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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31화 (231/500)

第五十七章 암류(暗流) (1)

쉬익! 쉭쉬!

호발귀가 뇌옥에서 나오자마자 세 사람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등여산, 도천패, 당홍이다.

그들은 근처에 숨어서 뇌옥을 지켜보고 있다가 호발귀가 나타나자 즉각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다! 이게 제일 먼저 일어난 생각이다.

하지만 반갑다는 감정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다급한 마음이 치솟았다.

이곳은 혈천방이다. 혈천방도가 뇌옥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니 당장 싸움이 벌어진다.

세 사람이 뛰쳐나왔지만, 그들을 막는 무인은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결사적으로 막았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랐다.

무엇보다도 호발귀가 혈천방주와 같이 나오는 것을 봤다. 또 혈천방주가 손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미리 제지한 것이다.

“괜찮아?”

등여산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물었다.

“괜찮아.”

“자진했었다며?”

“괜찮아. 정말 난 괜찮아. 모두 무사한 것 같네.”

호발귀가 세 사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도천패가 호발귀 팔목에 채워진 쇠사슬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풋!”

호발귀는 피식 웃었다.

뿔뿔이 흩어지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호발귀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는 너무 크고 기이해서 한두 마디로 할 수 없었다.

“그렇지. 네 놈이야 원래 이런 말 안 하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도천패가 홀리에게 물었다.

“혈마가 됐죠.”

“그건 짐작했고.”

“또 혈마에서 벗어났고요.”

“그것도 짐작…… 아!”

무심코 홀리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도천패는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연신 등여산과 홀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도천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 책사와 같은 방식으로?

호발귀가 어떤 방식으로 혈마에서 벗어났냐는 무언의 물음이다.

“약간 다른 방식. 오해는 하지 마세요.”

“약간 다른 방식?”

“지금도 문제가 있긴 한데, 예전처럼 치명적인 건 아니니까. 그래서 이렇게 웃고 있잖아, 이 사람.”

찰싹!

홀리가 호발귀 등을 매섭게 쳤다.

“약간 다른 방식이라면? 다른 방식을 찾아낸 거야?”

등여산이 재빨리 물었다.

“풋! 혈마로 변해서 미친 듯이 날뛰긴 했지. 사멸강진 중의 하나를 건드렸거든.”

“사멸강진을? 그런데 어떻게 벗어났어?”

등여산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내게 창진 말해줬잖아.”

“응.”

“그거 진짜더라고. 그런데 창이 가장 안쪽에서 튀어나오던데? 순서가 거꾸로 됐나 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런데?”

“그 무섭다는 창진을 저 쇠사슬로 다 막아냈어.”

홀리가 아직도 호발귀 손목에 묶여 있는 쇠사슬을 가르쳤다.

“저걸로?”

“저걸 휘둘러서 전부 다 막아냈어. 이 사람, 그런 사람이야.”

쫘악!

홀리가 호발귀를 등을 또 쳤다.

“아! 안 때리고 말하면 말이 안 되나? 이거 등짝 못 남아나겠는데.”

호발귀가 아픈 듯 등을 움츠리며 말했다.

“응?”

“하! 이거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도천패와 당홍이 동시에 말했다.

호발귀와 홀리는 매우 자연스럽다.

옛날보다 더 자연스럽다. 말도 편하게 하고, 마음도 편해진 것 같다. 또 서로를 대하는데 격의도 없다.

당장 두 사람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하지만 등여산이 있어서 묻지 못한다.

“자, 질문은 나중에. 일단 좀 쉬고. 나 지금 나왔어. 지금. 반쯤 죽다가 살았다고.”

호발귀가 엄살을 부렸다.

“그럼 빨리 벗어날까?”

“아니, 우선 근처 아무 데나.”

“여기서 안 나가?”

“자세한 말은 나중에. 우선은 아무 데나 들어가서 쉬자고. 목욕도 해야겠고. 여기가 혈천방이지만 우릴 건드리지는 않을 거야. 당분간은. 혈천방주도 준비해야 할 테니. 그러니 오늘은 그냥 편한 데서 좀 쉬자고.”

호발귀가 말했다.

“그래도 아무 데서나 쉴 수가 있나. 한적하게 떨어진 곳을 알고 있어. 가자.”

도천패가 먼저 앞장섰다.

홀리는 앞서가는 등여산의 소맷자락을 살짝 움켜잡았다.

등여산이 뒤돌아봤다.

“저기……”

홀리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다른 말은 다 미루더라도 호발귀와 인연을 맺은 사실만은 당장 말해야 도리일 것 같았다.

“풋!”

홀리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등여산이 피식 웃었다.

“나족?”

“알…… 고 있었어?”

홀리는 눈만 끔뻑거리면서 힘들게 말했다.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를 수 있어? 축하해.”

등여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 마지막 선은 귀색혼령대법을 펼친 후에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우리 둘 다 죽은 후이니 미안할 것도 없을 것이고. 그건 어차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랬다면 정말 슬프고 화났을 거야.”

등여산이 홀리의 손을 마주 잡았다.

“내가 이해한다고 했잖아.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 전에도 말했지만 너니까 괜찮아. 정말 정말 괜찮아. 너도 나니깐 봐줘. 그럼 우리 이제 한 식구네?”

“정말…… 괜찮아?”

“사실은 조금 어색해. 이런 경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만 너니까 괜찮아. 이건 정말이고. 이런 상황도 같이 지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나족은 일부다처이지만 위아래를 엄격히 따져. 나이가 아니라 부인된 순으로.”

“우린 그런 거 하지 말자. 그냥 벗하는 게 어때? 평생 벗. 남자만 평생지기 있으란 법 없잖아.”

홀리가 등여산을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난 기뻐. 널 식구로 맞이해서.”

등여산도 홀리를 껴안았다.

도천패와 당홍은 부지런히 호발귀 뒤를 쫓아갔다. 그러다가 문득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호발귀를 쫓아가는 것보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흥미롭다.

간단한 말 몇 마디로 저간의 사정을 읽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렵지 않을 때도 있다. 시시콜콜하게 시작이 어떻고 끝이 어떻고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된 거야?”

도천패가 나직하게 말했다.

“잘 됐지 뭐. 둘 중 한 명이 물러서야 한다면 누가 물러설까. 이런 생각 한두 번 한 거 아니거든. 생각할 때마다 머리에 쥐 났는데, 잘 됐다.”

당홍이 진심으로 기뻐했다. 또 등여산이 두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인 게 고마웠다.

참 이상하다. 이 일은 두 사람이 고마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오로지 세 사람 문제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하게 된다.

홀리는 뇌옥에서 호발귀를 봤을 때부터 탈출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소상히 이야기했다.

어떻게 해서 호발귀와 부부지연을 맺었는지도 말했다.

네 사람과 앞서가는 호발귀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더 재미있고, 중요했다.

혈마가 사람을 알아본다!

홀리를 알아본다!

홀리는 많은 말을 했지만, 부부지연을 맺었다는 말만큼이나 중요한 말이다.

혈마는 광인인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미치광이인데…… 홀리를 알아본다? 홀리가 그만하라고 하면 살생을 멈추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도 알아볼까? 등여산은? 도천패나 당홍도 알아볼까?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단 홀리를 알아보는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홀리가 구혼음소를 읊으면 혈마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아니다. 구혼음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아무 말만 해도, ‘그만둬’, ‘하지 마’ 등등 일상적인 말만 해도 호발귀는 혈마를 벗어난다.

이것처럼 기쁜 일이 어디 있나.

호발귀에게 맹점이 생겼다는 것도 알았다. 혈마에서 빠져나오면 한동안 탈진 상태가 이어진다.

공백 상태다.

그때는 어린아이도 호발귀를 죽일 수 있다.

무적의 혈마가 최약체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예전 혈마는 이런 단계가 없었다. 혈마에서 호발귀로 단숨에 넘어왔다.

확실히 호발귀는 많은 것이 변했다.

“이게 발전인지 변형인지 알 수가 없네.”

등여산이 중얼거렸다.

“응? 무슨 말이야?”

홀리도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즉시 물었다.

“이런 상태가…… 갑이라는 혈마에서 을이라는 전혀 다른 혈마로 변형되었을 수도 있고, 갑이라는 혈마가 특갑 상태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을 수도 있어서. 변형이라면 다른 혈마인 거고, 특갑이라면 진짜 혈마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해서.”

“아!”

홀리가 탄식했다.

호발귀는 구혼음소를 다른 형태로 받아들인다.

죽음의 구혼음소를 삶의 형태로 발전시켰다.

그렇다. 이것을 확실히 발전이다.

호발귀 자체가 바뀐 게 아니다. 원래의 혈마에 자각 증상이 보태진 것이다.

“그럼 어떡하지?”

“지켜봐야지. 전처럼.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가자. 오늘은 아무 일도 없잖아.”

등여산이 홀리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도천패가 물었다.

“변한 것 없어. 혈천방을 쫓아야지. 그래서 일부러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은 거야. 방주를 계속 쫓으려고.”

복수도 해야 하고, 사부님도 찾아야 한다.

“도대체 사부님을 어디다 숨겨 놓았는지 모르겠어. 방주가 행방을 안다고 했으니 여긴 없는 것 같아.”

호발귀가 말했다.

“본방에도 숨겨 놓지 않았다. 그러면 어디다 숨겨 놓은 걸까? 사부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대 혈천방주가 도둑 한 명 잡아서 뭘 하겠다고.”

도천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방주 뒤를 쫓아가 보면 알겠지.”

“아까부터 자꾸 뒤를 쫓는다고 하는데, 방주가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간대?”

“후후! 여기는 이미 망했잖아.”

호발귀가 혈천방 본방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본방은 망했다. 귀무살이 떠나갔다.

팔당 중 상당수가 숲에서 죽었다. 팔당을 다시 추스를 수는 있지만, 한 개 또는 두 개로 만족해야만 한다.

예전 팔당이 아니다.

혈천방은 지금 같은 경우 어김없이 터를 옮긴다.

아무런 일이 없어도 이삼 년에 한 번씩은 본방을 옮기는 자들인데, 이런 일까지 벌어졌으니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경우, 당장 있던 것을 모두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혈천방을 일으킬 것이다.

혈천방에는 귀문이 있다.

아직도 많은 무인을 쏟아내 줄 원천이 있다.

호발귀가 귀문 몇 개를 없앴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더 많은 팔방, 전혀 다른 귀무살이 끊임없이 제공될 것이다. 상대하는 사람이 질릴 정도로.

특히 이번에는 혈천방주가 호발귀의 무공을 비교적 상세하게 봤다.

그러니 다음번에 다시 나타날 때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한 모습일 것이다.

“혈천방주가 움직인다면 당연히 쫓아가는데…… 우리가 추격하는 것을 모를까?”

“팔십일수는?”

“아! 미안. 그동안 정신없어서.”

도천패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팔십일수에는 뛰어난 신법, 보법이 많다.

은허신법, 축지지망보, 면화섬보…… 도둑이 남의 집에 들어갈 때 소용될 모든 신법과 보법이 총망라되어 있다.

팔십일수만 수련했다면 혈천방주라고 해도 뒤쫓을 수 있다.

“수련 좀 하라니까.”

“하면 될 거 아냐! 오랜만에 만나서는 문주 노릇부터 하는 거야!”

도천패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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