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전인-325화 (325/500)

第七十五章 한수혈전(漢水血戰) (5)

“배는 필요 없다. 수영으로 건넌다.”

모두 그럴 생각으로 왔다. 허경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기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배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 그들은 수영쯤은 자신이 있다. 낭견대 무인들에게 수전(水戰)을 가르치기도 했다. 늑대개도 물속에서 온종일이라도 놀 수 있고.

강을 건너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쥐도 새도 모르게 상류에서 건너간 열세 명이 귀무살의 배후를 칠 것이다.

스읏! 슷!

모두 도하 준비를 했다.

옷과 병기를 풀어서 가죽옷 속에 넣었다. 그리고 위와 아래를 접을 다음 양쪽 옷소매로 허벅지를 꽉 묶었다.

이렇게 하면 옷과 병기가 젖지 않는다.

푹신하고 방수 처리까지 끝낸 가죽옷이 몸을 떠받쳐주는 부레 역할까지 한다.

허경은 수하들이 준비를 끝내자 바로 뛰어들었다.

스으읏! 촤아아악!

허경이 두 팔을 쫙쫙 뻗으면서 물살을 헤쳐 나갔다.

스읏! 슥! 슥슥!

늑대개가 네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늑대개는 수영을 꽤 잘한다. 사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르다.

허경은 강심을 넘어가면서부터 영법(泳法)을 바꿨다. 활기차게 나아가는 대신 소리를 죽이며 은밀히 나아간다.

눈은 강변에 고정시켰다.

혹시 맞은편에 누가 있나, 사람 그림자가 얼씬거리나 유의하면서 강을 건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기습을 당한 경험이 온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든다. 강변에 강아지만 얼씬거려도 즉시 숨을 참고 지켜보게 된다.

지금 누군가가 나타나서 기습한다면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물론 되돌아갈 수는 있지만, 궁충 같은 자가 은시를 쏘면 몇 명은 당할 것이다. 죽지 않을 자신은 있지만, 부상까지 막지는 못할 것 같다. 그때,

스읏!

한 사람이 강 건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팔짱을 꼈다. 검을 가슴에 품은 채 걸어온다. 산책하듯이 강변을 어슬렁거린다.

“웃!”

허경은 숨이 멎을 만큼 놀랐다. 잠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고 제자리 헤엄을 치면서 사내를 살폈다.

“우릴 기다리는 것 같은데요.”

옆에 다가선 수하가 말했다.

“어떻게 알고 왔을까? 단순히 느낌 따라서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릴 봤나?”

다른 자가 중얼거렸다.

“조용히 하고, 궁충을 찾아봐!”

허경이 매의 눈으로 강변을 훑었다.

화살을 가진 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자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지만, 감지되지 않는다.

“저놈, 혼자인 거 같은데요.”

“화살은 안 보입니다.”

수하들도 궁충을 찾지 못했다.

“최대한 주의하고 천천히 움직여보자. 여차하면 바로 잠수한다. 화살이 날아오면 바로 빠져.”

“네!”

츄아아악!

허경은 다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쓱쓱! 쓱쓱!

강 건너에 있는 사내를 노려본다. 계속해서 헤엄을 치지만 언제든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한다.

사내는 허경을 기습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아예 강변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리고 허경을 쳐다본다. 아예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거 함정 아닐까요?”

뒤따라오는 수하가 말했다.

허경도 기분이 영 개운하지 않다. 께름칙하다. 슬그머니 도강한다는 것이 정면으로 발각되었는데, 그것도 눈앞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없어 보인다.

“저놈 귀검이다.”

허경이 말했다.

“네?”

“귀검이야. 혼자 왔어.”

허경은 귀검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자신들쯤은 혼자서도 막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멍청한 놈! 널 죽이는 것은 네 자만심이야.’

허경의 눈가에 반짝 이채가 빛났다.

이건 께름칙한 일이 아니다. 하늘이 준 기회다.

귀검이 눈치를 빨리 챘지만, 불행히도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 다른 놈들이 달라붙기 전에 귀검을 죽이면……

이것보다 더 좋은 공격은 없다. 뱀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을 공격한다.

그때다. 숨을 헐떡이면서 한 사람이 또 나타났다.

키도 작고 볼품없는 자, 꼭 소금 장수 같이 생긴 자가 헐떡이며 나타나더니 귀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경은 숨어있는 자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귀검 옆에 저런 자가 앉을 정도면 숨어있는 자는 없다.

“최대한 체력을 아끼면서 수영해라. 올라가자마자 바로 싸우게 될 거야.”

“네!”

수하들이 대답했다.

“아휴! 나는 여기 오고 싶지 않았는데…… 책사님이 가라고, 억지로 가라고 등을 떠밀어서.”

해자수가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귀검이 무슨 일이냐는 듯 해자수를 쳐다봤다.

“저놈들 마공관 마공을 수련한 놈들이래. 원래 목적은 혈마를 상대하기 위해서 마공관 마서를 꺼내썼는데…… 그러니까 목적이 뭐냐면 혈마가 나타나면 싸움을 시켜가지고, 최대한 혈마한테 부상을 입히고는 죽는 자들.”

“원래 목적이 죽는 거였다. 후후! 그럼 전부 자원한 건가? 낭견대가 되기로?”

“세 명은 자원, 나머지는 양성. 대주를 맡은 자들만 자원했고, 나머지는 그들이 키웠나 봐. 뭐 대충 그렇지.”

“……”

귀검이 다시 고개를 돌려 강을 쳐다봤다.

낭견대가 강을 건너온다. 하지만 궁충처럼 도강 도중에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해자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저놈들과 싸울 때는 주의할 게 있다는 거지. 악에 받친 놈들이라는 거. 악에 받쳐서 마공이고 뭐고 막 쓰는 놈들이라 정신없을 거라고.”

“그 말을 하려고 일부러 왔나?”

“아, 사람 참…… 도와주러 왔다니까! 내가 뭐 일 검에 무너졌다고 다른 데서도 그러는 줄 알아? 내가 저기 제이 낭견대 서른세 명을 싹 죽였잖아. 바로 이 내가.”

그 말에 귀검이 해자수를 쳐다봤다.

해자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것도 뭐 책사가 시켜서 한 일이긴 한데. 호발귀로 위장하라고 해서. 사실 난 호발귀로 위장하라는 말도 반대했거든. 호발귀로 위장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잖아. 온다는 놈들이 한결같이 쎈 놈들 뿐이지, 약한 놈이 오나? 저런 놈들, 아니면 천살단주가 치고 들어올 수도 있고. 그래서 결사반대했는데, 책사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집을 굽히지 않더라고.”

“제이 낭견대를 몰살시킨 사람이 너군.”

“난 원래 사람들 그렇게 막 찔러 죽이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

“생기를 쓰나?”

귀검이 불쑥 말했다.

해자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귀검을 쳐다봤다.

“무슨 말이야? 생기를 쓰냐니?”

해자수가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 되물었다.

“네 무공…… 진기로 검초를 이끌지 않고 완전한 감각으로 쳐내는데, 진기 실린 것보다 더 강한 힘이 깃들어 있어. 원정의 힘이지. 원정을 끌어 쓰는 사람은 없는데, 그 힘을 쓰고 있어. 그 힘을 쓴다는 것은 생기를 다룰 줄 안다는 거지. 후후! 왜 그렇게 강해졌나 했더니 이해가 돼.”

“그걸 벌써!”

해자수가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토해냈다.

사실은 ‘나하고 한 번밖에 싸우지 않았으면서 그새 그걸 알아냈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풋!”

귀검이 ‘역시 그렇군’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자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생기를 많이 써봤지만, 생기냐고 묻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저 매우 놀랍다는 듯 입만 쩍 벌렸다.

“원정으로 원정은 못 치나?”

“원정을 치다니?”

“호발귀는 원정부터 짓눌렀잖아. 꼼짝하지 못하게.”

“에이.”

해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책사도 그 부분을 얘기했는데, 호발귀하고 우리하고 가장 다른 점이 바로 그 원정을 치는 부분이야. 호발귀는 원정을 눌러버리고 난 다음에 치니까 상대가 꼼짝 못 하는 거고, 우리는 그렇게는 못 하지.”

“진기처럼 경맥 운행도를 가지나?”

귀검도 생기에 대해서는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아니. 이런 말을 하면 믿지 못할 텐데, 사실 어떻게 쓰는지도 몰라. 그냥 운 좋게 하나 얻어걸려서 쓰고는 있는데, 조절 같은 것은 꿈도 못 꿔.”

“호발귀가 가르쳐줬나?”

“생기 쓰는 법? 아니. 이게 그 천살단 형옥에서 호발귀한테 된통으로 그냥 몇 대씩 얻어맞았는데, 어느 날 문득 이게 딱 생각나더라니까.”

귀검이 다시 해자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강을 건너오는 자들을 쳐다봤다.

해자수는 귀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생기 사용을 알면서도 무덤덤했다.

“제이 낭견대를 몰살시켰다면 생기라는 것, 믿을 만하겠군. 떨거지들을 맡아.”

귀검이 말했다.

“떨거지들? 쟤들? 전부 다? 내가?”

“낭견대, 저놈들은 길들이지 않은 늑대야. 사나운 놈들이지. 내 손에 죽을 자격이 돼.”

귀검이 차게 말했다.

허경은 강변에 도착했다.

귀검이 득달같이 달려 나와 공격할 것에 대비해서 늑대개를 앞세웠다. 그리고 개 주인들이 뒤에서 목줄을 잡은 채 서서히 강변으로 올라섰다.

쓱쓱쓱! 처어억!

허경은 강변으로 올라서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조용히 숨을 골랐다.

몸에 묻은 물기를 밑으로 뚝뚝 떨군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물기를 짜낸다.

체온도 올린다. 몸이 너무 차면 운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때,

후다다다닥!

귀검 옆에 앉아있던 소금 장수처럼 생긴 놈이 마지 못한 듯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쭈르르 달려왔다.

사내는…… 뜻밖에도 진기가 꽤 정심하다. 강변을 내딛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몸이 종이처럼 날렵해 보인다. 고수라는 것이 단번에 느껴진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상당히 볼품없어 보였는데, 몸을 움직이자 전혀 다른 자가 되었다.

‘뭐야? 고수잖아?’

허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귀검 혼자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두 명이다. 고수 두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지금 달려오는 소금 장수는 수하 두세 명만 붙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고수이긴 한데 썩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다.

볼품없게 생긴 자가 오륙 장 앞까지 달려오더니 두 손을 화급히 저어서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을 보내왔다.

“저기 저…… 난 지금 싸우러 온 게 아니고, 귀검이 말을 전하라고 해서. 옷 벗어서 이렇게 짜요. 짜. 몸이 그렇게 젖은 채로 싸우면은 칼을 마음대로 못 쓰니까.”

“저놈 뭐라는 겁니까?”

수하가 옆으로 와서 말했다.

해자수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은 게 아니다. 말하는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되묻는다.

“몸이 말리라는구나. 후후!”

허경이 웃었다.

해자수는 연신 두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젖은 옷을 꽉 짜고, 탁탁 털어서…… 몸도 좀 이렇게 말리고. 그런 다음에 준비가 되면 오랍니다. 그때 싸우자고. 여기 뭐 다른 사람은 없어. 그건 나도 장담해. 여긴 저기 있는 저 귀검, 저 사람밖에 없어. 그리니까 안심하셔도 돼.”

“네 놈은 누구냐?”

허경이 물었다.

“거참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처음 보자마자 이놈 저놈…… 좋은 말 전해주러 온 사람한테. 말투 좀 곱게 당신 누구십니까? 이렇게 좀 말하지. 네놈은 누구냐! 에이!”

“말장난인가?”

“해자수! 해자수! 나 해자수! 내 이름 해자수! 됐소? 그럼 잘들 준비하고.”

해자수가 총총걸음으로 돌아갔다.

“웃기는 놈이군.”

허경은 귀검을 쏘아 봤다.

귀검이 왜 이런 말을 전하는지 알겠다. 자신들 정도는 우습게 여긴다는 것이다.

너희가 최선을 다하게끔 기회를 줄 테니, 마음껏 준비하라는 것이다.

확실히 매복은 없다.

이런 말을 하는 자가 매복을 준비할 리 없다.

“들었나?”

“네.”

“후후!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차분히 준비하라는군. 준비해라!”

“넷!”

그들은 일제히 몸을 말리기 시작했다.

우선 개털부터 말렸다. 다른 사람 같으면 자기 옷부터 벗어서 쥐어짤 텐데, 저들은 개털부터 말려준다. 개의 몸을 싹 털어낸 후에야 자신의 몸을 말린다.

일부는 개를 껴안고 해를 향해 누웠다.

햇볕을 흠씬 받으려는 것이다.

검도 다시 정비한다. 물에 젖지 않게 잘 가져왔지만, 그래도 혹시 물이 묻지 않았는지 살핀다.

귀검의 뜻을 읽었기 때문에 서둘 이유가 없다.

이 싸움 그들은 절대 마다하지 않는다.

강을 건너면서 찬물에 몸이 얼었지만, 곧 햇볕에 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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