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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401화 (401/500)

第九十一章 제이혈마(第二血魔) (2)

홀리는 단숨에 산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천살단이나 혈천방 무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재, 그녀의 주의를 바싹 끌어당기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혈기다.

예전에는 이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생기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천하에 다시 없는 보물이라도 얻은 듯 즐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호발귀가 혈기를 경고한 다음부터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앞서서 신경 쓴다.

쒜에엑!

그녀는 오직 앞만 보고 치달렸다.

눈앞에 민가가 나타났다.

산에서 내려오면 당연히 민가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넓은 평원이 있고, 중간중간 집들이 있다. 많게는 네다섯 채, 작게는 한두 채 지어져 있다.

산 밑에 있는 집들을 모두 합하면 대략 사오십 채는 되는 것 같다.

이쪽 마을 너머에도 마을이 있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강이 있어서 다리를 만든 것은 아니고, 중간에 자그마한 계곡이 있어서 오르내리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리를 만든 듯하다.

이제 민가! 본격적으로 혈기와 씨름해야 한다.

쒜에엑! 쒜에엑! 쒜에엑!

홀리는 거침없이 마을 속으로 뛰어들었다.

자기 몸속에서 혈기가 깃들었다고 해도 아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다. 일부로 마을을 두려워할 것도, 피할 이유도 전혀 없다.

‘가장 빠른 길로 간다!’

쒜엑!

옆에서 천살단 무인들이 덮쳐다.

따앙! 땅! 쉐에에엑!

홀리는 거침없이 받아쳤다.

땅이 발끝을 잡고 있다.

땅이 발을 붙잡는 느낌은 몸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잡는다는 뜻이 아니다. 발과 땅 사이에서 땅의 힘, 강한 생명력, 지면에서 일어나는 힘이 느껴진다.

사람을 두 발을 땅에 딛고 산다. 기어가고, 걷고, 뛴다. 앉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한다.

이러는 중에 땅을 의식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땅에 드러누웠을 때가 땅의 힘을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인데, 사람들 대부분은 그때조차도 땅을 느끼지 않는다.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으면서도.

편안하다!

이런 느낌이 고작이다.

홀리는 땅을 느낀다. 의식한다. 그 점이 일반인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위험이 생겼을 때는 지면력이 풀어진다. 지면력이 풀어지면 무조건 검을 쳐낸다.

슉! 팍팍!

“크아악!”

천살단 무인 두 명이 나가떨어졌다.

가슴에 ‘천’자를 새긴 무인들인데, 무복 속에 보의까지 입었다. 팔에 완갑(腕鉀)도 찼다. 검에 맞으면 나가떨어지겠지만, 쉽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홀리의 검조차 견뎌내지는 못했다.

무인 두 명은 즉사했다. 홀리의 검이 보의를 베고 들어가서 뼈까지 갈라냈다.

천원 비천당 무인들이 전술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뛰어나왔다는 것은, 이들 뒤에 수십 명, 수백 명이 늘어서 있다는 뜻이다. 이제 겨우 한두 명 모습을 드러내서 홀리의 무공을 탐색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비천당 무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면 공격이 아니라 마을 곳곳에 숨어서 암습을 가할 생각이다. 이런 공격 방법 역시 비천당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정정당당한 것보다는 싸워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니까.

쒜엑! 쒜엑! 쒜에엑!

그래도 홀리는 거침없이 뛰었다.

쒜엑! 쒜엑! 쒜에엑! 쒜엑! 쒜에엑!

맞다! 암기가 날아온다! 수리검, 비표, 비황석…… 온갖 암기가 총망라되었다.

깡깡깡! 까아아앙!

홀리는 거침없이 임기를 쳐내며 앞으로 치달렸다.

‘시간이 없는데!’

뒤를 흘깃 쳐다보았다.

월도와 창파가 따라와 주었으면 했는데, 역시 무리였나 보다.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느린 게 아니라 자신이 너무 빨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그들이 따라올 때는 이미 늦는다.

그들이 보호를 받으면 훨씬 편할 것은 분명하다.

‘아냐, 안 돼!’

홀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월도와 창파만으로는…… 솔직히 말하면 귀무살은 이들 천살단 무인조차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천살단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느낌이다. 혈천방도 마찬가지다. 복면인들의 무공이 심상치 않았다. 전력을 기울인 게 두드러지게 표시한다.

이들을 막으려면 적어도 귀무살 전원 달려들어야 한다.

‘귀무살 전체가 달려들어도 간신히 형편을 맞추는 정도야. 너무 많이 왔어.’

홀리는 치달리다가 민가에 세워진 말을 봤다.

망설일 틈이 없다. 뛰어난 말인지 구분할 필요도 없다. 당나귀라고 해도 타고 갈 판이다.

쒜에엑!

홀리는 즉시 마구간으로 가서 검으로 말고삐를 잘라냈다. 그리고 즉시 마차에 말에 올라탔다.

“끼럇!

두두두두!

말은 거침없이 치달렸다. 뛰어난 명마는 아니다. 이제는 노쇠해서 농사일을 시키는 말이다. 하지만 홀리가 고삐를 죄자, 힘차게 달려나갔다.

파팟! 파아아아앗!

홀리는 노쇠한 말의 생기를 격타했다.

생기격타라는 말의 의미는 모른다. 호발귀가 가하는 생기격타하고는 상당히 다르다. 홀리는 단지 늙은 말에게 자신의 기운을 덜어준다는 느낌으로 어루만졌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말이 한참 젊었을 때처럼 힘차게 치달리기 시작했다.

‘가급적 상대하지 말고, 앞만 보고, 세 사람에게 등여산을 넘겨줄 때까지만. 딱 그때까지는 버터야 해!’

홀리는 앞만 보고 내처 달렸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는 누가 와도 등여산을 내주지 않는다. 그러니 반대입장에서 보면 홀리를 쓰러트리지 않고는 등여산을 빼내 갈 수 없다.

서로 타협하지 않는 최악으로 치달렸다.

말 앞에 목책이 보였다.

홀리를 무공으로 잡으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비천당 무인들은 절대로 무공을 앞세우지 않는다. 보병이 말 탄 기마병을 잡을 때처럼 천천히 준비하고 움직인다.

홀리가 타고 있는 말은 명마가 아니다. 홀리가 힘을 불어넣기는 하지만 워낙 노쇠해서 목책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만한 훈련을 받지 못했다.

히히히히힝!

말이 울음을 터트리면서 옆으로 돌았다.

순간, 흘리는 등여산을 안고 말 등에 올라섰다. 그리고 힘껏 말 등을 박차며 목책 너머로 신영을 날렸다. 순간,

쉬이익! 파라라락!

한눈에 봐도 매우 큰 그물이 덮쳐왔다.

두 명이다. 홀리 좌우에서 천살단 무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그물을 던졌다.

홀리는 즉각 검 끝을 빙글 휘돌려서 그물을 말았다.

휘리리릭!

그물이 검에 말리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새 홀리는 그물을 잡아당겼고, 무인 두 명이 엉겁결에 딸려왔다.

쒜에엑! 파아앗!

검기 그물을 빠져나오면서 두 명을 베었다.

“크아악!”

무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홀리는 일부러 손속에 사정을 담지 않았다. 가장 잔인한 수로 깨끗이 죽인다.

지금은 손속에 사정을 봐주면 안 된다. 한 명을 봐주면 이 자는 바로 뒤로 돌아가서, 또 다른 공격을 가한다.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재차 공격해 온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길만이 활로를 열어준다. 그 순간!

다 죽여! 이 새끼들 다 죽여버려!

누군가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귓속말 같기도 하고, 회성음으로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

홀리를 슬쩍 주위를 살폈다.

그녀에게 조언해줄 만한 사람은 없다. 월도와 창파는 보이지 않는다. 해자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른 귀무살들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아군은 없다.

‘누군데 이런 말을!’

쒜엑! 쒜에엑!

또다시 그물이 투척되었다.

홀리는 즉시 검을 들어서 그물을 휘감았다. 실제로 휘감지는 않았다. 부딪치는 시늉만 하고는 밀어냈다. 이들을 상대하는 데는 그 정도만으로 충분하다.

그물과 검이 부딪친다 싶은 순간, 벌써 두 명이 쓰러졌다.

한 명은 가슴이 터졌고, 또 한 명을 머리가 갈라져서 뇌수와 핏물이 섞여서 흘러내렸다.

잘했어! 죽여! 이 새끼들은 모두 죽여야 해!

홀리는 분명히 살음(殺音)을 들었다. 이주 지독한 살기를 지닌 자가 귀에 대고 또렷이 말했다.

‘미친놈……’

홀리는 상대를 무시했다.

천살단 무인들이 거침없이 달려들지만, 그들도 자신의 일을 하는 것뿐이다. 앞장서서 달려드는 자는 베지만, 뒤에 숨어있는 자들까지 쫓아가서 죽일 필요는 없다.

죽여! 저기 저 골목 뒤에 한 새끼가 숨어있어! 어서! 어서 달려가서 죽여! 저 새끼를 죽이면 네가 편해진다니까. 저 새끼가 앞으로 뭘 할 줄 알고?

지독한 살음이 계속 울렸다.

‘가만! 이건!’

홀리는 비로소 이 소리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소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살기가 일어났다! 혈기!

홀리는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알았다.

호발귀에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귀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 들은 소리다.

- 푸른 빛이 보이거나, 마음속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이라는 명령이 일어나면 혈기가 일어난 거야. 그 상태에서 계속 움직이면 혈마가 돼.

혈기의 징조가 일어났다.

이 새끼들은 죽여도 된다니까? 널 죽이려고 달려드는 놈들이야. 이런 놈들을 안 죽이면 누굴 죽여. 죽여! 죽여! 죽여도 되는 것들은 모두 죽여버려!

마음속 외침은 타당하다

그래서 더 큰 문제다. 자신의 무위를 보고도 겁 없이 달려드는 자들은 죽여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런 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누구를 죽이나.

상대가 강한 줄 알았으면 몸을 사려야지! 이렇게 싸우면서 사정을 봐달라는 거야? 넌 죽여도 되고, 난 살살 사정을 봐주면서 싸워야 하고? 말도 안 되는 개수작!

그렇다! 이들은 죽여도 된다. 이들은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살기를 바라는 자는 적어도 이런 식으로 달려들지 않는다. 죽지 못해서 안달 난 놈들이나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죽여도 돼! 죽여! 죽여야 해!

홀리의 마음속에서 죽이라는 명령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은 점점 동조되어 갔다.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혈기가 하는 말은 타당하다.

하지만 홀리는 이것이 혈기라는 것을 안다. 이 혈기에 휘말리면 등여산처럼 혈마가 된다.

홀리는 자신이 혈마가 되었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을 떠올렸다.

그 일은 어처구니없게도 품에 안고 있는 여인…… 등여산을 죽이는 것이다.

혈마가 된 자신에게 등여산은 한낱 여인일 뿐이다. 그녀는 더는 호발귀 여자가 아니다. 자신과 함께 한 남자와 살을 섞고 사는 처(妻)가 아니다.

홀리와 등여산은 처첩(妻妾)을 구분하지 않았다.

두 여인은 제일 처, 제이 처를 구분하지 않았다.

중원 방식도, 나족 방식도 따르지 않았다. 호발귀를 좋아하는 만큼 등여산도 좋다. 성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사랑하고 아낀다.

그런 등여산을 거침없이 죽일 것이다.

등여산은 생기를 띠고 있다. 혈기에 휘감긴 혈마이지만, 홀리의 눈에는 푸른 빛이 일렁거린다. 더욱이 등여산은 홀리의 품에 안겨 있다. 살을 맞대고 있다.

당장 등여산부터 죽인다.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

홀리는 혈기에게 부탁했다.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다고 말을 들을 혈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고 싶었다. 제발 지금은 안 된다고.

쒜엑! 쒜엑! 쒜에엑!

홀리는 있는 힘껏 치달렸다.

잠깐이지만 홀리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는 것도 생각했다.

혈기가 이렇게 강하게 나타난다면 움직임을 멈추고 생기를 푸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아니다. 그러면 당장 천살단 무인들이 공격해 온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직 최선을 다해서 치달려야 한다.

더 큰 문제도 있다.

홀리는 천살단주가 검벽 무인들을 뒤쫓아오지 않고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

산을 넘어서 반대쪽으로 내려올 생각이다.

앞을 막는다!

천살단주는 틀림없이 앞에서 불쑥 나타날 것이다.

오늘 혈마가 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전에 해자수를 만나야지 해! 해자수만 만나면 방법이 있어!’

쒜엑! 쒜에엑!

홀리는 앞으로 치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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