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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94화 (394/500)

第八十九章 임시방편(臨時方便) (4)

“엇! 호발귀!”

“문주!”

도천패와 당홍이 호발귀를 찾아냈다. 그리고 앞뒤 생각 없이 무조건 달려가려고 했다.

“물러서! 물러서! 물러서!”

해자수가 급히 말했다.

도천패와 당홍은 호발귀를 향해 다가가려다가 멈칫거렸다.

그들이 해자수를 봤다.

“어엇! 해자수님! 해자수님도 있었어요? 언제 왔어요? 아! 그런데 여긴 어디죠?”

당홍이 다소 당황한 듯 주위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물었다.

정말로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쩐 일? 아이고! 방금 나 죽이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나?”

“제가요?”

“두 사람이 쓰는 거, 그거! 쌍학! 그거 생기라고 했어, 안 했어!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야지!”

“네?”

당홍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천패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듯이 해자수를 쳐다봤다.

“두 사람! 이리로 와! 일루와!”

해자수는 도천패와 당홍을 자신이 있는 데로 끌어냈다.

귀검은 철석을 동굴 입구에서 딱 이십오 장 되는 곳에 세웠다. 호발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귀무살을 위한 배려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즉시 사권이다.

동굴 입구로부터 십 장이 떨어진 곳에 줄을 그었다. 그리고 그 위에 어린아이 머리만 한 바위를 올려놓았다.

바위들을 나란히 줄지어 늘어서 있다.

바위를 넘어가면 혈권이다.

도천패와 당홍이 그 혈권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일루와! 빨리! 그쪽 그 바위 넘어가면 큰일 나!”

도천패와 당홍이 고개를 들어 호발귀를 쳐다봤다.

“저기 호발귀가……!”

“일로 오라니까!”

두 사람은 다급하게 말하는 해자수를 보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해자수 곁으로 왔다.

“호발귀가 언제 나온 거예요? 멀쩡한 거예요? 왜 저러고 있어요? 철삭에 묶여 있잖아! 왜 저러고 있어?”

당홍은 이번에도 여러 가지를 물었다. 답은 들을 새도 없었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얘기는 차후에 차차 하기로하고. 일단 여기, 여기 앉아. 여기. 뭐해? 빨리 앉아.”

해자수가 옆자리를 가리켰다.

“크으으으!”

호발귀는 괴로운 듯 몸부림을 쳤다.

“저대로 놔둬도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아. 항상 저래. 그냥 신경 꺼.”

해자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사실, 그도 호발귀가 저러는 모습을 불안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달음에 달려가 보고 싶지만, 그놈의 사권과 혈권이 무엇인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겠다.

호발귀는 곧 축 늘어졌다. 혼절해 버린 듯 두 손을 묶은 철삭에 몸을 완전히 맡긴 채 완전히 늘어졌다. 무릎까지 털썩 굽혀졌다. 무릎이 땅에 닿지 않아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한눈에 봐도 혼절한 것 같다.

“저거!”

당홍이 급히 일어나라고 했다.

“가면 안 된다니까!”

해자수가 손을 확 잡아끌었다.

“혈마가 된 건가?”

도천패가 물었다.

“혈마는 네 놈이 됐지! 귀검이 우리 보고 동굴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호발귀가 할 말이 있대요. 저놈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귀검도 여기 있어요?”

“이 사람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두 사람 앞으로 쌍학만 펼치기만 해봐! 그냥!”

도천패와 당홍이 서로를 쳐다봤다.

뭔가 사연이 있는 얘기 같다. 해자수가 자신들의 기억에 전혀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정말 자신들이 생기에 휘감겼던 것인가? 그러면 지금은 왜 이렇게 멀쩡하지? 갱도에서 벗어나기 직전에 호발귀가 말한 혈기를 걷어낸 상태인가?

온갖 궁금증이 휘몰아칠 때, 축 늘어져 있던 호발귀가 입을 열었다.

“보위. 문주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응? 하하하! 하하하하하!”

도천패가 유쾌한 듯 대소를 터트렸다.

“멀쩡하잖아! 좋아! 난 또 뭐가 잘못됐나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런데 왜 묶여 있어?”

도천패가 반가운 마음에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형수, 좋아졌네.”

“넌 왜 그래! 속상하게!”

당홍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호발귀를 쳐다봤다.

“지금…… 얘기를 오래 하고 싶은데…… 정말 쌓인 얘기가 많은데. 그렇지?”

“해! 하면 되지.”

당홍이 말했다.

“지금 책사가 혈마가 되었어.”

“뭣!”

도천패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당홍도 숨이 막히는지 가슴에 손을 얹었다.

“홀리가 책사를 끌고 온다고 갔는데, 두 사람이 부딪히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다행히 책사 옆에 월도, 무지, 창파가 있어서 홀리가 접근하는 것을 막긴 할 텐데.”

“우리가 할 일이 뭐냐!”

도천패가 즉시 호발귀의 심중을 헤아리고 말했다.

“세 사람이 가서 책사를 데려와 줘.”

“우리가 무슨 수로? 아! 방금 내가 했던 거 같이?”

해자수가 급히 말했다.

호발귀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리 여기 올 거고. 세 분이 책사를 데리고 오면 우리 다 여기 모이는 거야. 그다음에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두고 봐야지. 혈마 여섯이 뒤엉켜서 발버둥 치는지 어떻게 되는지.”

툭!

호발귀가 고개를 떨궜다. 간신히 몇 마디를 하고는 다시 혼절해 버린 것이다.

겨우 세 사람의 혈기를 뽑아내는 것으로 혼절해 버렸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후 다섯 명이 더 추가되면, 혈마까지 가세하면 무슨 수로 혈기를 뽑아내나.

하지만 세 사람은 그런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호발귀가 자신들의 혈기를 뽑아냈기 때문에 혼절했다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호발귀의 내부에서 혈기가 어떤 작용을 했다고만 생각했다.

“가지! 혈마로 변한 책사를 데려오려면 바빠. 궁금한 점은 가면서 이야기하고. 내가 다 설명해 줄게.”

해자수가 앞서서 동글 밖으로 나갔다.

동굴 밖에는 사인교(四人轎)가 세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어? 이게 뭐야?”

해자수가 놀란 눈으로 사인교를 쳐다봤다.

“세 사람은 지금부터 최대한 힘을 아껴.”

“그래서 이걸 준비한 거야? 관둬. 신법으로 달려가는 게 훨씬 빨라. 거치적거리기만 해.”

“일단 산에서 내려갈 때는 가마를 탈 거고, 산을 데려간 후에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어. 네 명이 가마를 들고 치달리면 신법을 쓰는 것 못지않게 빨라. 말을 타면 더 빠르고. 최대한 힘을 비축했다가 혈마나 잘 유인해 와.”

“와! 귀검이 의외로 섬세하네.”

해자수가 털썩 사인교에 앉았다.

“사실, 나 이런 사인교는 처음 앉아보거든. 내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봤어야 알지. 킥킥!”

“혈마, 잘 유인해 와라. 부탁한다.”

귀검이 침중하게 말했다.

“귀검, 이건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귀검이 해자수를 쳐다봤다.

“우리가 혈마가 되면, 귀검은 우리도 주군으로 모셔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전에 내 검에 죽을 것 같은데?”

철컥!

귀검이 검의 고동(古銅)을 엄지손가락으로 툭 튕겼다.

검이 검집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들어갔다.

“됐어! 됐어! 됐어! 사람 참 쌀쌀맞기는. 주군은 한 명 밖에 못 모시나? 아깝다. 내가 먼저 혈마가 되는 건데.”

해자수가 웃었다.

그 사이, 도천패와 당홍도 가마에 앉았다.

귀무살 열두 명이 즉시 가마를 들었다. 그리고 귀검에게 인사도 없이 산길을 치달려 내려갔다.

귀검은 멀어져 가는 사인교를 우울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약을 설치해라.”

귀검이 명령했다.

저들은 홀리와 등여산을 무사히 데리고 온다고 해도 문제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호발귀는 겨우 이 정도로 혼절해 버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나중 문제, 당장은 등여산과 홀리를 무사히 데리고 와야 한다.

“궁파!”

“네!”

“가라!”

“알겠습니다.”

“궁파!”

“……?”

궁파가 귀검을 돌아봤다.

“고마웠다.”

“하하! 주군, 돌아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가자!”

궁파를 비롯해서 귀무살 서른 명이 일제히 신형을 솟구쳤다. 그리고 방금 떠난 사인교를 따라나섰다.

혈마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귀검에게만 흘러든 것이 아니다. 혈천방과 천살단에도 흘러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쪽에서도 움직인다. 혈마는 사로잡겠다는 미친 생각으로 무슨 일인가를 벌일 것이다.

혈천방은 혈마를 혈마후의 노예로 만들 생각이다. 지금 혈마는 여자이니, 혈마후라는 말이 안 되고…… 아마 혈군(血君)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혈천방은 혈마에 대해서 상당히 깊게 연구했다.

음문촌에 내준 가짜 혈마 정도는 가볍게 소진해도 될 정도로 연구가 깊다.

장장 이백 년을 연구해 왔다.

목적은 오직 하나, 혈마가 나타나면 노예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방주가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창칼로 삼겠다는 거다. 그러면 무적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이 단계로 넘어간다.

혈마의 탄생 비밀을 알아낸다. 이 연구는 차후에 진행될 것이다. 혈마를 잡은 후에.

혈마의 탄생 비결을 알게 되고, 혈마를 노예로 풀릴 줄 알면…… 이 비밀을 소유한 혈천방주는 명실공히 무림 황제로 등극한다. 전 중원을 한 손에 쥔다.

욕심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혈마는 우주의 비밀을 안고 있다. 생노병사(生老病死)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다. 생기를 다룰 줄 알면 늙지 않는다. 병들지 않는다. 오직 이 혈마의 비밀만이 영생불사한다.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존재가 혈마를 노예로 부르면서 전 중원을 지배한다.

이 최종 목표는 천살단도 같다.

혈마를 노예로 부린다는 부분만 빠질 뿐, 서로 목적이 같다.

그런 혈마가 재등장했으니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당장 움직여서 혈마를 잡을 것이다. 혈천방이나 천살단이 혈마를 찾기 위해서 혈안 될 것은 자명하다.

세 사람이 혈마를 유인해 오는 데 방해가 되기에 충분하다.

귀무살이 그들을 막는다. 혈마를 잡겠다고 나선 가공할 고수들을 귀무살이 막아선다.

아마 저들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귀검의 눈빛이 암울해졌다.

어제저녁에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따뜻한 말이라도 해줄 걸 그랬나. 이것이 마지막 만남인데.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은데.

월도, 무지, 창파…… 그리고 귀무살.

귀검의 머릿속에 귀무살의 면면이 하나씩 스쳐 갔다.

화약을 설치하고 있는 네 명이 귀검 곁에 남은 마지막 귀무살이다.

휘이익!

귀무살 네 명이 동굴 입구를 벗어나 귀검에게 다가왔다.

“설치 다 끝냈습니다. 이제 불만 댕기면 됩니다.”

귀무살이 말했다.

“수고했다. 쉬어라.”

딱히 할 일도 없다. 이제는 세 사람이 등여산을 이끌고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부탁이 있습니다.”

귀무살이 말했다.

“뭐냐?”

“조금 늦었지만, 저희 지금이라도 따라가겠습니다.”

귀검은 귀무살을 쳐다봤다.

이들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어쩌면 귀무살의 마지막 움직임이라는 것을.

귀검은 묵묵히 네 명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동안 못난 내 밑에서 수고했다.”

“아닙니다. 영광이었습니다.”

“형제를 죽이며 귀무살이 됐을 때는 평생 살인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마지막 임무가 살인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지키는 일이니 좋습니다.”

“어쨌든 마지막은 실컷 싸우며 죽게 생겼습니다. 이 정도면 귀무살로서 여한이 없습니다.”

귀무살이 각기 한마디씩 했다.

“가겠습니다.”

그들 네 명이 인사했다.

“그래.”

귀무살은 귀검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한 듯하다. 그들은 이미 신형을 날려 사라져갔다.

쒜엑! 쒜에엑!

그들이 일으킨 바람 소리가 뒤늦게 동굴 입구를 흔들었다.

귀검은 동굴 앞에 앉았다.

“호발귀…… 주군. 정신이 드셔야죠.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귀검은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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