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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72화 (272/500)

第六十五章 대적(對敵) (2)

파팟! 팟!

사마가 꿈틀거렸다. 죽은 듯이 앉아있던 사마가 두 눈을 부릅뜨고 몸을 일으켰다.

“응? 왜 또 그래?”

형옥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사마가 움직인다는 것은 누군가가 혈마에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사마는 인간과 짐승을 구분할 줄 안다. 그러니 특정한 목적을 가진 무인이 접근하고 있다.

‘누가?’

형옥주는 의아했다.

책사와 홀리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쫓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사마에게 가차 없이 쫓겨났다. 책사 일행은 사마와의 싸움에서 크게 다치기도 했다.

등여산은 옆구리를 깊게 찔렸고, 해자수는 가슴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런 환자들이 다시 왔다고는 믿기 어렵다.

그러면 홀리가 혼자서 왔을까? 홀리도 사마의 힘을 절감했을 텐데, 그래도 왔을까?

홀리가 아니라면 누가 또 혈마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 다가설 만한 사람이 없다.

“후후! 정말 세상에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니까. 가라!”

형옥주는 사마를 풀어놓았다.

츠츳! 츠츠츳!

사마는 형옥주의 앞에서 유령처럼 사라졌다.

“저것들, 내가 부리고 있으니 망정이지. 적으로 만났다면 어쩔 뻔했어? 어휴!”

형옥주는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마의 움직임은 형옥주마저도 치가 떨리게 만든다. 너무 은밀하고 빨라서 귀신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응?”

형옥주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사마를 쳐다봤다.

사마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사마가 즉시 공격하지 않고 은밀히 몸을 숨긴다.

사마가 기습을 선택했다.

사마의 이런 모습은 다가오는 자들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정면 공격이 아니라 기습? 도대체 누구길래?’

형옥주가 앞으로 슬그머니 나가서 다가오는 자들을 봤다.

‘응?’

책사! 책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어떻게 그새?’

형옥주는 깜짝 놀라서 눈을 끔뻑거렸다.

책사의 모습을 보면 검에 맞은 사람 같지 않다. 옆구리 상처를 전혀 개의치 않고 움직인다.

행동이 아주 자연스러워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것 같다.

해자수는 어떤가? 해자수는 상의가 완전히 피로 물들었다. 가슴에 심한 일격을 당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역시 움직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저것들 도대체 뭐야?’

형옥주는 눈을 끔뻑거렸다. 하지만 곧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저들은 혈마에게 가고자 한다.

보내주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혈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저들이 가서 대신 칼도 맞아주고 혈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하면 썩 좋지 않나.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옛날에 혈마후가 혈마를 이끌 때처럼, 저들이 혈마를 이끌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문제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혈마가 저들을 알아볼까? 혈마후의 존재를 인정할까?

형옥주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형옥에서 홀리가 가격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혈마에게 가격당했다. 구혼음소인가 뭔가를 읊었는데도, 여지없이 격타당했다.

혈마는 혈천방에서도 난리를 쳤다.

당시, 혈천방에는 혈마를 제어할 도구가 많이 있었다. 구혼음소도 있었고, 귀색무, 음고, 귀색혼령대법…… 이를 직접 펼칠 수 있는 음문촌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현재, 구혼음소는 혈마에게 통하지 않는다.

음문촌 여자, 홀리가 있지만, 혈마후는 절대로 되지 못한다. 혈마를 통제하지 못한다.

그러면 책사는 알아볼까? 등여산은 더 알아보지 못한다.

지금 혈마가 들고 있는 검이 바로 등여산의 몸에서 빼낸 것이다. 그 검으로 숱한 사람을 죽였다.

‘절대 알아보지 못해.’

“휘익!”

형옥주가 혀를 오므려 작은 소리를 냈다. 싸우지 말라는 신호다. 저들을 통과시킨다.

사마가 꿈틀하더니 숨은 곳에서 뛰쳐나와 스르륵 돌아왔다.

사마는 곧 원래 자리로 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고 운공한다. 사마는 움직일 때를 제외하고는 오지 운공만 한다.

‘한 번 두고 보자고. 어떻게 되는지.’

* * *

“이거 왜 이렇게 조용하지?”

해자수가 불안한 듯 주위를 돌아봤다.

“공격이 없으면 다행이지. 저런 귀신들하고 싸울 생각을 하면 오금이 저려.”

“아씨도 그럽니까?”

“나는 사람 아닌 줄 알아?”

“사람이셨어요?”

“해자수!”

“아! 또 실수! 난 왜 이렇게 실수가 잦지? 이러면 안 되는데. 그렇죠? 킥킥!”

“해자수.”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나 참! 나도 이제 무공도 좀 높아졌고 생기도 쓸 줄 알고.”

“해자수. 무공이 높아지니까 말도 많아지네? 조금 더 무공이 높아지면 내가 수발을 들어야 할까?”

“알았다니까요, 알았어요. 그렇다고 말을 꼭 그렇게 비비 틀어서 하시는 건 뭐유?”

해자수가 투덜거리면서 조용히 길을 인도했다.

그들은 산등성이를 넘어 산 밑으로 내려갔다.

참응이 맴돌고 있는 곳이다.

“저기쯤 어디에…… 엇!”

무심이 말을 하던 해자수가 깜짝 놀라서 발밑을 쳐다봤다.

발밑에 피투성이가 된 쥐가 널브러져 있다. 작은 사체인데 세 조각으로 분리되었다.

그러고 보니 사방이 짐승 사체로 가득하다.

쥐, 다람쥐, 토끼!

등여산은 짐승 사체 중에서 새를 유심히 봤다.

“징그럽지 않아요? 별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들여다보고 있어요?”

해자수가 말했다.

“호발귀가 새까지 죽이고 있어요.”

“아, 그거야 당연하죠. 새라고 생기가 없습니까? 생기가 있으니까 죽이죠.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은 모두 죽이고 있잖아요. 날짐승, 들짐승 가리지 않고.”

“그렇다면 참응도 죽일 수 있다는 거예요.”

“어? 얘기가 그렇게 되나?”

해자수가 하늘에 떠 있는 참응을 쳐다봤다.

“아직 호발귀의 능력이 저 높이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등여산이 말했다.

낮게 떠다니는 새들은 잡아챌 수 있는데 높이 떠 있는 매는 죽이지 못한다.

“저 목숨도 언제 떨어질지 모를 운명이구먼.”

해자수가 참응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등여산이 홀리를 보며 말했다.

“여기 사체들 피가 아직 마르지도 않았어. 호발귀, 요 앞에 있어.”

“그래서?”

“내가 가. 우리 또 싸우지 마.”

“치잇! 알았어. 계집아, 가! 조심하고.”

“고마워.”

“조심하라고 했다. 이번에도 내 경고 무시하면 다음에는 절대 양보 안 해.”

“알았어.”

등여산이 활짝 웃으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아휴 나는 어찌 불안불안한데. 호발귀가 책사를 알아볼까요? 못 알아보면 꼼짝없이 죽는데.”

“죽는 게 겁나?”

“제가요? 전 겁 안 나죠. 제 말은 책사님이…… 가만? 지금 그 말씀, 무슨 뜻?”

“쟤 혼자 죽게 할 수는 없잖아. 해자수 말처럼 호발귀는 책사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일 거야. 그럼 쟤는 손 놓고 있다가 실실 웃으면서 죽을 거고. 그 꼴은 못 보지.”

“그럼 어쩌시려고?”

“가자. 이 정도 거리를 벌려놨으면 됐어.”

스읏!

홀리가 따라붙었다.

“어? 우리도 갑니까? 혼자 보내는 것, 아니었어요?”

“혼자 보냈더니 사마에게 얻어터졌잖아.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여기서 기다려.”

“그럼 왜 혼자 가라고……?”

“안 그러면 쟤가 고집을 꺾냐?”

“아! 난 혼자 살래. 혼자. 여자들, 머리 돌아가는 거 하고는. 아휴! 못 살지. 못 살아.”

해자수가 툴툴거렸다. 하지만 그도 곧 홀리를 쫓아서 신형을 쏘아냈다.

등여산은 가슴에서 일어나는 희열에 집중했다.

예전 같으면 설화공을 운기 했을 것이다. 설화팔보에 신경을 곤두세웠을지도 모른다.

진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리고, 모든 감각을 날카롭게 곤두세운다.

한 보, 한 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마치 창끝을 밟는 듯 조심을 거듭한다. 언제 호발귀가 나타날지 모르니 언제든 검을 쓸 수 있는 준비한다.

그러다가 풀숲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라도 울리면 깜짝 놀라서 방어 자세를 취했을 것이다.

지금은 모든 무공을 놓아버렸다. 설화공은 운기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련한 모든 무공을 놓아버리고, 산책하듯이 유유자적 걸었다.

대신 가슴에서 일어나는 희열은 자세히 살폈다.

온몸에서 자르르 경련이 일어났다. 솜털 사이로 희열이 번지면서 몸에 떨림을 일으켰다.

희열이 강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살이 떨린다.

바르르 떨림이 일어나면서 벼락에 맞은 것처럼 짜릿한 느낌이 밀고 나온다.

굉장한 기쁨이다. 호발귀에게 걸어가는 길이 이렇게 기쁜 줄은 몰랐다.

휙!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여준다.

졸졸 개울물이 흐른다. 개울물 역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슬픈 곡은 아니다. 매우 즐겁고 명랑한 곡이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노래를 들려준다.

나뭇잎도, 땅 위에 기억하는 개미도 모두 다 즐거운 표정이다.

그녀는 짐승들의 사체가 즐비한 죽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처참하게 짓이겨진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일 리 없다.

어떤 사람도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쾌해진다.

하지만 등여산처럼 마음에서 일어나는 희열에 집중하면 그 반대가 된다.

희열이 짐승들의 사체를 뒤엎어버린다.

희열이 불행을 당한 짐승들에게 이제 죽었으니 세상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염원해준다.

다시 태어날 때는 인간으로 태어나라고 영혼을 달래준다.

죽을 때 많이 아팠지? 하지만 호발귀의 검은 매우 빠르니까, 눈 깜빡할 사이에 죽었을 거야. 다른 방식으로 죽는 것보다 훨씬 빠른 죽음이야. 이런 말도 위안이 안 되지?

그냥 잘 가라는 말만 할게. 잘 가. 정말 미안.

사체에게 토하는 말 한마디에도 희열이 담겼다.

기분이 나빠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에게 아직 위험은 닥치지 않았다.

그러니 풀숲에서 무엇인가 후드득 소리를 내며 달아나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주위에는 자신에게 해를 끼칠 존재가 없다.

사박! 사박! 사박!

등여산은 소로를 걸었다.

“아!”

등여산은 호발귀를 봤다.

호발귀는 개울가에 엎드려 있었다.

물을 마시는 것 같다. 아니 엎드린 자세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저 모습 그대로 잠이 든 거 같다.

‘잠을 자? 우리는 이렇게 힘들어서 죽겠는데, 혼자 팔자 좋게 잠을 자고 있어? 나중에 정신 차리면 두고 봐! 가만 안 놔둘 테니까. 정말 가만 안 놔둬!’

등여산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기쁨에 겨워서 흘리는 눈물이다. 희열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이런 희열 상태를 늘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다.

감정이라는 것은 ‘딱 요만큼’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번 휩쓸려 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간다.

자신도 그렇고 홀리나 해자수도 마찬가지다.

생기를 느끼는 방식은 각기 다 다르지만, 셋 모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갈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미리 알고 적절한 선에서 통제하지 않으면 등여산처럼 감정에 휘말려 버린다.

등여산은 급히 감정을 추슬렀다.

“하아! 하아! 하아!”

숨을 크게 들이쉬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도 희열은 일어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호발귀가 그녀에게는 위험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호발귀를 직접 접했는데도 기분 나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더 격한 희열이 피어난다.

등여산은 희망을 느꼈다.

그녀도 생기를 알고 호발귀도 생기를 안다.

생기를 아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교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 혈마를 접했으면서도 전혀 위험이 느껴지지 않지.

“하아! 하아!”

등여산은 숨을 크게 몰아쉰 후, 활짝 웃는 얼굴로 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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