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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301화 (301/500)

第七十一章 탈취(奪取) (1)

‘응?’

홀리는 미간을 찡그렸다.

등여산이 움직였다. 원래 등여산에게 움직이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그 제안은 등여산이 거부했다. 주치균을 그렇게까지 속이지 못하겠다고 했다.

등여산은 아직도 주치균을 벗으로 여기고 있다.

누가 봐도 주치균의 눈길에는 증오만 담겨 있는데, 등여산은 그 눈빛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을 줄 알았다.

한데 움직인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주치균을 멀찍이 떼어놓고 있다.

홀리는 등여산이 움직였다는 사실보다도 이상한 움직임이 신경 쓰였다.

등여산이 매우 이상하게 움직인다.

지금 등여산이 전개하는 신법을 보면 이건 정말 싸우기 싫어서 도망치는 모습이다.

상황은 달라졌지만, 결과는 똑같다.

“자! 아가씨. 우리도 이제 그만 가봐야죠?”

해자수가 말했다.

“잘 빼내.”

“제 걱정은 마시고. 호발귀는 제가 어떻게든 빼낼 테니, 무리하게 파고들지 마시고.”

“쟤들은 내 상대가 안 돼.”

“또! 또! 또! 하늘 높은 줄 모르시고.”

“그 사람, 움직일 때 조심해서. 몸에 단검이 틀어박혀 있어. 절대 조심해서.”

“어휴! 잔소리.”

쒜엑!

해자수가 먼저 움직였다.

해자수는 호발귀가 어디 있는지 안다. 살단을 쫓아오면서 이미 느낌이 전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호발귀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선 지 오래다.

살단 무인들이 매복한 위치도 안다.

그들은 매우 은밀하게 숨었다. 땅을 파고 들어갔으며, 위는 마른 가지로 덮었다.

해자수는 그런 사실을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 안다.

땅속에서 철벽이 밀려 올라오기 때문에, 저들이 땅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단은 나도 숨고……’

해자수가 철벽을 피해서 몸을 움직였다. 철벽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움직였다. 걸어가다가 철벽이 나오면 비켜선다. 그러면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해자수는 저들을 쉽게 따돌렸다.

지금 상황 같으면 무작정 뛰쳐 들어가서 힘으로 빼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살단 무인과 격렬하게 부딪혀야 한다. 두 명 대 예순여덟 명의 싸움이 된다.

싸우는 것은 두렵지 않다.

본격적으로 싸우면 이들은 단숨에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무려 일흔 명 가까운 무인들과 격렬하게 부딪히다 보면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못 잡아도 한 시진은 넘게 걸릴 것이다.

그 시간이면 주치균이 돌아온다.

주치균이 머리가 둔한 바보라고 해도 그 시간 정도면 유인책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리고 바로 등여산을 버리고 돌아설 것이다.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겁낼 것은 없다. 살단 무인과 싸웠듯이 싸우면 된다. 하지만 호발귀를 잡은 무공이 마음에 걸린다.

아마도 생기 사용에 맞춰진 무공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세 사람 모두 일 초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

시간을 끌면 안 된다. 빨리 치고,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좋아. 앞에…… 일곱. 그 뒤에 하나. 모두 여덟. 여덟 명을 모두 상대할 필요는 없고……’

해자수는 자신이 공격해 나갈 방향과 방법을 모색했다.

쒜에엑!

홀리는 거침없이 살단 무인을 공격했다.

그녀는 정면에서 쳐들어갔다. 살단 무인이 무려 이십여 명이나 앞을 가로막았지만 거침없이 뚫고 들어갔다.

쫘아아악!

하늘에서 검이 떨어진다.

신법은 챙기지 않았다. 두 발과 몸의 움직임은 생기가 이끄는 대로 맡겼다.

편히 나아갈 수 있는 곳이 위험지역이라는 사실만 알고 쳐들어간다.

검초는 음문촌의 공부, 산맥검법을 펼쳤다.

쒜에에엑! 쒜엑! 쒜에엑!

검이 엉뚱한 곳을 노린다. 상대는 앞에 있는데, 검을 보지 못한 듯 좌측을 찔러간다.

당연히 앞에 산 자는 허점을 보게 된다. 우측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환히 노출된다.

쒜에에엑!

살단 무인이 즉시 검을 쳐왔다.

순간, 좌측으로 뻗어가던 검이 탁! 꺾어지더니 공격해 오는 자를 흘려 찍었다. 검이 좌측에서 전면으로 급히 꺾어지면서 아랫배를 찍었다.

“크윽!”

살단 무인이 비명을 쏟아냈다.

홀리의 움직임은 매우 기이하다. 봄날, 얼굴을 스치면서 지나가는 바람처럼 부드럽다. 바람에 살포시 흘러가는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홀리는 실바람처럼 가볍다.

검광은 사방을 번뜩인다. 동쪽을 치는가 하면 서쪽 사내를 공격한다.

검광이 너무 어지러워서 정확히 누구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마구잡이로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쉬잇! 쉬이잇! 쉬잇!

창수가 창을 내질렀다.

굉장히 빠르고 날카로운 창술이다.

창의 길이가 무려 사 장에 이르러서 후려치지는 못하고 오직 먼 거리에서 찌르는 공격만 한다.

한 손으로 창끝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창대를 잡는다. 그리고 연달아 이십여 차례나 찔렀다.

창이 들어갔다가 나오는 거리는 일 척밖에 되지 않는다. 겨우 몸통 하나 간격만 들어갔다가 나온다. 그리고 즉시 찌른다.

찔렀다가 빼고 다시 찔렀다가 뺀다.

한순간에 이십여 초나 터졌다. 홀리 주위로 창 그림자가 빼곡하게 어른거렸다.

홀리는 매우 작은 동작으로 창술을 피해냈다.

“차앗!”

어느새 다가온 살단 무인이 홀리의 머리를 노리면서 검을 내리쳤다.

창수는 계속 창을 내질렀다.

타타탕! 탕탕! 타탕! 쩌엉!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홀리는 창을 거칠게 내리쳐서 창대를 베어버렸다. 동시에 검을 위로 쳐들어 쏟아지는 검광을 받아냈다. 그리고,

퍼억! 퍽! 퍽!

한순간에 격타음 세 번이 터졌다.

앞에서 가슴을 베고, 옆으로 흐르면서 등을 벴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돌아서면서 가슴을 벴다.

한 사람을 빙글 돌면서 세 번을 가격했다.

사내의 가슴은 우상에서 좌하로, 또 좌상에서 우하로…… 두 검이 가슴을 반대 방향으로 내리그었다.

털썩!

검을 맞은 무인이 무릎을 꿇었다.

쒜엑! 쒜에엑!

홀리는 살단 무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창을 쓸 거리를 주지 않고 바싹 달라붙었다.

쒜에엑!

검이 허공을 긋는다.

“헉!”

살단 무인은 제대로 응수하지 못하고 털썩 쓰러졌다.

홀리의 신법은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무척 빠르다. 자신들이 경각심을 느꼈을 때는 이미 몸을 베고 지나갔다.

누군가는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홀리는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날뛰었다.

양이 아무리 많아도 늑대를 감당하지 못한다. 양들이 합심해서 늑대를 공격하면 이길 수도 있을 텐데,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늑대가 무는 대로 물려 죽는다.

지금 살단이 그렇다. 살단은 순식간에 여섯 명이나 쓰러졌다.

“너무 빠르다!”

“보법이 이상해. 처음 보는 보법인데, 도저히 잡아낼 수가 없어!”

살단 무인은 비로소 당황했다.

홀리가 너무 빨라서 서로 몸을 바싹 밀착시켰다. 한두 명이 검을 맞더라도 홀리를 포위한 후에 검을 쏟아낼 생각이었다. 한데, 홀리는 유령처럼 빠져나간다.

어디로 어떻게 검을 쳐내도 잡지 못한다.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가기는 하지만 잡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뭐 이런 미꾸라지가!”

살단 무인들은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잊었다.

“회(回)!”

연소부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거세게 소리쳤다.

살단 무인들이 일제히 뒤로 쭉 빠졌다. 아니다. 빠지는 척하면서 오히려 포위했다.

살단 무인은 회(回) 형태로 늘어섰다.

앞에 홀리를 포위한 자들이 있고, 그들 뒤로 일단의 무리가 사각형을 이루며 늘어섰다.

앞에 선 자들은 각 줄에 세 명씩 모두 열두 명이다.

그들은 일제히 철삭(鐵索)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자에서 철삭 끝부분을 던졌다.

쉬잇! 철컹! 쉬이이잇! 철컹!

홀리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철삭이 오갔다.

철고방진(鐵箍方陣)이다. 열두 명은 각기 양손에 쇠사슬을 잡고 있다. 자신이 한쪽을 잡고, 약속된 자가 다른 한쪽을 잡는다. 내가 던진 철삭이 하나, 상대방이 던져준 철삭이 하나다.

양손에 든 철삭을 엇갈리게 잡아당기면 철삭이 안으로 조여든다. 철삭으로 홀리의 몸을 묶어둘 수 있다.

철고방진의 허점은 평면(平面)에 있다. 철삭을 서로 잡아당기는 것은 평면이기 때문에 철삭 위로 솟구친다거나, 밑으로 허리를 숙이면 몸을 잡지 못한다.

이럴 때는 양손을 활짝 벌린다.

그러면 철삭이 좁혀지지 않고 넓혀진다. 홀리를 다시 철삭 안에 가둘 수 있다.

철고방진은 약할 수도 있고, 철옹성처럼 강한 진법이 될 수도 있다. 철삭을 지닌 자들이 어느 정도나 수련을 했느냐에 따라서 약진과 강진이 구분된다.

쉿! 철컹! 쉬이잇! 철컹!

철삭이 빠르게 움직였다.

홀리는 철삭이 좁혀올 때마다 허공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아주 급하게 내려섰다. 철삭이 넓혀지기 전에 내려서면 철삭을 밟을 수 있다.

쉿! 철컹! 쉬이잇!

철삭은 그녀가 내려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녀가 내려서는 움직임에 맞춰서 다시 넓혀졌다. 그리고 그녀가 땅을 밟기도 전에 다시 좁혀왔다.

철삭에 몸이 묶이면 매우 곤란해진다.

이들 열두 명을 한꺼번에 쓰러트릴 수 있는 천력이 있다면 모를까, 여지없이 질질 끌려가게 된다.

“연자(聯刺)!”

연소부가 다시 명령했다.

그러자 뒷줄에 늘어선 사내 중 장창을 든 열두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은 서둘지 않았다. 철고방진이 펼쳐진 이상 홀리를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홀리는 철고방진 안에서 폴짝폴짝 뛰기만 할 뿐, 좀처럼 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철삭이 한두 개 같으면 검으로 잘라낼 수도 있겠지만, 무려 열두 개나 된다.

슷! 스슷!

창수들이 철고방진을 펼치는 사내들의 옆에 섰다. 그리고 유유히 창을 겨눴다.

저들 중 여섯 명은 철삭 위, 상단을 겨눴다. 여섯 명은 하단을 겨눴다. 홀리가 위로 뛰든, 밑으로 내려앉든 가차 없이 창으로 찌르겠다는 뜻이다.

“살단도 많이 변했네?”

홀리가 말했다.

창수들이 창을 찌르려다가 말고 홀리를 쳐다봤다.

“옛날에는 무조건 드잡이질을 벌였는데, 이제는 철고방진 같은 것도 사용하고. 언제부터 이렇게 정교해졌어?”

“후후후! 꿩 잡는 게 매이니까. 꼭 힘들게 싸울 필요가 뭐 있어. 이렇게 쉽게 잡으면 되는데.”

연소부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걸로 날 잡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이쿠! 무서워라. 그럼 나도 생각을 바꿔야지. 비표(飛鏢)!”

연소부가 명을 내리자 뒤에 선 사내 중 열두 명이 또 앞으로 나섰다.

물론 그들은 손에 비표를 들었다.

철고방진이 움직이고, 창수가 위아래를 내지르고, 그것도 부족하면 비표까지 날리겠다는 심산이다.

홀리 한 사람을 서른여섯 명이 공격하는 셈이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끼어들 공간도 없다. 서른여섯 명이 홀리를 에워싸자 바람이 들어서지 못했다.

“내가 한마디 또 하면 더 붙일 거야?”

“해보면 알겠지. 더 해보던가.”

“더 붙일 게 있을라나?”

순간, 연소부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홀리는 지금 시간을 끌고 있다.

말하는 도중에도 철고방진을 피해서 펄쩍펄쩍 뛰고는 있지만, 아직은 매우 여유가 있어 보인다.

또 다른 기습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후후! 뒤라고 안 막았을까. 너흰 오늘 다 잡힌다.’

“연자!”

연소부가 일갈을 내질렀다.

그러자 창수들이 일제히 창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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