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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193화 (193/500)

第三十九章 첩심인(貼心人 : 허물없는 친구, 애인) (3)

이자와 삼자가 정면으로 들이치는 동안 일자, 사자, 육자는 다른 방향으로 북산을 올랐다.

호발귀가 북산에 있다면 정면충돌은 무의미하다.

그래도 기대할 수 있는 게 있다. 호발귀가 혈마와 부딪친 후, 혈기가 들끓을 때 기회가 생긴다.

세 명 중 한 명이 호발귀를 지키는 등여산을 공격한다.

이때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무조건 죽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맹렬하게 들이친다. 오히려 죽이는 시간이 빠를수록 호발귀를 잡을 기회가 생긴다.

한 명이 등여산을 상대하는 동안, 두 명은 호발귀를 친다.

호발귀를 공격한다고 해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공격이 아니라 자살 행위다.

귀색무를 피운다.

일단 정신을 떨군 후에, 쇠사슬로 묶는다.

혈마를 열 명이나 쇠사슬로 묶어 봤다.

혈기 상태에 따라서 발광하는 정도가 달라지는데, 어떤 경우에도 쇠사슬을 끊지 못했다.

일단 호발귀를 잡아놓고, 토초가 나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그렇다. 지금 호발귀는 인간이 아니다. 곰이나 호랑이처럼 맹수다. 사냥 대상이다.

쒜에엑! 쒜엑!

세 사람은 빠르게 움직였다.

당홍이나 도천패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미 촌장이 발을 묶어놨을 것이다.

“걸려들었을까?”

“쉿!”

“여긴 아무도 없잖아!”

“조용히 안 할래!”

육자는 인상만 찡그릴 뿐 입을 다물었다.

스으으읏!

세 사람은 순식간에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일제히 품에서 피독단을 꺼내 입에 넣었다.

귀색무는 멀쩡한 사람도 나락으로 떨군다.

지금 지하 토굴에는 귀색무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원래 성분은 아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 연기와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았을 뿐이다.

원래는 열 배 이상 지독하다.

세간에 피독단이 많지만, 귀색무에 특화된 피독단을 복용하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가자.”

그들은 동굴 계단을 밟으며 내려갔다.

스읏! 스슷! 스으으읏!

계단을 밟는 것인지 미끄러지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 계단을 수십 번도 넘게 오르내렸다. 몇 번째 계단 모서리가 깨져있는지까지 다 안다.

그들은 빠르게 내려갔다.

벽에 횃불이 걸려 있지만 밝히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조용히 내려갔다.

일단 뇌옥 안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때다. 갑자기 동굴 밑 광장 쪽에서 허공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터졌다.

쒜에에엑!

무엇인가 날아온다. 화살 나는 소리가 난다.

“웃!”

사자는 슬며시 발을 내딛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위로 올라왔다.

마침 육자는 위에서 내려서던 중이었고, 두 사람은 몸이 부딪치고 말았다.

턱! 슷슷! 퍼억!

무엇인가 날아와 흙벽을 강타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발각된 것을 안다. 하지만 상대도 짐작만 할 뿐,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다. 만약 눈으로 확인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위협적인 공격을 펼쳤을 것이다.

스읏!

사자가 벽에 꽂힌 물체를 손으로 더듬었다.

“검.”

그가 속삭이듯 나직이 말했다.

그의 음성은 너무 낮아서 맨 뒤에 있는 일자에게까지도 들리지 않았다.

“검.”

육자가 일자에게 전달했다.

세 사람은 바닥에서부터 자신들이 있는 위치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거리가 거의 이십여 장에 이른다.

바닥에서 던진 검이 이십 장을 날아와 흙벽에 꽂혔다.

굉장한 내공이다.

이만한 내공을 구사했다면, 호발귀인가?

아니다. 동굴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눈치챈 것인데, 혈마의 괴성이 들리지 않는다.

혈마의 괴성은 철창을 넘지 못하지만, 그래도 세 사람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다. 그쪽에 너무 예민하게 신경을 쓴 탓에 이제는 뚜렷이 듣는다.

그런데 괴성이 들리지 않았다.

혈마 넷이 당했다는 것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호발귀도 틀림없이 혈기에 휘감겼다. 등여산은 구혼음소를 알고 있으니 읊조렸을 것이다. 귀색무 없이 혈마라는 괴물을 받아들인다.

이건 혈마후가 되겠다는 게 아니고 자살하겠다는 거다.

어쨌든 호발귀와 등여산은 한 덩어리가 되어서 뒹굴고 있어야 한다. 호발귀는 이미 정신이 빠져나가서, 등여산은 호발귀에게 시달리느라고 무공을 쓸 수 없다.

토초처럼 근육으로 뭉친 여자도 혈마와 관계할 때는 무력해진다. 힘을 전혀 쓰지 못한다. 하물며 등여산처럼 가녀린 몸으로는 혈마를 감당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무공을 펼칠 수 없다면 검을 던진 사람은 누군가?

호발귀와 등여산이 정사를 벌이고 있지 않다면 무공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호발귀가 무공을 펼쳤을 것이다. 그리고 검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달려와서 검을 쳐냈을 것이다. 원정을 읽을 수 있으니 어둠도 문제가 안 된다. 왜 호발귀가 아니라 등여산이 검을 던진 거지?

이것도 말이 안 되고 저것도 말이 안 된다.

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다.

세 사람은 뱀이 담장을 기어가듯이 스르르 계단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순간,

쒜에에엑!

또 파공음이 들린다.

사자는 몸을 바닥에 찰싹 붙이면서 엎드렸다.

퍼억!

파공음이 등 뒤를 스치고 지나가서 흙벽에 꽂혔다.

스읏!

사자는 슬쩍 손을 들어서 꽂힌 물체를 확인했다.

“검.”

“검.”

그가 한 말은 즉시 맨 뒤에 있는 일자에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일자가 즉시 고함쳤다.

“누구냐! 누군데 남의 집에 와서 주인에게 검을 던지는 것이냐!”

일자가 동굴이 쩌렁 울리도록 고함질렀다.

행적은 이미 발각되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말을 건넸다. 음성을 듣고 검을 던진 자가 누군지 알아내려는 것이다.

세 사람은 대답이 들려오기를 기대하면서 잠시 기다렸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세 명이나 왔다.

저들 무공으로 보면 촌장의 다섯 아들 중 셋인 것 같다.

등여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자신은 저들 중 한 명, 많아야 두 명 정도 상대한다.

어떤 경우든 한 명은 놓친다.

등여산은 호발귀를 쳐다봤다.

호발귀는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혼절한 게 아니라 죽은 것과 같은 상태이니 흔들어서 깨울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은밀히 숨을 수도 없다.

호발귀가 혼절해 있는 동안 뇌옥을 샅샅이 뒤졌다.

뇌옥은 은밀한 곳이 많다. 하지만 그런 곳은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디에 숨든지 당장 찾아온다.

방법은 하나, 최대한 접근을 지연시키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저들이 직접 음성으로 물어왔다.

다음 단계는 횃불을 밝힐 것이며, 바닥 사정을 확인한 후에는 신속히 공격해올 것이다.

‘제일 먼저 나부터 죽일 거야. 죽인 후에 호발귀를 찾는 것이 제일 좋지만 두 명에게 떠맡긴 후 찾아 나설 수도 있어. 지금 상태에서 발각되면……’

저들은 호발귀를 죽이지 않는다. 멀쩡하게 돌려놓지도 않는다. 혈마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 즉시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혈마후는 토초가 될 것이다.

‘나 어떡해. 힘 좀 줘.’

등여산은 죽은 듯 쓰러져 있는 호발귀를 쳐다봤다.

스읏!

사자가 계단을 내려가려고 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쒜에에엑!

이번에도 어김없이 검이 날아왔다.

사자는 급히 발을 끌어당겼다. 몸도 숙였다. 검이 날아올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응이 빨랐다. 순간,

쎄엑!

맨 뒤에 있던 일자가 즉시 신형을 쏘아냈다.

그는 흙벽으로 달려가서 횃불을 잡았다. 그리고 화섭자를 즉시 당겼다.

파아아앗!

횃불에 불이 밝혀졌다.

작은 횃불이지만 지하 뇌옥을 살피기에는 충분하다.

적이 어디쯤 숨어있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다. 검을 날리는 파공음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안다.

파팟! 팟!

횃불이 밝혀지자 세 사람이 일제히 한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분명히 검을 던진 곳인데, 아무도 없다.

“잘못 알았나?”

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아니, 저곳이 맞아.”

일자가 흙벽에 박힌 검을 살폈다.

검이 세 자루나 날아와 박혔다. 흙벽에 박혀있는 방향과 각도가 모두 한곳을 가리킨다.

“혈마의 검이군. 임기응변. 혈마의 검은 모두 네 자루. 세 자루를 썼으니 남은 건 하나. 이제 던질 것도 없었군.”

스읏!

일자가 일어섰다.

상황을 짐작했으니 이제 거칠 게 없다.

검을 던진 자가 누구든, 일단 숨었다. 자신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라면 절대로 숨지 않는다.

스읏! 슷!

사자와 육자도 일어섰다. 그리고 거침없이 계단을 밟아 내려왔다.

등여산은 호발귀를 데리고 혈마가 있던 뇌옥으로 갔다.

생각이 맞는다면 저들은 혈마를 두려워한다. 혈마 곁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다.

문제는 저들도 혈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인데.

등여산은 진기를 끌어올렸다.

마공관 마공 중 웃음에 진기를 실어서 보내는 마광소(魔狂笑)가 있다. 웃음을 접한 사람은 기혈이 진탕되면서 일시적이지만 내공이 흩어진다.

물론 저들에게는 마광소가 통하지 않는다.

‘진기를 천용혈(天容穴), 천창혈(天窓穴)로 보낸 다음 수돌혈(水突穴)을 자극한다.’

츠읏!

마광소의 진공 요결대로 진기를 운기했다.

등여산은 마광소의 웃음소리 대신 음침한 괴성을 쏟아냈다.

“큿! 큭큭큭! 키킥! 킥!”

혈마의 괴성을 최대한 떠올렸다.

혈마가 죽지 않고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정도로…… 매우 미약하게 괴성을 쏟아냈다.

혈마가 죽지 않았다고 믿으면, 저들은 들어서지 못한다.

‘다시 한번!’

“키킥! 크크크크! 끄으으!”

이번에는 마지막에 숨 떨어지는 소리까지 넣었다. 혈마가 묶여 있던 쇠사슬까지 살짝 건드렸다.

철컹!

쇠사슬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혈마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괴성을 내지른다. 몸을 비튼다. 몸을 묶고 있는 쇠사슬이 울린다.

등여산은 마광소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계속 걸어오면 이제 검을 잡아야 한다. 잠시라도 멈추면 한숨 돌린 것이다.

“혈마?”

사자가 일자를 쳐다봤다.

“아니, 이건 혈마의 괴성이 아니다. 비슷하긴 한데, 틀려. 이건 마광소에 괴성을 섞은 거야. 후후후! 등여산이 급하긴 급했구나. 하하하! 잡앗!”

일자가 빽 소리를 질렀다.

“확실해? 혈마와 부딪치는 건 정말 싫은데.”

사자가 쭈뼛거렸다.

사자는 혈마와 부딪친 적이 있다. 혈마에게 당해서 심한 심마(心魔)를 겪었다.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칠 주야 동안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혹시 다른 일을 벌일까 봐.

“바보 같은 놈. 따라와.”

일자가 사자를 흘겨보며 거침없이 뇌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만. 거기 멈춰.”

등여산이 검을 들고 세 사람 앞에 나섰다.

“후후후!”

“킥킥!”

세 사람은 등여산을 보자 비로소 안심했다. 아니라고 확신하면서도 께름칙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등여산이 말했다.

“호발귀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너희, 호발귀가 하는 일을 방해하며 뼈도 못 추려. 이건 장담해.”

등여산은 세 사람을 앞에 두고도 매우 침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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