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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211화 (211/500)

第五十三章 잘못된 진결(眞訣) (1)

탁!

당홍이 도천패의 등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 순간, 도천패도 당홍이 튀어 나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에엑!

하늘에서 번쩍! 칼이 떨어졌다.

대도가 혈천방도를 노린다. 하늘에서 큼지막한 바위가 쿵! 떨어진다.

“온다!”

혈천방도는 도천패와 맞상대하지 않았다. 도천패가 다가오면 무조건 피했다. 그렇다고 싸움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우회 공격은 더욱 악착같이 펼쳤다.

퍽퍽퍽! 쒜에엑! 스슷!

들어오고 나가고, 검을 던지고, 쳐내고…… 일시에 십여 합이 일어났다.

당홍도 혈천방도와 검을 부딪쳤다.

혈천방도는 당홍의 검을 피하지 않고 맞받았다. 도천패처럼 천력으로 내리치는 검이 아니라서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당홍은 독활칠수를 펼치지 않았다. 처음 몇 수를 쳐낼 때는 무조건 독활칠수를 사용했지만, 연수합격술에 익숙해지자 오히려 평범한 초식을 구사했다.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검초다.

혈천방도에게 긴장하지 말고 덤비라는 뜻이었는데, 생각대로 그녀만 나오면 무조건 맞서려고 한다.

까앙! 깡!

검과 검이 부딪쳤다.

예상했던 기습도 그대로 이루어졌다. 좌우에서 검이 쏟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딱 그렇다. 좌우에서 서너 명이 옆구리를 쑤시겠다고 검을 들이밀었다.

그때, 당홍은 왼손을 활짝 폈다.

당홍의 손에서 하얀 분가루가 화악 번져나갔다.

“웃!”

혈천방도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물러서는 것보다 하얀 가루가 휩쓸어 오는 게 훨씬 빨랐다. 그들의 전신에 하얀 분이 묻었다.

순간, 도천패가 당홍의 몸에 묶은 줄을 확! 잡아당겼다.

당홍의 몸이 뒤로 쭉 당겨졌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나는 순간에도 다시 한번 왼손을 활짝 폈다.

파파파팟!

두 번째 분가루가 퍼져나갔다.

당홍에게는 독이 없다고 했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아주 약간, 한두 번 쓸 것은 가지고 있다. 양이 너무 적어서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쓰면 딱 좋겠다 싶었다.

한두 번쯤은 혈천방도를 깜짝 놀라게 할 필요가 있다

“커컥!”

“으아악!”

혈천방도가 목을 잡고 무너졌다. 두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쓰러지는 자도 있다.

당홍이 뿌린 독은 독성이 매우 강렬하다.

코로 들이마신 자는 폐가 녹아버린다. 눈에 맞은 자는 당장 실명한다. 그것도 빨리 처치해야지, 처치가 늦으면 독이 눈을 타고 뇌로 들어가서 뇌를 녹여버린다.

당홍은 연수합격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몸도 도천패에게 완전히 맡기는 법도 배웠다.

도천패를 믿고 몸을 맡긴다.

도천패는 줄을 두 번 잡아당긴다. 첫 번째 탁! 하고 잡아당기는 것은 당홍을 전장에서 빼내는 동작이다. 두 번째 잡아당기는 것은 자신이 움직인다는 신호다.

두 번째 움직임을 받으면 당홍은 허공에서 신형을 뒤집어 도천패를 찾는다.

타악!

두 번째 줄이 당겨졌다.

당홍은 줄이 당겨지는 탄력을 이용해서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도천패를 찾아 등에 안착했다.

그 순간, 도천패가 대력도강을 터트렸다.

서로 간에 공격을 방해하지 않는다. 최대한 효과적인 공격이 펼쳐지도록 돕는다. 그러면서도 안전을 도모한다.

도천패가 대력도강을 터트릴 때, 당홍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천패의 등 뒤에 붙어서 상대방의 협공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쒜에에엑!

도천패가 전개한 대력도강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칼이 아니다. 내리치는 듯했지만 아무 힘도 없이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아아악!”

혈천방도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도천패와 당홍이 한 몸이 되어 전재하는 연수합격술은 완벽할 정도로 조화를 이루었다. 그동안 단순히 무리로만 짜 놓은 모든 동작이 호흡마다 착착 맞아떨어졌다.

“지쳤어?”

당홍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사흘은 더 싸울 수 있어.”

“그럼 간다!”

당홍이 또 튀어 나가려고 두 손으로 도천패의 어깨를 잡았다. 발끝을 등에 댔다.

그런데…… 혈천방도가 일제히 물러서기 시작했다.

“어! 저놈들, 물러서는 것 맞지?”

도천패가 대도를 떨구면서 말했다.

“맞아. 물러가고 있어.”

막 도천패의 등을 박차고 솟구치려던 당홍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위에는 혈천방도의 시신이 서른 구쯤 쌓여 있다.

부상당에서 신음을 흘리는 자는 없다. 도천패나 당홍은 매우 강한 살수를 전개했다. 한시바삐 이들을 제치고 호발귀에게 가야 하므로 사력을 다했다.

두 사람에게 가격당한 자들은 모두 절명했다.

그런데 혈천방도는 동료의 시신도 수습하지 않은 채 말없이 물러나고 있다.

“이놈의 새끼들! 올 때는 마음대로 왔지만……”

도천패가 혈천방도를 쫓으려고 했다.

그때 당홍이 두 손으로 도천패의 목덜미를 만지며 말했다.

“지금 급한 것은 호발귀인 거 같은데?”

“아!”

도천패는 급히 호발귀를 떠올렸다.

“어? 그러고 보니…… 이게 뭐지?”

도천패가 고개를 돌려 당홍을 보며 물었다.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계속해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는데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것들이 인제 보니!”

“너무 서둘지 마. 호발귀가 당하진 않았을 거야.”

당홍은 그렇게 말했지만, 도천패를 달래주기 위한 말일 뿐, 당홍 역시 마음이 번잡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둘 중 하나다. 호발귀가 당했거나 혈천방도가 몰살당했거나.

양쪽 모두 예상이 가능하다.

“간다!”

쒜에에엑!

도천패가 다짜고짜 신형을 쏘아냈다.

당홍은 도천패의 등에 업혀서 사방을 주시했다.

이것 역시 연수합격술의 일환이다.

도천패는 앞만 보고 돌진한다. 주위를 살피는 것은 당홍 몫이다. 도천패는 주위를 살필 필요가 없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달릴 수 있다. 당홍은 달릴 필요가 없다. 그 힘을 보태서 사방을 살피는 데 사용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할 일에 최대한 집중한다.

스으으으읏!

멧돼지처럼 급하게 돌진하던 도천패가 걸음을 멈췄다.

이상한 사람들을 봤다.

노인, 여자, 어린애…… 싸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다.

“이건 또 뭐지?”

도천패가 눈을 부라렸다.

‘느낌이 안 좋은데……’

당홍도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도천패가 걱정할까 봐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니, 다른 말을 했다.

“일단 피해. 저 사람들은 혈천방 식솔들이야.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은 모두 혈천방 사람이라고 봐야 해. 저 사람들은 이미 우리가 혈천방의 적이라는 걸 알 테니, 결코 우리한테 좋은 말을 해주지 않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돌아가.”

“음!”

“이 사람들이 온 방향으로 가봐. 아무래도 이 사람들도 싸움과 연관 있는 것 같거든.”

“알았어.”

쒜에에엑!

도천패가 사람들을 피해서 신형을 쏘아냈다.

* * *

창! 창! 창! 창! 창창!

검과 검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등여산은 사력을 다해서 설화팔극검을 펼쳤다.

검을 쓰는 사람은 무심한 상태에서 검초를 펼쳐야 한다. 한 번만 삐끗하면 목숨이 떨어진다.

내 칼만 상대방을 베는 게 아니다. 상대방의 칼도 나를 벤다.

그 순간은 찰라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앗차’는 실수를 의미한다. 다시 긴장하고 조심하면 된다. 무인이 토해내는 ‘앗차!“는 죽음을 뜻한다. 생과 사가 갈린다.

그런데 등여산의 마음속에는 호발귀에게 빨리 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담겨 있다.

깡깡깡!

검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중에 귀검이 검이 슬쩍 옆으로 미끄러졌다.

’앗차!‘

등여산은 검이 미끄러지는 것을 봤다. 하지만 대응할 수가 없다. 이미 늦었다.

터억!

검이 정확하게 등여산의 등을 후려쳤다.

귀검은 설화팔극검의 허점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고, 등여산조차도 이 정도면 완벽하다 싶은데 없는 틈까지 찾아내서 검을 펼친다.

전임 살단주 오택골이 어떻게 당했는지 이제야 비로소 정확하게 알았다.

귀검은 호발귀도 이긴 적이 있다. 혈마 무공을 수련한 호발귀를 완벽하게 몰아붙였다. 호발귀가 생기를 건드릴 줄 아는 지금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검초만으로는 아직도 무적이다.

귀검이 말했지 않나. 생기를 건드리지 않고 무공으로 승부를 낼 수 있으면 그때 부딪히자고.

생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누구와도 싸운다.

귀검은 등여산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니 검배로만 등을 후려치지.

벌써 다섯 번을 맞았다.

실전 같았으면, 귀검이 등여산을 죽일 생각이 있었다면 다섯 번은 죽었다는 뜻이다.

”이잇!

등여산은 바로 돌아섰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쳐올렸다. 그때,

스읏!

귀검이 길을 비켰다.

날카롭든 검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땅을 향해 검을 늘어트리고, 눈도 내리깔았다.

귀검은 등여산을 보지 않는다.

‘길을 비켜준다? 이건가? 아!’

등여산은 직감적으로 귀검의 뜻을 읽었다.

귀검은 목적을 달성했다. 드디어 비명이 그쳤다. 호발귀에게 무슨 일이 생겼든 혈천방이 결딴이 났던 둘 중 하나는 확실하게 벌어졌다.

“호발귀에게 탈이 생겼으면 당신…… 용서하지 않아!”

등여산이 싸늘하게 말했다.

귀검은 여전히 땅을 쳐다본 채 딱딱하게 말했다.

“그 말은 강자의 몫이다. 약자가 할 말이 아니야. 넌 지금 약자다. 강자가 된 다음에 하도록.”

“그 말도 기억할게.”

“많은 말을 마음에 담지 마라. 머리가 복잡하면 검이 안 나와.”

“뭐라고!”

등여산은 화가 치솟았지만, 곧 냉정을 되찾았다.

지금은 귀검과 입씨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빨리 호발귀에게 가봐야 한다.

호발귀를 생각하자 마음이 개미굴처럼 번잡해졌다.

“흥!”

등여산은 귀검을 향해 코웃음을 보낸 후, 재빨리 신형을 쏘아냈다.

쒜에에엑!

그녀의 급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달려가는 모습이 성난 솔개처럼 날카로웠다.

귀검은 잠시 하늘을 쳐다봤다.

혈마가 나오면 혈마를 모신다. 혈마가 아니면 죽인다.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귀검은 혈마가 정신 이상자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귀검은 직책상 혈천방주 다음으로 혈마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었다.

귀검이 판단한 혈마는 천신(天神)이다. 무신(武神)이다. 혈마는 정신 이상자가 되어서 전 중원을 피로 물들인 것이 아니다. 차곡차곡 정복해 나갔다.

실례가 있다.

대다수 사람은 혈마가 중원을 피로 물들인 것만 본다. 검으로 굴복시킨 적도 있는데, 그 좀은 보지 않는다. 죽이지 않고 검만 꺾은 자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반드시 다 죽인 것은 아니다.

혈마가 정말로 미친놈이라면 다 죽였어야 한다.

어쩌면 그 한 가지 사례만으로 혈마가 미친놈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오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혈마가 어쩌면 진정한 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귀검은 혈마 탄생을 반대하지 않는다.

혈천방은 혈마를 모시는 집단, 혈마는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다만, 그 혈마가 미치광이 혈마가 아니기를 바랄 뿐.

미치광이 혈마가 나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떤 혈마든 실체는 드러내야 한다. 이백 년을 기다려왔지 않나. 정 혈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검을 들면 된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완벽한 혈마가 되기 전에도 호발귀 적수가 되지 못했는데, 완벽한 혈마가 되어 버리면 어떻게 이기겠나.

그때는…… 이 세상은 지옥이 된다.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후후! 후후후!”

귀검은 하늘을 보며 웃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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