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十二章 암전(暗箭) (4)
공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집중이다.
한 점에 집중해야 한다. 가장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곳, 아니면 반드시 뚫고 나가야 할 곳에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낭견대도 공격 요점을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세 명 중에서 가장 먼저 쓰러트려야 할 사람은 선두에서 칼을 쓰는 도천패다.
도천패를 쓰러트리지 않고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홀리와 당홍은 도천패 다음이다.
쒜에에에엑! 쒜에엑!
도천패를 향해서 화살 한 무더기가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벌떼처럼 덮쳤다. 갱도 안으로 들어선 열다섯 명이 일제히 도천패만 노리고 화살을 쏘았다.
“이것들이!”
까깡! 깡! 타아아앙!
도천패는 급히 대도를 휘둘러서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그도 인간, 깜빡 한 대를 놓치고 말았다.
푸욱!
화살 한 대가 도천패의 아랫배에 푹 박혔다.
첫 번째 부상이다.
“끙!”
도천패는 신음을 흘리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저절로 이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많이 다쳤어?”
당홍이 당황해서 물었다.
“아니. 괜찮아. 모기 한 마리가 물었네.”
도천패가 아랫배에 박힌 화살을 똑깍 부러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연신 대도를 휘둘러야만 했다.
까앙! 깡! 까아아앙!
정말로 화살이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도천패는 낭견대 무인들이 이토록 강할 줄은 미처 몰랐다. 해자수가 이들을 무려 서른 명 가까이나 단신으로 죽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생기가 그렇게 강한 거였구나!
도천패에게 화살이 집중되면, 뒤에 있는 홀리도 당연히 도천패에게 달라붙어야 한다. 그의 옆에서 같이 화살을 떨궈줘야 한결 부담이 덜어진다.
홀리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도천패의 싸움은 완전히 그에게 맡기고, 그는 다른 사람에게 쏘아갔다.
쒜에엑! 피윳!
검 끝이 뱀 혓바닥처럼 사악하게 흔들렸다. 분명히 눈앞에서 검이 번뜩였다. 하지만 다시 보니 검이 없다. 한순간, ‘어디로 갔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퍼억!
비도를 쓰던 자의 머리에 혈맥참이 터졌다.
음문촌 무공은 기본적으로 혈마후의 무공에서 발전되었다. 모든 마공의 조종(祖宗)이다. 마인들을 눈 아래로 굽어보는 황후의 검인 것이다.
“아아아악!”
홀리는 사내가 비명을 내지르는 동안, 그의 몸에서 도대(刀帶)를 풀어내어 뒤에 있던 당홍에게 던졌다.
“언니!”
“고마워!”
당홍이 재빨리 도대를 받아들고 몸에 둘렀다.
도대에는 아직도 뽑지 않은 비도가 서른 자루 넘게 꽂혀 있었다.
쒜엑! 쒜에엑! 쒜엑! 쒜에엑!
당홍은 즉시 비도를 사용했다. 멀리서 화살을 쏘아대는 낭견대원을 향해 비침을 던지듯 소리 없이 비도를 흘렸다.
“크윽!”
“컥!”
낭견대 무인들이 비틀거리면서 물러섰다.
일격에 즉사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도 비도가 날아든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자유롭게 화살을 쏘아대지 못한다.
그들도 주의 경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크윽!”
별안간 당홍이 크게 헛바람을 토해냈다.
어느새 다가온 칼이 그녀를 베고 지나갔다.
“뭐지, 이건!”
당홍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
검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느닷없이 몸을 벴다.
“은영마도(隱影魔刀)! 가지가지 하네.”
홀리가 말했다.
음문촌 사람들은 마공에 익숙하다. 마공을 쉽게 알아본다.
“은영마도? 그게 뭔데?”
당홍도 혈천방과 관계가 있지만, 마공은 많이 알고 있지 않다.
독의라면 단번에 알아봤겠지만, 그녀는 혈천방 무공조차도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눈으로 식별할 수 없어요! 감으로 쳐요!”
“감으로? 하아!”
당홍이 한숨을 토해냈다.
눈으로 식별할 수 없다는 말에서 은영마도에 대한 느낌이 단번에 살아났다.
상대방은 어둠과 동화되어 있다. 그러니 눈으로 식별할 수가 없다.
소리 없이, 느낌 없이 다가와서 슬며시 치고 지나가는 술사들의 검법이다.
그러니 오직 감각으로 상대해야 한다.
“은인문 무공과 다른가?”
도천패가 대도를 휘둘러서 화살을 쳐내며 물었다.
“은인문 무공에서 오직 무공만 발전시킨 것? 그것도 모든 오의를 칼에만 집중시켰다고 할까? 좌우지간 은영마도는 이 무공으로 이백 명을 죽였어요.”
“이백 명? 완전 대살성이네.”
도천패가 혀를 내둘렀다.
그 정도는 되니까 마공관에 무공이 소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매우 난감한 무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싸우나. 더욱이 갱도 안은 어둡다.
상대방에게는 아주 이상적인 싸움판이다.
쒜에엑! 퍼억!
또 한차례 혈풍이 불었다.
“음!”
당홍이 미미한 신음을 흘렸다.
이번 칼은 당홍의 등을 베고 지나갔다.
아주 작심하고 당홍만 노리고 있다. 등을 베는 각도면 홀리도 벨 수 있는데, 당홍만 공격한다.
도천패가 급히 뒤로 물러나서 당홍을 지켰다.
“이런 빌어먹을! 상처는?”
“난 괜찮아.”
“안 괜찮아. 피가 많이 흐르고 있어.”
“내가 의원이야.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난 의원이 아니지만, 당신 남편이기는 해. 뒤로 물러나 있어. 내가 막을 테니까.”
“어? 아! 감동.”
당홍이 농담조로 말했다.
도천패의 안색이 너무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풀어주려고 했다.
사실, 당홍의 상처는 매우 깊다. 상대가 매우 독하게 검을 썼다. 문제는 상대가 아직도 그녀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후후! 이것들 별거 아니잖아?”
“킥킥! 이제 우리 차례인가? 그동안 당하기만 했더니 분통이 터져서 말이야.”
낭견대원들이 키득거리면서 갱도 안으로 들어섰다.
“몸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홀리가 밀실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같은 때 생기를 사용하면 저들은 단박에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생기를 운용하기만 하면 당장 호발귀가 뛰쳐나오니 차마 쓸 수가 없다.
“괜찮아. 이대로도. 싸울 수 있어.”
도천패가 당홍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 * *
파파팟! 파파파팟!
생기가 마구 요동친다. 푸른 빛이 팔팔 끓어오른다. 용암처럼 이글거린다.
“음!”
호발귀는 침음했다.
죽을힘을 다해서 혈기를 꾹 눌러 참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계속해서 도발하고 있다.
마공은 정공보다도 생기를 더 급격하게 사용한다.
정공이 고요한 호수라면 마공은 물살이 마구 튀는 거친 파도와도 같다. 진기를 거칠게 사용하기 때문에 정공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파괴력을 드러내는 것이다.
마공을 수련한 사람은 인체에 손상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막연히 ’이런 일이 생길 것이다‘라는 정도만 알지, 정확하게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른다.
호발귀 눈에는 그런 점들이 보인다.
마공은 피를 무척 빠른 속도로 휘돌린다. 갑자기 혈맥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심장에도 무리가 간다. 피가 휘도는 양만큼 진기가 폭증한다.
여기까지는 마공을 사용하는 본인도 감지할 수 있다.
호발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깊이 볼 수 있다. 뜨거운 피와 함께 용솟음치는 생기가 보인다. 들어오고 나가는 생기의 유통이 매우 활발해진다.
푸른 빛이 너무 뚜렷하게 보인다.
이건 참을 수가 없다.
눌러! 일어서서 지금 당장 저 빛을 꺼!
죽여! 일어서서 당장 죽여!
호발귀는 강렬한 살인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혈마의 명령을 따르면 다시 호발귀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혈마에게 휩쓸리면 파신금령술을 당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아니, 더 심한 상태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이미 한 번 혈마를 맛봤기 때문에 거침없이 빨려 들어갈 것이다.
당시, 정말 많은 살생을 했다.
눈에 띄는 동물은 모두 다 죽였다. 애꿎은 사람들도 많이 죽였다. 싸움이 아니었다. 살인이었다. 영원히 부처님 앞에서 속죄해도 다 씻기지 않을 대악을 저질렀다.
문제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맹수도 사냥을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거침없이 사냥한다. 맹수에게 사냥은 죄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행해야 하는 기술일 뿐이다.
혈마에게는 생기를 끊어 놓는 게 하나의 중대한 일이다. 굉장한 사명이다. 동물의 몸속에 든 푸른 빛을 꺼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임무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죄의식이 생길 리 없다. 굉장히 위험하다.
“으음!”
호발귀는 이 악물며 혈기를 이겨냈다.
쒜엑! 퍼억! 쒜에엑! 퍽!
당홍이 칼을 두 번이나 맞았다.
도천패가 아랫배의 화살을 맞았을 때는 바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저 정도 화살에 배를 뚫리다니!
멀쩡한 정신이었다면,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처지였다면 도천패를 놀려주었을 것이다.
확실히 도천패가 화살을 맞은 것은 실수였다.
하지만 당홍은 다르다. 당홍을 친 검은 굉장한 마공이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사공이다.
생기로 보면 상대방의 움직임이 환히 보이는데, 진기로 보면 느끼지 못한다. 지금도 팔팔 끓는 푸른 빛이 일렁이는데, 당홍은 전혀 알지 못한다.
스으으읏!
상대가 당홍을 향해서 움직인다.
사실 상대는 단 일격에 당홍을 죽일 수가 있었다. 그 사실을 은영마도를 쓰는 본인만 몰랐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어서 살짝 긁고 지나갔다. 그다음에는 조금 자신을 얻어서 등을 쳤다. 절대 서둘지 않고 차분하게 검을 썼다. 어차피 은영마도는 통한다.
이번에는 확고하게 자신을 얻었다. 목숨을 끊을 생각이다.
파라라락!
어둠 속에서 푸른 빛, 생기가 마구 끓어오른다.
‘그러지 마. 내가 움직이게 하지 마. 널 죽이면…… 난 끝나. 그러니 부탁인데, 제발 그만둬.’
호발귀는 들끓는 생기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리고 분명하게 경고를 보냈다.
촤아아아앗!
혈기가 뻗어 나가더니 상대방의 생기를 두들겼다.
사실, 이런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혈기가 생기가 접촉하는 순간, 호발귀는 아주 신선한 맛을 공급받는다. 너무 강렬하고 충격적이어서 이성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떨린다.
굉장한 마약이 몸 안으로 투입된다.
“크으으!”
호발귀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당홍을 죽게 할 수는 없지 않나.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면 당홍이 죽을 텐데.
‘그만둬라. 좋게 말할 때.’
호발귀는 혈기를 흘리는 한편, 손을 들어서 수태음폐경을 다시 눌렀다.
혈기가 깃들지 않은 오른팔만은 기필코 지킨다. 오른팔이 무너지면 혈마가 탄생한다. 영원히 오른팔을 못 쓰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이 경맥만은 지켜낸다.
혈기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파라라라락!
호발귀의 몸에서 뻗어 나간 혈기가 은영마도의 생기를 쳤다.
생기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움직임을 멈출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까지 강하게 혈기를 쳐내면 수태음폐경을 지키지 못한다. 생기의 맛이 너무 강렬해서 단숨에 봉쇄가 뚫린다.
지금 호발귀는 춘약에 중독된 상태다. 벌거벗은 여인이 눈앞에 있다. 그런데도 욕정을 참아야 한다. 호발귀는 술에 중독되었다. 술주정뱅이가 사흘이나 술을 마시지 못했다. 그리고 눈앞에 향기로운 술이 놓였다. 마시지는 못한다. 참아야 한다.
호발귀는 이런 일을 오직 의지로만 견뎌야 한다.
“크으으윽!”
호발귀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 푸른 빛을 꺼뜨리고 싶은 충동에서 자신을 눌러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