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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11화 (311/500)

第七十三章 요요무기(遙遙無期) (1)

탕호가 개 목줄을 놓았다.

으르르릉! 그르르르르!

개들이 낮게 울부짖으며 달려 나갔다. 컹컹거리면서 소리만 크게 지르는 것이 아니다. 살을 물어뜯겠다고 맹렬하게 달려온다. 사방에서 들이친다.

늑대개는 호랑이하고도 맞서 싸운다. 이 세상에 겁나는 족속이 없다.

“킥킥!”

탕호는 키득대며 웃었다.

저들이 얼마나 강할지 모르겠지만 늑대개한테는 몇 군데 물어뜯길 것이다.

개를 보지 않는다. 소용돌이 사이로 파고든 철벽만 쳐다본다. 이걸 부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하지 않는다. 소용돌이에 모든 걸 맡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단검을 휘두른다.

퍽! 퍽퍽퍽! 퍽퍽퍽!

단검이 사정없이 철벽을 꿰뚫었다.

철벽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뚫린 구멍으로 거친 회오리바람이 관통한다.

크아아앙! 커엉!

해자수가 단검을 휘두를 때마다, 늑대개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늑대개는 해자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사납고 날렵하다고 해도 해자수를 따라잡지 못한다.

늑대개는 사람을 공격하도록 특별 훈련을 받았다. 이미 사람 피 맛, 살맛을 안다. 서로 호흡을 맞춰서 공격하게끔 일종의 진법 훈련도 거쳐다.

늑대개는 한 치의 틈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악다구니처럼 달려들었다.

쒜에엑!

해자수가 늑대개 사이로 스며들었다. 굉장히 빠르다. 그리고,

퍽퍽퍽! 퍽퍽퍽퍽!

언제 단검이 터졌는지 모르겠다. 해자수가 늑대개와 어울려 씨름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개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개들의 옆구리가 구멍이 뻥 뚫릴 정도로 난자되어 있다. 그때,

쒜에에엑!

해자수의 코앞에서 푸른 검광이 번쩍 터졌다.

이건 또 뭐지? 언제 쳐낸 검이지? 아니, 이 자는 언제 코앞까지 다가온 거야?

무쌍섬마인(無雙閃魔印)이다.

불마촌에 던져진 마경 서른 권 중 한 권이다.

흔적을 숨기고 이 장 거리까지 접근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화 열 송이를 피워낸다. 상대는 언제 검이 터졌는지도 모르고 당한다. 가슴에 검흔이 도장처럼 찍힌다.

적수를 찾아볼 수 없는 섬마의 도장!

혈마가 사라진 후, 잔당들이 사용하던 마학이라고 하는데…… 혈천방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공관에는 수집되어 있다. 절대 마검으로 분류되어서.

무쌍섬마인, 기습에는 단연 첫손 꼽히는 마검이다.

그럴까? 해자수는 이미 상대가 십여 장 밖에서 들어올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생기가 세워졌다. 철벽이 세워졌다.

무쌍섬마인이 세운 철벽을 다른 철벽보다 빠르고 은밀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인 것도 알았다.

쒜에엑!

무쌍섬마인이 귀밑으로 스쳐 지나갔다.

해자수는 보는 사람이 절로 긴장할 만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얼굴이 짓뭉개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해자수의 양손에 든 검이 상대의 옆구리를 연달아 격타했다.

퍽퍽퍽퍽퍽퍽!

단검이 들어오고 나가고,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갈비뼈가 단검에 맞아 부러졌다. 또다시 들어간 단검은 갈비뼈 사이를 뚫고 들어가서 창자를 찔렀다.

옆구리가 찔리고 또 찔렸다.

“카악!”

무쌍섬마인을 내지른 자가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아!’

해자수는 침음을 흘렸다.

이건 너무 잔인하다. 사람이건 늑대개이건 고통이 너무 심할 것이다. 치를 떨면서 죽어갈 것이다.

목숨을 끊기까지 적어도 칠팔 합에 이르는 격타.

이것은 해자수 방식이 아니다. 해자수는 조용히 기다렸다가 단숨에 치명적인 사혈을 끊어놓는다. 상대는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풀썩 쓰러진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은 해자수 방식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거칠게 손을 쓴다. 일부러 ‘이제 됐다.’ 하는 생각이 들어도 더 찔렀다.

자신의 방식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혈마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잔인하게 손을 쓸 것이며, 삼십 장 안에 있는 생명체는 모두 숨을 끊어야 한다.

“키키키! 키키키킥!”

해자수는 혈마처럼 괴소를 흘렸다.

혈마가 내지르는 괴소는 그동안 쫓아다니면서 숱하게 들었다. 호발귀는 웃는 소리지만, 듣는 사람이 소름이 오싹 끼친다. 소리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진다.

해자수는 잔인해지기 위해서 괴소에 생기를 실어 보냈다.

“킥킥킥! 킥킥킥킥!”

한데, 웃음소리가 괴이하다. 날카롭기는 하지만 혈마처럼 섬뜩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확실히 호발귀의 혈기와 자신의 생기는 다르다.

해자수는 웃음을 거두고 재빨리 달려들었다.

왼손에 든 단검으로 머리를 찍고, 오른손에 단검으로는 목을 찍었다. 머리 찍은 단검을 빼서 가슴을 찍고, 목을 찍은 단검을 빼서 옆구리를 찍었다.

마지막은 발길질로 장식했다. 앞발로 상대방의 가슴을 차서 멀리 내던져 버렸다.

걔들이 죽어 나간다. 사람이 죽어 나간다.

맹견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마공을 심성이 변할 정도까지 수련한 마인들이 달려들지만, 해자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웃!”

호음각주는 눈을 부릅떴다.

상칠, 중십이, 하십사…… 저들 중 일곱 명은 천살단 당주에 버금갈 정도로 강하다.

이것은 확실하다. 천살단 당주의 무공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이 내린 판단이니 틀릴 리 없다.

저들의 무공이 마공이 아니라 정공이라면 당장 천살단에서 써도 된다.

그만큼 강한 자들인데…… 벌써 일곱 중 두 명이 쓰러졌다.

“저놈이 호발귀?”

상대는 호발귀다. 혈마다.

호발귀가 개 피와 사람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날뛰고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서 살아있는 생명을 마구잡이로 도륙하고 있다.

호발귀가 휘두르는 단검 두 자루, 무회검(無灰劍)이다.

천살단 병기고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단검이 확실하다. 빛은 흘리지 않으면서 날카롭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혈마를 잡기 위해서 만든 단검이다.

호발귀가 저 단검에 파신금령술을 당했다.

저자, 혈마가 틀림없다.

“크크큿! 이게 웬 떡…… 어쩌지? 저자 혈마 같은데?”

탕호가 얼굴색이 변해서 호음각주를 쳐다봤다.

탕호는 이미 백열마공(白熱魔功)을 일으켰다.

혈마가 죽고 오십 년 정도 지났을 때, 섬서성(陝西省)을 피로 물들인 마인이 나타났다.

백열마(白熱魔)!

강력한 고열로 사람을 태워죽인다고 해서 붙여진 마명이다.

백열마공을 두 눈에 하얀 백광이 떠오른다. 두 손도 백옥처럼 하얘진다.

아무렇게나 손을 휘둘러도 백열절명수(白熱絶命手)가 터지게 된다. 백열절명수에 맞은 사람은 격타된 부위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백열절명수로 검을 잡으면 검신이 하얗게 변한다.

백열마공은 자신의 양기를 끌어내서 사용하는 극악 마공이다.

양강 열기가 빨갛게 달아오른 경지를 넘어서 하얀색으로 드러난 것이다.

백열마공은 매우 강력한 마공이지만 양강지기를 일시에 쏟아내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깨진다. 백열마공을 쓰고 나면 거의 사나흘은 몸져누워 있어야 한다.

백열마는 결국 자신의 양강지기에 몸이 터져 죽었다.

탕호가 백열마공을 수련한 사실은 호음각주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의하라고 경고하였고, 탕호도 몸이 심하게 망가지는 관계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혈마다.

등여산이나 홀리, 해자수가 버티고 있다면 가볍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상대가 혈마면 이건 또 이쪽에서 대책이 없다.

탕호가 백열마공을 꺼내 들었지만, 혈마를 상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이번 일은 절대 개입하지 마. 불마촌에 맡겨봐.

호음각주는 천살단주의 당부를 기억했다.

어쩌면 천살단주는 호발귀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래서 불마촌 마인들을 쓴다고 한 것일까? 아니, 이건 너무 앞서나간 생각일까?

호음각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호발귀를 봤다.

너무 빠르다!

늑대개도 마인도 호발귀를 잡아채지 못하고 있다. 호발귀의 움직임에 비하면 저들은 굼벵이나 다름없다. 낭견대 무인들은 진심으로 빠르다. 하지만 왜 느리게 보일까?

“탕호! 뒤로 물려!”

호음각주는 개입하지 말라는 천살단주의 명령을 잊어버리고 즉각 명령을 토해냈다. 한데,

“크크큭! 큭큭!”

탕호가 명령을 듣지 않고 괴소를 토해냈다.

탕호는 이미 마성에 짓눌렸다. 백열마공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중이다. 호발귀를 보면서 대응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극한으로 끌어냈다.

지금 탕호는 호음각주의 명령보다는 싸우고 싶다는 투지에 이끌리고 있다.

“큭큭! 큭큭큭!”

“뒤로 물려!”

호음각주는 창룡음(蒼龍音)을 터트렸다.

그의 음성이 쩌렁! 탕호의 귀에 틀어박혔다. 호음각주의 진기가 실린 음성이다.

“큭큭큭!”

탕호가 사나운 눈길로 호음각주를 쳐다봤다.

탕호는 창룡음이 실린 음성에도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아니, 호음각주를 쳐다보는 눈길에 살기가 번뜩인다. 만약 이 싸움에 개입한다면 너부터 죽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아!”

호음각주는 한숨을 쏟아냈다.

당장 탕호를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마성이 터졌다. 제압한다고 해도 다시 탕호로 돌아오지 못한다. 백열마공의 무서운 점이 이런 데 있다.

일종의 주화입마라고 할까? 어느 한계치를 넘어서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쒜에에엑!

탕호가 기어이 호음각주의 말을 무시하고 호발귀에게 달려들었다.

호음각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탕호와 호발귀의 싸움을 지켜봤다.

탕호가 검을 내리친다. 탕호가 쳐낸 백검에는 강력한 열기가 담겨 있다.

육신에 있는 모든 양기를 꺼내서 검에 집중시켰다.

태양만큼이나 강렬한 열기, 빨갛다 못해 하얗게 변한 백검이 호발귀를 향해 터진다.

그 순간 호발귀가 검을 들어 백검을 막았다.

‘됐어!’

호음각주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탕호의 백열마공은 병장기로 막을 수 없다. 쇠붙이로 만들어진 병장기는 단숨에 뎅겅 잘려 나간다. 그리고 그대로 지쳐 들어가서 육신을 갈라 버린다.

한데! 탕호의 백검이 위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단검이 가슴을 찔렀다.

퍽퍽퍽퍽퍽!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양손에 들린 단검이 수십 차례에 걸쳐서 탕호를 친다.

이미 백열마공은 무너졌다. 하얗게 빛나던 두 손은 새빨간 피로 물들었다.

팍팍팍팍팍! 팍팍!

탕호는 쓰러지지도 못하고 가슴이 잘 이겨진 고깃덩어리처럼 짓물러질 않는 때까지 검을 맞았다.

만약, 옆에서 늑대개가 달려들지 않았다면 더 많이 맞았을 것이다.

쒜엑!

호발귀가 탕호를 버리고 늑대개를 향해 돌아섰다.

파박! 파박! 파! 팍!

양손이 극렬하게 움직인다. 오른손, 왼손, 오른손, 왼손…… 치고, 치고, 또 친다.

“킥킥킥! 킥킥!”

호발귀가 괴소를 터트렸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호랑이도 겁내지 않던 늑대개들이 꽁지를 말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주를 용납할 호발귀가 아니다.

쒜엑! 쒜에엑!

호발귀는 주위에 있는 모든 생명을 말살시킨다. 결코 살려 보내지 않는다.

호발귀는 재빨리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도망치는 늑대개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늑대개 서른세 마리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어 널브러졌다.

호발귀는 이어서 낭견대 대원들도 무참히 쳐 죽였다.

‘끝났다!’

호음각주는 뒤로 훌쩍 물러났다.

아직도 싸움이 한창이지만, 이 싸움이 끝났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설마 상대가 호발귀일 줄이야. 등여산이나 홀리, 해자수일 줄 알았는데 호발귀라니. 파신금령술에 당하고 흑포부시단을 복용한 자가 저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날뛰다니.

호음각주는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났다.

상대가 호발귀인 이상 사정권에 걸려들면 곤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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