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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85화 (285/500)

第六十七章 사마사(死魔死) (5)

탁! 탁!

홀리는 사마에게 뛰어갈 준비를 마쳤다.

양쪽에서 견제한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대치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사마는 시간이 넉넉할지 몰라도, 그녀는 등여산이 걱정되어서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상대가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생기가 동남쪽에 있는 자를 감응하기 전에 북북서에 있는 자를 쳐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거리로는 안 된다.

‘조금만 더 가까이……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왼쪽 발이 힘을 잃고 푹푹 쓰러지려고 했다. 생기가 북북서 사마에 매우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북서 사마가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 으르렁거린다.

홀리는 오른발로 전신을 지탱한 채 계속 노려보기만 했다.

생기는 공격할 수 있는 거리라고 말한다. 공격당할 수도 있는 거리다. 지금 즉시 죽음이 일어나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공격하면 조금 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탁!

드디어 팽팽하던 줄이 끊겼다.

사마가 달려든 것은 아니다. 사마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셈이다. 절대 모험하지 않는다.

팽팽하던 긴장의 끈을 끊어낸 사람은 해자수다.

“힘드네.”

해자수가 홀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하지만 홀리의 표정을 홀리의 모습을 보고는 그도 즉시 검을 뽑았다.

“오자마자 이거야 원. 반기는 사람도 없고.”

“그렇지?”

파앗!

해자수는 단숨에 생기 몰입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마 두 명을 찾아냈다.

“어느 쪽이 편하슈?”

“왼쪽.”

“그럼 난 오른쪽.”

해자수와 홀리는 호흡이 잘 맞았다.

해자수가 정확히 동남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조금씩 이동했다.

해자수는 신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발끝으로 땅을 찍고 발가락에 전신의 힘을 실은 후, 뒷발을 끌어온다.

그런 후에는 다시 끌어온 발을 앞으로 내디뎌서 발끝으로 땅을 찍는다.

해자수가 알고 있는 신법 중에 이런 신법은 없다.

은인문 술사들은 무공보다는 은신술에 치중한다. 잠입하고 내빼는데 필요한 공부는 모두 수련한다.

해자수는 홀리에게 은인문 술법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중에 이런 신법은 없었다. 틀림없이 생기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 거다.

턱! 스읏! 탁! 스읏!

해자수가 다섯 걸음을 움직였다.

해자수가 동남쪽에 있는 사마로부터 홀리를 가로막는데도, 사마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북북서에 있는 사마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해자수가 나타난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치 감각이 없는 사람 같다. 유불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위기도 무시하는 것 같다.

“됐수?”

해자수가 말했다.

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시간이 있으면 다른 행동을 한다. 지금처럼.

통!

자유를 얻어서 흔들거리던 왼발로 땅을 찍었다.

그녀가 발 딛는 소리는 매우 미미했지만, 해자수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이 소리는 아마 사마도 들었을 것이다.

홀리는 어느새 허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남동쪽 사마를 공격할 때처럼 검이 앞서고, 몸이 뒤따른다. 비연어검이라는…… 실전에서는 좀처럼 나올 수 없는 검초가 펼쳐졌다.

비연어검은 오직 찌르는 공격뿐이다.

가장 앞에 내세운 검을 비켜내기만 하면 그다음은 온통 허점투성이다.

온몸이 적의 병기에 노출된다. 당장 팔목부터 다리까지 모든 부분이 드러난다.

그러니 비연어검은 극쾌(極快)를 사용하지 않는 한, 펼칠 수가 없는 검초다.

홀리는 그런 검초를 절정 고수인 사마에게 사용했다.

팟! 파파팟! 부아아악!

풀이 갈라진다. 나무가 베어진다. 검이 지나가는 곳에 돌풍이 일어난다.

북북서 사마가 재빨리 물러섰다.

그 순간 남동쪽에 있는 자가 오른쪽을 향해 빙글 돌았다. 해자수를 피해서 홀리에게 달려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해자수가 그를 놓칠 리 없다.

이 대 일의 싸움에서는 쌍끌이 작전이 통했지만, 이 대 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특히 생기를 무기로 삼기 시작한 이상한 인간들은 더 상대하기가 힘들다.

홀리와 해자수는 무인이 아니다. 이들은 초인이다.

슷!

해자수가 어느새 동남쪽 사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북! 부와악! 퍼억!

해자수의 등 뒤에서 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홀리는 기함을 토해내지 않았다. 사마는 비명을 쏟아내지 않았다. 그러니 검이 살을 찢고 한 생명이 스러지는 순간에도 오직 살 가르는 소리만 울렸다.

스읏! 퍼억! 쑤아악! 퍼억!

홀리는 일 검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첫 번째 검이 작렬하자, 곧바로 몸을 휘돌며 다시 비연어검을 펼쳤다.

검이 사마의 등을 꿰뚫었다. 다시 앞으로 나와 내지른 검이 가슴을 뚫었고, 다시 뒤로 돌아가서 친 검이 목덜미를 갈랐다.

홀리가 세 번째로 사마 앞에 섰을 때, 북북서 사마는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원래 해자수는 사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마는 검벽 무인도 단숨에 눕혔다. 미처 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공격이 시작되고 사라지기까지 검벽 무인은 물론이고 등여산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빠르고 강하다.

사마의 무공은 기공과 신법에 특화되어 있다. 기운을 전혀 흘리지 않는 상태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기척을 잡아내기가 힘들다. 무기(無氣)라고 해야 할까, 사기(死氣)라고 해야 할까. 어떠한 기운도 흘리지 않는다.

기척을 감쪽같이 지우면서 살며시 다가와 툭 치고 빠져나가니 쓰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 사마는 상대를 잘못했겠다.

생기를 알기 전에 해자수였다면 일초지적(一招之敵)도 안 될 터이지만, 생기를 알고 난 후의 해자수는 누구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초인이 되었다.

슛! 슈우우웃!

해자수의 손에서 돌멩이가 쏟아져 나왔다.

이것은 천살단 무인들과 싸우면서 터득한 그만의 공격 방법이다. 일종의 무공이라고 할까? 은인문 술사들은 비석(飛石) 사용을 잘하는 편인데, 완전히 새롭게 눈을 떴다.

주위에서 쉽게 주울 수 있는 돌멩이를 무기로 삼는다.

투법(投法)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암기 사용법을 전혀 알지 못해도 무방하다.

돌멩이를 주워서 생기가 일어나는 방향, 정신없이 끌려가는 힘을 이용해서 놓기만 하면 된다.

정신없이 끌려가는 쪽은 안전하다. 적이 없다.

적은 생기가 끌어가는 방향과는 정반대 쪽에 있다. 무형의 강벽이 밀려오는 곳이다.

생기에 끌려가면서 몸을 휘돌린다. 뒤돌아선다. 그런데 이토록 간단한 움직임만 일으켜서 실제로는 거대한 회전력이 생긴다. 돌멩이는 그 힘을 타고 던져진다.

돌멩이가 곧 암기다. 어떤 비수보다도 날카롭고 강력하다.

팟! 파팍! 퍼억! 따아악!

돌멩이는 커다란 바위에 꽂혔다. 해자수가 던진 돌멩이 다섯 개가 모두 바위에 틀어박혔다.

돌멩이는 산산이 조각나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바위도 성하지 않다. 돌멩이를 맞은 곳에 움푹움푹 깊은 자국이 패였다.

해자수가 잘못 던진 것이 아니다. 사마가 비석을 피한 것도 아니다. 일부러 바위를 향해서 던졌다.

막 바위 쪽으로 움직이던 사마가 급히 멈췄다. 그 순간,

쒜에에엑!

해자수의 손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터졌다.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사마에게 쏘아냈다. 방금 그 수법, 돌멩이를 던진 수법으로 투척했다.

피윳! 까앙!

사마가 급히 옆으로 움직이며 검을 쳐냈다.

검과 검이 부딪혔다. 사마가 올려 친 검이 정확하게 비검을 가격했다. 하지만 비검은 사마의 반격에 꿈쩍하지 않고 계속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퍼억!

장검이 사마의 어깨에 꽂혔다.

사마는 최선을 다했지만, 해자수가 던진 검은 너무 빨랐다.

검이 이미 어깨를 파고들 즈음에서야 타격했다. 날아오는 검을 타격하려고 했지만 조금 늦었다. 그때,

퍼억! 퍽! 빠아아악!

또다시 날아온 돌멩이가 사마를 가격했다.

몸통을 가격하고, 팔에서 살점을 떼어내고, 머리뼈를 단숨에 묵사발로 만들었다.

사마는 뒤로 붕 날아가 떨어졌다.

그의 얼굴은 피떡이 되어서 용모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뭉개졌다. 심장도 움푹 패었다. 창자도 터졌다. 돌멩이가 배를 찢고 들어가 척추까지 가격했다.

즉사다

“와우! 놀랍네.”

홀리가 정말 놀란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거 아씨도 참…… 아씨, 이제 저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요. 제가 뭐 옛날의 해자수인지 압니까?”

“방금 사용한 거, 은인문 무공이 아니지?”

“그러는 아씨는 음문촌 무공입니까?”

“말 정말 그런 식으로 받을 거야!”

“웃!”

홀리는 눈살을 확 찡그리자, 해자수가 급히 눈을 내리깔며 땅을 쳐다봤다.

“천살단 무인들과 싸우면서 많은 걸 얻은 모양이네?”

“많은 건 아니고…… 겨우 요거 하나.”

해자수가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슬쩍 펴 보였다.

홀리가 땅에서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나도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것 같아.”

슷!

홀리가 돌멩이를 놓았다. 아니, 돌멩이를 꽉 쥐었다가 손바닥을 활짝 펼치는 듯했다. 그런데,

쒜에에엑! 퍼억!

돌멩이가 날아가 바위에 틀어박혔다.

홀리의 손에서 빠져나간 돌멩이는 정확히 해자수가 던진 곳을 가격했다.

돌멩이가 가루로 변해서 뿌옇게 흩어졌다.

“와! 이러면 이거…… 내 독문수법이 아니게 되는데. 아씨, 이거 제 독문수법 합시다.”

“호호호! 알았어. 혼자 쓰고 싶다 이거지?”

“아씨야 뭐 할 게 많지만, 난 요놈을 더 다듬어서 독문 무공으로 쓰려고 했걸랑요.”

“그래. 그럼 이름도 있어야겠네?”

“킥킥! 오면서 벌써 이름을 지어놨죠. 비석탄주(飛石彈奏). 어때요? 날아가는 돌을 탄주한다. 킥킥!”

해자수가 즐거운 듯 말했다.

“다행이다.”

“어? 뭐가 말입니까?”

“비석탄주 같은 절기가 있어서. 그럼 해자수도 본격적으로 싸울 수 있겠다.”

해자수는 홀리의 말에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 방금 사마를 죽였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사마보다 더 본격적?

“호, 혹시…… 지금 싸우라는 자가……?”

“지금 책사가 호발귀를 유인하고 있어.”

“뭐, 뭐요? 아! 어쩐지…… 책사가 안 보이더라니.”

해자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책사 혼자서는 호발귀를 따돌릴 수가 없어. 우리가 교대를 해줘야지. 원래는 나와 책사가 호발귀를 유인하고, 해자수에게는 식량과 물을 부탁할 생각이었어.”

“그 정도야 제가 얼마든지……”

“하지만 해자수가 얻은 게 크니까. 이제 셋이서 교대하면 되겠다. 호발귀를 유인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어.”

“아니. 저, 제가 터득한 것은 겨우…… 하!”

해자수는 결국 탄식을 불어 쉬었다.

등여산이 이미 호발귀를 유인하고 있다면, 호발귀와 부딪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호발귀를 유인한다. 예상은 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네요.”

“지금 바로 가야 해. 책사가 호발귀를 어디로 끌고 갔는지 모르지만, 책사도 꽤 힘들 거야.”

“휴우! 알았습니다. 가죠. 제길!”

해자수가 투덜댔다.

호발귀와 싸우는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 아니, 싸우는 게 아니다. 단지 도주만 한다. 그런데 그나마도 힘에 부친다.

자칫하면 호발귀 손에 죽는다. 아니, 이런 행동의 끝은 반드시 죽음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휴우!”

쏟아져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하지만 해자수는 즉시 홀리를 쫓아서 신형을 쏘아냈다.

등여산이 호발귀를 어디로 유인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안다. 눈감고도 한다.

호발귀는 신법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거침이 없다. 자신의 흔적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나무며 풀이며 발길에 닿는 것은 마구 짓밟으면서 달린다.

마치 성난 멧돼지가 돌진한 것 같다.

선속에 그만한 흔적을 남기고 돌진하는데 흔적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바보나 다름없다.

슈우우웃! 슈웃!

두 사람은 흔적을 쫓아서 쾌속하게 신형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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