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十五章 장기래료(藏起來了) (1)
두 번째 생기격타는 살상용이다.
생기로 생기를 짓누른다. 상대가 절정고수라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생기만 짓누르면 진기는 급속히 사라진다. 무공을 거의 끌어내지 못한다.
진기뿐만이 아니다. 힘의 원천, 삶을 이끌어 나가는 힘의 원천까지 무너진다.
한순간 매우 병약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서 생기격타를 당한 사람조차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진기가 모이지 않아서 당황할 뿐이다.
자신이 강해서 상대방을 무너뜨렸던 게 아니다. 상대방이 너무 약해져 있었다. 물론 자신이 강해진 면도 있었다. 자신은 점점 더 강해지고 상대방은 너무 약해진다.
이러니 공정한 싸움이 될 수가 없다.
누구든 혈마와 부딪히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발귀의 생기 사용은 크게 두 분류다.
본인 스스로 일으키는 생기가 있고, 타인에서 쓰는 생기격타가 있다.
생기격타를 하려면 본인 스스로 생기를 일으켜야 한다. 생기가 근본에 깔린다. 그러니 생기는 진기 역할을 하고 생기격타는 초식 역할을 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혈마는 생기를 일으키기만 한다.
무인으로 치면 진기를 일으킬 뿐, 초식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들이 휘두르는 검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평소 익숙해 있는 초식이 그대로 펼쳐진다.
도천패의 경우, 대력도강에 생기를 싣는다.
홀리는 생기로 혈맥참을 터트린다.
호발귀는 생기격타로 상대방의 진기를 누른다. 그리고 혈마무공을 펼친다.
여기서 혈마 무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대는 이미 어떤 검초든 받게 되어 있다. 어린아이가 몸뚱이로 내리쳐도 맞게끔 무력화된 상태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생기 사용은 완전히 다르다.
어쩌면 저들은 생기가 무엇인지도 모른 체 무작정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츠읏! 타악!
호발귀는 두 번째 생기격타를 사용했다.
오른손에 깃든 이령귀화로 역천금령공을 꾹 눌렀다. 단전을 짓눌렀다. 단전에 응축된 역천금령공을 일시에 무력화시켰다.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듯이.
순간, 타격을 받은 역천금령공이 꿈틀거렸다.
‘다시!’
쒜에엑! 퍼억!
재차 생기격타가 터졌다.
역천금령공은 순식간에 힘을 잃고 무너졌다.
순간, 호발귀를 반야심경을 외웠다. 아니, 자신이 외운 것은 아니다. 장진 스님이 나타나서 읊는 것처럼 먼 곳에서 아련하게 독경 소리가 울려왔다.
- 관자재보살 행심바라밀다……
장진 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반야심경만은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바로 호발귀만 아는 이상한 주문이 되어서 몸속에 틀어박혔다.
가가가가! 가가각! 각! 가가가각!
터엉! 텅!
역천금령공이 요란하게 울음을 흘렸다.
반야심경 때문인지, 마음속에서 울리는 이상한 주문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기이한 울림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울림은 엄청난 충격으로 단전을 들이쳤다.
콰앙!
장진 스님의 반야심경은 구혼음소에 대응한다. 또 구혼음소를 받아들여서 재변형된 진결은 혈기를 누른다. 몸 안에서 무엇인가가 터져 나갔다.
“크아아아아악!”
호발귀는 거센 고함을 내질렀다.
혈기가 터졌는지, 역천금령공이 터졌는지, 이령귀화가 터졌는지…… 뭐가 터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뭔가가 터졌다는 느낌이 든다.
완전히 터진 것도 아니다. 돼지 오줌보에 송곳이 찔린 정도의 자그마한 구멍이 생겼다는 느낌이다.
한데, 그런 터짐만으로도 벼락을 두들겨 맞은 듯 격심한 고통이 치밀었다.
“크아악! 끄으으윽!”
호발귀를 이를 악물었다.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혈기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척택혈에서 일어난 이령귀화가 제대로 역천금령공을 타격한다.
스읏! 타악!
또다시 생기격타를 시도했다. 이령귀화가 역천금령공을 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역천금령공도 준비하고 있었다. 이령귀화가 밀려들자 당장 기운을 일으키더니 거세게 퉁겨냈다. ‘네까짓 게 어딜!’하면서 발길질을 한다.
역천금령공을 죽여야 한다.
타악!
귀화미요공을 일으켰다. 동시에 튕겨 나간 이령귀화를 불러들여서 다시 단전을 두들겼다.
눈이 멀고, 사고는 마비되고, 단전에는 거센 충격이 가해졌다.
퍼어어억!
일반인에게 귀화미요공은 시각을 차단하는 공부도 작동한다. 하지만 호발귀에게는 사고를 마비시키는 공부가 된다. 눈이 멀면서 생각도 묻혀버린다.
생각이 멈추면 역천금령공도 멈춘다.
귀화미요공은 이령귀화가 단전을 두들기도록 만들어주는 최적의 공부다.
등여산을 비롯한 다섯 명의 혈마 변신은 생기격타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생기격타가 없더라도 생기에 눈을 뜬 어떤 사람이 있다면 당장 혈마로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생기는 천력(天力), 하늘의 힘이다.
너무 거대한 힘이 몸 안으로 밀려들면 뇌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환상이 일어난다. 천력에 의해서 뇌 일부분이 극도로 활성화되면서 환상을 끌어낸다.
생기를 이끌어내는 동기가 이렇게 해서 탄생한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뇌의 변형이다. 마약에 중독된 것과 같은 현상이다.
뇌가 일으키는 변형은 없앨 수 없다. 제거할 수 없다. 일어나지 못하게 누를 수도 없다. 생기를 사용할수록 환상은 더욱 크고 강하게 일어난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이 지나면 환상이 현실로 바뀐다.
몸이 환상에 빠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히 환상 속에 갇히는 일이 벌어진다.
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