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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97화 (297/500)

第七十章 혈마제압(血魔制壓) (2)

스스스슷!

살단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어서 주저앉아 있는 혈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호발귀는 몸에 단검 세 개를 꽂고 있다. 상처에서는 붉은 핏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한눈에 봐도 치명적인 사혈들이라서 살아남은 게 용하다.

주치균은 오연히 서 있다.

주치균의 몸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깔끔하다. 숨도 안정되어 있다. 누가 봐도 크게 힘을 쓰지 않고 제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주님!”

연소부가 허리를 숙였다.

미끼를 던져놓고 떠나갈 때의 오만함은 보이지 않았다. 살단주로 인정하지 않았던 당당함도 사라졌다. 깨끗이 승복하고 살단주로 모시겠다는 뜻이 보였다.

주치균이 말했다.

“미끼를 너무 많이 잡아 온 것 같은데. 이건 내 실수. 열 명은 있어야 할 줄 알았는데 네 명으로 끝나네?”

“알겠습니다.”

연소부가 대답했다.

주치균이 무슨 의미에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를 것 같나. 단번에 알아듣는다.

연소부가 살단 무인들에게 고갯짓했다.

살단 무인 중 다섯 명이 재빨리 튀어나와 마혈이 제압된 양민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퍽! 푸욱!

무인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검을 쳐낸다.

실수가 있을 리 없다. 살법도 잔혹하다. 심장을 관통시킨다거나 목을 반쯤 그어 놓는 식이다. 단번에, 그리고 확실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살법을 사용한다.

살단 무인들은 양민을 죽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품에서 옥병을 꺼내 부시독을 뿌렸다.

치이익!

아직도 경련을 멈추지 않던 시신들이 금방 시커멓게 썩어들어갔다.

천살단이 양민을 납치해 와서 미끼로 내던졌다는…… 만행의 흔적이 깔끔히 지워졌다.

치익! 치이익!

여기저기서 하얀 연기가 피워 올랐다. 살이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살단 무인들이 연소부의 명령에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연소부를 부단주로 정한 주치균의 판단은 옳았다. 무인 집단은 맹수 무리나 마찬가지다.

우두머리가 죽으면 무리 중에서 가장 강한 자에게 의존한다. 자연스럽게 가장 강한 자가 우두머리가 되어서 무리를 이끈다.

약간 혼란을 겪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서열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가장 강한 자가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은 철칙이다. 그런데도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누가 가장 강한지 몰라서다. 싸워봐야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치균이 너희 중 누가 가장 강하냐고 물었을 때, 살단 무인들은 여러 사람을 들먹였다.

특출나게 빼어난 사람이 없고, 다 비슷비슷하다는 거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무리 중에는 은연중에 주위에 있는 자들을 이끄는 자가 있다.

부단주가 명령을 내리면 똑같이 움직이지만, 그중에서는 앞서서 움직이는 자가 있다. 그자가 움직이면 다른 자들은 안심한다. 그가 머뭇거리면 똑같이 찝찝해한다.

부단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면 이런 자는 나오지 않는다. 이런 자는 명령권자를 믿을 수 없을 때 나온다.

손철목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상관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강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누가 강하냐는 물음에 중구난방으로 여러 사람 이름이 거론된 것이 좋은 사례다.

주치균은 단번에 두 번째 강자를 짚어냈다.

연소부가 살단 무인들 앞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살단 무인들이 어느새 명령을 쫓고 있다. 그사이에 믿을 수 있는 명령권자가 된 것이다.

“이놈은 어떻게 할까요?”

연소부가 호발귀를 가리키며 물었다.

“단주님이 생포를 원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조심.”

“……?”

“조심해서 다뤄.”

“넷!”

“이놈에게는 어떤 점혈도 통하지 않아. 손발을 단단히 묶어 놓도록. 움직이지 못할 만큼 타격을 가해 놨지만, 벌레도 마지막 순간에는 꿈틀거릴 수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연소부의 음성에는 경외심이 가득 내포되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가!

혈마를 생포했다. 죽이는 것도 아니고 사로잡았다. 혈마의 몸에 검을 틀어박았다.

천살단에 고수가 많지만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묶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살단 무인 두 명이 호발귀에게 달려가서 등 뒤로 손을 묶었다.

발도 묶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밧줄은 금잠사(金簪絲)로 만든 것이다. 보검에도 끊어지지 않고 불에도 타지 않는다. 결박한 사람이 풀어주지 않으면 벗어나지 못한다.

손발을 묶은 후에는 다리를 위로 쳐들어서 다시 손과 묶었다.

사냥한 들짐승을 묶어서 떠 매고 가듯이 사지를 한데 모아서 결박했다.

“단검은 어떻게 할까요?”

연소부가 물었다.

호발귀를 결박한 살단 무인들이 더 손을 쓰지 못하고 주치균을 보는 중이었다.

상처를 치료하려면 단검을 뽑아야 한다. 피가 줄줄 쏟아지는 상태로 본단까지 데려갈 수는 없다.

하지만 살단 무인도 단검이 어떻게 꽂혀있는지 안다. 이런 부위를 치면 틀림없이 동맥이 잘린다. 단검을 뽑으면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쏟아질 수 있다.

그럴 경우, 반 시진도 넘기지 못하고 절명한다.

연소부는 동맥을 잘랐는지 묻는 것이다.

주치균은 호발귀를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뽑지 마. 그대로 내버려 둬. 어차피 오래 살 놈은 아니야. 그래도 지혈을 시켜야지?”

“네!”

연소부가 대답했다.

대답은 그가 했지만, 치료는 살단 무인이 했다. 주치균이 말하는 것을 듣자, 즉시 금창약을 꺼내서 피가 흘러내리는 곳에 뿌렸다. 물론, 이런 처치로는 완전 지혈이 불가능하다.

단검을 꽂은 채로 움직이면, 움직이는 동안에 계속 칼날이 내부에 상처를 낸다.

자칫하면 뱃속에서부터 곪는 수가 있다. 찌를 때는 장기를 피했어도, 움직이는 동안에 건드릴 수 있다.

그러면 어떤가. 어차피 호발귀는 오래 살지 못한다.

이미 신장이 망가졌다. 심장도 망가질 것이고, 비장, 폐, 창자까지 곪아갈 것이다.

더는 살지 못한다. 이건 확실하다.

“옮겨!”

대충 피가 멎자, 연소부가 명령했다.

단검을 뽑지 않은 게 증오 때문은 아니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장검으로 사지를 쳐내려고 했을 때와 같은 이유다. 모든 변수를 막으려는 것이다.

혹여 호발귀에게 일어날 티끌만 한 변수조차도 전부 차단한다.

현재 이 상태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어떤 변화도 주지 않는다.

주치균은 산정을 바라보았다.

산 위에 등여산이 있다. 홀리와 해자수도 있지만, 그것들은 신경 쓰이지도 않고…… 등여산!

“이제 네가 올 테지? 후후!”

주치균이 웃었다.

이제 등여산이 온다.

그녀는 호발귀가 끌려가니 틀림없이 구하러 올 것이다. 무공이 한층 강해진 듯하니, 오지 않을 리 없다. 열 손가락에 장을 지지는 내기라도 할 수 있다.

“어디 와봐. 후후후!”

주치균은 웃었다.

* * *

살단 무인들이 미끼를 골짜기에 끌어다 놓고 뒤로 쭉 빠졌다.

“화약이네. 틀림없이 화약이야.”

해자수가 중얼거렸다.

저들은 사마로 호발귀를 유인해서 양민을 죽였다. 호발귀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쫓아다닌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니 호발귀를 유인하기도 쉬울 것이다.

‘이제 마지막……’

가슴이 찢어지지만, 호발귀와 이별을 말할 순간이다.

휘이이익!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살단 무인들이 달려왔다.

“엇! 뭐야?”

세 사람은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

미끼가 던져진 곳에서, 호발귀가 사람을 죽이는 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울렸다. 이미 상황이 끝났다는 뜻이지 않나. 그러니 살단 무인들이 달려가는 것일 테고.

“안 되겠어. 가봐야겠어.”

쒜에엑!

홀리가 신형을 쏘아냈다.

등여산과 해자수도 같이 신형을 날렸다. 이건 뭔가 이상하게 한참 이상하다.

세 사람이 골짜기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끝난 후였다.

살단 무인들이 양민을 죽였고, 부시독까지 사용했다. 살을 썩히는 하얀 기운이 뭉클 솟구쳤다.

호발귀는 포박당해서 끌려가는 중이다.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있나. 호발귀가 생포되다니. 혈마가, 혈기가 꺾이다니.

세 사람은 호발귀 앞에 오연히 서 있는 주치균도 봤다.

아마도 휘파람을 분 사람은 주치균일 것이다. 주치균 혼자서 호발귀를 잡은 것으로 추측된다.

“어! 어!”

해자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화약이나 독을 쓸 줄 알았는데 무공을 펼쳤다. 무공으로 호발귀를 낚아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자신도 모르게 나온 소리다.

혈마를 잡을 수 있는 무공이 세상에 존재했나?

아니, 주치균 혼자서 호발귀를? 주치균이 호발귀를 상대할 수 있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게 뭐지? 주치균이 호발귀를? 이게 가능해?”

홀리가 등여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도 몰라.”

“주치균을 잘 안다며?”

“내가 있는 동안에는 저런…… 무공을 펼치지 않았어. 호발귀 상대가 안 됐는데.”

등여산은 ‘저런 무공이 없었다’라는 말을 하려다가 ‘펼치지 않았다’로 고쳐서 말했다.

주치균이 호발귀를 생포했다. 이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조잡한 수법을 쓴 것도 아니다.

무공으로 눌렀다. 호발귀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다.

혈기를 누를 수 있는 무공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천살단에 혈기를 누를 수 있는 무공은 존재했다는 말이 된다. 다만 수련한 사람이 없었을 뿐.

주치균이 폐관 수련을 한다더니, 신공을 수련한 듯하다.

등여산은 참회동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 당시, 호발귀는 무공이 매우 약한 상태였다. 반면에 주치균은 검신 구학봉의 비사칠초를 수련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상대가 안 된다.

그런데도 오히려 주치균이 당했다. 호발귀는 그때 혈기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 단순히 혈마 무공만 펼치는 정도였는데도 비사칠초를 눌렀다.

그렇다면 지금 주치균이 펼치는 무공은 비사칠초를 능가하는 절공이어야 마땅하다.

그만한 무공이라면…… 뭐가 있지?

등여산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폐관 수련하는 동안에 혈마를 꺾을 비책을 수련한 것 같은데요?”

해자수가 하나 마나 한 말을 했다.

“천살단에 그런 무공이 있었다는 거지.”

“가만. 생각 좀 해봐야겠어.”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 지금 호발귀를 끌고 가고 있는데. 당장 가서 구해야지!”

홀리가 급히 신형을 띄우려고 했다.

“잠깐만!”

등여산이 홀리의 옷소매를 낚아채면서 빠르게 말했다.

“주치균은 호발귀를 이겼어. 혈기를 잡았어.”

그 말 한마디, 혈기를 잡았다는 말에 홀리의 신형이 뚝 멈춰졌다.

지금 당장 달려가면 틀림없이 생기를 사용했을 것이다. 무공으로 살단 무인이나 비사칠초를 상대하기는 버겁다.

주치균 혼자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살단 무인들이 너무 많다. 생기를 사용해야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들도 호발귀처럼 당할 수 있다는 소리다.

등여산이 말했다.

“여기가 정확히 어딘지 모르니까, 천살단까지 며칠 거리라고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아무리 작게 잡아도 사나흘은 걸려. 구출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음!”

“우선 주치균이 어떤 무공을 사용하는지 알아야 해.”

“그걸 어떻게 알아내?”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등여산이 답답한 말을 했다. 하지만 홀리는 등여산을 믿었다.

등여산의 진가는 사방이 막힌 곳에서도 틈을 찾아낸다는 데 있다. 어떤 경우든 방법을 찾아낸다.

“우리 뭐 해야 해?”

홀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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