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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76화 (376/500)

第八十六章 개벽도로(開闢道路) (1)

“자! 다시 한번!”

도천패가 등을 내밀었다.

당홍은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등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 공중으로 붕 도약했다.

두 사람이 펼치는 쌍학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겨울을 탄광촌에서 보내기로 작정한 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혼인을 했다.

차린 음식이라고는 정화수 한 그릇 밖에 없었다. 참석한 손님도 홀리와 해자수밖에 없었다. 맞절하고, 술 한 잔씩 나눠마시고…… 끝! 세상에서 가장 조촐한 혼례였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기쁜 하루였다.

두 사람은 그전에는 늘 붙어 다녔지만, 혼례를 치른 후에는 더욱 한 몸이 되었다.

쌍학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두 몸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 허공을 날아가는 모습은 도천패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모습이 아니라 긴 팔이 쭉 늘어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떨어져 있건 붙어있건 일체감이 엿보였다.

도천패가 유성추를 사용하는 듯하다. 다만 줄 끝에 추가 달린 것이 아니라 당홍이 달렸다.

도천패가 당홍을 던지고 다시 거둬들인다.

당홍이 유성추와 다른 점은 타격 지점에서 자유롭게 초식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유성추는 일정 목표를 격타한 후에 돌아온다.

당홍은 타격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매우 뛰어난 절기로 직접 공방을 펼친다. 목표한 지점까지 날아가서 자기 능력을 한껏 구사한 후에 돌아온다.

그녀가 날아갈 때, 무공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독술도 펼쳐지고, 암기도 쏘아진다.

두 사람이 쌍학을 펼치면 반경 십여 장은 죽음의 땅이 된다.

그들은 합격진의 최고봉, 천하 절공을 탄생시켰다.

쒜엑! 쒜에엑!

당홍은 신이 나서 허공을 쏘아갔다.

도천패는 당홍을 굳건히 받쳐주었다. 더불어서 당홍을 철저하게 보호했다.

그가 당홍을 막아주지 않으면 당홍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어떠한 공격도 자신에게 닿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들도록 철저히 뒤를 막아준다.

누군가가 쌍학의 중심을 무너뜨리려고 할 수도 있다. 직접 도천패를 공격해 오는 것이다.

도천패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력도강을 더욱 강하게 구사한다. 혼자 펼칠 때보다 쌍학을 펼칠 때 거의 두 배 가까이 힘이 더 들어간다.

쒜에엑!

대도가 뿌려지고, 눈보라가 몰아쳤다.

돌풍이 땅에 쌓인 눈을 허공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두 사람은 주위에 쌓인 눈을 모두 흩날렸다. 눈, 얼음, 나무…… 모두 갈라버렸다. 화약이 터졌을 때처럼 반경 십여 장을 완전히 초토화 시켰다.

“그만할까?”

“아니. 한 번만 더. 뭔가 생각난 게 있어서.”

당홍이 빠르게 말했다.

“뭐가? 또 뭐가 생각났는데?”

“내가 뛰어오를 때 지금은 삼 단을 밟고 있거든.”

“그렇지.”

“이거 육 단까지 밟을 수 있을 거 같아.”

“뭐? 정말이야?”

도천패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현재 당홍은 삼단 도약을 하고 있다. 허공에서 세 번을 지르밟는 것이다.

쏘아내는 순간에 한 번 밟고, 중간에서 몸을 뒤집으며 또 한 번 밟고, 마지막에 타격하면서 한 번 밟는다.

이것이 최선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일단도 밟지 못했다. 허공으로 던지면 그저 치고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껏해야 상대방과 부딪친 탄력을 이용해서 한 번 더 뒤트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것을 육 단으로 밟는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된다.

삼단에서 사단만 밟아도 비약적인 발전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펼칠 수 없는 한계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당홍은 육 단을 밟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사실상 허공을 마음껏 밟고 다닌다는 말처럼 들린다. 허공에 땅이 생긴다면 모를까 어떻게 육 단을…… 이것은 확실히 인간의 능력 밖이다. 신의 영역이다.

“정말로 육 단을 밟을 수 있어?”

“한번 해보자니까.”

이걸 어떻게 마다하나. 도천패는 즉시 등을 내줬다.

“자!”

당홍이 도천패의 등에 올라탔다.

“갓!”

순간, 당홍이 물 찬 제비처럼 허공으로 날아갔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쒜엑!

당홍이 허공을 밟는다. 일단, 이단, 삼단…… 사단.

당홍은 육 단을 밟지 못했다. 오 단도 무리였다. 하지만 사단은 너끈히 밟았고, 오 단을 시도하는 중에 뚝 떨어졌다.

쒜에엑!

도천패는 그녀의 허리에 묶여있던 줄을 잡아당겼다.

스으읏!

당홍이 줄의 힘으로 끌려왔다.

그런데 딸려오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그녀의 신형이 나비처럼 훨훨 난다는 느낌이다.

‘아! 아름답다!’

도천패는 당홍의 모습에 찬탄을 토해냈다.

줄에 엮여서 허공에 띄어진 당홍은 자유분방해 보인다.

나비처럼 날기도 하고, 벌새처럼 제자리에 멈추기도 하고, 독수기처럼 내리꽂히기도 한다.

그녀는 허공을 완전히 자신만의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아아!”

도천패는 기어이 입으로 탄성을 토해냈다.

자신의 부인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낯선 사람? 예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여인? 조롱에 갇혔던 새가 자유를 얻어서 훨훨 날아가는 모습?

두 사람은 같이 쌍학을 수련했는데 당홍이 훨씬 높은 경지를 이루고 있다. 도천패는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경지까지 도달한 듯이 보인다.

지금 도천패는 말뚝에 불과하다. 단지 줄을 잡고 있는 역할만 할 뿐이다.

도천패는 대력도강을 펼칠 수 있다. 그게 뭐가 어쨌다고? 대력도강 따위는 당홍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펄펄 끓는 용암 곁에 촛불 하나 켠 격이다.

예전에는 달랐다. 도천패가 주공(主攻)을 맡고, 당홍은 가끔 툭툭 날아올라 급공을 취하는 형태였다.

지금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었다.

도천패는 말뚝 역할만 하면 된다. 주공은 당홍이 맡는다. 허공에서 펼치는 공격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쒜에엑!

당홍이 돌아와서 도천패의 등에 안착했다.

“치이! 안 되네.”

당홍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아름다웠어.”

“응?”

“당매, 정말 아름다웠다고.”

“그랬어? 보기 좋았어? 호호! 가가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네? 무뚝뚝한 사내인 줄 알았는데?”

당홍이 활짝 웃었다.

“어떻게 된 거야? 진기가 급증한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은…… 허공에 계단이 보여.”

“뭐라고? 무슨 말이야? 허공에 계단이라니?”

“정말로 허공에 계단이 보여. 난 계단을 밟기만 하면 되거든. 근데 이거…… 나는 상상이라고 생각했거든. 이런 게 왜 보이지 하고. 그래도 혹시나 하고 살짝 밟아봤는데, 밟아져. 진짜로 신형이 퉁겨져. 아주 편해.”

도천패는 멍하니 당홍을 쳐다봤다.

허공답보(虛空踏步)라는 신법이 있다. 허공에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어서 한 단씩 밟아 올라가는 경공이다. 능공허도(凌空虛道) 하는 경공도 있다.

하늘을 걸어 다니는 경지 정도로 해석한다. 천상제(天上梯)도 있다. 허공답보처럼 허공 계단을 한 단씩 밟아 올라가는 신법이다.

중원 창세신화에 반고(盘古)라는 거인이 있다.

커다란 알을 깨고 나온 사람인데, 그때 알 속에 함께 있던 물질이 흩어지면서 하늘과 땅이 되었단다. 하지만 하늘과 땅이 불안정해서 반고가 하늘을 떠받쳤다고.

반고는 하루에 일 장씩 자라서 하늘과 땅을 떼어놓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창세신화다.

허공답보, 능공허도, 천상제도 무인에게는 창세신화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한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계단이 생기다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홍이 그렇다고 말하지 않나.

“와우! 놀랍네. 정말이면…… 축하해야지! 하아! 그 정도면 도대체 진기가 어떻게 된 거야?”

도천패는 자신이 천상제? 허공답보? 를 습득한 것처럼 기뻐했다.

“언니! 언니 그거 쓰면 안 돼.”

홀리가 정색하면서 말했다.

순간, 도천패와 당홍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 당연히 기뻐해 줄 줄 알았는데.

“그거 생기야. 언니, 그거 계속 쓰면은 혈마가 돼.”

“뭐라고!”

“형부. 당분간 쌍학도 펼치면 안 되겠어요. 언니를 허공에 띄웠을 때, 언니는 저절로 계단을 봐요. 그걸 안 보이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렇다면 쌍학을 포기해야 해요.”

“에이, 아냐. 생기에 예민한 건 알겠는데, 걱정하지 마. 이건 절대 생기가 아내.”

당홍이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 생기는 아냐.”

도천패가 같이 말했다.

도천패와 당홍은 홀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쌍학도 포기할 수 없고, 허공답보인지 뭔지 계단을 밟는 것도 포기할 수 없다. 절대 생기가 아니다.

“호호! 이건 생기가 아냐. 무공이야. 이게 어떻게 생기가 돼? 내가 찾아내고 내가 수련한 나만의 무공이야. 믿어도 돼. 난 생기가 뭔지도 몰라.”

“언니!”

홀리가 안타까운 듯 당홍을 소리쳐 불렀다.

당홍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게 정말 생기라는 거야? 생기라는 증거가 어디 있어?”

당홍도 화가 난 듯 말했다. 자신이 찾아낸 무공인데 자꾸 생기라고 우기니 화가 난 것이다.

절초를 찾아냈으면 같이 기뻐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그게…… 나는 말이야.”

해자수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전에 말했지만 뭔가 이렇게…… 돌풍 속으로 막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확 일어나는 것 같아. 이게, 이게 정상은 아니잖아? 이게…… 그 돌풍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기만 하면 난 처억 천하무적이 된다 이거지.”

해자수가 비교적 가볍게 말했다.

“낭견대 봤지? 낭견대. 내가 낭견대 탕호를 죽인 사람이야. 내가 천음유명공을 격파했다고. 제이낭견대가 한 서른 명 되나? 내가 다 죽였다니까. 이게 가능하기는 하나? 이건 내가 한 게 아니고, 나는 돌풍 속으로만 이렇게 확 빨려 들어갔는데, 갑자기 주위에서 철벽이 척척척척척척 세워진다는 거지. 그럼 나는 그 철벽만 싹 베어내면은 저놈들이 나가떨어져 있어. 철벽을 베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나는 낭견대하고 싸운 게 아니고 철벽하고 싸웠다는 거지. 근데 결과는 낭견대가 죽은 거고. 이게 생기라는 것이거든. 그러니까 그게 아마…… 그 눈에 보인다는 계단…… 내 생각에도 그거 생기 같은데.”

당홍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홀리와 해자수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허공에서 계단을 밟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무공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쌍학을 펼치다 보니 느닷없이 눈에 탁 나타났을 뿐이다.

“그럼 이거 버려야 하는 거야?”

“언니! 그거 쓰면 혈마가 된다니까! 제발 좀 믿어, 언니!”

홀리가 안타까워서 말했다.

당홍은 대답하지 못했다.

‘버리고 싶지 않아.’

솔직한 느낌이다.

“그러면 계단만 안 밟으면 되잖아. 이거 때문에 쌍학까지 버린다는 건 좀 그래.”

“언니, 계단이 보인다는 그 자체가 벌써 생기를 쓰고 있는 거라니까. 언니, 의원이잖아. 나보다 잘 알면서 왜 우겨. 언니도 이미 짐작하고 있잖아.”

“믿을 수 없으니까. 말이 안 되거든. 이게 어떻게 생기가 돼? 그런 매가 절초를 창안하면 전부 생기인 거야? 그럼 무공도 지금보다 높아지면 안 되겠네?”

당홍은 좀처럼 새로 터득한 절기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버릴 수 없었다.

쌍학을 펼치면 자유를 얻은 기분이 된다. 온 세상을 활활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따뜻한 햇볕이 그대로 느껴진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황홀한 자유를 느낀 적이 없다.

설혹 이 무공이 생기라고 해도 버릴 수 없다.

이걸 계속 사용하면 혈기가 된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다.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운 무공인데, 어떻게 혈기와 비교할 수 있나.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같다.

보지 않아서 그런다. 아름답고, 황홀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면 오염이라는 말은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럴 리 없다.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아무래도 이게 혈기가 된다는 건 믿을 수 없어.”

“혈기 맞다니까요!”

“혈기는 푸른빛을 꺼뜨리라고 한다잖아. 머릿속에서 죽이라고 명령한다잖아. 나는 아무런 명령도 안 들린다니까. 그냥 눈에 보이는 거야. 아! 괜히 말했나 보네.”

당홍과 해자수는 멍하니 당홍을 쳐다봤다.

생기의 유혹은 너무 거세다. 유혹이 너무 강렬해서 쉽게 버릴 수가 없다.

호발귀가 이런 점을 염려했다.

마약보다도 더 진한 유혹이라고.

“언니…… 아! 어떡해, 언니.”

홀리는 당홍을 보면서 탄식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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