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전인-180화 (180/500)

第三十六章 손님접대 (5)

예상이 맞았다.

당홍의 독은 조금도 먹히지 않았다. 저들은 이미 당홍을 의식해서 피독단을 복용한 상태다.

도천패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남과 동시에 대로를 쳐냈다.

“훗!”

혈천방주가 헛바람을 토해냈다.

도천패의 공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거칠어서 다소 놀란 표정이다.

“내가 너보다 못해서 피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인데. 하긴 사람들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산다마는, 무인이 그러면 제명에 못 죽어. 칼 내려놓지?”

스릉!

혈천방주가 검을 뽑았다.

방주는 호발귀만 잡으려는 게 아니다. 혈천방에 들어온 사람들 모두를 잡을 생각이다.

“네 놈이 미친개인 줄은 진작 알았지. 자고로 미친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이야.”

스읏!

도천패가 진기를 끌어냈다.

“칼이 생각 밖으로 강해. 우리 정보가 이렇게 취약했나? 어떻게 칼을 잘못 읽을 수가 있지?”

혈천방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문촌 사내 중 두 명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두 명은 당홍에게 붙었고, 한 명이 혈천방주에게 다가왔다.

“제가 맡죠.”

“그럴까?”

혈천방주는 즉시 뒤로 빠졌다.

“나도 힘깨나 쓴다고 지랄하는데, 보아하니 너도 그런 것 같네. 우리 같이 염병 좀 떨어보자고. 후후!”

도천패 앞을 막아선 자가 말했다.

그도 칼을 쓴다.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고, 머리는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크고 길다.

매우 사나운 얼굴이다.

“네가 몇 번째냐? 꽤 늙은 걸 보니 첫째 아니면 둘째겠는데.”

도천패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지랄. 남의 집 족보는 알아서 뭐 하게. 뒈졋!”

쒜에에엑!

칼이 날아왔다.

“웃!”

도천패는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대도를 들어서 막았다.

까앙! 깡! 깡깡깡깡!

연타음이 터졌다.

장발 사내는 마치 칼로 내리쳐서 대도를 분질러 버리겠다는 듯 쉴새 없이 가격했다.

그만큼 칼을 쓰는 솜씨가 빠르기도 했다.

쒜에에엑!

도천패가 큰 칼을 내리쳤다.

내리치고, 올려 치고, 휘돌리고, 뒤돌아서 치고…… 연속해서 십여 차례나 공격을 이어갔다.

상대가 방어하지 못하게끔 거칠게 몰아붙인다.

찰나라도 틈을 주면 즉시 반격해온다. 물론 공격 중간에 허술한 면이 보여도 즉시 반격당한다.

그러니 반격하지 못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아주 빠르게, 더욱더 강하게 쳐내야 한다.

“후후! 이거 완전 선불 맞은 멧돼지네.”

머리 큰 사내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스륵!

사내의 칼이 대도를 휘감았다. 그리고 텅! 밀었다.

틈이 생겼다. 순간 사내는 연타를 가했다.

탕탕탕! 탕탕탕탕!

칼과 대도가 수십 차례가 불똥을 튀기며 부딪쳤다.

사내는 연타를 즐긴다. 공격을 막는 데는 칼 한 번 들면 끝난다. 상대방의 병기가 날아오는 길목을 지키면 병기끼리 부딪친다. 상대 초식이 무력화된다.

사내는 연타를 이용해서 방어를 공격의 기회로 돌려버린다.

병기끼리 부딪치는 순간, 칼을 슬쩍 퉁겨서 상대의 병기를 밀어낸다. 그러면 공간이 생긴다. 틈이 벌어졌다. 칼을 쳐낼 수 있는 거리가 생긴 것이다.

타앙!

첫 번째 칼은 약하다. 거리가 좁은 만큼 약할 수밖에 없다.

탕!

두 번째 칼은 강하다. 상대의 병기도 밀어냈고, 자신의 칼도 반탄력을 밀어서 멀리 떨어져 나왔다. 그만큼 칼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

그다음은 순식간에 십여 차례나 연타가 쏟아진다.

타앙! 탕! 탕탕탕탕탕!

이번에도 역시 연타다. 일단 칼이 부딪치면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까지 칼을 두들겨 댄다.

사내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을 구사한다. 힘이 워낙 세기도 하지만, 수련한 진기도 강맹한 종류다.

스읏!

도천패는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잡았다. 그러자 사내가 공격에 오기 전에 즉시 대도를 쳐냈다.

쒜에에에엑!

큰 칼을 휘둘러서 내리친다. 내리치면서 대도를 빙그르르 돌리면서 얼굴을 찍는다. 상대가 칼을 들어서 막았다. 순간. 상대방의 칼등을 타고 밑으로 흘러내려서 손목을 친다. 상대가 뒤로 물러선다. 즉시 따라붙으면서 다리를 찍는다. 한 발을 뺀다. 그렇다고 배까지 뺀 건 아니다. 배를 친다. 칼날이 내려와 막는다.

타앙! 탕!

이번에는 사내가 대도를 밀어냈다. 틈이 생겼다.

‘제길!’

틈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기선을 빼앗겼다.

탕탕탕탕탕!

연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싸움이 벌어지면 힘들 것이라는 건 예상했다. 적진 한복판이다. 상대가 고수가 아니더라도 수백, 수천 명이 달라붙을 것인데 그 싸움이 어떻게 힘들지 않을까.

사로잡히는 것은 물론이요, 죽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혈천방 초대에 응한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다. 혈천방 전원과 싸울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야기가 항시 좋게만 끝날 수는 없다. 나쁘게 끝날 경우, 순순히 돌려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때는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다해서 싸워야 한다.

혈천방주를 믿어서 초대에 응한 게 아니다.

혈천방과 싸울 각오로 응한 것이다. 혈천방에서 전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각오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혈천방을 뚫고 나가야 한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싸우면 된다. 하지만 지금 당장부터 귀무살을 비롯한 혈천방 전원이 몇 사람을 죽이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좋은 일은 길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 끝자락에는 언제나 죽음이 걸려있다. 그러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당홍은 소강상태를 유지했다.

그녀에게는 두 명이나 달라붙었지만 쉽게 공격할 수 없다.

공격하는 척했다가 빠지고, 다시 공격했다가 또 빠진다. 그럴 때마다 당홍은 독분을 사용했다.

독은 한정되어 있다. 이제 곧 독분이 떨어지면 진신 무공으로 싸워야 한다.

냉정한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 돼! 빨리 빠져나가야 해!’

괜히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개죽음을 당할 필요는 없다.

‘책사가 무사히 빠져나갔으니 우리만 몸을 피하면 돼. 기회는 한 번뿐! 어떻게 빠져나가지?’

당홍은 기회를 엿봤다.

저들은 당홍과 도천패가 강해서 놀라고 했다. 하지만 당홍 역시 상대방의 무공이 이토록 강한 데 놀랐다.

홀리 무공을 보고 음문촌 무공을 대략 짐작했다. 한데 직접 겪어보니 훨씬 강하다. 짐작했던 것보다 적어도 두세 배 이상은 강한 것처럼 보인다.

음문촌에서 홀리 무공이 약했던 건가?

아니다. 홀리는 진신 무공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홀리와 호발귀가 정면에서 부딪힌 적이 있다고 했다. 홀리는 호발귀와 싸울 정도로 강하다.

그런 무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 음문촌 사내들이 본신 무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몇 명밖에 되지 않지만, 능히 일 개 문파를 멸절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하다.

버티면 버틸수록 손해다.

탕! 탕!

당홍은 힘차게 발을 굴러서 대청 바닥을 두 번 찍었다.

빠져나가자는 사전 약조다. 싸움에 정신이 팔린 도천패가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당홍!’

도천패는 발 구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지 당홍이 걱정되어서 슬쩍 쳐다봤다.

당홍은 자신보다는 사정이 훨씬 낫다. 독이 두 사내를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독분을 뿌리는 것도 그녀 무공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예전 같았다면 벌써 신법이 뒤틀려서 한 대 얻어맞았을 것이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만약 호발귀가 생기격타를 하지 않았다면 이자에게 말려들 뻔했다. 지금 당장 대도 위에 떨어진 칼조차도 받아내지 못하고 물러섰을 것이다.

이들의 계획은 완벽했다.

하루 동안 푹 쉬게 하고, 방주가 직접 식사를 하면서 호발귀 상태를 점검했다.

계획에서 하나라도 틀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번 점검했다.

그리고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을 준비했다. 혈마 네 명을 희생양으로 썼다.

하지만 이들은 두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첫 번째, 홀리가 호발귀와 등여산에게 구혼음소를 알려준 것이 결정타다.

호발귀가 토초에게 걸려들지 않았다. 독연향에서도 벗어났다. 혈마는 정신력까지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아무래도 구혼음소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둘째, 호발귀가 일행의 무공을 초 상승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도천패와 당홍이 펼치는 무공은 혈천방이 생각한 무공이 아니다.

그들이 판단한 무공보다 적어도 서너 배 이상은 강하다.

“나와!”

당홍이 소리쳤다.

순간, 도천패는 전력을 다해서 대력금강도를 펼쳤다.

천공반선, 대도를 머리 위로 들어서 빙글 돌린다. 일기감하, 단숨에 아래를 향해 베어낸다. 유동순간, 한순간에 움직임을 끝내고 싸움을 마무리한다.

쒜에에엑!

“하하하!”

장발 사내가 호승심이 치밀었는지 크게 웃으면서 달려들었다.

깡! 까앙! 깡깡깡!

대도와 사내의 칼이 거칠게 부딪쳤다.

대력금강도 십륜십도가 제대로 먹히지 못하고 있다. 도천패의 힘이 상대방을 압도하지 못한다. 상대방 역시 힘이라면 일가견 있다는 말이 맞는다.

‘나중에 보자!’

탁! 쉬이이잇!

도천패는 밖을 향해 신형을 쏘아냈다.

이곳에서 계속 싸우는 것은 불리하다. 저들은 숫자가 많다. 무공도 자신들과 비슷하거나 더 강하다.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막아!“

음문촌장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당홍에게 달라붙었던 자들, 도천패와 싸웠던 자, 그리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두 명까지…… 그들 다섯 명이 두 명을 포위한 형국이 되었다.

“이거나 먹어!”

당홍이 검은 가루를 홱 뿌렸다.

그러자 음문촌 사내 다섯 명이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까만 물체를 피해서 잇달아 십여 보나 물러섰다.

“비키란 말이야!”

도천패가 쩌렁 일갈을 내지르며 대도를 휘둘렀다.

접객 무인들에게는 상당히 운수가 사나운 날이다. 그러잖아도 당주가 상처를 입어서 쩔쩔매던 차에 도천패까지 들이닥치자 어쩔 줄 모르고 물러섰다.

쉬이이잇! 쉬잇!

도천패와 당홍이 접객 무인들을 헤치고 남의 집 담장을 넘어서 사라졌다.

“으음! 탕고(菪蠱)!”

혈천방주가 까만 벌레를 밟아서 죽였다.

원래 탕고는 혈천방에서 사용하던 독고(毒蠱)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달라붙는다.

살을 찢고 체내로 들어가서 독액을 뿜어낸다.

숙주를 단숨에 마비시킨다. 탕고 한 마리면 고양이를 쓰러트리고, 두 마리면 개를 쓰러트린다. 탕고 스무 마리를 던지면 코끼리도 무너트린다.

그 후, 탕고는 숙주를 먹는다.

먹이를 마비시킨 후, 살아있는 생명체를 조금씩 갉아먹는 포식 기생을 한다.

혈천방은 탕고를 고문할 때 사용했다.

탕고를 사용하면 육신이 마비되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낀다. 탕고가 오장육부를 갉아먹을 때마다 미칠 듯한 고통에 시달린다.

탕고는 독의가 혈천방을 떠날 때, 함께 사라졌다.

혈천방은 독고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

독의가 만들어주는 것을 받아서 쓰기만 했다. 그러니 독의와 함께 사라지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음문촌도 탕고를 안다. 그래서 검은 가루가 날아올 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즉시 뒤로 물러섰다. 탕고를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

“이거 무공이 터무니없이 강한데?”

음문촌장이 혈천방주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으음!”

혈천방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천패의 무공을 보고자 일부러 싸움을 이자, 둘째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칼과 칼이 부딪치는 것을 봤다.

확실히 상상 이상이다. 도천패와 당홍의 칼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등여산은 어떤가? 호발귀를 껴안고 한 손으로 검을 썼는데도 접객당주가 막지 못했다.

“놈들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해. 여긴 혈천방이거든. 내 집.”

혈천방주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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