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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179화 (179/500)

第三十六章 손님접대 (4)

그때, 토초가 앞으로 나섰다.

“타악 투 파 비투 쏘 추우 탄 치……”

토초가 구혼음소를 읊기 시작했다. 음고나 귀색무를 사용하지 않고 다짜고짜 주문부터 외운다.

호발귀가 움찔거렸다.

아직도 잔인한 흉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누가 봐도 구혼음소의 영향을 받는 게 분명했다.

등여산은 검을 꽉 움켜잡았다. 진기는 전신에 휘돌았다. 두 발이 막 땅을 박차려고 했다.

그 순간, 당홍이 등여산을 꽉 잡았다.

“왜?”

“가만. 뭔가 이상해.”

“언니, 지금 호발귀가……”

“나 좀 믿어.”

등여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당홍에게서 제발 좀 믿어달라는 표정이 엿보인다. 아니, 움직이지 말라는 단호함이 읽힌다.

“너희만 혈마를 연구한 줄 알아? 나도 했어. 한데 내 기준으로는 구혼음소를 읊는 순간, 호발귀가 쓰러져야 해. 지금 쓰러지지 않고 있잖아.”

등여산이 재빨리 호발귀를 쳐다봤다.

호발귀가 혈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안다. 길을 오는 동안에 생기격타를 통해서 여러 번 보기 싫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했다.

한 마디로 죽은 사람이 된다.

호흡도 없다. 맥박도 죽는다. 체온도 떨어진다. 완전히 죽은 사람으로 변해간다.

구혼음소는 호발귀에게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금 토초가 구혼음소를 읊고 있다. 한데도 호발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건 이상하다.

등여산이 당홍을 쳐다봤다.

당홍이 ‘너도 알았지?’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도천패에게 말했다.

“말 떨어지면 바로 죽여.”

“그러잖아도 그럴 생각이야.”

도천패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도천패를 대도를 꽉 움켜잡고 있다. 싸움이 시작되면 곧바로 혈천방주를 치겠다는 거다.

도천패의 의사가 너무 분명해서 혈천방주도 이미 알고 있다. 한데도 방주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경계심조차 일으키지 않는다. 활짝 웃으면서 싸움 구경을 할 뿐이다.

“피틴 투 키루 하 기루차……”

토초가 계속 구혼음소를 읊었다.

“킥킥킥! 킥!”

호발귀가 알아듣지 못할 괴성을 지르며 다가갔다.

하지만 혈마처럼 죽은 사람의 몸짓은 아니다. 호발귀는 산 사람의 몸짓이다. 차디찬 살인 도구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미쳐서 날뛰는 사람, 뭐라고 할까? 미친개라고 할까?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그러면서도 무공도 강하고 흉기도 들고 있어서 금방 살인을 저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호발귀가 정신을 잃었다는 느낌도 없다.

아니다. 호발귀는 정신을 잃었다. 이미 예전의 호발귀는 사라졌다. 지금은 전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오직 죽이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흉마일 뿐이다.

“처러카 미이 개자오라 도미 조 소이나……”

토초가 구혼음소를 읊으면서 호발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몸에 손을 댔다. 가슴을 만지고, 어깨를 만지고, 얼굴을 투박한 손으로 쓰다듬는다.

토초의 얼굴에 웃음기가 어렸다.

널 잡았어. 넌 이제 내 남자야. 내 혈마야.

토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때, 호발귀의 눈빛이 희번덕거렸다. 토초를 살기 띤 눈으로 쳐다봤다.

호발귀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뒤에 서 있던 음문촌장이 제일 먼저 발견했다.

“안 돼! 물러섯!”

음문촌장이 벼락같이 일갈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호발귀가 검을 휘둘렀다. 검이 토초의 배를 뚫고 들어갔다.

“큭! 큭큭큭! 끄으윽!”

토초는 완전 무방비 상태에게 검에 찔렸다.

그녀는 뒤늦게야 비명을 쏟아냈다.

하지만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호발귀가 검을 빼지 않고 있다. 토초 몸에 검을 박은 상태로 그녀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 토초는 검에 떠밀려서 뒤뚱뒤뚱 밀렸다.

“공격해.”

음문촌장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촌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일 또한 예상하였다는 듯 담담했다.

뒤에 늘어서 있던 자식들 다섯 명이 재빨리 뛰쳐나와서 호발귀를 포위했다.

그들은 포위하자마자 바로 향로를 꺼내서 향을 피웠다. 다른 손에는 섭선을 들고 살살 부채질을 했다.

다섯 방위에서 피어난 향이 일제히 호발귀에게 쏠렸다.

순간, 호발귀가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토초가 검에 찔려서 질질 밀려난 순간부터 향을 맡고 비틀거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촌각도 안 된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무슨 향인지 알아요?”

“몰라. 처음 맡아보는 향이야. 인체에는 전혀 지장 없는 것 같아. 독연향(毒煙香)은 아냐.”

당홍이 미간을 잔뜩 좁히며 말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호발귀는 분명히 타격을 받았다.

‘이건 매우 실전적이야. 진작 이걸 사용했다면 호발귀를 쉽게 잡을 수 있었어. 그런데도 구혼음소를 먼저 썼어. 이 향에 단점이 있는 거야.’

등여산은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언니, 뒤 좀.”

“알았어. 걱정하지 마.”

당홍이 등여산의 뜻을 눈치챘다.

호발귀는 위험을 느꼈는지 향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쒜에에에엑!

“지켜!”

허공을 찢어발기는 검풍과 음문촌장의 고함이 동시에 울렸다.

까앙!

검이 향로를 쳐냈다.

먼저 향로를 반으로 갈랐고, 갈라진 향로를 허공으로 쳐냈다.

향로를 지키던 이자가 급히 물러섰다. 호발귀를 막아서면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

“크크큭!”

호발귀는 민첩하게 움직였다.

포위망을 빠져나온 다음에는 정신을 잃지 않은 사람처럼 향로만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자신에게 해로운 물건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고, 부순다.

안위를 보존하는 게 살기보다 앞선다. 이것은 정신을 잃지 않은 사람의 행동이다.

호발귀의 진짜 상태는 어떤 것인가!

탕탕탕! 탕!

다섯 사내가 들고 있던 향로가 모두 갈라졌다.

하지만 향로에서 피어난 향연은 대청 가득히 퍼졌다. 그리고 호발귀가 연신 비틀거린다.

호발귀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여전히 흉포하고 사납지만 향연을 마시기 전에 비하면 거의 십 분의 일 수준으로 기력이 떨어졌다.

이때, 등여산이 재빨리 달려와 호발귀 앞에 섰다.

호발귀는 등여산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서자 무턱대고 검을 휘둘렀다.

쒜에에엑!

검이 등여산의 머리를 노리며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호발귀가 생기격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기격타를 먼저 하고 그녀를 쳤다면, 꼼짝없이 죽었다. 하지만 생기격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등여산도 막을 수 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하지만 삼사 초 정도는 막아낸다.

그녀의 무공은 이미 초절정 상태다.

호발귀가 길을 오는 동안에 생기격타를 통해서 끊임없이 진기를 높여주었다. 그녀의 진기가, 무공에 대한 이해도, 깊이가 세 배 이상 높아졌다.

등여산은 호발귀가 쳐낸 검을 비켜내며 그의 품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타앙!

호발귀가 그녀를 때리지 못하고 대청 바닥을 후려쳤다.

등여산은 호발귀의 품으로 뛰어들기 무섭게 구혼음소를 읊기 시작했다.

“타악 투 파 비투 쏘 추우 탄 치 미탕……”

등여산은 구혼음소를 완전히 습득했다.

홀리가 혈천방에 발을 딛자마자 안심하고 떠나갈 수 있었던 것도 구혼음소를 두 사람에게나 전했기 때문이다. 호발귀 자신이 알고 등여산이 안다.

만약, 등여산이 구혼음소를 수련하지 않았다면 홀리는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제 그만 질척거릴게.

그녀가 한 말의 뜻이 바로 이것이다. 해줄 것 다 해줬으니 이젠 너희들 마음껏 사랑하라는 것이다.

호발귀가 움찔거렸다.

등여산은 호발귀가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나운 것이 아니다. 공포에 젖어서 떤다. 너무 무서워서 더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고 있다.

이게 단순한 느낌일까?

스읏!

등여산은 호발귀의 허리에 손을 내둘렀다.

“호 아 피우 피틴 투 키루 하 기루차……”

입으로는 계속 구혼음소를 읊으면서 눈으로는 따뜻함을 담고 호발귀를 쳐다봤다.

- 괜찮아. 나야, 등여산. 내가 지켜준다고 했잖아.

순간, 등여산만의 착각인지 모르겠다. 호발귀가 힘을 빼고 축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켜!”

쒜에에에엑!

등여산은 호발귀를 꽉 움켜잡고, 설화팔극검을 맹렬하게 휘두르면서 대청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청 밖에는 접객당주가 접객당 무인 백여 명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등여산이 뛰쳐나오자마자 즉시 달려들었다.

“비켯!”

등여산은 재차 고함을 지르며 그녀답지 않게, 그야말로 마녀처럼 거칠게 검을 쳐냈다.

지금 등여산은 절박했다.

여기서 막히면 잡힌다. 오직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니 검은 더욱더 사나워졌다.

파파파파팟!

설화팔극검이 매우 난폭하게 터져나갔다.

설화팔극검은 온유하고 부드러운 검법이다. 간혹 매서운 면을 보이는데, 바로 피를 부를 때다. 조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서운 것처럼 잔잔하던 검이 성을 내면 피를 부른다.

“아악!”

“크아악!”

접객당 무인들이 펑펑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등여산 무공을 잘못 평가했다. 이 정도까지 검이 날카로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등여산이 펼치는 검공이라면 귀검이 나서도 승패를 장담하지 못한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등여산이 쩌렁 일갈을 내질렀다.

그녀의 음성에는 저절로 사자후(獅子吼)가 스며들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을 심하게 압박한다. 모골이 송연해 지면서 덜컥 심장이 떨어질 것이다.

쒜에에엑! 퍽퍽퍽!

접객당 무인들이 펑펑 나가떨어졌다.

등여산에게 잡힌 호발귀가 꿈틀거렸다. 잠시 탈출을 모색하느라고 구혼음소를 중단했더니 그 영향을 받았나? 하지만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고마워.’

등여산은 호발귀가 자신을 헤아려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파아앗!

접객당주가 신형을 날려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등여산은 생각할 것도 없이 검초를 변화시켰다. 전신 혈을 모두 개방했다. 그리고 엄지발가락 옆 은백혈, 대도혈. 태백혈 삼혈(三穴)에 진기를 응축시켰다.

순간적으로 삼혈을 퉁겨내자 등여산의 신형이 번갯불처럼 접객당주 옆을 스치며 지나갔다.

퍽!

검이 접객당주의 옆구리를 훑었다.

마공, 토혈사검이다.

무적 검이면서, 주인이 피를 토하게 만드는 마검이다. 펼칠 때마다 원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크윽!”

접객당주가 옆구리를 움켜쥐고 옆으로 물러섰다.

만약, 등여산이 호발귀를 안고 있지 않았다면 접객당주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토혈사검!”

접객당주는 등여산의 검을 알아봤다.

“막으면 죽어!”

그런다고 막지 않을 접객당주가 아니다. 토혈사검을 알고 있으니 등여산의 원기가 손상되었다는 것도 안다. 굳이 잡으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이대로 시간만 끌면 된다.

대청 안에는 등여산을 손쉽게 잡을 고수들이 득실거린다. 그들이 나올 때까지만 버티면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있나.”

스읏!

접객당주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때,

터엉!

미미한 울림이 일어났다.

접객당주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볼 틈도 없이 허리부터 숙였다. 복부가 터져나갈 듯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숨이 콱 막혀서 비명도 흘리지 못했다.

등여산은 축 늘어지기 시작한 호발귀를 쳐다봤다.

방금,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접객당주가 느닷없이 고통을 당했다.

호발귀다. 생기격타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서 등여산을 보호해주고 있다.

쉐에에에엑!

그녀는 포위망에서 빠져나와 전각 지붕 위로 신형을 쏘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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