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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전인-129화 (129/500)

第二十六章 반격(反擊) (4)

여섯 명이 그렇게 많은 인원이었나?

모두 뿔뿔이 흩어지자, 호발귀는 텅 빈 공허함을 느꼈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자신이 원해서 떠나보낸 것이지만, 옆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쓸쓸한 줄은 몰랐다.

‘됐어. 이제 마음 놓고 움직여도 되고 좋지. 뭐.’

호발귀는 살겁이 일어난 마을을 다시 찾았다.

살겁이 일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피가 굳어서 검게 변했다.

호발귀는 시신들을 유심히 살폈다.

사실, 시신을 살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소문을 들은 무인들이 삼호 주변으로 몰려드는 중이다. 혈마를 공격할 의사는 없고, 단지 살겁 사실 여부만 확인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오기 전에 다시 한번 살인 현장을 더듬어 본다.

‘으음!’

호발귀는 신음을 흘리면서 시신을 살폈다.

전에 한 번 본 시신들이지만, 다시 봐도 참혹하다.

마을 사람들을 도륙한 병기는 검이다. 모두 같은 날, 같은 길이의 검을 사용했다.

또 귀무살은 초식을 펼치지 않았다.

귀무살 같은 무인이 촌사람들을 죽이는데 초식을 펼칠 필요도 없겠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가로, 세로로 움직이는 가장 단순한 검에 당했다.

살인 현장은 참혹하지만, 사인을 통해서 초식을 알아볼 수는 없다.

검에 당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흉수가 몇 명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귀무살은 철저하게 이런 점을 지켰다.

그래서 아무리 살펴봐도 검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 외에 달리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

호발귀는 검이 지나간 자리를 봤다.

얼마나 예리하게 배었는지, 검이 어느 정도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장기를 어떤 식으로 손상했으며, 뼈는 어떤 방식으로 잘라냈는지 살폈다.

이런 것을 살피면서 상대방의 내력을 짐작한다.

‘한 명. 여기도 한 명.’

호발귀는 두 명에게서 각기 다른 검을 두 개 봤다.

귀무살은 초식을 사용하지 않고 검을 쳐냈지만, 검을 쓰는 방법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간과했다.

사람마다 자기 나름대로 검 쓰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호발귀가 찾은 것이 바로 그 특징들이다. 특징이 다르면 일단 다른 사람이 검을 쓴 것이다.

어떤 자는 관절을 찾아서 베어냈다. 어떤 자는 뼈를 일 검에 잘라냈다.

둘은 분명히 다른 검이다.

어떤 자는 일 차로 찌르는 검을 사용했다. 찔러서 죽이고, 그 후에 베었다. 어떤 자는 사지를 절단한 후에 심장을 찔렀다. 죽은 자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이것 역시 분명히 다른 검이다.

호발귀는 무공을 많이 알지 못한다. 중원에 산재한 무공이 수천 종류인데, 그가 아는 것은 딱 세 개다.

혈마 무공, 팔십일수, 독섬칠공.

다른 무공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공격해오면 그제야 ‘아! 이런 초식도 있구나!’하고 감탄한다.

그는 언제나 즉흥적으로 싸웠다.

상대방이 펼치는 초식을 전혀 모른 채 싸웠다. 위험하면 피하고, 허점이 보이면 공격했다.

그러니 마을에서 초식 같은 것은 찾으려야 찾을 수도 없다.

호발귀는 오십여 구에 이르는 시신을 살핀 끝에 각기 다른 특징을 일곱 개나 찾아냈다.

귀무살 일곱 명이 왔다.

이 사실은 단정해도 좋다. 지금까지 몇 명이 움직였다는 모든 말을 무시하고 자신이 본 것으로 대체해도 된다.

귀무살 일곱 명!

호발귀는 귀무살 일곱 명을 마음에 새겼다. 누군진 모르지만 일곱 명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맞다 이들은 강하에서 동패, 왕소를 죽인 귀무살과 함께 세상에서 반드시 지워야 할 악마들이다.

호발귀는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마을을 돌면서 귀무살 흔적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마을 동쪽과 서쪽에서는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북쪽은 당홍이 수색했다. 그리로 흉수로 짐작되는 흔적을 한 개 찾았다고 했다.

한 명은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럼 다른 여섯 명은 어디로 갔나.

‘관도로 빠져나갔다.’

호발귀는 자신이 걸어온 관도를 쳐다봤다.

귀무살은 웬만해서는 관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산이나 들로 다닌다. 관도로 가느니 관도 옆에 있는 논길을 걷는다. 항상 몸을 숨긴 채 이동한다.

그런 자들이 관례까지 깨도 관도로 이동했다.

호발귀는 혈마로 만들기에 혈안이 되었다. 아주 적극적이며 치밀하다.

호발귀는 마을 북쪽으로 움직였다.

이 세상은 무공만 강하다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해자수처럼 발로 뛰는 사람도 필요하다.

마을 북쪽에서 귀무살에 대한 단서를 찾아봤지만, 이미 모든 흔적이 지워졌다. 살겁이 일어나고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떤 단서도 찾아지지 않는다.

하다 못해서 당홍이 찾았다는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호발귀는 추격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누굴 추격할 일이 있었어야 말이지.

새삼 해자수가 존경스러웠다.

만약 이 자리에 해자수를 투입했다면, 그는 어떤 단서라도 찾아냈을 것이다.

“훗!”

호발귀가 헛웃음을 피식 흘렸다.

귀무살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해자수가 남긴 것으로 추측되는 표식을 찾아냈다.

나무 밑동에 화살표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밀마로 은밀하게 적은 것도 아니다. 아예 대놓고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해자수는 호발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안다.

아마 마을로 돌아와서 시신을 살펴볼 때부터 의중을 읽었을 수도 있다.

- 그냥 말로 하지. 물으면 단박에 가르쳐줬을 텐데. 그걸 뭐하러 힘들게 찾고 그래?

빙긋이 웃으면서 말하는 해자수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음!”

호발귀는 잠시 침묵했다.

주변 사람을 모두 떠나보낸 것은 혈마 싸움에 휘말리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동도 멈춰야 한다. 자신과 연관된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도와주는 건 반드시 발각되게 되어 있어. 그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무런 도움도 안 돼. 차라리 붙어있는 것만 못해. 중단시켜야 해.’

확실히 그렇다. 이런 행동은 위험을 자초한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 아무 걱정하지 마. 어련히 알아서 잘 움직일까.

홀리가 또 소심하다고 비웃는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옆에서 떠나보냈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만 봐도 자신의 뜻을 읽은 게 분명하다.

‘그래. 어련히 알아서 잘 움직일까.’

호발귀는 해자수의 선의를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 사실, 지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람을 추적한다는 게 무척 어렵다.

단지 기민한 눈썰미나 감각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쉬이이익! 쒜에엑!

호발귀는 은허신법을 최대한 빠르게 펼쳤다.

원래 은허신법은 도둑놈 신법이다. 도둑놈이 담장을 넘을 때처럼 조용히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빠르다. 전력을 다해서 질주하는 것에 비해 겨우 한두 호흡 차이만 난다.

빠름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쒝! 쒜에엑!

호발귀는 전력을 끌어냈다.

화살표가 산에서 산으로, 숲에서 숲으로 이어진다.

해자수는 자신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신법이 빨라서 앞서나가는 것이 아니다. 일찍부터 귀무살의 종적을 찾아냈다. 그리고 추적을 일찍 시작했다.

자신이 마을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있을 때, 해자수는 이미 귀무살을 쫓아서 먼 거리를 나아간 후이다.

그 차이다.

그와 해자수 간의 간격은 거의 하루 차이가 난다.

자신이 전력을 다해서 질주해도 해자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귀무살을 만나지 못한다.

그러니 안심하고 신형을 뽑아내도 무방하다. 아니,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해자수를 도와주는 길이다. 귀무살을 추격한다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을 테니까.

‘휴우!’

호발귀는 한숨을 토해냈다.

전력으로 하루를 꼬박 달려온 끝에 해자수를 찾았다. 아니, 생기를 찾았다.

파앗!

첫 번째 생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두 번째 생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해자수 생기는 찾았는데, 귀무살 생기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찾아지지 않는다.

해자수는 이 정도의 거리를 벌려놓고 뒤를 추격하는 중이었다.

‘귀무살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최소한 오십 장 밖에 있다는 건데. 이 정도 거리를 벌려놓고도 추격할 수 있는가? 대단한 사람……’

그때! 호발귀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해자수는 추격에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추격술을 배운 사람이다.

그러면 자신은 어떤가? 추격술을 배우지 못했나?

배웠다!

원충노인의 팔십일수에는 주변을 먼지 한 올까지 샅샅이 구분해 내는 비법이 수록되어 있다.

도둑놈은 물건을 잘 구별해야 한다.

물건이 숨겨진 장소도 잘 살펴야 한다.

물건을 훔치려다가 매복에 걸려들거나, 함정 또는 기관을 건드리면 한 방에 끝장난다.

주치균과 싸울 때 사용했던 오간각(晤看覺)도 그런 무공이다.

오간각을 일으키면 정신이 극도로 맑아진다. 그리고 일 장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명확하게 보인다.

오간각만 사용했어도 귀무살의 흔적을 찾았을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호발귀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몸이 굳어버렸다.

자신이 분신처럼 깨우치고 있던 투심문 절공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돌이켜보니 기억나고 행해진다. 아직도 분신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다. 다만 생각해야만 실행된다.

창이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피한다. 무인이 수련하는 모든 무공이 그렇다. 창이 날아오는데 ‘피해야지!’하고 생각한 다음에 피하는 사람은 없다.

호발귀는 ‘피해야지!’하고 생각해야만 피한다.

혈마 무공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운용되는데, 원충노인의 팔십일수는 점점 사라져간다.

이런 현상을 이번에야 알았다.

원래 호발귀라면 해자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추격할 수 있었다. 한데 추격술이 기억나지 않았다. 알고 있었는데, 생각해내지 못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지금 막연히 추측하자면 혈마 무공이 팔십일수를 잠식해 들어간다는 정도다.

‘알았으니 됐어. 생각할 게 또 생겼네. 후후!’

쒜에에엑!

호발귀는 해자수를 스쳐 지나갔다.

해자수는 숲속 나무 밑에 앉아 있다. 다리가 아픈지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허벅지를 주무르는 중이다.

“고맙습니다.”

호발귀는 처음으로 해자수에게 존대를 했다.

“고맙기는 뭐. 이까짓 게…… 가만! 고맙…… 습니다? 쟤가 죽으려고 그러나?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다음에 또 필요하면 말만 해. 도와줄 수도 있으니까.”

해자수가 기분 좋게 말했다.

해자수는 이제 자신의 볼일이 끝났다는 걸 안다.

호발귀는 귀무살을 찾았다. 저렇게 신법을 펼쳐서 빨리 나아간다는 것은 귀무살을 명확하게 잡았다는 뜻이다.

“휴우! 누군 좋겠다. 난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서 간이 콩알만 해졌다니까. 귀무살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려.”

혼잣말로 중얼거린 소리다.

호발귀는 신형을 날리면서 해자수가 하는 말을 귓가로 전해 들었다. 해자수는 중얼거린 말이지만, 호발귀는 바로 옆에서 말한 것처럼 똑똑히 들었다.

해자수는 상당한 위험을 무릅쓰고 추격을 시도했다.

고마운 사람이다.

팟! 팟팟! 팟팟!

호발귀는 신법을 펼치는 가운데, 귀무살이 남긴 흔적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오간각을 펼치자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모든 사물이 뚜렷하게 각인되었다. 갑자기 시력이 두 배, 세 배 높아진 것 같았다. 눈이 환해졌다고 할까?

사실, 해자수를 스친 다음부터는 오간각을 일으킬 필요도 없었다.

역천금령공이 귀무살을 잡아챘다. 역천금령공에 감싸인 생기가 귀무살의 생기와 감응했다.

이제 귀무살은 도주하지 못한다.

스읏!

호발귀는 신형을 멈춰 세웠다.

살겁 마을에서는 귀무살을 찾기만 하면 일장에 때려죽이려고 했다. 용서하지 못할 자들이니까.

하지만 귀무살을 찾자, 생각이 달라졌다.

귀무살을 처단하지 않고 미행한다.

귀무살은 다른 귀무살을 만날 것이다. 마을을 급습했던 귀무살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자들일 수도 있다. 혹은 지단이나 본단으로 갈 수도 있다.

어디로 가든 혈천방 무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귀무살을 미행해서 혈천방을 공격한다.

한 명을 죽이지 않고 백 명을 죽인다. 저들이 자신을 혈마로 만들었으니 혈마가 되어서 나타나 준다.

스읏! 스으읏!

호발귀는 멀리 떨어져서 귀무살이 토해내는 생기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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