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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48화 (248/500)

第六十章 울분 (3)

쉬잇! 쉿! 쉬이잇!

당홍이 도천패 등에 앉았다가 붕 날았다. 그 순간, 도천패는 사납게 대도를 휘둘렀다.

부와악! 쫘아악!

큰 칼이 거침없이 휘둘러졌다. 사방을 베어냈다. 칼바람이 워낙 사나워서 가까이 접근하기가 꺼려졌다.

츄웃!

허공에 떠올랐던 당홍이 뚝 떨어졌다.

당홍은 정확하게 도천패가 쓸고 간 자리로 내려섰다. 칼이 지나간 자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탁!

도천패가 줄을 잡아당기자, 당홍은 물찬 제비처럼 유유히 움직여서 도천패의 등에 안착했다.

두 사람의 합격은 정교하게 짜여 갔다.

학 두 마리가 어울려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뱀과 학이 서로를 공격하는듯한 모습이다.

빈틈이 생기면 즉시 헤집고 들어가서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준다.

두 사람은 쌍학을 일반적인 무리에서 실전 절공을 다듬어갔다.

“당매.”

도천패가 당홍을 불렀다.

당홍은 밖으로 튕겨 나갔다가 즉시 돌아왔다. 그녀는 두 손으로 도천패의 어깨를 잡고, 두 발은 등에 댔다.

언제라도 등을 박차고 뛰어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얼굴은 도천패의 머리 뒤로 숨겼다. 등에 업혀 있는 모습을 최대한 숨긴다.

몸도 잔뜩 움츠린다. 그래야 순간적인 도약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누구지?”

당홍이 전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누군가 낯선 사람이 다가온다면 당연히 천살단 무인일 것이다. 그런데도 당홍은 누구냐고 물었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천살단 무인과는 전혀 달라 보여서다.

사내는 매우 평범하다. 별다른 특색이 없다. 다만 눈이 휑하다. 초점 잃은 눈으로 망연히 앞을 보면서 걷는다.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휘적! 휘적!

사내가 흐느적거리면서 걸어왔다.

“굉장한 고수다.”

도천패가 말했다.

“알아. 조심해.”

당홍이 사내를 쏘아보며 말했다.

사내는 일절 기도를 흘리지 않는다. 손에 검을 들고 있는데, 마치 나무막대를 든 것처럼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다.

살기도 없고, 싸우려는 의사도 없어 보인다.

이런 무인은 매우 드물다.

호발귀의 경우에는 아주 강한 기운을 뿜어낸다. 호발귀를 보는 사람은 호랑이나 늑대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물론 병기를 뽑았을 때 이야기다.

일행 중 가장 성격이 온순한 등여산마저도 검을 들고 있으면 상당한 위압감을 풍긴다.

일행은 이미 등여산에게 익숙해져서 어떤 위압감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은 상당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 칼을 쥐고 있을 때, 위협적이다.

어떤 사람은 부드럽고, 어떤 사람은 날카롭다. 도천패 같은 사람은 태산 같은 강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기운은 무공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사내는 아무런 기운도 떠올리지 않는다. 이것이 사내 무공의 특성이다.

“우리를 공격하러 오는 거지?”

당홍이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

“여긴 천살단이야. 우린 책사 손님이고. 우릴 공격한다는 건…… 아무래도 호발귀와 책사도 당하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아주 기분이 좋지 않아.”

도천패가 손을 들어서 당홍이 손을 만졌다.

“감히 내가 장담할 수 있는데, 이 세상에서 투심문 문주를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문주 곁에는 책사도 있잖아. 혈마로 변해도 상관없어 만약에 누군가가 문주를 건드렸다면 오늘 천살단은 박살 나는 날이야.”

도천패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건 동감. 그럼 이 사람은 뭐지? 이 살마도 천살단 문도인 것 같은데.”

당홍이 다가오는 무인을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사내가 휘적휘적 걸어와서 이 장 앞에 섰다.

“뭐냐?”

도천패가 싸늘하게 말했다.

사내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대답은 충분하다.

“검을 들어 올리는데 소리가 안 나.”

당홍이 도천패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검에서 울리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옷자락이 흔들리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숨소리조차도 죽어있다.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자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목숨을 건 결전을 벌이자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비무를 하자는 것인지. 검을 조용히 들어 올리는 것을 보면 비무만 하자는 것 같은데.

“답답한 놈이군. 싸우자는 거냐!”

도천패가 쩌렁 일갈을 내질렀다.

그래도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조용히 들고 아예 눈까지 감아버렸다.

“이놈, 뭐 하자는 거야?”

스읏!

사내가 갑자기 옆으로 움직였다.

도천패는 깜짝 놀라서 훌쩍 뛰어서 피했다. 사내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본능적으로 피했다.

사내는 움직이기만 했을 뿐, 공격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아니다. 사내의 검 끝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검이 흔들리고 있다.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검초를 펼치기 전에 예비식을 떨쳐내고 있다.

“내가 먼저 가볼게.”

당홍이 도약 준비를 했다.

“아니. 같이 가. 제 칠 초로 하지.”

도천패가 말했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쌍학 초식 중 일곱 번째, 천지양단(天地兩斷)을 두 사람이 같이 펼친다.

일단 도천패가 허공으로 솟구친다. 등에 업힌 당홍도 자연스럽게 도약하는 격이 된다. 그 상태에서 도천패는 거침없이 천지양단을 전개한다.

대도가 하늘과 땅을 쪼갠다. 대도가 하늘로 쳐들리면서 하늘을 쪼갠다.

하늘을 가른 칼이 허공을 베고, 마침내는 땅까지 갈라버린다.

하늘에서 허공으로, 그리고 땅까지 이어지는 패도식이다. 강력한 힘으로 천지를 가른다.

그 틈에 당홍도 허공으로 솟구친다. 그리고 천지양단을 그린다.

먼저 터진 도천패의 칼이 적을 격타하면 그녀는 할 일이 없어진다. 하지만 상대가 칼을 피하거나 막으면, 그 즉시 그녀의 천지양단이 뒤를 잇는다.

이러한 합격은 상대방이 예상보다 적어도 한 수 앞선 공격을 이끌어 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터진 공격이기 때문에 막기가 어렵다.

“좋아!”

당홍이 말했다.

부웅!

도천패가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상대방의 무공이 기이해서 처음부터 전력을 쏟았다. 대력도강을 칼에 싣고, 일기감하로 단숨에 내리쳤다. 그 순간,

슷!

눈앞에 있던 사내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웃!”

도천패는 깜짝 놀라서 급히 도법을 변화시켰다. 일기감하에서 십륜십도로 변화했다.

칼날이 사방 열 군데를 훑었다. 적이 어디 있는지 모르니 사방을 휘둘러 친다.

써어억!

느닷없이 허벅지에서 살 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곧이어 극심한 통증이 일어났다.

“훅!”

도천패는 급히 칼을 들어 올렸다.

허벅지를 당했으니 놈은 오른쪽 아래에 있다. 하지만 없다. 칼을 들어 올렸을 때는 이미 멀찍이 물러선 후이다.

검 든 사내는 이 장 밖으로 물러났다.

도천패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어서 눈만 끔뻑거렸다.

허벅지에서 통증을 느끼는 순간,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칼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열 배는 빠르게 쳐다봤다. 하지만 상대방을 보지 못했다. 이미 전권에서 빠져나간 상태다.

‘이게 뭐지?’

너무 어이없어서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빨라. 허벅지를 베는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이미 이 장 밖에 있어?

“이놈 움직이는 거 봤어?”

도천패는 등에 업혀 있는 당홍에게 물었다.

원래 일곱 번째 초식을 펼치면 도천패가 도약함과 동시에 당홍도 신형을 날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뛰지 않았다. 도천패가 검을 맞을 때도 등에 엎드려 있었다.

상대방이 너무 빨라서 움직일 생각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때, 등에 업혀 있던 당홍이 꺼져 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도…… 랑.”

도천패는 갑자기 치솟는 불길함을 누르면서 뒤돌아봤다.

당홍이 코와 입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다. 벌써 상당히 많은 피가 흐른 상태다.

“뭐, 뭐야!”

도천패는 화들짝 놀라서 급히 등에 업혀 있던 당홍을 돌려 안았다.

“하! 나…… 당한…… 같아.”

당홍이 툴툴 웃으면서 말했다.

“가만. 가만 있어 봐. 어디가 당한 거야?”

도천패가 급히 당홍의 몸을 훑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내가 검을 들고 있다. 하지만 도천패는 사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사내가 공격해 올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도천패는 눈이 새빨갛게 변해서 당홍만 쳐다봤다.

“칼이 아…… 니야. 독…… 이야.”

“뭐!”

“혈천방에 독의…… 가 있다면…… 여기는 약…… 전이 있어. 약전주라는 놈, 독의…… 의 독을 연구…… 했나 봐. 내가 파…… 악하지 못하는 독이 있…… 었어. 모두, 모두…… 가 위험해.”

당홍이 힘들게 말했다.

“이 독, 내 독과 상…… 극이라서 나만 먼저 효과가…… 모두 나타날 것…… 아! 나 졸려.”

당홍이 도천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도천패는 당홍을 힘껏 끌어안고 벌떡 일어섰다.

한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전각으로 달려가서 홀리에게 보여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니, 빨리 호발귀를 찾아야 한다.

호발귀는 독의의 진전을 이어받았으니 중독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스읏!

전각으로 움직이려는 도천패의 앞길을 사내가 막아섰다.

“비켜!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도천패는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그때, 도천패의 등 뒤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부인 되시는 분.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데 괜찮습니까? 원하신다면 좋은 장소로 모셔서 치료해 드릴까 합니다만. 절대 강요는 아니니까 기분 나빠 하시지 말고.”

도천패가 홱 뒤돌아섰다.

등 뒤에 단정한 용모의 노인이 서 있었다. 중년인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젊다.

이마가 반듯하고 광택이 흘러서 더 젊어 보인다.

“넌 또 누구야?”

“약전 전주가 이 몸입니다만.”

도천패를 이를 꽉 깨물었다.

이 자가 당홍을 중독시켰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사로잡으려는 의도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홍이 위험해진다. 미리 각본을 짜놓고 차분히 공격했는데 어떻게 당하나.

털썩!

도천패는 대도를 던졌다.

“어디로 끌고 가는지 모르지만 가자.”

“잘 생각하셨습니다.”

“네 놈! 똑똑히 기억해 둬. 다음에 내 눈에 띄면.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겠어.”

“그 말, 벌써 이 머릿속에 기억됐습니다.”

“그래, 기억해놔!”

도천패가 약전주를 살기 어린 눈으로 쏘아봤다.

네 사람은 형옥으로 끌려왔다.

형옥 이 층, 죄수들을 고문하는 곳이다.

네 명은 모두 한 장소에 갇혔다. 사지는 단단한 철삭에 묶였다. 등 뒤에는 송곳을 박아놓아서 기댈 수가 없다.

“자 그럼 해약을 드려볼까?”

약전주가 나타났다.

“아직 안 돼요.”

약전주를 제지한 사람은 감찰일당주다. 그녀가 차갑게 네 명을 쓸어보며 말했다.

“지금 주면 독상이 깨끗이 치료되잖아요. 혈마 추종자 놈들인데, 그래서야. 창자가 녹는 고통은 느껴봐야지. 그래야 후유증도 심하게 남아서 평생 고통을 받지.”

“그래도 해독시키라는 명령이.”

“해독시키라는 명령만 있었지 지금 바로 시키라는 명령은 아니었잖아요. 그 말을 목숨만 살려두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아! 난 모르겠네.”

약전주가 손에 든 주머니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해독시키고 싶을 때, 이 환단을 입에 물려주게. 살살 녹여서 삼키라고 해. 아작아작 씹어 먹으면 이빨 나가. 환단이 녹는 시간은 대략 반 각 정도 걸릴 거야. 다시 말해서 반 각 동안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거지.”

“고통은요?‘

“당연히 지속. 아! 그리고 저기 당홍은 지금 바로 먹여야 해. 다른 자들에게는 산공독 역할만 하지만 저 여자는 상극끼리 부딪쳐서 극충(極衝) 역할을 했어. 지금 복용시키지 않으면 창자가 녹아. 살릴 수 없다는 거지.”

약전주가 코와 입으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당홍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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