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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57화 (357/500)

第八十二章 암전(暗箭) (2)

폐광 안으로 들어간 여섯 명에게서 소식이 뚝 끊겼다. 여섯 명을 삼킨 폐광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틀린 것 같은데요.”

수하가 말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여섯 명은 격살 당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할 수 없지, 개장국을 먹이자고.”

안도가 말했다.

개장국이란 개고기 삶은 탕을 말한다.

개를 먹는 것이다.

개를 기르는 낭견대이지만, 그들도 개를 먹는다. 물론 그들이 먹는 개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누렁이 같은 똥개다. 개 한 마리를 잡으면 여러 사람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개장국은 낭견대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들도 늑대개는 먹지 않는다. 강아지 때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옆에 데리고 있던 놈들이라서 아무리 낭견대라도 늑대개만큼은 먹지 않는다.

그들에게 늑대개는 가족이다.

낭견대가 늑대개로 개장국을 만드는 경우가 딱 하나 있다.

폭사(暴死)!

주인이 죽으면 늑대개도 죽는다.

왕이 죽으면 가족이나 하인을 순장시키듯이 주인이 죽으면 늑대개도 무덤 안에 같이 묻는다. 하지만 이건 주인이 수명이 다해서 자연사했을 경우이고.

주인이 외지에서 객사하면 늑대개의 몸에 화약을 두르고 심지에 불을 붙인다. 폭사시킨다. 가능하면 주인을 죽인 적을 향해서 달려가게 만든다.

이것이 늑대개로 만든 개장국이다.

폭사하면 살점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뼈마디도 산산이 조각난다. 늑대개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살점과 뼛조각만 난무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개장국이라고 말했다.

“여섯 마리지?”

“네.”

“준비시켜.”

“넷!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수하가 말했다.

그들은 늑대개의 몸에 화약을 묶었다.

개 한 마리 당 화약 덩이 열 개를 붙였다. 전각 한 채를 날려버릴 수 있을 만한 양이다.

“잘 가거라. 이놈들아.”

낭견대는 늑대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몸에 화약을 두른 늑대개는 주인을 잃었다. 놈들의 주인은 폐광 안에 드러누워 있다.

이제 늑대개는 주인을 찾아서 먼 길을 떠난다.

치이이익!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늑대개의 목줄을 풀었다.

컹! 컹컹! 컹컹!

목줄이 풀린 늑대개들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폐광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놈들은 이미 주인의 냄새를 맡았다.

컹컹! 깨앵!

개 한 마리가 미친 듯이 달리다가 풀썩 쓰러졌다.

낭견대 무인들이 환히 보는 앞에서 갱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풀썩 꼬꾸라졌다.

마치 다리가 부러진 듯이 보였다.

“엇! 저거 왜 저래?”

낭견대 무인이 깜짝 놀라서 개를 쳐다봤다.

방금까지도 늑대개의 목줄을 잡고 있던 무인이다. 쓰러진 개의 목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개가 폐광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나 다 그렇다. 잠깐이라도 목줄을 잡아본 사람은 그 개가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지켜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쓰러지다니!

“어떻게 된 거야?”

옆에 있는 무인이 물었다.

“몰라. 왜 그러지?”

무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무심히 개를 향해 다가갔다.

개는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쓰러졌다. 정확히 갱도 입구와 무인의 중간 부근에서 쓰러졌다.

너무 급하게 달리다가 다리라도 부러진 것인가?

그때 나머지 다섯 마리 중 또 한 마리가 쓰러졌다.

깨애앵!

이번에도 두 다리가 꺾인 듯 힘없이 나뒹굴었다. 달리던 그대로 다리가 꺾이면서 쓰러진 것이다.

개를 향해서 다가서던 무인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한 마리만 쓰러졌다면 이상이 있다지만, 이젠 두 마리다. 개가 쓰러지면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어떤 타격을 받고 쓰러진 것이 확실하다.

“암습이다!”

“뭐야? 뭐가 날아온 거야?”

“아니. 아무것도 안 보였어.”

낭견대 무인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다.

하지만 즉각 대응하지는 못했다. 늑대개만 쓰러졌을 뿐, 공격자는 보이지 않는다. 화살을 맞은 것 같지도 않고, 비수나 비표에 당한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개가 쓰러지기 전에 일체의 공격행태를 발견하지 못했다.

“공격 맞지?”

“맞는 것 같은데. 어디서 공격한 거야?”

그들이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뜰 때, 갱도를 향해 달려가던 개들이 하나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깨앵! 깽!

늑대개는 같이 달리던 개가 쓰러져도 개의치 않고 치달린다. 그렇게 훈련해놨다.

깽깽! 깽!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한 마리.

폐광을 향해 치달리던 개들이 모두 쓰러졌다.

공격을 받고 쓰러진 것이 확실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섯 마리나 쓰러질 리는 없다.

“저거! 저거!”

“저거 어떡하지?”

낭견대 무인들이 당황해서 쩔쩔맸다.

늑대개의 몸에는 화약이 둘려 있다.

개 여섯 마리가 둘러맨 화약을 합치면 능히 궁궐 한 채를 날려버릴 정도다.

저만큼 많은 화약이 터지면 폐광은 완전히 함몰된다.

혈마의 시신이 필요하지만, 시신 같은 것은 나중에 땅을 파헤치고 찾아도 된다. 다행히 이곳은 광산이다. 광부들이 널려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나.

또 늑대개는 주인 앞에서만 죽는다.

죽은 주인을 찾아가서 코를 대고 끙끙거리다가…… 쾅! 하고 산화한다.

혈마 일행은 개들이 달려들면 그 옆에 다가서지 않을 것이다. 누가 봐도 개 몸뚱이에 화약을 매달고 있는데 그 옆으로 다가올 사람이 누가 있겠나.

저들은 갱도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서 숨을 것이다.

하지만 갱도는 막혔다. 완벽하게 밀폐된 장소다. 화약이 터지면 폭발에 휘말리거나,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서 죽을 것이다. 천하의 혈마라도 죽을 수밖에 없다.

폐광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고, 아마도 광부들을 시켜서 폐광을 파내기 시작하면 대략 보름 정도면 놈들의 시신을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개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폐광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잘라!”

안도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순간, 낭견대 무인 여섯 명이 일제히 신형을 쏘아냈다. 바로 개의 목줄을 잡고 있던 자들이다.

그들은 재빨리 다가가서 탁탁 타들어 가는 심지를 잘랐다.

다행히 심지는 길다. 늑대개가 갱도 안으로 달려 들어가서 주인을 찾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심지를 길게 늘여놨었다.

하지만 갱도에서 가장 가까운 이에서 죽은 한 마리, 그 한 마리의 심지는 조금 짧았던 것 같다.

꽈앙! 꽝!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났다.

화약이 터졌다!

심지를 자르러 개를 향해 달려가던 낭견대 무인이 거대한 폭발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났다.

살은 살대로 흩어지고, 뼈는 뼈대로 부서졌다. 낭견대 무인들이 농담 삼아서 말하던 개장국처럼 세상에 살았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윽! 이런!”

낭견대 무인들은 황급히 몸을 숙이고 뿌옇게 피어난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이런!”

안도는 벌떡 일어나서 폭발이 터진 곳을 쳐다봤다.

말도 안 되지만 절대적으로 자신을 가졌던 개장국이 무너졌다. 개들이 갱도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뭐였지? 암기였나?”

“보지 못했습니다.”

“개! 개를 가져와!”

안도가 소리를 빽 질렀다.

땅이 움푹 파여서 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었다.

화약 폭발로 낭견대 무인 두 명과 늑대개 세 마리가 날아갔다. 늑대개는 죽은 놈들이지만, 낭견대 무인은 멀쩡하게 살아서 움직이던 자였다.

다행히 남은 개들이 있다.

벌써 생명이 다해서 혀를 길게 빼 물고 있는데, 입가에 검붉은 거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야?”

“독침입니다.”

개를 가져온 무인이 말했다.

“독침?”

“네. 갱도 안에서 쏜 거로 보입니다.”

“이것들이! 가지가지 하네.”

안도는 이를 부드득 갈며 폐광을 쳐다봤다.

일이 완전히 꼬였다. 이건 누가 봐도 엉망이다. 주치균에게 큰소리를 탕탕 쳐놨는데, 갱도 안으로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바깥에서만 서성거리고 있다.

말 그대로 개망신이다.

독침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아니다. 저쪽 놈들이 워낙 기민하게 반응했다.

웬만한 사람은 개가 갱도 안으로 달려든 후에야 독침을 사용한다. 그런데 당홍은 갱도 밖에서 쓰러트렸다. 개의 몸에 화약이 둘려져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

개장국은 낭견대가 만든 작품이다.

늑대개처럼 주인과 함께 죽을 수 있을 만큼 많은 훈련을 쌓은 개만이 행할 수 있다.

물론 어떤 동물에라도 폭탄을 두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폭발도 무작위로 일어난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터트리지 못한다.

당홍은 이런 상태를 미리 알아봤다.

“직접 부딪힌다 준비해!”

당호가 검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보니까 어때?”

주치균이 말했다.

연소부와 장향동은 입을 꾹 다문 채 폐광을 쳐다봤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들은 낭견대에게 선수를 양보한 것이 못내 못마땅했다.

단주가 결정한 일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살단은 진입 준비를 이미 끝낸 상태였다. 그때 안도가 찾아왔고, 주치균은 너무도 손쉽게 선수를 양보했다.

자신들이 일거에 들이쳤다면 승부는 벌써 끝났다.

그들은 홀리와 해자수, 당홍, 도천패의 무공을 안다.

그들과 직접 부딪쳐 본 사람도 있고, 초면인 사람도 있지만…… 그들과 싸웠던 살단 무인과 자신들을 비교해 보면 저들의 무공 정도가 손쉽게 파악된다.

저들에 대한 말은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잡을 수 있어!’

연소부는 홀리와 싸웠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고 이를 갈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낭견대가 심히 고전한다.

혈마 일행은 지금 발악을 하고 있다. 도주할 곳이 없으니 사력을 다해서 싸울 수밖에 없다.

갱도로 진입한 낭견대 무인이 소리소문없이 제거된 것은 도천패나 당홍의 무공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화약을 둘러맨 개들이 독침을 맞고 나가떨어진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낭견대가 겪고 있는 모습은 바로 살단이 겪고 있을 모습이다.

살단이 힘만 믿고 밀고 들어갔다면 죽은 개들처럼 많은 사상자가 났을 것이다.

“독오른 뱀은 섣불리 건드리는 게 아니지. 하지만 독만 빼내면 별것도 아냐. 지금은 힘을 좀 더 빼놓는 게 좋겠지? 아직은 너무 팔팔해. 마구 날뛰잖아.”

주치균이 웃으면서 말했다.

“낭견대가 진입하지 못할 거라고 보십니까?”

연소부가 물었다.

“후후후!”

주치균은 웃기만 했다. 아니, 바로 이어서 비위를 탁! 건드리는 말을 했다.

“너희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연소부와 장향동의 눈살이 확 찌푸려졌다.

“가끔 단주님은 저희를 너무 무시하십니다.”

“그래?”

“……”

“저놈들이 다 나가떨어지고 나면 너희들이 가봐. 내 생각에는 너희도 진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한번 해보기나 해.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니까.”

주치균이 농담처럼 말했다.

“단, 정말 아끼는 놈은 뒤로 빼놔. 누가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싸움이니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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