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十七章 귀래혈마(歸來血魔) (3)
왜! 왜! 왜!
호발귀는 두 여인의 증세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다른 세 사람과는 달리 두 여인은 뇌가 부풀어 올랐다. 자칫 혈기 감소가 뇌를 건드릴 수 있다. 터트리는 것도 가능하고, 뇌 기능 저하를 불러오기도 한다.
정상으로 돌아오기 힘들 수도 있다.
천살단과 혈천방은 혈마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아주 강한 병기로 본다. 그러니 혈마를 사람이나 여자로 보지 않고 막 대했을 수가 있다.
호발귀는 두 여인을 무너트린 곳, 단중혈을 주시했다.
단중혈(丹中穴)은 흔히 무인들 사이에 사대 사혈로 지칭된다. 하지만 의학에서는 단중혈(丹中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의학 명칭은 단중혈(膻中穴)이다.
두 유두를 잇는 선의 중앙점이다.
단중혈은 실제로 건강을 구성하는 핵심 요혈이다.
단중혈은 가슴을 넓히고, 기를 조절하며,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폐를 맑게 하고, 심장과 가슴을 이완시키는 기능이 있다.
- 단중시임맥(膻中是任脈).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 수소양경삼초경적교회혈(手少陽經三焦經的交會穴).
황제내경에 적힌 글이다.
단중은 임맥에 속하며 족태음의 비경, 족소음의 신장경, 수태양의 소장경과 수소양의 삼초경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혈을 건드리면 심장과 혈관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피의 흐름을 개선하고, 가슴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면 단중혈을 누르라고 한다.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게 되어서 가슴이 트이기 때문이다.
이 혈에 비수를 꽂는다는 것은 죽이겠다는 뜻이다.
두 여인의 단중혈은 이미 치료가 되어 있다.
단중혈을 찌른 천살단주도 혈마를 잡은 후에는 제일 먼저 기맥부터 풀어야 했을 것이다.
단중혈을 찌르면 지혈 같은 것은 우습게 되어 버린다. 우선 맥부터 트여야 산다.
천살단주는 단중혈만 찌른 게 아니다. 뇌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켜본 사람이 있든 없든 천살단주는 단중혈과 함께 백회혈(百會穴)도 쳤다.
- 개규성뇌(開竅醒腦), 회양고탈(回陽固脫).
백회혈의 기능이다.
백회혈은 머리의 말랑말랑한 구멍을 열어서 뇌를 맑게 유지시킨다. 기운을 양으로 되돌려서 굳건하게 만든다.
백회혈을 눌러서 기능을 죽여버리면 흐름이 끊긴다.
머리는 단단한 뼈로 응집된 항아리가 된다. 그리고 그 속에 피가 몰려든다.
천살단과 혈천방의 수법은 같다.
당홍과 도천패는 혈천방주에게 잡혔고, 등여산은 천살단주에게 잡혔다. 하지만 세 사람의 증세가 거의 동일하다. 단중혈을 치든 다른 혈을 치든 정작 중요한 혈은 백회혈이었다.
이상한 점은 홀리다. 홀리는 자기 스스로 자진한 형태다.
단중혈에 비수를 꽂고 손발을 묶인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런데 왜 등여산과 똑같은 상태가 된 것일까?
“그렇군. 후후!‘
호발귀는 쓴웃음을 흘렸다.
홀리는 등여산을 빼내오는 과정에서 등여산의 전신 경혈을 타진했다. 단중혈 외에 다른 혈도에도 이상이 있는지 점검했다. 당연하다. 파신금령술을 경험해 봤으니까.
그리고 백회혈이 막인 것을 찾아냈다.
홀리는 자신 스스로 백회혈을 봉쇄했다. 그것이 죽는 길, 가장 잔혹한 혈마가 되는 길이라는 것도 모른 체. 단지 등여산처럼 꼼짝하지 못하는 혈마만 원했다.
스읏!
호발귀는 일어섰다.
모든 상황을 파악했으니 이제는 치료를 시작한다.
두 여인의 치료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 혈기는 뇌의 부기가 빠진 후에나 뽑아낼 수 있다.
두 여인의 손발에 묶인 밧줄을 풀어냈다.
굳이 밧줄을 묶지 않아도 되는데…… 천살단주가 금잠사까지 사용해서 결박한 것을 보면 혈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알 리가 없지. 막연한 추측만 할 뿐이니까.
“고생했어.”
두 여인에게 말했다.
백회혈이 막히면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의식하지도 못한다. 꿈도 꾸지 않을 테니…… 완전히 뇌 기능이 정지된 상태와 같다. 죽은 사람이다.
호발귀는 양손을 들어서 두 여인의 머리에 댔다.
처음에는 달래듯이 슬슬 문질렀다. 문제가 어디서 일어났는지 찾아내야 한다.
‘여기군.’
백회혈 정중앙에서 진기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은 부분을 찾아냈다.
두 여인 모두 같다.
홀리는 너무도 정확하게 잘못된 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똑같이 따라서 했다. 이래야 등여산처럼 자신도 혼절한 채 꼼짝하지 못하는 혈마가 된다고 믿은 것이다.
터엉! 텅! 텅!
생기격타로 백회혈을 두들겼다.
진기가 덩어리가 되고, 서서히 굳어서 돌덩이가 된다. 이런 형태는 진기가 꽉 뭉친 상태인 기단(氣團)과 달리 기괴(氣塊)라고 부른다. 흙덩이를 뭉쳐 놓은 것 같다는 뜻이다.
터엉! 터엉! 텅!
호발귀는 계속해서 생기를 쳐냈다.
혈기가 준동하는 것은 염려하지 않는다. 심등으로 조견하고 있으니 이상이 생기면 즉시 알아낸다.
기괴가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서 흩어질 때까지 계속 생기를 펼쳐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치료법이다.
백회혈 기괴를 풀어내는데 꼬박 세 시진이 걸렸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딱딱해진 기괴를 물처럼 묽게 만들었고, 공기 중에 흩어놓았다.
기괴를 단번에 부수는 것은 손길 한 번이면 족하다. 그런 것은 세 시진이나 걸쳐서 풀어낸 것은 몸에 티끌만 한 영향도 주기 싫어서다.
완전히 온전한 상태로 회복시킬 생각이다.
백회혈 기괴를 풀고, 단중혈도 다시 치료했다.
해자수를 치료할 때처럼 진기접물술을 펼쳤다. 다만 진기 대신 생기를 사용했다.
호발귀는 등여산과 홀리를 깨우지 않았다. 그녀들의 혈기도 제거하지 않았다.
혼절을 막을 수 있는 상태는 모두 풀렸다. 그러니 그녀들 스스로 깨어날 수 있다.
손발을 묶었던 밧줄도 모두 풀린 상태라서 눈을 뜨기만 하면 혈마가 되어서 날뛸 것이다.
호발귀는 두 여인을 편하게 뉘었다.
두 여인은 목 뒤 아문혈(瘂門穴)과 턱 밑 염천혈(廉泉穴)이 창에 찔린 듯 꿰어있는 상태다.
정확하게 말하면 생기가 두 혈 사이를 가로막았다.
뇌와 몸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진기로도 신경을 차단할 수 있지만, 호발귀는 그보다 더 강력한 생기 차단을 시도했다.
무인들이 누르는 마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마혈이다. 무인의 점혈법은 파해라도 할 수 있지만, 호발귀가 사용한 점혈은 파해도 할 수 없다.
두 여인은 매우 편안한 상태다.
바깥세상을 인지하거나 자신의 상태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극히 평온한 상태 속에서 머문다.
‘잠시만. 조금만 더 있다가 깨울게. 우리 조금 이따가 만나.’
호발귀는 두 여인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얼굴에 묻은 흙도 털어주었다. 그리고 입맞춤을 했다.
저벅! 저벅!
호발귀가 동굴에서 걸어 나왔다.
세 사람이 함께 걸어 나올 것을 생각하고 있던 모든 사람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책사님은?”
“아씨는?”
귀검과 해자수가 동시에 물었다.
도천패와 당홍도 놀란 눈으로 호발귀를 쳐다봤다.
왜 같이 안 나오지? 뭐가 잘못되었나? 단중혈 치료가 되어서 혈기만 빠지면 그냥 걸어 나올 정도인데.
“시간이 걸립니다. 두 사람의 상태는 세 분하고 달라요.”
“아! 그런가?”
“어떻게 다르지?”
이번에도 서로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이다.
“등매가 어떻게 단중혈을 찔리게 된 겁니까?”
호발귀가 그들 사이에 앉으며 물었다.
등여산이 천살단주에게 잡힐 때, 주변에는 홀리와 죽은 부대주만 있었다. 그러니 직접 본 사람은 없다. 하지만 홀리에게서 대충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그게……”
해자수가 등여산이 어떻게 잡혔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길을 걸어오면서 당홍에게 들은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같은 말이다.
“천살단주에게 잡혔다는 말을 들을 때부터 무령환살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흠!”
“혈천방주가 펼친 것은 사령천공, 천살단주가 펼친 것은 암약혼기라고 합니다. 저도 그런 무공이 있다는 것만 알지 어떤 식으로 펼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귀검이 말했다.
“암약혼기는 정종 무공에서 발전했습니까?”
“말씀 낮추시지요.”
“그럴 수 없다고 말했……”
호발귀는 말을 하다가 중간에서 멈췄다.
귀검의 안색이 딱딱하다. 귀검은 평소에도 표정이 차게 굳어 있지만…… 지금은 더 딱딱하다. 호발귀가 뜻대로 해주지 않으면 자신도 입을 열지 않을 것 같다.
“참 묘한 관계네.”
호발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살단에서 연구한 것이 암약혼기라고 알려졌는데, 정작 천살단 사람들은 그런 무공이 있는 줄도 모르죠. 천살단이 아닌 제 삼의 장소에서 창안되었을 겁니다.”
“사령청공은?”
“그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혈천방도 중 사령청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혈천방주만 알고 있는데…… 이번에 보니 제 지옥유부공과 흡사했습니다.”
“지옥유부공도 자신을 죽이는 무공입니까?”
“……”
귀검이 대답하지 않았다.
“흐흐흐! 이 싸움은 네가 지겠다. 귀검, 저거 똥고집이야. 이 세상에서 오직 네게만 저래. 우리는 아예 동네 똥강아지 대하듯 한다니까. 사람 취급도 안 해.”
“후후! 이백 년. 이백 년이나 지난 일인데…… 귀검, 지옥유부공도 자신을 죽이나?”
“그렇습니다.”
귀검이 비로소 대답했다.
“그렇지? 이백 년이나 지났는데 유지가 어떻고…… 귀검, 저 사람도 참 적응 안 되는 사람이야.”
해자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귀검의 행동은 곧 부대주와 귀무살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들에게 호발귀를 어떻게 섬기라고 말한다.
호발귀는 하루아침에 귀무살의 수장이 되어버렸다. 모두 이번 싸움에서 목숨을 떨구고 몇 명 남지 않은 귀무살이지만.
“혈마가 되면 단중혈을 찌를 거야?”
호발귀가 도천패에게 물었다.
“너 임마! 넌 왜 내겐 말을 팍 내리냐!”
“난 문주, 도천패라는 사람은 보위. 문주가 보위한테 말 올리는 것 봤나?”
“저, 저놈! 하! 혈압 오르네.”
도천패가 이마를 짚었다.
“아직 대답 안 했어. 혈마가 되면 단중혈을 찌를 거냐고.”
“찔러야지.”
도천패가 즉각 대답했다.
모두 홀리가 어떻게 하는지 봤다. 그녀 방식대로 하면 혈마가 되어도 난동을 부리지 않는다.
혼백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면서 피식 쓰러지지 않았나.
“단중혈만 찔러서는 효과가 없어. 단중혈을 찌르면서 백회혈까지 무너트려야 해. 그러면 머리가 터져 나가. 혈마 상태를 멈추는 게 아니라 죽는 거지.”
호발귀가 세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세 사람이 멍한 표정으로 호발귀를 쳐다봤다.
“그럼 아씨가……?”
해자수가 눈을 끔뻑거리면서 물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터지기 직전이라서. 이번에는 용케 목숨을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혈마가 되더라도 단중혈을 찌르지 말라고.”
“그럼 어떻게 해?”
당홍이 물었다.
“알려줄 수는 있는데 나중에요.”
호발귀가 말했다.
혈마 진행을 막는 방법, 있다. 구혼음소.
이들에게 맞는 구혼음소를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극단적이다. 일단 시전하면 돌이키지 못한다. 구결 몇 마디가 사약이 되어서 작동한다.
구혼음소는 자신이 읊어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일정 부분까지 진행되다가 돌연 멈춰버린다.
생기가 살고자 한다.
구혼음소는 반드시 다른 사람이 읊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지도 못한다. 죽어야 끝난다.
또 다른 자진 방법도 찾았다.
단중혈을 파괴하면서 백회혈을 봉쇄한다.
천살단이 혈마를 잡겠다고 찾아낸 이 방법은 사실상 혈마 파멸로 이끈다.
안전하게 멈추는 방법이 없다.
지금으로써는 혈마가 되기 전에 호발귀에게 와서 혈기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