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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24화 (324/500)

第七十五章 한수혈전(漢水血戰) (4)

기세 좋게 배를 몰아갔지만, 강을 건너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유시에 당한 무인은 없다. 불화살은 그들이 입고 있는 털가죽을 뚫지 못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개들이 죽어 나갔다.

불화살에 꽂힌 늑대개가 주인을 물려다가 주인 칼에 맞아 죽는 경우도 생겼다.

낭견대는 평생을 개와 함께 살아왔다.

그들이 목줄을 잡은 개는 주인에게 절대복종한다. 그런데도 물려고 했다.

낭견대를 노리는 화살은 계속 날아왔다.

이제는 낭견대도 불화살 외에 또 다른 화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배가 강심을 벗어나자 화살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완전히 뚝 그쳤다.

“이 새끼들이!”

허경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일차 접전은 완벽한 패배다. 무인이라는 놈들이 강을 건너는 사람에게 불화살을 쓸 줄은 몰랐다.

귀무살과 낭견대, 힘과 힘으로 부딪칠 줄 알았다.

하기는…… 저들은 정도인이 아니다. 귀무살이다. 저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싸워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면에서는 낭견대도 다르지 않다. 일단 늑대개와 함께 싸우려고 하고 있지 않나. 이것도 반칙이다.

“애들 열둘, 개 열일곱. 피해가 큽니다.”

안도가 말했다.

부상자는 없다. 궁충이 쏜 화살은 완전히 빗나가거나 반드시 죽였다.

불화살은 모두 피해내거나 쳐냈다. 하지만 불화살도 맹렬해서 늑대개까지 돌보지 못했다.

개들이 상당히 많이 죽었다.

“밤에 도강한다.”

허경이 말했다.

“밤에는 더 대응하기 힘들 텐데요. 궁충의 활이 문제입니다. 너무 정확해요.”

“정확하다기보다는 보지 못한 것이다.”

“……?”

안도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궁충이 화살을 밑으로 쏜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불화살을 막아내는 도중에도 수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궁충의 화살은 즉사로 이끌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

모든 낭견대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낭견대가 궁충의 화살을 보지 못한 것은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에게 날아왔다면 당장 알아챘다. 멀리 십 장에서부터 찾아냈다.

허경이 말했다.

“놈이 사용한 화살은 은시(隱矢)다.”

“은시요?”

“화살 색깔이 물 색깔과 비슷해서 알아보기 어려운데다가 날아오는 속도가 워낙 빠르니 상대하기 까다로워.”

“아! 궁마(弓魔)!”

안도가 인상을 확 일그러트렸다.

혈마 휘하에 혈의검이 있고, 혈의검 휘하에 악불사왕(惡佛四王)이 있다.

궁마는 악불사왕 중 한 명이다. 활의 명인이며 은시를 사용했다. 천둥이 울리면 한 생명이 끊어진다고 해서 뇌공일사(雷公一死)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면 궁충이 궁마의 진전을!”

“은시는 막지 못해. 경각심을 돋웠을 때는 이미 늦었으니까. 그러면 아까 계속 건너가시지, 후퇴는 왜?”

“안도! 이따가 밤이 되면 낭견대 전부를 이끌고 도강해라. 배 앞에 목책을 세워. 직사(直射)는 피해야지. 은밀히 준비할 필요는 없어. 목책만 세우면 궁충의 활은 막을 수 있으니까.”

“제가요? 형님은 어디 가시고요?”

“나는 먼저 건너간다.”

“네?”

안도가 되물을 때, 낭견대 무인 십여 명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안도는 모여드는 자들을 보고는 히죽 웃었다.

“아! 뒤를 치려고 그러시는구나. 킥킥!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형님, 뒤를 치는 것은 제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여긴 형님이 움직이셔야……”

“모였나.”

허경이 안도의 말을 무시하고 낭견대 무인을 보며 말했다.

“네. 다 모였습니다.”

낭견대 무인이 말했다.

이들 열두 명은 제일 낭견대 정예다. 허경이 직접 수련시킨 제 일대 제자들이다. 이들의 무공은 지극히 강해서 안도도 감히 방심하지 못한다.

늘 같은 구석에서 몸을 비비며 살아왔는데, 안도가 이들을 모를까.

“우리는 위로 올라가서 조용히 도강할 것이다. 네가 도강할 즈음에는 배후를 칠 거야. 화살을 쏠 여력조차 없어. 마음 놓고 북치고 꽹과리 치면서 건너도 된다.”

“후후! 그럼 이따 뵙죠.”

안도가 이미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저벅! 저벅!

허경과 십이무인은 늑대개를 이끌고 무리 뒤쪽으로 걸어갔다. 서두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걸어간다. 줄지어서 가지도 않는다. 따로따로 떨어져서 간다.

“기습. 좋지. 후후후!”

안도는 잔소를 베어 물며 갈대밭을 노려봤다.

“이따가 저녁에 보자, 이 새끼들! 오늘 낮에 당한 것에다가 이자까지 쳐서 듬뿍 받아주마.”

안도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 * *

“아! 이건 생각 밖인데.”

해자수가 중얼거렸다.

귀무살이면 오직 검으로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불화살이라니. 하지만 효과는 좋다.

화살 몇 대씩 쏘아 올리는 것은 큰 힘 들지 않는다. 화살이 많이 낭비되어서 탈이지 효과는 정말 뛰어나다. 실제로 낭견대 무인들 십분지 일을 제거했다.

앉아서 코 풀기나 마찬가지다.

기선 제압만 노린 게 아니다. 실질적인 타격을 가했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네.”

홀리가 말했다.

해자수가 귀검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아직 등여산과 홀리는 싸워보지 않았다.

정말로 귀검이 생기를 벨 만큼 빠른지는 다시 한번 겨뤄봐야 한다.

설혹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자신들이 귀검에게 패한다고 해도 낭견대를 상대하는 데는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귀무살이 자신들 편에서 낭견대를 막겠다고 하니, 힘을 보태줄까 했다. 귀무살이 죽든 말든 상관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 편에서 싸우다가 죽는다면 남의 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희생을 줄여야 한다.

솔직히 이쪽 마음 편해지자고 주는 도움이다.

등여산은 홀리의 말을 못 들은 듯, 아니면 듣고도 입을 열지 않는 듯……

묵묵히 한수를 노려봤다. 눈살이 찌푸려져 있는 것을 보니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 입을 다물었다. 등여산이 뭔가를 생각할 때는 그저 잠자코 있어 주는 것이 상책이다.

“기습이 있을 거야.”

한참 만에 등여산이 강 건너를 쳐다보며 말했다.

“기습요? 기습을 하려고 해도 강을 건너야 할 거 아닙니까? 강을 못 건너는데 어떻게 기습을 해요?”

해자수가 그럴 리 없다는 듯 말했다.

귀무살이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다. 낭견대를 낱낱이 감시한다. 치고 들어올 틈이 없다.

등여산이 강 건너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뒤로 빠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디요? 뒤로 빠지는…… 아! 저게 뒤로 빠지는 겁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냥 뒤쪽으로 걸어가는 거 같은데?”

“저 사람들 이제 곧 사라질 거예요.”

“기습하기 위해서 움직인다면야 당연히 모습을 감춰야 하겠지만, 배도 모두 여기에 있는데……”

“위가 좋을지 아래가 좋을지 판단이 안 서요. 아래는 물살이 느리지만 강폭이 넓고, 강변으로 올라서면 바로 진흙이에요. 위는 물살은 세지만 강폭이 좁고, 강변이 바로 언덕이에요. 해자수님이 수영으로 도강한다면 어디로 오시겠어요?”

“수영? 말도 안 돼. 여긴 수영으로 넘기에는……”

해자수는 말을 하다가 뚝! 입을 다물었다. 정작 해자수 자신이 한수를 수영으로 건넜다. 자신은 은인문 술법을 수련해서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낭견대에서 수영을 잘하는 자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건넌다.

“그럼 나는 무조건 상류. 진흙탕에 푹푹 빠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신발도 미끄덩거리고.”

해자수가 즉시 말했다.

“그래서 은밀히 다가오기는 더 좋죠.”

“그거야 그렇지만…… 아! 지금 시간이? 그렇네. 아래쪽으로 건너와도 충분하네. 강을 건너와서 진흙밭을 슬슬 미꾸라지처럼 움직이면……”

“낭견대는 단순히 기습만 노릴 것 같지는 않아요. 습격하는 자들이 또 다른 전력이 되는 거죠. 그래야 옆구리를 치는 효과가 생길 테니…… 강을 건너온 후에 체력을 충분히 비축할 거예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럼 상류네. 그것참! 그래서 상류라는 거요, 하류라는 거요!”

해자수가 답답한 듯 말했다.

“저 사람들 대략 십여 명쯤 되죠?”

등여산 말대로 뒤쪽으로 걸어간 사내들이 사라졌다.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모를 판이다. 아주 감쪽같이 숨었다.

“열한 명? 열두 명? 나도 자세히 헤아려보지 않아서……”

“저들이 노리는 사람은 궁충이에요. 낭견대는 저녁에 도강할 것이고, 저들이 시간에 맞춰서 궁충을 칠 거예요. 불화살을 맞으면서 도강할 수는 없다는 거죠.”

“그럼 어서 가서 막아야죠?”

“막아야죠.”

“제가 가서 알려줄까요?”

“아니요.”

등여산이 고개를 저었다.

“귀검이 벌써 눈치챘네요.”

“그건 또 어떻게 아셨는데요?”

해자수가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등여산을 쳐다봤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창피하게.”

“앉아서 천 리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이건 앉아서 만 리네. 뭐 세상에 모르는 게 없어. 귀검이 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데? 나도 무척 궁금해.”

홀리가 말했다.

“관찰. 보면 알게 돼.”

등여산이 손을 들어서 갈대밭을 가리켰다.

갈대숲이 흔들리고 있다. 마치 큰 뱀이 갈대밭을 기어가는 것처럼 한 줄로 쭉 흔들린다.

“저 사람들은……”

“하류로 가고 있네.”

등여산이 말하기 전에 해자수가 먼저 말했다.

등여산의 말을 가로채려는 뜻은 없었다. 등여산이 가리킨 곳을 쳐다봤고, 갈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이다.

“그럼 상류 쪽은요? 그쪽으로 오면요?”

해자수가 급히 물었다.

상류 쪽 갈대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무인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귀검은 저들이 하류로 올 것이라고 단정한 듯하다.

등여산이 말했다.

“귀검이 직접 갈 거예요.”

“귀검 혼자서 저들 열한 명인가 열두 명인가를 다 상대한다고요? 무리일 텐데.”

해자수가 귀검의 검공을 생각하는 듯 눈살을 좁혔다.

“귀검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낭견대가 마공관 마공을 수련한 사실도 알고 있어요.”

“네 생각은?”

홀리가 물었다.

“귀검 혼자서는 힘들어.”

“해자수가 낭견대 서른세 명을 죽였어. 백열마공도 깨트리고.”

“그냥 그렇게 말하면 재미없고. 낭견대는 물론 박살 냈고, 한 사람당 대여섯 번씩 찔렀죠. 무척 빨랐다고요. 킥킥!”

해자수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치가 떨릴 정도로 잔인하게 죽였지만, 해자수 일생에서 가장 큰 싸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겼다.

비록 싸울 당시에는 몰랐지만, 백열마공 같은 대마공을 이긴 것도 자랑할만하다.

홀리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저들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러면 귀검 혼자서도 싸울 수 있지 않을까? 귀검은 해자수를 이겼잖아. 내 생각에는 싸움이 순식간에 끝날 것 같은데?”

“뒤쪽으로 사라진 자들은 무공이 굉장히 높았어. 움직임이 매우 평온해. 싸워보지도 않고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저들과 싸우면 우리도 힘들어.”

“생기를 써도?”

“내 마음이 불안해.”

홀리는 해자수는 더 말을 하지 못했다.

등여산의 생기가 상황을 읽었다. 불안한 느낌을 일으켰다. 그러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해자수님. 가서 귀검을 도와주세요.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하! 저들이 그 정도로 강하다면 나 하나 보탠다고 상대가 될까요? 차라리 도와줄 바에는 아씨나 책사님과 같이 가는 건 어때요.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나을 것 같은데.”

“그 생각도 해봤는데, 불안해요.”

“저 혼자 가면 책사님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요?”

“네.”

“하! 이상하네. 나 혼자 가면 불안하지 않고, 둘이 가면 불안하고. 어찌 힘을 더 보태는 데 불안할까? 휴우! 제가 가면 귀검이 이기는 건 확실하죠?”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들이 일시에 달려들면 귀검도 힘들게 분명해요. 설혹 이긴다고 해도 부상이 심상치 않을 거예요. 지금은 부상자가 생기면 안 돼요.”

“하! 이거 정말…… 듣자 하니 무당이 점치는 것도 아니고. 넌 정말 억울하겠다. 그 재주 가지고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홀리가 감탄했다.

“밥 먹고 하는 게 이거잖아.”

등여산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쭈 이제는 말까지 처받고? 정말 많이 컸다. 호호호!”

홀리가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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