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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08화 (408/500)

第九十二章 본격시동(本格始動) (4)

쒜엑! 쒜에엑!

뇌공일사가 터졌다.

마차를 향해서 날아가던 천살단 무인들이 화살을 맞고 나가떨어졌다.

“지겹게 달려드네.”

스읏! 타악!

궁충은 잠시도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천살단 무인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마차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끼럇! 끼럇!”

마차를 모는 귀무살이 사력을 다해서 고삐를 잡아당겼다.

타앙! 쒜엑! 쒜에엑! 깡! 까까깡! 까아앙!

귀무살, 혈천방, 그리고 천살단 무인들이 뒤엉켜서 혼전을 벌이고 있다.

궁충 눈에 한 명씩 죽어가는 귀무살이 보였다.

“이런!”

쒜엑!

궁충은 즉시 화살을 쏘아냈다.

방금 귀무살의 몸에 검을 찔러넣은 자가 화살에 맞아서 나가떨어졌다.

검에 찔린 귀무살이 궁충을 쳐다봤다.

그는 낙오다. 쫓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뒤처진 자의 말로는 죽음으로 끝난다.

쉬익! 퍼억! 퍼어억!

천살단 무인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낙오된 자를 끝장냈다.

궁충이 화살을 날려서 도왔지만 한 번에 그칠 뿐…… 마차는 화살이 미치지 않은 범위로 달려나갔다.

‘바보 같은 놈들!’

궁충은 죽어 나가는 귀무살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이곳에 온 놈 중 살아서 돌아간다고 생각한 놈은 없다.

쒜엑! 쒜에엑!

궁충은 손에 물집이 잡히고, 물집이 터져서 피가 나올 때까지 계속 화살을 쏘았다.

“어디로!”

마차를 모는 귀무살이 급하게 말했다.

앞에 갈림길이 있다. 한쪽에는 무인들이 늘어서 있고, 다른 쪽은 그래도 한가해 보인다.

탄광으로 가려면 무인들이 막아선 길로 가야 한다.

“뚫어!”

궁충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화살 네 대를 일시에 쏘아냈다.

쒜엑! 쒜엑! 쒜엑! 쒜에엑!

“커억!”

“으아악!”

길을 막아선 무인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마차 위에 빼곡히 쌓아놨던 화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궁마의 진전을 이어받은 궁충이지만, 화살을 쏘는 족족 적들이 쓰러지는 것도 아니다.

천살단 무인들이라고 화살에 대한 대비책이 없겠나. 아무리 야전이지만 임시방편은 늘 마련된다.

남의 집 대문을 뜯거나, 우물 뚜껑을 들어서 앞을 막았다.

궁충은 멀리 떨어진 자는 쏘지 않았다. 마차를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자들만 공격했다.

쒜엑! 쒜엑! 쒜에엑!

“커억!”

화살이 나무 대문을 뚫고 들어갔다.

든든한 방패를 만들어서 앞을 가렸지만, 궁충의 강궁에는 여지없이 뚫렸다.

그런데 이런 화살은 궁충에게도 무리를 주었다.

방패를 뚫고 들어가서 상대를 격살하려면 두 배는 더 강한 힘으로 화살을 쏘아야 한다. 진기를 실어서 퉁겨내거나 시위가 강한 활로 바꿔야 한다.

궁충은 강궁으로 바꿔 잡았다.

시위를 당기고 쏘아낼 때마다 진기가 뭉텅이로 빠져나간다. 날아가는 화살과 함께 힘도 쏟아져 나가는 느낌이다. 아직 궁마의 뇌공일사를 완전히 습득하지 못했다.

‘낭패군.’

궁충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법을 전개해서 주변을 막아선 귀무살이 거의 대부분 쫓아오지 못한다. 말을 타고 달리던 귀무살도 이제 겨우 세 명만 남았다. 나머지는 요격당했다.

서른 명이 넘었는데, 이제는 대여섯 명뿐이다.

천살단 무인들은 죽은 동료도 이용한다. 시신을 방패 삼아서 밀고 들어온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크아아악!”

길을 막아선 무인들이 속속 쓰러졌다.

두두두두두! 두두두!

마차는 시신을 밟고 거침없이 질주했다.

궁충의 화살은 복면인도 겨눴다.

혈천방 무인으로 추측되는 자들이 은밀한 곳에 숨어 있다가 불쑥 튀어나왔다.

쒜엑! 따앙!

복면인에게 화살을 쏘았지만, 그들은 아주 쉽게 퉁겨냈다.

궁충은 화살을 연달아 쏘았다.

쒜엑! 쒜에엑! 퍼억!

화살을 두 번, 세 번 쏘고서야 복면인을 쓰러트렸다.

한 대는 쳐내도 나머지 두 대, 세 대는 쳐내지 못한다. 절정과는 거리가 먼 궁술이지만, 그래도 뇌공일사다. 이런 싸움이 있기 전에는 두려울 게 없던 활이다.

퍼억! 퍽!

복면인들이 화살을 맞고 나가떨어졌다.

한쪽에서는 천살단, 다른 쪽에서는 혈천방이 달려든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하는 앙숙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싸우지 않는다.

이들의 목표는 오직 마차다.

스읏!

당홍이 쓰러져 있는 등여산의 볼을 어루만졌다.

“까칠하네.”

“그래? 난 모르겠는데?”

도천패가 말했다.

“얼굴이 다 텄잖아. 겨우내 찬바람 속에서 지낸 것 같아.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불쌍해 죽겠네.”

“우리도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도천패가 마차 창문을 통해 바깥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두 사람은 궁충과 귀무살에게 최대한 방어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들은 가장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을 때, 마차가 서야만 할 때 싸우겠다고 말했다.

자신들도 언제든 혈마가 될 수 있다.

호발귀에게 갈 때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늦게 싸운다.

“우리 괜찮겠지?”

도천패가 물었다.

“호발귀가 우리 혈기를 깨끗이 씻어줬잖아.”

“그런데…… 이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가?”

도천패가 당홍을 쳐다보며 물었다.

의원으로서 파악할 수 없냐는 물음이다.

당홍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아낼 정도라면 진작 다른 사람이 알아냈을걸? 이백 년 동안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는 건 의술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거지. 알아볼 수도 없고.”

“그럼 오로지 호발귀에게 맡기는 건가?”

“난 오히려 호발귀가 염려스러워.”

“음!”

도천패도 침음했다.

호발귀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혈마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철삭에 묶인 채로 힘없이 중얼거리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마저 혈마가 되었다면 등여산과 홀리는……

“으!”

당홍이 급히 머리를 휘저었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등여산 아니 홀리의 운명이 곧 자신들의 운명이기도 하다.

“우린 누가 묶지?”

도천패가 말했다.

“요즘 기가 많이 약해진 것 같아. 이번 일 끝나면 인삼 넣고 백숙 한 마리 푹 고와 줄게.”

“누가? 내가?”

“응. 괜한 고민을 자주 하잖아.”

“하하하! 그런가?”

도천패가 크게 웃었다.

밖에서는 화살이 날고 사람이 죽는다. 지금도 도천패의 웃음소리와 비명이 섞였다. 누가 내지른 비명인지 모르겠는데, 소름 끼칠 정도로 처절하다.

저 정도 비명이라면 즉사하지 못하는 부위를 타격당했을 것이다.

바로 죽지 못하고 몸이 썰리는 고통이 고스란히 엄습해 올 때 저런 비명을 내지른다.

“하아! 더는 안 되겠다. 나가봐야지. 나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 훨훨 날 수 있어.”

“하하! 그럼 할까?”

“어차피 지금은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더 미뤘다가는 궁충한테 욕먹겠어.”

“하하하! 좋아! 그럼 나가자!”

도천패가 말했다.

스으읏! 스읏! 스스스슷!

두 사람은 마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신형을 날려 달리는 마차의 지붕 위로 내려섰다.

“아직은 막을 수 있는데.”

궁충이 말했다.

궁충은 궁사다. 한데 전신이 피로 물들었다. 화살을 뚫고 들어온 자가 있어서 박투를 벌였다. 상대방이 쏟아낸 피가 전신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적이 궁충의 화살을 뚫고 들어올 정도다.

“귀무살은 원래 허세가 이렇게 쎄요?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되는데. 지금 누가 봐도 힘들어 보여요.”

“하하하!”

궁충이 기분 좋게 웃었다.

“조금 전만 해도 피곤해서 미칠 지경이었는데, 이놈들이 있으니 힘이 솟아.”

궁충이 옆자리를 툭툭 쳤다.

당홍이 무심히 궁충이 친 곳을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내질렀다.

“아!”

궁충 옆에 월도, 창파의 머리가 놓여 있다.

“저놈들이 기죽으라고 그랬는지, 이놈들 머리를 창대에 꽂아서 들고 온 거야. 후후! 이걸 보고 가만히 있을 우리 애들이 아니잖아. 기어이 뺏어왔지.”

“그 와중에?”

도천패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살단과 혈천방의 협공을 받는 것이나 진배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안으로 치고 들어가서 이 두 사람의 머리를 탈취해 왔다는 말이지 않나.

이들의 머리를 가져오기 위해서 적어도 귀무살 두세 명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하! 좀 바보 같겠지만, 이게 귀무살이야. 이놈들하고 나 죽으면 내 머리까지 부탁해. 후후!”

궁충이 웃었다.

월도와 창파가 죽었다면 무지도 죽었다.

천살단 무인들이 두 사람의 머리만 잘라온 것을 보면 무지는 다른 장소에서 죽었다. 머리를 자를 틈도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던 것 같다.

이토록 급박했던 상황이라면 홀리와 싸울 때다.

무지가 가장 먼저 죽고, 월도와 창파가 한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궁충이 말했다.

“창파는 악불사왕의 진전을 이었어. 창파의 창을 받아낼 놈이 많지 않다는 거지. 후후! 옛날 살단주가 생각나네. 오택골이라는 놈. 그놈 정도의 무공을 지닌 놈이 죽인 거야. 그놈보다 더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아. 단단히 조심하라고!”

쒜엑! 쒜에엑! 쒜에엑!

궁충이 말을 하면서 화살을 연달아 쏘아냈다.

“이제 옆과 뒤는 우리가 맡을 테니까 앞만 보고 달려. 지금보다는 한결 수월할 거야. 그리고…… 자신의 머리는 누구에게 맡기는 게 아냐. 같이 살자고.”

도천패가 궁충의 어깨를 툭 쳤다.

도천패와 당홍은 서로의 허리에 끈을 묶었다.

소축령에 있을 때 마련한 가죽끈인데, 길이게 무려 십여 장이 넘는다.

당홍이 도약할 수 있는 거리다.

“됐어.”

도천패가 마차 지붕에 두 발을 단단히 붙이며 말했다.

척!

당홍이 고목에 매달린 매미처럼 도천패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당홍은 마차에서 뛸 수도 있다. 하지만 도천패의 등에서 뛰는 것보다 도약거리가 훨씬 떨어진다. 도천패의 생기를 받아들일 때, 당홍의 도약은 훨씬 위험하다.

두두두두두!

도천패는 달리는 마차 위에서 중심을 굳건히 잡고 사방을 노려봤다. 그가 할 일은 없다. 모든 신경을 등에만 쏟는다. 자신은 마차, 단단한 발판이다.

뒤쪽에서 사람이 다가온다.

타악!

당홍이 두 발을 힘있게 구르며 도약했다.

일단, 이 단, 삼 단, 사 단, 오 단…… 한 번 더! 육 단!

쒜에엑! 퍼억!

당홍은 뒤에서 달려드는 천살단을 쳤다.

천살단 무인은 일첨삼격(一尖三擊) 형태로 달려들었다. 전면에 선 자가 공격을 막고, 뒤에 선 세 명이 반격을 취하는 형세다.

앞에 선 자가 죽어도 뒤따르는 자가 즉시 반격한다.

당홍의 검은 앞선 자를 베었다. 그리고 뒤따르는 자도 연달아 베었다. 그동안 그녀는 허공에서 두 번이나 신형을 바꿨다. 나비처럼 부드럽게.

쉬이이익!

그녀가 마차로 돌아왔다.

“후후! 정말 뒤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어. 엄청난 체공이야.”

궁충이 말하면서 시위를 당겼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혈천방 복면인이 화살 한 대를 쳐냈다. 하지만 뒤따르는 화살은 막지 못했다. 두 번째 화살에 가슴을, 세 번째 화살에 머리를 맞고 나가떨어졌다.

그 사이 당홍은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타악!

도천패가 강한 탄력으로 당홍을 띄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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