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九十章 초월인한(超越人限) (5)
쒜에엑!
홀리는 빠르게 공격했다.
이번에는 그녀도 급공을 취하지 않았다. 천살단주처럼 여유를 가지고 공격했다. 단, 천살단주가 그녀를 쉬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그녀도 단주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서로 극한까지 무공을 펼쳐냈다.
단주가 먼저 몸에 무리가 오거나, 홀리가 먼저 혈마로 변하거나.
홀리는 자신이 혈마가 되는 것보다 천살단주가 먼저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천살단주는 그녀와는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쒜엑! 쒜엑! 쒜엑! 쒜엑! 쒜엑! 쒜에엑!
홀리는 숨도 쉬지 않고 몰아쳤다. 지금부터는 숨 쉴 틈도 없다. 이러다가 죽는다!
생기! 생기! 생기!
땅이 두 발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땅에 놓아주는 곳을 향해 거침없이 튀어 나가며 검을 쳐낸다. 자유롭게 검을 뻗어낸다.
땅! 땅! 땅! 땅! 땅!
거친 격타음에 계속 터졌다.
홀리는 정말로 숨조차 쉬지 않았다. 완벽한 폐기(閉氣) 상태에서 검을 쏟아냈다. 그러니 상대도 숨 쉴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을 때까지.
까앙! 깡강깡!
홀리와 천살단주는 순식간에 삼백 합을 교환했다.
홀리는 정신없이 휘몰아쳤고, 천살단주는 계속 물러서면서 받아쳤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볍게 받지는 못했다. 단주 역시 최선을 다해서 검초를 받았다.
쩌억!
드디어 천살단주의 몸에 검흔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천살단주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무공을 구사한다. 언제까지 구사할 수는 없다.
어떤 무공이든, 손에 익숙한 무공도 오래 사용하면 무리가 온다. 하물며 처음부터 무기가 일어나는 극한 공부는 말할 것도 없다.
단주는 진기로 한계를 보충하고 있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 건 확실하다.
“큭!”
천살단주는 신음을 뱉어서 호흡을 대신했다.
평생을 쌓아온 진기보다도 홀리의 생기가 더 질겼다. 호흡의 끈이 더 길다.
천살단주의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퍼억! 퍽! 쒜에에엑! 까앙! 퍼억!
검이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홀리의 검초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해졌다. 반면에 천살단주는 눈에 띄게 둔해졌다. 검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땀과 핏방울이 섞여서 몸을 적혔다.
홀리의 무공은 생기가 주축이다. 몸에서 양성한 진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천지자연이 육신에 넘겨준 힘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 힘은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만 소멸한다.
생기는 절대 소진되지 않는다.
진기는 끝없이 순환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마른 샘물처럼 말라버린다.
“크윽!”
천살단주의 입에서 드디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홀리는 계속 검을 쳐냈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쒜엑! 쒜에엑!
발바닥에 닿는 땅의 감축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 느낌이 강하면 강할수록 위험은 줄어든다.
천살단주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위험 요소에서 빠졌다.
그래도 홀리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끝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고 늘어진다!
홀리라고 불안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혈마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천살단주를 죽이기 전에 혈마가 되면…… 그러면 자신도 잡힌다. 그러니 혈마가 되기 전에!
쒜에엑!
검이 천살단주를 찔러갔다.
암약혼기!
천살단주는 도저히 검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암약혼기를 펼쳤다.
홀리에게 혈기가 있다면 통할 것이다. 통할 것인가!
천살단주에게는 불운, 홀리에게는 행운…… 홀리의 눈에는 천살단주가 여전히 보였다. 어둠에 휘감긴 듯 진한 어둠으로 물들어갔지만, 분명히 보였다.
쒜엑! 퍼억!
검이 단주의 복부에 깊숙이 꽂혔다.
“잡았네!”
스읏!
홀리가 검을 빼냈다.
천살단주가 비틀거리면서 물러섰다.
“거봐! 오늘 네가 죽는 날이라고 했잖아!”
홀리가 천살단주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쒜에엑! 쒜에엑! 쒜에엑!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검벽 무인들이 재빨리 달려와서 천살단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단주님을 지켜!”
“어림도 없다!”
검벽 무인들이 단주를 에워싸며 거친 고함을 내질렀다.
“비켯! 비켜섯!”
천살단주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홀리가 아니라…… 검을 맞은 단주가 오히려 화를 냈다.
“호호호! 얘들하고까지 싸울 생각 없어. 네 목은 다음에 가져갈게. 잘 씻어놔.”
쒜에엑!
홀리는 검벽 무인들을 피해서 신형을 퉁겨냈다. 물론, 검벽 무인은 단주를 지키기 위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살단주와 싸울 필요가 없다.’
아니, 이왕 일 검을 찌른 김에 목숨까지 거두고 싶다. 천살단주의 목숨을 아무 때나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같은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살단주보다는 등여산이 더 중요하다.
지금쯤 귀무살 세 명은 보나 마나 빠져나갈 수 없는 궁지에 몰렸을 것이다.
쒜엑! 쒜엑!
홀리는 사력을 다해서 월도와 창파가 빠져나간 방향으로 신형을 쏘아냈다.
저기 보인다! 월도와 창파가 십여 명을 맞이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검벽 무인이 정면 대결을 피하고 차륜전을 사용하는 바람에 더 힘들어한다.
“비켯!”
쒜에에에에엑!
허공에서 검무가 번뜩였다.
홀리는 생기를 쓰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생기를 밀어 넣고 진기를 꺼냈다. 음문촌 무공인 혈맥참을 전신으로 쳐냈다. 검벽 무인들의 등을 노리고.
휘이익! 퍼억! 퍽! 크아아악!
격타음과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검벽 무인 중 일곱 명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혈맥참이 더 강해졌다!’
말로 안 된다. 방금까지 천살단주와 전력을 다해서 싸웠다. 그 후,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 검을 썼다. 생기로 쳐낸 검도 아니다. 진기로 펼쳤다.
그런데 검에 깃든 진기가 충실하다.
생기가 진기에 힘을 밀어 넣고 있다. 자신은 쓰지 않았지만, 생기는 벌써 운용되고 있다. 진기를 사용하든, 생기만 사용하든…… 생기는 흘러나온다.
‘미치겠네.’
홀리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다음에 호발귀를 만날 때는 혈마가 되어서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기가 충천한 모습은 괜찮은데, 그 괴소는…… 호발귀에게 괴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데. 어쩌면 그 소리를 듣고 정이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갓!”
홀리가 검벽 무인을 거세게 몰아치며 말했다.
검벽 무인들은 너무도 엄청난 신위에 주춤거리면서 물러섰다. 곧 다시 싸움 태세를 갖췄지만 이미 전의를 잃은 상태다. 천살단주까지 찌른 여자를 무슨 수로 상대하나.
쒜엑!
홀리가 검벽을 가로막자, 월도와 창파가 재빨리 신형을 튕겨냈다.
그들의 몸은 이미 온갖 상처로 가득했다. 얼굴에서부터 다리까지 온통 피투성이였다.
“가공스럽고, 놀라운 무공이야.”
천살단주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검에 찔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결코,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다. 손으로 상처를 누르고 있지 않으면 장기가 삐져나올지도 모른다. 그만큼 깊은 상처다.
그래도 꿋꿋이 선 채 요동조차 하지 않았다.
일 검을 당한 후, 그는 계속해서 홀리를 몰아칠 생각이었다. 단순한 느낌인지 모르지만 이제 곧 혈마가 폭발한다는 느낌이 왔다. 쳐오는 검이 흔들린다고 여겼다.
무엇보다도 홀리의 눈에서 살광을 봤다.
정상적인 눈빛이 아니다. 미친개를 보는 듯했다. 눈에 투명한 유막이 낀 듯 광오하게 번들거렸다.
혈마는 등여산뿐만이 아니다. 홀리도 혈마다.
계속해서 몰아치면,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혈마가 나타난다. 그러면 암약혼기로 잡을 수 있다. 사냥추로 움직임을 잡고, 금잠사로 사지를 묶는다.
등여산은 되찾아 올 것이다.
검벽 무인들이 그 정도는 한다. 월도, 무지 창파…… 그 세 놈을 잡지 못할 검벽이 아니다. 그동안 혈천방을 끼어들지 못한다. 싸우고는 있지만, 자신이 여전히 건재하다. 한쪽에서 싸우고 있는 천살단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아무 걱정 없이 여기서 홀리만 잡으면 된다. 오직 홀리에게만 집중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등여산을 놓치더라도 상관없다.
단주는 홀리가 혈마라고 확신했다. 등여산은 이미 혈마가 된 상태이지만, 홀리는 아직 혈마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혈마가 되어간다.
혈마군총 입장에서는 훨씬 더 싱싱한 재료다.
그런데…… 자신이 홀리를 몰아붙이려는 순간에…… 빌어먹을! 검벽 무인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검벽은 자신을 보호한다고 나섰지만, 사실은 홀리를 보호한 셈이 되어 버렸다.
홀리와 자신의 무공은 비등하다. 아니, 지금은 홀리가 훨씬 강하다고 본다.
자신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홀리는 싸울수록 싱싱해진다.
말도 안 되지만 실제로 그렇다. 처음의 강함을 잃지 않았다. 홀리는 신형을 날려 사라졌는데, 자신은 뒤쫓아가서 잡지 못한다. 그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계속 붙어서 싸우는 것이었다. 계속 싸웠어도 홀리가 유리했다. 절대적으로. 아마 검을 몇 번 더 맞을 것이다. 그래도 싸워야 했다. 그랬다면……
‘계속 몰아쳤어야지 되는데……’
안타까움, 아쉬움이 계속 몰아쳤다.
마지막 순간에 암약혼기를 펼쳐봤다. 한데 통하지 않았다. 혈마로 변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암약혼기가 통하지 않는구나. 완전히 변해야 통하는구나.
천살단주는 혈마 군총이 이백 년 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 몇 가지를 파악해냈다.
이런 것들은 직접 혈마와 부딪히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생각할수록 아깝다. 잡을 수 있었는데.
천살단주는 장삼 자락을 찢어서 검에 찔린 상처를 질끈 묶었다.
“가자!”
“단주님! 치료부터 하셔야 합니다!”
검벽 무인이 속도 모르고 한가한 소리를 해왔다.
천살단주는 검벽 무인을 쏘아봤다. 그의 눈에는 ‘한심한 놈들!’ 하는 경멸의 빚이 어렵다.
도대체가 무공도 약하고,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이런 놈들을 어디에 쓸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주치균이 검벽주였을 때는 그럭저럭 쓸만했다.
주치균은 상당히 똑똑하고 강하다. 상황 판단도 대단히 뛰어나다.
주치균이 검벽주였다면 그놈은 절대로 검벽 무인들을 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험을 보기에 앞서서 자신이 왜 싸우는지를 파악했을 테니까.
단주가 검에 찔렸어도, 의도를 알아챘다면 결코 방해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검벽 무인들이 앞을 막는 순간, 일 검에 베어내고 싶었다. 검벽 무인을 베고서라도 계속 홀리는 몰아붙이는 것이다. 조금만 더!
그런 충동이 일어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한심한 놈들. 오늘만은 너희를 욕하지 않을 수 없구나. 멍청한 놈들 같으니.’
천살단주는 울분을 참고 말했다.
“가서 책사를 잡아라.”
“이미 태흥산 전체를 포위했습니다. 빠져나갈 길이……”
“가서 잡아.”
“넷!”
천살단주의 묵직한 명령에 검벽 무인들이 즉시 허리를 숙였다. 천살단에서는, 아니 단주를 모시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강력한 음성이었다.
쉬이익!
검벽 무인들이 신형을 날려서 사라졌다.
역시 상황 판단을 할 줄 모른다. 검벽 무인들이 달려가는 방향만 봐도 알 수 있다. 저들은 홀리와 귀무살의 뒤를 쫓고 있다. 이미 앞서서 도주하고 있는 자의 뒤를 쫓는다.
그래, 그렇게 계속 뒤만 쫓아라.
“휴우!”
천살단주는 한숨은 내쉬었다.
태흥산에는 혈천방도 왔는데, 그들이 아무 대책도 안 세웠을 것 같나. 등여산을 다시 찾으려면 지름길로 앞서가야지, 어떻게 뒤만 쫓나.
뒤를 쫓는 사람은 많다.
천살단, 혈천방…… 모두 뒤를 쫓는다.
서로 엉켜서 싸우는 바람에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로질러 가야지.
쉬이이잇!
천살단주는 검벽 무인들이 사라진 곳과는 다른 방향으로 신형을 쏘아냈다.
일단 책사는 홀리 손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홀리가 도주할 길을 차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