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전인-350화 (350/500)

第八十章 회복(回復) (5)

커엉! 컹컹! 컹!

늑대개가 요란하게 짖어대며 산길을 치달렸다.

늑대개는 불마촌 낭견대가 특별 훈련을 시킨 탓에 몰이 방법이 일반 사냥개와 크게 다르다.

무턱대고 먹잇감을 쫓지 않는다. 쫓는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포위망을 펼친다.

짖는 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짖지 않고 앞쪽으로 달려가서 목을 차지하고 있을 개도 생각해야 한다.

뒤에서 쫓고 앞에서 기다리는 작업을 본능적으로 한다.

일단 늑대개가 거칠게 짖어대기 시작하면 먹잇감을 잡을 준비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안도가 잔인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

“무슨 책임?”

“인제 와서 발뺌하는 겁니까?”:

안도의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

“그만한 자신도 없이 마공을 수련한 건가? 정도 문파 뱃속에서 버젓이 마공을 수련했을 때는 언제든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거 아닌가? 새삼스럽게 책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아.”

주치균이 한심하다는 듯 낭견대 이대주 안도를 쳐다봤다.

안도의 입가에 비웃음이 흘렀다.

“저놈들은 염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강하면 저놈들이 죽는 거고, 저놈들이 강하면 우리가 죽는 거고. 저놈들과 싸우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데……”

“그런데?”

“하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칼은 치사하니까 그것까지 맞을 수는 없겠죠.”

“뒤에서 찔러오는 칼이 아니라 위에서 떨어지는 칼이겠지. 그 칼은 막아준다. 책임지고.”

컹컹! 컹컹컹! 컹!

늑대개들이 더욱 요란하게 짖어댔다.

“한 놈 찾은 모양인데…… 잘 생각해.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서 거둘 수 없어.”

주치균이 안도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도가 어깨를 들썩거렸다.

“위에서 내리치는 칼은……”

“막아준다니까. 책임지고.”

이제 결단만 남았다. 어차피 싸우느냐 싸우지 않느냐 하는 선택은 본인 몫이다. 주치균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하는 것도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주치균은 위에서 떨어지는 칼을 막아준다고 했다.

그 말을 믿으면 바보다.

무림은 간사하고 잔인한 곳이다. 목숨이 걸린 문제에서는 어떤 배신도 용납된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의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낭만이 되었다.

어차피 위에서 칼이 떨어지면 자신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고 주치균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냐고 추궁할 수도 없다. 주치균 같은 상관이 자신 곁에서 말을 섞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판이다.

‘이번 일만 끝내면 낭견대도 살단에 소속될 수 있어.’

안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그가 바라는 것은 낭견대의 존폐 문제다.

낭견대를 이끌던 허경이 죽었다. 허경 휘하의 십 고수도 죽었다. 탕호도 죽었다.

늑대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평생을 수련한 마공은 삼류 무공으로 전락했다.

혈마를 만나서 이 지경이 되었다면 차라리 변명의 여지라도 있다.

강호상에서 이름도 없던 쓰레기 같은 놈을 만나서 싸운 결과가 이 지경이다.

허경이 귀무령 손에 죽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할 판이다.

천살단이 마인으로 형성된 낭견대를 어떻게 할지는 불문가지, 보지 않아도 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데, 주치균이 나서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위에서 떨어지는 칼만 막아주면…… 후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우린 쓸만하니까. 하하하!”

안도가 웃으면서 개 짖는 소리가 울려오는 쪽으로 걸어갔다.

혈천방과 천살단은 태생이 다르다.

선과 악, 서로 용납하지 못할 태생으로 태어났다. 천살단은 나쁜 짓을 해도 정일 수밖에 없고, 혈천방은 좋은 일을 해도 악일 수밖에 없다.

태생 자체가 그렇다.

그렇게 태생이 다른데 나쁜 놈을 눈앞에 두고 그냥 지나친다는 게 말이 되나.

주치균은 비보전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천라지망이라니! 그런 게 어딨어?

귀무살 놈들은 닥치는 대로 죽이면서 올라가야지. 무공도 모르는 놈들한테 사람만 찾으라고 지시해?

결국, 지도에 나쁜 놈이 여기 있다 표시만 해 놓고 호발귀는 없다면서 그냥 지나쳐?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수색이 뭐 소꿉장난이야? 이게 뭐야?

주치균은 천살단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옛날 검벽주 시절이었다면 이해해 보려고 노력이라는 것을 해봤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게 무의미하다.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에서는 생각이 필요 없다.

‘태생이 다르면 다른 값을 해야지. 천살단 무인으로 검을 잡았는데 악을 보고 어떻게 지나쳐. 악을 모두 없애버리면 세상이 깨끗해지는데, 생각이 너무 많잖아.’

귀무살 놈들이 뭘 믿고 흩어졌는지 모르겠다. 설마 공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나? 미친놈들!

천살단을 뭐로 보고. 한 놈도 살려두지 않는다. 싹 쓸어버린다. 그러니 살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서 대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으득!

주치균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컹컹! 컹컹컹! 컹컹!

개 짖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우렁차다. 아니, 소리만 들었는데도 소름이 쫙 끼친다.

한낱 개 짖는 소리인데…… 살기가 담겨 있다.

‘낭견대!’

귀무살은 개 짖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즉시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낭견대가 이 정도로 거칠게 움직인다는 것은 곧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낭견대와 귀무살은 시작부터가 좋지 않다.

한수를 두고 서로 대적하면서 많은 무인과 개가 죽었다. 귀무살은 당하지 않고 낭견대만 당했다. 그러니 낭견대 입장에서는 귀무살이라고 하면 이가 갈릴 것이다.

‘급습! 너희다운 짓!’

귀무살은 즉시 움직였다.

그는 자신이 무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귀무살은 무인이 아니다. 살인 검일 뿐이다. 명령을 받고 살인하는 살인귀이지 무명을 떨치려는 무인이 아니다.

귀무살 중에 무명(武名)이 있는 사람이 있나? 없다. 귀무살 중에 이름 날린 사람이 있나? 없다.

있다면 오직 한 명, 귀무령뿐이다.

귀무령은 귀무살의 수장이니 당연히 이름이 나야 한다.

귀무살 중에는 무림에 알려진 자가 없다.

창파, 궁충, 월도, 무지…… 부대주 네 명조차도 무림에서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귀무살은 무인이 아니다. 그러니 명예를 위해서 싸울 것도 없다. 귀무살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명령이다. 명령이 떨어지면 죽음이 확실해도 뛰어 들어간다.

명령이 없는 평상시에는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에 집중한다.

가벼운 일이든 묵직한 일이든 오직 생사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명령이 주어진 상태인가, 아니면 명령이 없는 평시인가?

명령이 주어진 상태다.

망형이동의 두 번째 철칙, 싸움은 철저히 피한다!

지금도 망형이동은 유지되고 있다.

귀무살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붙박인 듯 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자신들에게 잡아끌기 위해서다. 이런 목적을 벗어나서 싸움을 걸어오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

누군가가 지금처럼 급습해 온다면 맞서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

하물며 저들은 상대가 귀무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오는 중이다. 그러니 저들과 만나면 득보다 실이 많다. 자칫 일진이 안 좋은 날이 될 수도 있으니, 즉시 피한다.

스스슷! 스스스슷!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저놈의 개를 떼어놓아야 하는데…… 끄응! 낭견대가 움직일 줄은 몰랐어.’

늑대개를 어떻게 떼어놓을까?

천라지망을 펼친 자들이 공격해 오는 것만 생각했다. 물러섰던 낭견대가 다시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개떼의 추격, 개의 후각…… 냄새를 떨쳐야 싸움을 피한다.

쒜에에엑!

그는 사력을 다해서 신형을 움직였다.

‘아!’

그는 얼마 가지 않아서 우뚝 멈춰 섰다.

미리 봐두었던 비상통로를 이용해서 재빨리 신형을 쏘아내는 중인데, 개들이 여전히 따라온다. 뒤쪽에서만 쫓아오는 게 아니다. 좌우에서도 쫓아온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자신이 토끼몰이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늑대개가 굉장히 영민하다. 이놈들은 뒤만 쫓아오는 게 아니다. 늑대무리가 사슴을 사냥하듯이 좌우에서도 몰아댄다. 그리고 자신은 그 수에 휘말렸다.

계속 앞으로 치달리면 함정의 끝에 도달한다.

죽음이 기다린다.

“뭐야? 이거 내가 당한 건가?”

귀무살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당한 게 확실한 것 같다.

컹컹컹! 컹컹! 컹컹컹!

확실히 세 방향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소리를 피하려면 앞으로 치달리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누가 봐도 함정에 걸려든 것을 알 수 있다.

낭견대 무리에게 포위되었다면 곱게 빠져나가기는 틀렸다. 어느 한쪽을 뚫고 나가야 한다.

‘싸움은 피하려고 했는데, 이것들이 악착같이 싸움을 거네. 제 놈들이 무서워서 피하는 줄 아나. 좋아! 그러면 지금부터 귀무살 솜씨를 보여주지.’

스읏!

귀무살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늑대개를 앞세운 무인이 모습을 보였다.

개? 사람?

귀무살은 잠깐 망설였다.

개부터 쳐야 할지, 사람부터 쳐야 할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언제 이런 경험을 했어야 말이지.

‘사람부터!’

일단 병기를 사용하는 사람부터 치는 게 맞는 것 같다.

쒜에엑!

귀무살은 나무에서 조용히 떨어져 내렸다.

낙엽처럼 소리 없이, 사지를 활짝 펴고 조용히, 오직 검에만 전신 진기를 담고.

귀무살의 검이 사내의 머리를 타격하려는 찰나, 사내의 손에서 음산한 기운이 화악! 번져 나왔다. 언뜻 눈앞에 시커먼 어둠이 드리운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백골마천공(白骨魔天功)!’

어둠 속에 검이 숨어 있다! 피해야 한다!

귀무살을 위험을 느낀 즉시 몸을 퉁겨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이 그를 확 끌어당겼다.

이것이 마공 중의 마공, 백골마천공이다. 사람은 유부(幽府)로 끌어들인다.

몸을 피할 수 없다면!

쒜에에엑!

귀무살은 사력을 다해서 검을 쏟아냈다. 어둠을 갈라낸다는 심정으로 검초를 쳐냈다.

낭견대가 마공을 수련했다더니.

까앙!

검과 검이 마주치는 순간, 귀무살은 자신의 검이 산산이 조각나서 흩어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검 한 자루가 요악하게 솟구쳐 오는 것도…… 봤다.

늑대개는 혈마를 잡는 데 이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도는 귀무살을 잡는 데 이용했다.

기분이 어떤가? 좋다.

불마촌에서 수련만 하던 백골마천공을 귀무살에게 직접 펼쳐보니 기분이 좋다.

사람을 죽인다는 게 이토록 기분 좋을 줄은 몰랐다.

“후후후!”

안도는 죽은 귀무살을 보면서 괴소를 흘렸다.

피를 보더니 미쳤나?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잔인하게 짓이겨진 시신을 보면서 표현하지 못할 기쁨을 느낀다. 이토록 몸이 떨릴 정도로 기뻤던 적은 없다.

안도는 자신이 미쳐간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면 죽일수록 마음은 즐거워진다. 아무래도 마공의 영향인 것 같다.

수련만 할 때는 몰랐는데, 백골마천공에는 정종 무공처럼 마음을 씻어내는 기능이 없다. 오직 살생으로만 치달린다. 그러다 보니 정작 사람을 죽인 후에는 기쁨이 일렁거린다.

혈마는 이런 살심의 극치를 맛봤을 것이다.

안도는 혈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혈마를 알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실이 그렇다면 혈마는 살인에 미친 놈이야. 살인광. 이런 놈을 잡는 데는 수단 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어.’

혈마를 잡는다는 말 속에는 귀무살을 잡는다는 말도 포함되어 있다.

천살단에서는 귀무살을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와 있다.

단주의 명령이다.

하지만 가차 없이 무시해버린다. 현장에서는 현장 목소리라는 게 있다. 위에서는 알지 못하는 현장만의 긴박함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서 대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당한다.

안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이런 행동들이 낭견대의 존속을 염려했기 때문이지만, 정작 귀무살을 죽이고 기쁜 마음이 일어나자 그것보다는 더 강한 대의가 필요했다.

그것이 살인광은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대의는 있을 수 없으니까.

“다음 놈을 잡자!”

“네!”

수하가 대답했다.

그들은 허경과 탕호의 죽음을 잊지 않고 있다. 한수에서 죽은 동료들의 모습도 잊지 않았다. 귀무령이란 놈에게 처참히 죽어간 열 명의 시신도 아직 가슴에 품고 있다.

귀무살 놈들, 한 놈도 살려주지 않는다.

“가자!”

컹컹! 컹컹컹! 컹!

늑대개가 거칠게 짖으면서 귀무살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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