. 그러니 그런 상태를 향해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위에 혈기를 지닌 사람이 너무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만나고 대화하는 모든 사람이 혈기를 지니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혈기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타탁! 타타타타탁!

상황이 이러니 혈마가 되는 속도가 겨우 반나절을 넘기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이 사람들을 떼어놓아야 할까?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도 위험하고 여러 명이 무리 지어서 같이 움직이는 것도 위험하다.

진퇴양난(進退兩難).

호발귀는 이런 곤란한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면 도천패와 당홍은 서로를 위한답시고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저렇게 한시도 보지 못하면 안달을 하는 부부인데.

츠으으읏! 츠읏!

호발귀는 거의 매일 그들에게서 혈기를 제거했다.

생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잠만 자고 일어나도 혈기가 충천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무의식중에 생기를 끌어내어서 활용한다. 진기 운공을 하면 생기도 운용된다.

시간은 생각한 것처럼 많지 않다.

지금도 그렇다. 호발귀가 매일 혈기를 뽑아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또 혈마가 되었을 것이다.

혈천방 같은 마방과 만나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저들은 수하를 쉽게 죽인다. 백 명, 이백 명쯤 희생시키는 일은 예사다. 혈마에게 그 정도 인원을 던져놓고 두 시진 정도만 버티면 혈마가 탄생한다. 그때 혈천방주가 나타나서 느긋이 제압한다.

혈마 앞날은 절대 순탄치 않다.

“일단 혈마가 될 때까지 두 시진, 반나절 정도 걸릴 텐데. 그 시간은 내가 맡을 수 있고.”

호발귀가 말했다.

이번 싸움은 귀검과 호발귀가 겨뤘던 싸움과는 다르다. 다른 실험을 한다.

도천패를 혈마로 만들기는 쉽다. 호발귀가 툭 치기만 하면 된다.

호발귀는 혈마 상태다. 멀쩡해 보이지만 혈마가 분명하다. 그가 건드리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혈마로 변한다. 생기와 접하지 않은 귀검도 두 시진이면 혈마로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그런 실험이 아니다. 도천패가 자연스럽게 혈마가 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도천패의 공격에서 귀검이 버텨주어야 한다.

도천패가 이리저리 생기를 사용하다가 혈기가 치밀어  혈마가 될 때까지 버틴다. 혈마자심으로 도천패를 죽이면 안 된다. 귀검이 다쳐서도 안 된다.

그런 상태로 싸움을 유지해야 한다.

귀검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부분은 귀검이 자청했다.

원래는 호발귀가 도천패를 혈마로 만든 후, 귀검이 나서서 지옥유부검을 펼칠 계획이었다. 한데 귀검이 도천패 칼을 보고 싶어 했다. 최강의 상태, 생기를 일으켜서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칼을 맛보고 싶어 했다.

“혈마가 되기 직전, 최강의 인간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부딪쳐보고 싶군요.”

귀검이 차분히 말했다.

“버티기 힘들 텐데? 내 대도를 두 시진이나 버틴다? 에이. 그 전에 아예 박살이 날걸?”

도천패가 대도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후후! 도천패. 혈천방에서는 내게 당했던 것 같은데. 기억 안 나나?”

귀검이 차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는 내가 생기를 사용하지 못할 때였고. 오직 대력도강만 썼으니까. 지금은 그때보다 열 배는 강해졌어. 웬만하면 물러서지?”

“그렇게 높아졌다는 무공, 보지.”

스읏!

귀검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럼 나도 말로만 듣던 지옥유부검을 경험해 볼까? 그 전에, 귀검. 당신과 마주 서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광이다. 이건 진심.”

도천패가 칼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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