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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36화 (336/500)

第七十八章 망형이동(網形移動) (1)

“여기.”

해자수가 말했다.

여섯 군데 비밀 통로 중 첫 번째 통로를 찾았다.

나오는 출구가 바위로 가려져 있지만, 틈이 약간 벌어져 있어서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으면서 출입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절묘하군.”

월도가 바위로 막힌 굴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부대주들은 마냥 감탄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출구와 출구를 가린 바위를 보고는 즉시 막아서야 할 곳을 판단해냈다.

스슷!

궁충이 출구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활을 겨눴다.

창파도 단창 세 개를 꺼내서 장창으로 연결했다. 웬만해서는 단창을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장창을 만든다.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월도와 무지는 입구에 바싹 붙었다.

그들은 악불사왕의 진전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붙은 숫자는 월도가 오십칠, 무지가 오십사다. 두 명 모두 오십을 넘긴 특급 귀무살이다.

그들이 강하에서 호발귀와 부딪칠 때, 그들의 임무 완수 숫자는 월도가 십사, 무지가 십구였다. 그래서 무지가 우두머리가 되어서 귀무살을 이끌었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임무 완수 횟수만 보면 월도가 세 번이나 더 많다.

지금 다시 귀무살을 꾸린다면 이번에는 월도가 우두머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귀무살은 숫자가 오십을 넘어가면 그 이후부터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십이나 칠십이나 매한가지다. 이미 특급보다 상위의 구분은 없다. 모두 특급이다.

월도와 무지는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귀무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본인이 전직 의사만 밝히면 당장 당주나 무공 교두가 되어서 편히 지낼 수 있다.

귀검이 호발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두 사람을 부대주로 삼은 게 아니다. 두 사람은 부대주가 될 만한 역량을 충분히 갖춘 뛰어난 인재였다.

스으으읏!

월도와 무지가 수풀과 하나가 되어서 사라졌다.

두 사람의 은신술은 매우 뛰어나다. 그들이 숨은 위치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부욱!

해자수는 상의를 벗어서 북! 찢었다.

상처가 아물 틈도 주지 않고 달려오는 바람에 허벅지가 피투성이다. 검붉은 피가 계속 흘러내린다. 검에 맞은 상처가 욱신거리면서 쑤셔온다.

얼핏 봐도 상처가 꽤 심하다.

해자수는 피에 젖은 붕대를 풀어내고 옷자락 찢은 천으로 다리를 감싸 맸다.

“안 아파?”

창파가 물었다.

해자수는 히죽 웃었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무공이 장족의 발전을 했어. 비결이 뭐야?”

휘링! 휘리링!

창파가 완성된 장창을 거칠게 휘두르며 말했다.

귀무살은 해자수의 무공을 알고 있다. 음문촌 살귀들이 혈천방에 자리 잡을 때, 해자수도 함께 머물렀다. 그래서 해자수가 어떤 인물인지 안다.

해자수는 딱 은인문 술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공은 말할 필요도 없이 모자란다. 귀무살을 상대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일반 방도 서너 명만 붙여도 손발이 허우적거릴 것이다.

해자수는 이리저리 휘돌리는 심부름꾼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도대체 어떤 기연을 만났기에 해자수처럼 보잘것없던 자가 일약 무림고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까.

해자수는 낭견대 대주 허경과도 싸웠다.

‘혈마에게 도움받은 건 틀림없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혈마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런 성취를 이룰 수 없다.

“이게 그…… 뭐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설명할 말이 딱히…… 뭐 그런 일이 좀 있었어.”

해자수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쒜엑! 쒜에엑!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강한 힘이 들어갔다.

두 다리가 단단해진다거나, 더 힘차게 달릴 수 있다거나, 땅이 단단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단단해진다는 것은 느낌일 뿐, 실질적인 현상은 아니다.

왠지 발바닥이 땅에 찰싹찰싹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름 위를 미끄러져 가는 것이 아니라 끈적끈적한 아교를 밟는 듯한 느낌이다.

‘땅이 다리를 잡아주고 있어!’

생기가 강하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해진 것이다. 위험이 멀리 떨어져 나갔으면 좋겠는데,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땅이 다리를 잡아주지만, 한편으로는 풀어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미끄럽고 어떤 때는 찰싹찰싹 달라붙는다.

미끄러지는 정도와 달라붙는 정도는 비슷한데,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진하게 느껴진다.

위험과 안전이 반반인 상태에서 안전의 농도만 진해진다.

홀리가 달려가는 전면에 무엇인가 힘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사람일 수도 있고, 기관일 수도 있고, 짐승이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도움은 된다.

‘이 정도 힘이 붙으면 빠져나갈 수 있어. 천살단주라고 해도.’

쒜엑! 쒜에엑!

홀리는 더욱 힘차게 치달렸다.

“아! 오네! 이쪽으로 맞게 왔네.”

해자수가 말했다.

‘응?’

‘그게 느껴져?’

‘인기척을 감지했다고?’

부대주들이 일제히 해자수를 쳐다봤다.

부대주 네 명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자신들이 과연 맞는 곳으로 찾아왔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쩌면 잘못 찾아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압박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해자수가 맞게 왔다고 말한다.

‘아! 오네!’라는 말은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한가? 왜 자신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지? 무공 차이가 이렇게까지 벌어지나?

“무슨 소리…… 들으셨습니까?”

궁충이 귀검을 보며 물었다.

“아니. 못 들었다.”

귀검이 고개를 저었다.

궁충은 의아한 표정을 띠며 해자수를 쳐다봤다.

“확실해?”

귀검마저도 인기척을 듣지 못했는데 해자수는 무슨 소리를 들었다는 건가?

그때, 귀검이 말했다.

“물을 필요 없다. 때로는 무공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벌어지는 법이니까. 준비해라!”

궁충과 창파는 즉시 병기를 고쳐잡았다.

귀검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히 어떤 일인가는 벌어질 것이다.

창파가 창을 굳게 잡고 시커먼 암굴을 노려보았다. 작은 하루살이가 날아와도 떨어낼 것이다.

궁충은 시위를 잔뜩 당겼다. 언제는 화살을 쏠 수 있게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몇 명이냐?”

귀검이 해자수에게 물었다.

“앞에 한 명, 뒤에 둘. 이상한데? 사람이 너무 적은데? 왜 세 명만 감지되지?”

해자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한 명만 달려와? 아가씨가 호발귀를 엎고? 그럼 책사님이 남아계신 건가? 휴우! 천살단주가 나타났다면 아가씨가 남을 리는 없고. 결국, 책사님이.”

해자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절터 지하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안 거야? 뭐야? 예감이야? 귀신 같은 거라도 보나?”

“이게 그러니까. 허 참…… 이게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거라서.”

해자수가 히죽 웃으면서 말았다.

하지만 그는 바짓단을 단단히 묶었다.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게끔 준비하는 중이다.

누가 봐도 바쁘게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정말인가? 정말 누가 오나?’

궁충은 반신반의하면서도 단단히 준비했다.

해자수가 허튼소리를 중얼거릴 이유도 없고, 긴장감을 유도해서 얻는 것도 없다.

“온다. 준비해.”

귀검이 말했다.

귀검이 말한 것은 해자수보다 한참 늦었다. 숨을 서너 번쯤 내쉴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그 정도 시간 동안 신법을 펼치면 십여 장은 달려올 수 있다.

“지금!”

해자수가 버럭 소리쳤다. 순간,

‘어! 진짜로 오네?’

궁충과 창파는 잔뜩 긴장했다.

월도와 무지는 숲에 숨어서 이차 타격을 노린다.

궁충과 창파가 선제공격을 가하고, 상대가 급습을 받아내면 남은 두 사람이 즉시 이차 타격을 가할 생각이다.

그 두 명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궁충과 장파는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신법이 매우 경쾌하고 날렵하다. 달려오는 움직임이 봄바람처럼 가볍다.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가 미미한데도, 무척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정도 신법이면 부대주를 능가한다.

두 사람의 미간이 짙게 찌푸려졌다.

자신들보다 윗길에 있는 고수가 쫓겨 온다. 그렇다면 쫓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자신들이 뒤를 막아낼 수나 있을까? 앞에 한 명, 뒤에 두 명?

물론 한순간에 일어났다가 스러진 생각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들 뒤에는 귀검이 있다. 누구든 귀검 앞을 막아서거나, 귀검이 막아선 길을 뚫고 나올 수 없다.

이것은 확신이다.

꾸우욱!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쒜에엑!

암굴 속에서 인형이 뛰쳐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뛰쳐나온 사람…… 홀리의 행동이다.

홀리는 굴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궁충과 창파를 보면서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궁충이 활을 겨누고 있는데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홀리는 뛰쳐나오자마자 모든 사람을 제치고 해자수에게 달려갔다.

“받아!”

홀리가 호발귀를 해자수에게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던지기 직전, 홀리는 해자수의 허벅지에 난 상처를 봤다.

홀리는 호발귀를 던지지 않고 다시 등에 묶으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다쳤어?”

“이게 싸우다 보면 한 방 맞을 수도 있는 문제라서. 움직일 수 있어요.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리 봬도 내가 호랑이 힘줄을 삶아 먹은 놈 아닙니까. 달리는 것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해자수가 상처 입은 다리를 힘껏 탁! 쳤다.

그러자 홀리가 뒤돌아서 귀검을 보며 말했다.

“천살단주가 쫓아와. 막을 수 있어?”

천살단주라는 말에 귀검은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목숨을 걸면.”

귀검이 곧 표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걸 때가 아니라서. 천살단주보다 먼저 그쪽에 볼일이 있어서.”

귀검이 호발귀를 쳐다보며 말했다.

홀리는 귀검의 말을 콧등으로 들었는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물었다.

“막아줄 거야? 아니면 도주할 거야?”

“도주.”

“그러면 길을 열어줘.”

홀리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 태연히 말했다.

귀검이 이곳에 와있는 이유는 호발귀를 돕기 위해서다. 자신이나 등여산을 돕는 게 아니다.

혈마를 돕기 위해서 와 있다. 정신을 잃은 상태이지만.

그 정도는 짐작하기 때문에 이런 요구도 당당하게 하는 것이다.

“도주한다. 월도, 무지. 길을 뚫어!”

“넷!”

숲에 숨어 있던 월도와 무지가 재빨리 튀어나왔다.

“이쪽으로!”:

월도는 숲에서 나오자마자 귀검에게 가타부타 말도 건네지 않고 즉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가!”

홀리가 해자수에게 말하며 즉시 신형을 퉁겨냈다.

뒤에 귀검과 궁충, 창파가 남아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였다.

쒜엑! 쒜에엑! 쒜에엑!

칼바람 소리가 울리면서 몇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 이거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네. 방금 우리 앞에서 무슨 일이 있긴 있었지?”

창파가 궁충을 보며 말했다.

홀리가 너무도 태연히, 미리 약조한 듯이 당연하게 말을 해와서 오히려 그들이 당황했다.

귀검이 창파의 말을 끊고 말했다.

“너희는 입구만 틀어막은 후, 즉시 피해라.”

“넷!”

“여기서 지체하면 천살단주와 부딪친다. 그런 상황은 피하도록 해.”

“화살 두 대만 쏘고 빠지겠습니다.”

궁충이 말했다.

쒜에엑!

귀검도 즉시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움직인 쪽은 홀리가 달려간 쪽이 아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신형을 퉁겨냈다.

“자, 그럼 신호도 보내고.”

창파가 품에서 연통을 꺼내 폭죽을 쏘아냈다.

쒜에엑! 퍼엉!

붉은 화탄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아름다운 물결을 만들며 넓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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