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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78화 (278/500)

第六十六章 절후(絕後) (3)

등여산은 사마와 싸우지 않을 생각이다.

현재, 사마는 호발귀의 사정권이 매우 넓게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옛날처럼 호발귀를 유인하기 위해 다가섰다가는 즉각 죽을 것이다.

“형옥에서 호발귀는 사마를 모두 죽였어. 무공으로 싸우면 사마는 호발귀 상대가 안 돼.”

등여산이 차분하게 말했다.

“사마는 참응처럼 사정권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거야. 그러니 무심코 그 안으로 들어갈 것이고, 틀림없이 딸려 들어 갈 거야.”

“음!”

해자수가 치를 부르르 떨었다.

호발귀에게 끌려가던 때를 생각하니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자르르 흐르고,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선다. 지금도 호발귀가 노려보는 것 같다.

“아! 그놈 검에는 말려들고 싶지 않아.”

해자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등여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괜히 우리가 사마와 치열하게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거죠. 우리는 사마가 호발귀에게 다가가도록 길만 비켜주면 돼요. 호발귀가 알아서 처리하게.”

등여산은 사마뿐만이 아니라 자신들도 호발귀를 유인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호발귀는 자신들을 감지해낸다. 아주 쉽게 감지해낸다. 가까이 다가서기도 전에 알아채는 거 같다.

하지만 자신들은 호발귀의 촉수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지 못한다.

호발귀가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인기척을 감지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안전거리라고 생각해도 호발귀에게는 넉넉한 거리일 수도 있다.

호발귀의 능력은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아무도 호발귀를 유인하지 못해.’

등여산은 자기 생각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세 사람은 자신만의 생기 속에 파묻혔다.

지금 그들에게 선급한 일은 새로운 무공을 수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기 보는 것을 새로운 무공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다. 하면 이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생기가 위험해서 결국 호발귀처럼 된다고 해도 일단은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생기 보는 법에 집중했다.

등여산은 가슴 벅찬 희열 속에 파묻혔고, 홀리는 땅과 바짝 밀착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해자수는 암흑 속에서 무엇인가에 끌려가느라 정신없었다.

그런 가운데 탁탁탁! 줄이 끊어졌다.

등여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쾌한 감정이 불쑥 치솟았다. 홀리는 몸이 땅에서 떨어져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끝 떨어진 연처럼 둥실 떠올랐다. 해자수는 정신없이 끌려가던 몸이 갑자기 느려진다.

이상 증세다!

주변에서 위협이 일어나고 있다!

‘움직인다!’

세 사람은 모두 특정한 움직임을 찾아냈다. 아니,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알게 됐다.

스스스! 스슷!

사마가 움직인다.

사마의 움직임은 등여산만 파악한 것이 아니다. 홀리와 해자수도 파악했다.

“어떻게 해?”

홀리가 물었다.

“예정대로. 길을 비켜줘.”

등여산이 말했다.

사마를 막을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지켜보기는 한다.

사마가 어디로 가고 있나,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어디쯤에서 호발귀에게 발각되나.

사마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호발귀의 살상권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사마가 어느 지점부터 끌려가는지 관찰해야 한다.

“봤어?”

“느꼈어.”

물음과 답이 달랐다.

사실 봤냐는 질문이 잘못되었다. 그들은 좋지 않은 느낌을 계속 따라가고 있다.

눈으로 식별하는 것보다 느낌으로 감지한다는 표현이 맞는다.

스스! 스스! 스스!

사마의 움직임이 분명하게 감지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사마의 은폐, 엄폐는 지극히 은밀해서 맨눈으로 식별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놈들, 무척 은밀한데? 진기로 파악하려고 했다면 절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거야.’

해자수는 신이 나서 사마를 추격했다.

“이놈들, 더 빨라진 것 같지 않수?”

해자수가 말했다.

예전에는 옷자락도 찾아내지 못한 자들인데, 이제는 움직임을 넉넉히 잡아내고 있다.

“아니. 이게 원래 빠르기야.”

“아닌데…… 더 빨라진 것 같은데.”

“전에는 우리가 잡지 못했던 거지. 이제는 좀 더 정확하게 잡아내는 거고.”

“그런가?”

해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했을 때, 사마는 유령처럼 휙 나타났다가 휙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현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빠름이 느껴진다.

형체가 없던 것들에게 형체가 생겼다.

사마의 움직임이 훨씬 빠르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만큼 저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거다.

스스슷! 스슷!

움직임은 두 개다. 두 명이다.

사마가 호발귀를 향해서 빠르게 다가갔다.

스읏!

움직임이 멈췄다.

순간, 호발귀가 반응했다. 한잠 푹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느릿느릿 일어나 앉았다.

그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뭔가 이상한 기미를 눈치채고 주위를 살피는 듯하다. 하지만 바쁘게 서둘지는 않았다.

다시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개울에 얼굴을 묻고 물을 마셨다.

호발귀가 고개를 쳐들었다.

호발귀는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 반 시진은 꼬박 마셨는데, 이번에는 잠시 몇 모금 꿀꺽 들이켠 후에 바로 고개를 쳐들었다.

“킥킥킥!”

호발귀가 괴소를 흘렸다.

‘찾아냈어!’

누가 봐도 즉시 알 수 있다. 호발귀는 사마를 찾아냈다. 특이한 생령(生靈)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슷!

호발귀는 즉시 움직였다.

개울에 엎드려서 물 마시던 모습 그대로 신형을 퉁겨냈는데, 어느새 십여 장을 쑥 나아갔다. 아니, 번갯불보다도 빠르게 숲으로 뛰쳐 들었다.

스스스슷!

사마도 튕기듯이 튀어 나갔다.

쫓고 쫓긴다.

“엇!”

등여산은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을 내질렀다.

사마가 호발귀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았다!

호발귀가 사마를 끌어들이지 않고 득달같이 쫓아간다!

이 두 가지 행동은 확실히 등여산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깜짝 놀라며 쳐다봤다.

“아니! 이게!”

홀리도 어찌나 놀랐는지 눈을 부릅떴다.

호발귀의 살상권이 무척 크게 넓혀졌는데, 사마는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가까이 다가서지 않았다. 살상권 언저리에 도착하지 즉시 유인 행동을 펼쳤다.

살상권이 넓어졌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연한 행동이다.

아니, 이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호발귀의 살상권, 살상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마는 자로 잰 듯 정확하게 파악했다.

사마가 사정권 안에 들어서지 않으니 호발귀도 혈기로 끌어당기지 못한다.

호발귀가 사마를 쫓아서 달려가는 것은 매우 당연한 행동이다.

생기를 봤으니 죽여야 하지 않나. 생기가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 범위 안에 들어서지 않으니 달려 나가서 잡아야 한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쫓아!”

등여산은 냅다 신형을 쏘아냈다.

슉! 슉! 슉!

홀리와 해자수는 금방 등여산을 따라붙었다.

“어떻게 된 거야?”

홀리가 물었다.

“내 실수야. 실수.”

“무슨 실수?”

“사마가 본능적으로 혈마를 느끼는 것 같아. 우리가 생기를 구분하는 것처럼 혈마의 혈기를 구분하는 거야. 그러니 거리 측정 같은 것은 필요 없어. 혈기를 느끼면 거리가 얼마나 떨어졌든 간에 멈추면 되는 거니까.”

“사마가 생기를 안다고?”

“생기를 활용하는 것 같지는 않고, 혈기를 느끼는 것 같아.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호발귀를 감지하고 있어. 위험 거리를 아는 거야.”

“그러면 지금 상황은…… 호발귀는 사마가 이끄는 대로 유인당하고 있다는 거네?”

“응. 그래. 이럴 줄은 몰랐는데.”

등여산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사마가 비약적으로 넓혀진 호발귀의 사정권을 눈치챌 줄은 미처 몰랐다.

완전히 허를 찔렸다.

호발귀는 사마가 이끄는 대로 어떤 마을을 향해서 달려가는 중일 것이다. 마을 근처에 도달하면 사마는 사라질 것이고, 호발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살상을 벌인다.

마을 하나가 초토화된다.

‘또 사람을 죽이게 만들면 안 돼. 어떻게든 막아야 해.’

등여산은 호발귀를 막을 방법에 골몰했다. 하지만 좀처럼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쒜에엑! 쒜엑! 쒜에엑!

세 사람은 순식간에 산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등여산은 정신없이 사마를 뒤쫓았다. 아니 호발귀를 뒤쫓았다.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바싹 따라붙지는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쫓아갔다.

사마가 호발귀를 떼어놓는 거리!

딱 그만큼만 거리를 벌린 채 뒤쫓는다.

지금 거리가 안전거리다.

안전거리보다 가까이 다가붙으면 호발귀가 방향 전환을 한다. 사마를 뒤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쫓아온다. 아니, 호발귀가 멈추어 설 것이고, 자신들은 혈기에 끌려갈 것이다.

“요 앞에 상음(上陰)이라는 마을이 있어. 큰 마을은 아니고 십여 가구 정도 모여 사는 촌락?”

해자수가 달리면서 말했다.

“음!”

등여산은 침음했다.

사마는 마을 깊숙이 파고들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지나쳐서 통과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호발귀의 먹이로 완벽하게 드러내 놓은 다음에 사라지는 것이다.

혈겁을 방지하는 길은 있다. 지금 당장 호발귀 사정권 안에 들어서는 것이다.

호발귀의 핏빛 눈동자를 자신들이 대신 받아내면 마을은 안전해진다.

자신들의 죽음은 순식간에 끝난다. 호발귀가 자신들 세 명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것으로 혈겁을 종식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한다. 하지만 사마는 계속 준동한다.

자신들이 죽은 후에도 사마는 다시 나타날 것이다. 호발귀를 마을로 유인할 것이고, 애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다.

‘도대체 왜 사람들을 죽이는 거지?’

천살단 무인들이 뒤를 쫓으면서 혈겁 현장을 불태운다. 살해 현장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감춘다. 혈마의 혈겁을 철저하게 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마로 유인해서 혈겁을 일으키는 것은 일종의 실험으로 보인다.

스읏!

등여산이 걸음을 멈췄다.

“왜?”

홀리와 해자수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사마처럼 혈마만 빼내오는 방법이 없어. 혈기를 느끼자마자 바로 몸을 빼낼 수 있다면 사마처럼 유인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돼. 우린 아직 많이 미숙해. 혈기를 느끼면 이미 늦은 거야.”

“그렇지.”

“호발귀가 일으키는 혈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등여산이 포기한 듯 말했다.

“그럼 호발귀가 사람을 죽이도록 내버려 두자고?”

“방법이 없어.”

“이렇게 두 눈 빤히 뜨고 보고만 있자고?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든 막아봐야지.”

등여산은 막 신형을 날리려는 홀리의 옷소매를 잡았다.

“지금 호발귀를 말리려다가는 모두 죽어. 한 번 겪어봤잖아. 그때는 참응이 있어서 용케 살아났지만, 그런 요행도 한 번뿐이야. 이제 그런 일은 없어.”

“어쩌자고.”

홀리가 침착하게 물었다.

등여산의 음성이 매우 침착하다. 이미 머릿속에 어떤 방책이 수립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등여산을 많이 지켜봐 온 만큼 이런 표정이 뜻하는 바를 안다.

등여산이 눈빛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지금 호발귀를 쫓아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 우린 다른 일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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