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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22화 (322/500)

第七十五章 한수혈전(漢水血戰) (2)

해자수는 추격술에 대해서는 달인이다. 모르는 게 없다. 하지만 그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혈마를 그림자처럼 쫓는 사람이 있다. 십이비자!

호발귀가 주치균에게 잡히는 순간, 이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도 비보전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참이다.

그런데 살단이 호발귀를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런 병신들!’

십이비자는 호발귀를 너무 손쉽게 빼앗기는 모습을 보면서 화까지 치밀었다.

살단도 많이 변했다. 이렇게 약한 자들이 아니었는데.

강해진다고 강해진 것이 이 정도라면 어디다 써먹을까. 차라리 낭견대가 훨씬 강하지 않나.

살단 무인을 이끌어야 할 주치균은 등여산을 쫓아갔다. 살단 무인은 도주하는 해자수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멀뚱멀뚱 지켜본다.

‘제길!’

휴식은 끝났다.

십이비자는 해자수를 쫓아서 급히 신형을 띄웠다.

천살단 비보전 십이비자와 은인문 술사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십이비자는 해자수를 쫓지 않았다.

해자수는 쫓을 필요가 없는 자다. 그의 무공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졌지만, 아직은 주목 대상이 아니다. 주목하더라도 천살단에서 할 일이지 비자 몫은 아니다.

그의 눈은 오직 혈마만 쫓았다.

다른 사람은 무엇을 하든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혈마만 쫓아간다.

해자수가 십이비자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가 너무 뚝 떨어져서 쫓아왔기 때문이다.

- 범위시불시태광료(範圍是不是太廣了)?

비보전 십육비자가 추격하는 방식이다.

너무 범위가 넓은 것 아냐?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뚝 떨어져서 쫓아간다.

상대방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가정한 후, 거기에 거리를 조금 더 보탠다.

그러다가 놓치면 어쩌려고?

- 각비녕불과대퇴(胳臂擰不過大腿).

“팔은 넓적다리를 이길 수 없지.”

한마디하고 툴툴 털어버린다.

강자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놓쳤다면,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에는 바싹 따라붙어도 결국은 놓치게 되어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십육비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들은 상대를 멀리 띄어놓고도 충분히 따라갈 정도로 뛰어난 추격술을 습득했다.

십이비자는 혈마가 미쳐서 날뛸 때의 모습을 봤다. 그리고 등여산이나 홀리와 마찬가지로 그도 혈마의 사정권을 감지했다.

지금은 혈마가 혼절해 있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거리를 벌린 채 추격했다.

그는 혈마 때문에 참응을 잃었다.

참응은 한 번 길들여 놓으면 죽는 순간까지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데, 그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든 제약이 일시에 깨져버렸다.

훨훨 날아간 후,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참응이 확 딸려가던 모습, 혈마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모습을 잊지 않고 있다.

그 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자신도 죽는다.

하늘을 마음대로 오가는 참응이 그 정도였다. 땅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하는 인간은 더욱더 벗어날 수가 없다.

그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자신은 분명히 호발귀를 쫓아가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또 호발귀가 나타났다.

“이것 봐라?”

등여산이 계략을 꾸몄다.

제이 낭견대를 들이친 호발귀는 가짜다. 볼 것도 없다.

의문도 치밀었다.,

가짜가 어떻게 제이 낭견대를 몰살시킬 수 있을까? 혈마라면 이해하는데, 가짜가?

제이 낭견대 서른세 명 중 어느 한 명도 십이비자보다 못한 자가 없다.

그중에 일부는 비보전주와도 능히 무공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해 보였다.

그렇게 강한 자들이 어떻게 무너졌을까?

십이비자는 해자수의 싸움을 보지 못했다.

그는 혈마를 쫓아가는 중이다. 등 뒤에서 일어난 일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제이 낭견대 몰살 사건은 아직도 의문이다.

해자수 혼자서 그 많은 사람을 감당할 수는 없다.

무공도 딸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겼다면 분명히 등여산이 어떤 계략을 썼을 것이다. 독이거나 진법이거나.

십이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추측을 글에 담아서 보고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직 자신이 직접 본 것만 전한다.

십이비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비보전에 보고했다.

혈마는 한수를 건넜다. 현재 머무는 곳도 안다. 해자수가 너무 드러나게 행동했다.

중상자 십여 명은 족히 치료할 만한 약을 사 갔으니 표시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새로운 사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 보고했다.

하물며 혈마가 머물고 있을 만한 곳을 찾아냈는데 보고하지 않을 리가 있나.

비보전과 세작전 무인들이 자취를 감췄다.

사실, 그들이 나올 필요도 없었다. 한수를 건너간 혈마가 종적을 감췄지만, 차분히 주변을 수색해나가는 중이다. 곧 꼬리가 잡힐 것으로 생각했었다.

비보전주는 십이비자의 능력을 알고 있다. 차분히 기다리고 있으면 곧 좋은 소식이 오리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비보전과 세작전 무인들이 튀어나온 것은 일종의 시위다.

세작전이 이 판에 끼어들어 보겠다고 무인을 보냈고, 비보전은 마지못해서 동참했다.

실제로 비보전 무인들이 한수에 와서 놀다가 돌아갔다.

자신의 보고가 들어갔고, 이미 그 정보에 기반해서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귀검과 귀무살이 한수 건너편에서 나타났다.

근처에서 혈천방 첩자들을 보지 못했는데, 언제 정탐하고 돌아간 것일까?

정말 기가 막힌 자들이거나, 아니면 천살단에 첩자가 있거나.

물론 후자일 것이다. 십이비자는 자신보다 뛰어난 첩자는 없다고 자부한다.

자신과 같은 일로, 같은 구역에서 활동하면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혹, 귀무살이 활동했다고 해도 찾아냈다. 맞서 싸우지는 못하지만.

그런데 정말 웃기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보고는 천살단이 먼저 받았는데, 파견은 혈천방이 먼저 했다. 천살단 낭견대는 아직도 후미에서 꿈지럭거리고 있는데, 귀무살은 벌써 갈대숲에 포진했다.

십이비자는 한수에 배를 띄워놓고 낚시를 즐겼다.

혈마는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상처를 치료하느라 절터에 머무르는 모양이다.

절터는 기가 막힌 요충지다.

그들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는 사방 십여 리가 뻥 뚫렸다.

주위 삼백 장 정도는 환히 관찰한다. 더욱이 귀무살까지 절터를 포위했으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자칫하면 귀무살에게 혈마를 빼앗길 우려가 크다.

저들이 포진만 하고 공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아마도 곧 공격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은 십이비자의 몫이 아니다.

그는 여전히 혈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혈마가 움직이면 그도 움직일 것이다. 지금은 혈마가 움직이지 않으니 한가롭게 낚시나 즐긴다.

‘그렇게 푹 쉬어라. 덕분에 나도 좀 쉬자.’

* * *

제일 낭견대, 제삼 낭견대…… 그들은 처참한 살육 현장에 섰다.

살육 현장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천살단 무인들이 주변에 둘러서서 산짐승이 물어가는 것도 막았다.

제이 낭견대가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

늑대개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낭견대 무인들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다.

시신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스읏!

안도가 땡땡이 탕호의 검을 주었다.

탕호의 검은 반토막이 났다. 잘린 부위는 두툼하게 부풀어 올랐다. 백열마공의 흔적이다.

검신이 뜨거운 열양진기가 스며있어서 부러지는 순간 단열 부분이 부풀었다.

백열마공은 상대방의 검을 부러뜨려야 하는데 오히려 백마 백열마검이 잘렸다.

“이 정도의 검력이면…… 오택골 수준입니다.”

안도가 말했다.

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주위를 쓸어볼 뿐, 어떠한 표정도 떠올리지 않았다.

“혈마는 한수를 넘었다.”

호음각주가 말했다.

“들었나?”

허경이 낭견대 무인들에게 말했다.

“네!”

낭견대가 일제히 대답했다.

“오늘 밤 안으로 한수를 건넌다. 뒤처지는 놈은 내가 직접 죽인다. 늦지 마라.”

“네!”

낭견대의 대답 소리가 쩌렁 산천을 울렸다.

“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낭견대 무인들이 일제히 개 목줄을 풀었다.

컹컹컹컹! 컹컹컹!

늑대개들이 맹수처럼 울부짖으면서 치달렸다. 낭견대 무인들도 비호처럼 산을 넘어 질주했다.

한 무리의 개와 사람이 그야말로 광풍처럼 산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군마가 지나간 듯 거칠게 짓밟혀 있다.

타타타탁! 컹컹컹! 컹컹! 쒜에엑!

낭견대는 발걸음 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상대는 한수를 건넜다.

발걸음 소리를 숨길 이유가 없다. 그러니 땅을 내딛는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린다.

“혈마를 생포해라.”

호음각주가 말했다.

허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네가 딴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내 말을 듣는 게 좋아. 단주님이 지켜보고 계신다.”

“가끔은 말이오.”

허경이 호음각주의 말을 바로 받았다.

“난 단주님이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해. 이런 생각을 해봤지. 우리를 이 정도로 키워놨으면 뭐라도 시켜야 하는데, 우리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잡아야겠지. 개 잡듯이 때려잡을 거야. 그만한 무공이 있을 테니까.”

“그렇다.”

“정말? 정말 그럴까?”

“그런 생각을 할까 봐 주의를 주는 거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전에는 각주의 말을 잘 들었는데, 요즘 들어서 회의가 생긴단 말이오.”

“각주?”

“어차피 인연도 막바지인데 끝까지 ‘님’ 자 소리를 듣고 싶어서?”

“허경, 단주님을 의심하지 마라. 너 같은 놈은 일수에 잡을 수 있어. 믿어라.”

“정말 그렇다면 무신이 아닐까 싶은데. 우릴 일수에 잡으면 그게 무신이지. 그런데 무신이 왜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나. 우리도 잡을 수 있는 혈마도 못 잡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네 결정이다. 난 충분히 주의를 주었으니까. 가라.”

호음각주가 할 말을 마친 듯 등을 돌렸다.

그러나 허경은 가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단주가 우리를 키웠다는 것은 마로 마를 잡겠다는 건데, 왜 정으로 마를 못 잡을까? 천살단 같은 곳에서 굳이 우리 같은 놈들을 키워낼 필요가 뭐가 있을까?”

호음각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혈마의 첫 번째 제물이다.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혈마에게 상처를 입히고 죽으면 된다.

원래 그런 용도로 키워냈다. 그리고 다른 자들은 몰라도 허경, 탕호, 안도는 알고 있다.

그런 이유가 아니면 낭견대를 키울 이유가 없다.

그런 점을 잘 알면서 다시 묻는 이유가 뭔가.

‘설마?’

설마…… 이십 년 세월이 지났다고 자신들이 탄생 목적을 잊어버린 것인가?

이들은 혈마의 제물이 될 생각이 없다.

낭견대에 투입될 때는 의기에 불탔지만, 이십 년 세월이 의기 대신 야망을 심어주었다.

허경이 말했다.

“후후! 이런 일…… 천살단을 쓰기는 아깝지? 그래서 우리에게 여기 이놈들처럼 죽으라는 건데. 각주.”

“허경, 그러지 마라.”

호음각주가 허경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호음각주는 허경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했다. 안될 말이다.

“이번 일이 끝나면 각주님과의 오랜 인연도 정리해야겠어.”

“그러면 넌 죽는다.”

“누가 날 죽일 수 있을까?”

“내가.”

“정말로 죽일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군. 아! 각주가 우리를 죽일 수 있다는 말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그 금제를 벗어났다고 생각하거든.”

“뭐라고?”

“우리한테 던져준 서른 권의 마경은 공통점이 있지. 천불천경(千佛天經)에 패하거나 물러섰다는 것. 후후후! 각주, 천불천경만 믿으면 곤란할 텐데.”

호음각주는 허경을 쳐다봤다.

“그 정도는 알아낼 줄 알았다. 그 이상도 있기는 한데, 우선 천불천경이나 넘어서고 말해.”

”후후후! 이번 일이 끝나면 시험해봅시다. 각주.“

허경이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늑대개와 함께 한수를 향해 치달려 갔다.

‘기어이……’

호음각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성난 개를 키울 때는 단단히 붙잡아 둘 목줄도 준비해야 한다.

천불천경도 그중 하나다. 허경이 천불천경을 넘어섰다고 자신한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물론 단주가 개입하면 사정이 확 달라지겠지만.

‘이건 네가 죽는 길이야.’

호음각주는 고개를 내둘렀다.

이것이 마경의 본성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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