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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28화 (428/500)

第八十六章 혈마초출(血魔初出) (3)

‘여기라면.’

삼자는 작은 동굴을 보고 히죽 웃었다.

동굴은 사방이 꽉 막혔으면서도 낫처럼 안으로 굽어진다. 그러니 방어하기에 딱 좋다.

일단 산에서 나무를 베어 동굴 입구에 목책을 세웠다.

목책을 세운 후에는 진흙을 물에 개어서 발랐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래봤자 겨우 반 시진이면 동굴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는다. 어설프게 입구를 막는 것보다 완전히 틀어막는 게 좋다.

“이 정도면 됐지?”

삼자는 흐뭇하게 웃었다.

빛 한 점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입구를 탄탄히 막았다.

외부에서 침입하는 사람을 막을 목적도 있지만, 귀색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물론 동굴은 구멍이 많다. 아무리 틈새를 막아도 귀색무가 흘러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꼼꼼히 작업해놓으면 목적을 이룰 때까지는 연기가 남아 있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탁! 화악!

삼자는 횃불을 먼저 밝혔다.

동굴 바닥에는 귀색무를 피울 준비가 마쳐져 있다.

불을 피울 나무가 쌓아져 있고, 불에 타서 흩날릴 귀색무가 가죽 부대 속에 들어있다.

탁! 탁! 화악!

부싯돌을 켜서 모닥불을 피워냈다.

불길이 거세지면서 귀색무도 점점 짙게 피어났다. 동굴 전체가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음!”

삼자는 욕정이 치밀어서 마른 침을 삼켰다.

귀색무를 피우기 전에 미리 해약을 복용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귀색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원래 귀색무를 사내를 음욕에 빠트리는 단약이다.

남녀 모두의 음욕을 건드리지만, 특히 사내에게 크게 작용한다.

혈마는 남자였다. 혈마후가 남자를 유혹하는데 사용하는 연기가 귀색무다. 연기를 같이 마시는 동안 남녀 모두 음욕에 휘감기지만, 남자가 더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점을 생각해서 미리 해약을 복용했는데…… 그런데도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섰다.

“미치겠네. 내가 이러니 혈마는 오죽 하나. 이걸 버티는 놈은 인간도 아냐.”

삼자는 당홍이 음욕에 휘감겼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눈꺼풀을 들어봤다.

아직 눈꺼풀 속이 빨갛다.

귀색무에 물들면 노란색으로 변하는데, 아직 새빨간 것을 보면 음욕이 차지 않았다.

“휴우! 미치겠네. 빨리 좀 중독되라. 내가 부탁할 테니까 중독 좀 빨리 되라고. 응?”

삼자는 일부러 당홍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졌다.

그녀 곁에 있으면 몸을 만지고 싶어진다. 당장 옷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휘감긴다.

귀색무가 매우 강하게 삼자를 자극했다.

단순히 욕정만 채울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혈마 제압을 해야 한다. 당홍의 음욕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정사를 벌인다.

구혼음소가 통한다면 당홍은 혈마가 된다.

토초에게 조정을 받던 혈마들처럼 자신의 말 한마디에 잠자리도 해주고 사람도 죽여주는 요물이 된다. 그것도 천하 최강의 살인마가 된다.

당홍은 매력적인 여자다.

세상을 오시하는 듯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눈길에 웬만한 사내는 당장 주눅이 든다. 구릿빛 피부는 살짝만 눌러도 탕탕 튀어나온다. 탄력이 매우 좋다.

음문촌에는 미인이 많다.

주변 마을에서 예쁘다는 여자는 모조리 잡아다가 아내로 삼아버렸다. 결혼한 여자는 남편을 죽이고 데려왔다. 그런 탓에 웬만큼 예뻐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당홍은 상당히 예쁘다.

혈마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여자를 매일 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치민다. 하물며 천하제일의 칼이 되어줄 여자다. 이 세상 누구든 죽일 수 있다.

삼자는 치솟는 욕정을 참으며 당홍의 눈꺼풀을 뒤집어 봤다.

빨간 기운이 가시고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 미치겠네.”

삼자는 당홍의 입술이라도 탐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조금이라도 이성이 무너지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휘둘릴 것만 같았다.

노란색이 아주 진한 노란색…… 황매화 꽃 색깔로 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토초가 부리던 놈들도 강했는데…… 크크! 하지만 그놈들은 가짜였어. 가짜만 해도 그 정도로 강했는데, 이건 진짜란 말이지. 제발 구혼음소가 먹혀야 하는데. 한 번 재미 보고 끝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자야. 으!’

삼자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토초가 움직인 혈마는 가짜 혈마였다. 혈천방에서 만든 인위적인 혈마였다.

당홍은 진짜 혈마다.

당홍에게 구혼음소만 먹히면 자신은 이백 년 전, 천하에 군림하던 바로 그 혈마를 손에 넣게 된다.

모닥불에서 귀색무가 탁탁! 소리를 내며 타고 있다.

동굴은 이미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연기에 휘감겼다.

이 연기…… 귀색무가 온전히 두 사람을 휘감았다.

이제는 빠져나갈 수 없다. 그도 당홍도 음욕의 덩어리가 되어서 뒹굴 수밖에 없다.

“니가 혈마가 된다는 것도 좋지만, 너 같은 여자를 날마다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게 더 좋아. 니가 인간이 아니면 어때? 달콤한 말을 하지 못하고, 애교를 부리지 못해도 상관없지. 킥킥!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잖아. 만지는 느낌이 달라. 이 정도 미모에 이 살결. 아! 미치겠군. 자! 빨리! 빨리! 귀색무에 물들라고. 난 이미 준비 다 끝났어.”

삼자는 거의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당홍의 눈꺼풀을 뒤집어 봤다.

눈꺼풀 색이 황매화 색으로 변하면 당홍은 색녀가 되어서 달려든다. 혈마의 본색은 살인인데, 살인을 잊고 오직 욕정을 풀기 위해서 미쳐 날뛴다.

당홍의 눈꺼풀이 점점 짙은 노란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거의 다 되었어. 슬슬 준비해도 되겠어.’

삼자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자신의 옷을 벗는 데도 손이 달달 떨렸다. 그러니 당홍의 옷을 벗길 때는 얼마나 떨릴까. 그런데,

텅!

문득, 동굴 입구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렸다.

‘뭐야?’

삼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놈이 귀색혼령대법을 방해하나.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목책을 무너트리고 안으로 기어들어 온다고? 그럼 당장 귀색무에 휩쓸린다.

어떤 연놈이든 욕정에 휩쓸린 개가 된다.

무공은 전혀 펼치지 못하고 미쳐서 날뛸 테니, 천천히 죽여주면 된다.

사실 귀색혼령대법을 방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적은 바로 음문촌 형제들이다. 만약에 혈천방주가 가져다준다는 다섯 명 중 몇 명을 혹은 한 명이라도 가져오지 못하면 바로 그자가 자신의 일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사자…… 등여산을 빼내 온다고 어떻게 장담하나. 당장 손에 들어온 혈마를 취하는 게 상책이다. 등여산을 잡아 오지 못하면 괜히 당홍만 양보한 꼴이잖나.

그럴 경우, 사자가 방해할 수 있다. 당홍이 제 것이라면서 달려들 수 있다.

‘빌어먹을 새끼들! 내 이럴 줄 알았어. 남 잘되는 꼴은 못 본다니까. 어떤 새끼든 방해만 해 봐. 가차 없이 베어버릴 테니까. 큭큭!’

삼자는 귀색무에 자신만의 독을 섞었다. 형제들을 경계해서다. 이런 일은 진작부터 염려했었다.

그런데…… 동물을 깊이 물들여가던 귀색무가 마치 강력한 바람에 이끌린 듯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 이거 왜 이래! 이거……”

그가 정사 장소로 이 동굴을 택한 것은 동굴이 낫의 형태로 구부러져 있어서다. 이런 동굴은 귀색무가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설사 목책이 무너져도 확 빠져나가는 일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일시에 싹 걷히고 있다.

이것은 음문촌 사람이 행한 일이 아니다. 음문촌은 사람은 귀색무를 이런 식으로 걷어내지 못한다.

“어떤 돼지 놈이 죽으려고!”

그때 한 사람이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엇! 너, 너, 너는!”

삼자가 깜짝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혈마 호발귀다. 죽은 줄 알았던 호발귀가, 혈마가 되어 있어야 마땅한 호발귀가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들어온다.

“나는 음문촌 사람은 모두 죽일 생각이야. 이번 일을 보니 인간이 아닌 것 같아서.”

호발귀가 차분하게 말했다.

“으!”

삼자는 침만 꿀꺽 섬길 뿐, 말을 하지 못했다.

호발귀를 향해서 칼을 뽑기는 했다. 하지만 쳐갈 수가 없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손발에서 힘이 쭉 빠졌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니, 몸이 떨렸다.

‘내가 왜 이러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만 일어난다. 힘을 전혀 쓰지 못하겠다.

설마! 혈마한테 혈기를 눌린 것인가!

맞다! 진기가 눌렸다. 다시 몸을 들여다보니 진기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진기뿐만이 아니라 근육까지도 움직이지 않는다. 완전히 몸이 축 늘어진다.

“으……”

삼자는 신음만 흘렸다.

호발귀는 삼자는 내버려 두고 당홍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당홍의 몸에 손을 대고는 생기를 투입했다. 그녀의 몸에 침투한 귀색무를 몸 밖으로 밀어냈다.

독섬칠공 중 전물기다.

다만 호발귀가 사용하는 것은 진기가 아니다. 생기다. 생기로 독기를 밀어내면서 당홍 몸에 깃들어 있는 혈기도 밀어냈다. 혈기? 악기(惡氣)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츠으으읏!

귀색무가 당홍의 코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당홍이 코피를 주르륵 흘렸다. 아주 짙은…… 검은색에 가까운 코피가 쏟아졌다.

귀에서도 피가 난다.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입으로도 피를 쏟아냈다. 오공을 통해서 검은 피가 줄줄줄 쏟아져나왔다.

부욱!

호발귀가 옷을 찢어서 그녀의 얼굴을 닦았다. 오공에서 흘러내린 피를 말끔히 닦아냈다.

그런 후, 호발귀는 당홍을 일으켜 앉혔다.

탁! 타탁! 탁!

호발귀가 당홍의 혈도를 쳤다. 천령혈을 시작으로 무려 이십여 군데나 혈도를 쳤다.

“으음!”

당홍이 깨어나는지 신음을 흘렸다.

‘도망가야…… 도망가야 해. 지금이 아니면 도망갈 수 없어.’

삼자는 호발귀 눈치를 살폈다.

호발귀가 당홍에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도주해야 한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한다. 한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리만 후들거리는 게 영 움직여지지 않는다.

뱀과 마주친 개구리처럼 사지가 얼어붙어서 덜덜 떨리기만 하는데, 미치겠다.

“커억!”

당홍이 큰기침을 내뱉은 후, 눈을 떴다.

“정신이 들어요?”

호발귀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엇! 너! 너 괜찮아? 멀쩡한 거야? 혈기는? 묶여 있었잖아? 정말 괜찮아?”

호발귀를 본 당홍이 순식간에 물음을 쏟아냈다.

그녀는 자신이 동굴에 잡혀 와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우선 눈앞에 호발귀가 보였기 때문에 호발귀 염려부터 했다. 혼절하기 직전까지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도 잊었다.

“그런 건 천천히. 일어나시죠. 가봐야 합니다.”

그제야 당홍이 화들짝 놀라서 주위를 돌아봤다.

“여기는…… 응? 이 냄새는……?”

당홍은 당장 귀색무 냄새를 맡아냈다.

“괜찮습니다. 모두 풀어냈어요. 몸, 괜찮죠?”

당홍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깔끔해. 운기도 잘 되고. 생기도…… 깨끗해진 것 같은데…… 아! 성공했구나!”

당홍이 호발귀를 보며 활짝 웃었다.

“안 갈 거예요? 보위도 치료해야 하는데. 해자수는 중상이고. 휴우! 어떻게 모두 쓰러져서.”

“아!”

당홍이 비로소 정신이 드는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인식했다.

귀색무, 모닥불, 음문촌 삼자, 거의 발가벗은 몸.

이 정도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나, 당한 거야?”

당홍이 호발귀를 쳐다보며 물었다.

“직전.”

“직전? 정말?”

호발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당홍이 사나운 눈길로 삼자를 쳐다봤다.

“날 조종하고 부리려고…… 지금 혈군이 되겠다고 옷 벗는 중이라는 가지? 귀색무를 피워놓고.”

“저, 저기 그게……”

삼자가 말을 더듬거렸다.

“내가 나중에 홀리에게 원망을 듣는 한이 있어도 네놈은 살려주지 못해.”

쒜에엑!

당홍이 삼자를 쳐갔다.

삼자는 즉시 칼을 들어서 당홍의 검을 막았다.

음문촌의 무공은 절대 약하지 않다. 혈마후에게 남겨진 무공이니, 혈마 무공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삼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퍼억!

당홍의 검이 순식간에 심장을 찌르고 다시 빠져나왔다.

파아앗!

삼자의 몸에서 핏줄기가 확 뿜어졌다. 도랑물이 흐를 때처럼 굵은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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